서울을 찾은 인터넷 패션 스타들

스트리트 패션으로 이름을 날린 인터넷 패션 스타들이 하나둘 서울을 찾고 있다.
전 세계 대도시 스트리트에서 서울에 온 그들의 뒷이야기.

뉴욕과 파리의 스트리트 패션 사진에서 서울까지 찾아온 새로운 패션 스타들. 분더샵을 찾은 안나 델로 루쏘, 일꼬르소와 함께한 닉 우스터, 서울 패션 위크에 참석한 브루스 패스크, 보브의 스타일링 프로젝트를 맡은 테일러 토마시 힐까지.

“헐… 대박ㅠㅠ” “굿~” “와우!!” “웰컴 투 서울!” 10월 15일 어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명동 풍경에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울에 온 패셔니스타 안나 델로 루쏘(Anna Dello Russo)에 대한 서울 팬들의 환영 인사다. 그녀가 SSG 마켓에서 찍어 올린 보리굴비 사진에는 “보리굴비에 녹차물밥 드셔야 하는디…”라는 애정 어린 댓글까지 달렸다. 같은 시간 미국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남성복 디렉터인 브루스 패스크(Bruce Pask) 인스타그램에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동대문을 바라보는 호텔 전경을 찍은 사진 아래 “Korea Welcomes U!” 등의 환영 인사가 줄을 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아이고 형님!”

청담동 분더샵 리뉴얼 오픈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안나 델로 루쏘는 소셜 미디어 스타답게 서울 행적을 빠짐 없이 인스타그램으로 기록했다. 65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이 그녀를 통해 구경한 서울 모습에 열광했음은 물론이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덕분에 분더샵 존재 역시 ‘글로벌’하게 알려졌으니 그녀는 맡은 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셈(밤늦게까지 클럽에서 광란의 파티를 즐겼다는 후문). 서울 패션 위크에 초대받았던 브루스 패스크 역시 팬들의 환영에 깜짝 놀라는 눈치.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저와 제 작업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무척 흥분되는 일이었죠.” 뉴욕으로 돌아간 그가 서울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전했다. “특히 DDP에 갔을 때 제가 자주 입는 옷차림(데님 재킷과 스트라이프 셔츠)을 한 어린 친구들이 다가와 함께 사진 찍고 싶어 했을 땐 정말 신기했어요.” 잠시 북촌 한옥마을에 갔을 때도 현장 학습에 나섰던 남고생들이 브루스를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 “인솔자 선생님이 한옥마을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혼내기도 했죠”라고 패스크의 서울 일정에 동행한 패션 프로듀서 박인영이 얘기했다. 이렇듯 지방의 사춘기 남고생들조차 뉴욕 패션 아이콘에 열광하는 시대가 한국에 도래했다.

패스크만큼 남성 팬들에게 ‘패션왕’으로 꼽히는 닉 우스터(Nick Wooster) 역시 서울을 찾았다. 남성복 브랜드 일꼬르소와의 협업을 위해 들른 것. “지난해 말부터 30~40대 남자들에게 롤모델이 될 인물을 찾았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만의 스타일로 전 세계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닉 우스터로 결정했죠.” 일꼬르소 마케팅팀 지승렬의 설명이다. 우스터는 단순히 광고 모델이 아닌 디자인과 비주얼 디렉팅을 아울렀다. 미국 주요 백화점에서 바이어 경력을 지닌 그의 안목과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통해 스타가 된 유명세를 신뢰한 것. 그리하여 이번 협업은 지난봄 컬렉션 스타일링을 시작으로 6개의 아이템을 함께 완성한 닉 우스터 캡슐 컬렉션으로 마무리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공항 도착부터 팬들로부터 사진 요청을 받은 그가 등장한 이벤트에는 행사 진행이 어려울 만큼 수많은 팬들이 그를 둘러싼 채 ‘인증샷’을 남겼다. “이토록 많은 남자들이 뜨겁게 반응한 행사는 처음이었습니다. 직접 고객층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모두 놀랐죠.” 그가 스타일링한 제품들은 모두 ‘완판’을 기록했고, 캡슐 컬렉션 역시 매진. 덕분에 협업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

한편 매거진 에디터 출신으로 대표적인 스트리트 스타인 테일러 토마시 힐(Taylor Tomassi Hill)은 보브의 러브콜을 받았다. 가을 컬렉션 스타일링을 그녀에게 의뢰한 것. “비현실적인 연예인이나 모델보다 현실적인 스타일이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대표적인 스트리트 스타인 테일러 토마시 힐과 함께한 이유죠.” 한국 브랜드에서 자신을 찾아줬다는 사실이 반가웠는지 그녀는 한여름 뉴욕 거리에서 겨울 외투를 입은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고객의 반응 역시 기대 이상. 화보 속 테일러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블루 체크 셔츠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아 긴급 제작에 들어갈 정도.

“슈퍼모델이나 유명 인사보다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인기를 얻고 있어요.” 한국에 온 패션 스타들이 맨 먼저 찾는 사진가 남현범이 가까이서 살펴본 후 그들의 인기에 대해 설명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피드백도 빠르고 팬들의 반응에도 호의적입니다.” 그의 사진에 자주 등장했던 이태리 패션 컨설턴트 알레산드로 스카르지(Alessandro Squarzi) 역시 서울 패션 위크 동안 서울에 머물러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를 비롯해 토미 톤, 스캇 슈먼 등의 사진을 통해 자주 보던 인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알리면서 영향력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덕분에 패션계 소수들이나 알만한 인물들이 울타리를 너머 대중 스타로 떠올랐다. 몇 시즌 전 럭키 슈에뜨의 초대로 서울을 찾았던 수지 버블, 멀티숍 마이분을 디렉팅했던 밀란 부크미로빅, 분더샵 컨설팅을 맡았던 야스민 스웰 등도 마찬가지.

“서울이 정말 좋았습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흥미롭게 공존하는 환상적이며 친절한 도시였죠.” 친절하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브루스 패스크는 이번 방문에 대해 이런 감흥을 전했다. “또 제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사실이 제겐 아주 신선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패션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뜨거운 서울에서 더 많은 패션 스타들을 만날 기회는 점점 더 늘어날 듯하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을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