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필수 아이템, 니트 모자

골무처럼 생긴 니트 모자를 빼고 어떻게 겨울 옷차림을 완성할 수 있을까.
보다 컬러풀하고 대담하게 진화되고 있는 비니 스타일.

헐렁하게 짜인 니트 톱은 아크네 스튜디오, 가죽 팬츠는 샤넬, 고양이 귀모양으로 크리스털이 장식된 비니는 마커스 루퍼(at Koon), 권총 모양의 크로스백은 생로랑, 무톤 머플러는 어그.

오전 7시 패션 화보 촬영 현장. 모델 겸 가방 디자이너 겸 패셔니스타로 꼽히는 송경아는 방금 막 샤워를 마친 듯 젖은 머리카락을 남색 비니에 감춘 채 푸시버튼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다른 건 몰라도 모델들에게 비니는 필수품이에요!” 그녀를 포함해 요즘 패피들의 핫 아이템인 비니는 망가진 헤어스타일을 감쪽같이 감춰줄 뿐 아니라 스냅백만큼 스타일링 지수를 높이는 매력 만점의 아이템이다. 스테판 존스나 필립 트레이시 같은 모자 대가들도 보면 울고 갈 만큼 겨울의 비니는 인기 절정. 사실 비니로 치자면 영하 10도는 기본인 요즘 같은 날씨에 보온은 물론 휴대도 간편하며 스타일은 덤이다. 평범한 비니가 은근 슬쩍 패션의 중심에 우뚝 솟았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할 뿐.

노동자들이나 썼던 비니가 이렇게 신분 상승하기 시작한 건 몇 시즌 전부터다. 2012년 봄, 베일이 장식된 질 샌더의 꾸뛰르급 비니가 패션 무대에 등장한 후 패피들은 온갖 시도를 거듭해 비니 스타일링의 신세계를 선보였다. 특히 아이돌 스타들의 공항 룩에 단골로 등장한 덕분에 값비싼 브랜드는 물론 인터넷 쇼핑이나 노점상에서도 자신의 취향대로 비니를 고를 수 있다. 그리하여 비니 포화 상태에 이른 요즘, 여러분이 트렌드 세터를 자처한다면 평범한 비니보다 형태나 색깔, 디자인, 소재 등에서 한층 진화된 비니를 눈여겨봐야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 달린 별 장식처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머리 위를 알록달록하게 치장하는 것이 관건.

남들과는 다른 것을 원하는 패셔니스타들은 물론, 늘 깜짝 놀랄 패션을 선보이는 2NE1 산다라 박이 ‘애정’하는 ‘번스톡 스피어스’의 베일 비니, 레이디 가가의 모자로도 유명한 영국산 ‘마리아 프란체스카 페페’의 갱스터처럼 보이는 독특한 비니, 커다란 폼폼이 두 개 달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지니아 킴’의 미키 마우스 비니, 화려한 보석 장식이 일품인 ‘마커스 루퍼’의 주얼 비니, 커다란 허수아비 모자 같은 ‘아크네’의 빅 사이즈 비니, 남녀를 불문하고 아이돌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KYE’의 망사 장식 비니, 마시멜로 컬러의 굵은 실로 짠 ‘럭키 슈에뜨’의 골무 비니 등등. 죄다 언급하기 힘들 정도의 멋진 비니를 준비했다면 이제 스트리트 패션의 선구자인 리한나, 마일리 사이러스, 카라 델레빈, 수키 워터하우스, 리타 오라에게 아이디어를 얻을 타이밍. 그들의 이름과 비니를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하면 당장 응용할 수 있는 비니 스타일링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고만고만해서 지겹거나 너무 특별해서 부담스럽다면, 나만을 위한 특별한 비니를 만들 수 있다. 비니 패션을 한국에 유행시킨 지드래곤이 몇 년 전 <보그> 화보에서 썼던 ‘지용시’ 비니를 떠올려보자. “지방시 로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평소 즐겨 쓰는 ‘칼하트’ 비니에 ‘지용시’라고 장난스럽게 새겨 봤어요. 덕분에 한동한 화제가 됐고 수많은 짝퉁이 생겼죠. 시간이 많다면 직접 손뜨개질 해도 좋고 기존에 갖고 있던 비니에 자수나 패치, 폼폼 등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해 하나뿐인 나만의 비니를 완성할 수 있어요.” 빅뱅의 스타일리스트 지은은 비니 스타일링에서 중요한 건 쿨한 태도라고 덧붙인다. “비니는 캐주얼한 룩보다 댄디한 룩에 스타일링해야 더 근사해요. 소재도 중요한데, 아무리 좋은 캐시미어라도 썼을 때 형태가 무너지면 전체 스타일이 엉망이 되죠.” 그녀가 몰래 귀띔한 지드래곤식 비니 스타일의 비법은? “비니를 쓸 때 앞머리 노출이 관건! 푹 눌러쓰거나 살짝 보이는 정도가 가장 멋져요!”

이렇듯 좀더 트렌디해 보이고 싶거나 나만의 스타일 감각을 맘껏 뽐내고 싶을 때 가장 간편한 동시에 효과가 빠른 것이 비니다. 그러니 남녀노소 상관없이 캐주얼하면서도 반항적 이미지가 줄줄 흐르는 비니에 자신감을 힘껏 불어넣은 채 지드래곤처럼 푹 눌러 써 보시길. 알리 맥그로처럼 눈밭에 뒹굴든 아이돌처럼 공항에서 쓰든,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연출하든 그것은 여러분의 자유다. 골무처럼 생긴 니트 모자 하나로 룩이 확 달라질 수 있는 데다, 소극적인 태도마저 화끈하게 바꿔주는 마법의 비니를 어찌 안 쓸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