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천사들

2016.03.17

by VOGUE

    빅토리아 시크릿의 천사들

    패션계의 슈퍼볼, 엔젤들의 축제, 슈퍼모델들의 파티… 바로 빅토리아 시크릿 쇼!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더없이 인간미 넘치는 여인들을 <보그>가 만났다.

    알록달록한 줄무늬 스커트가 아드리아나, 라이스, 캔디스, 그리고 엘사의 날개가 되었다. 오간자 스커트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레이스 속바지는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별 특징 없는 건물, 아주 잠깐이나마 신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한 뉴욕 스타일의 엘리베이터, 작은 병정들처럼 늘어서 있는 옷걸이와 신발들, 맨발에다 손엔 아이폰을 들고 디렉터스 체어에 앉아 있는 모델들. 이것은 패션 촬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옷들은 죄다 오뜨 꾸뛰르, 그리고 모델들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들이다. 늘 그렇듯 귀여운 강아지도 있다. 이번엔 황갈색의 매끈한 무릎 위에 버릇없이 대자로 누워 만족한 듯 보이는 머피라는 강아지(알레산드라 앰브로시오, 릴리 앨드리지, 엘사 호스크, 그리고 라이스 리베이로에게 당신이 홀딱 반했다면, 심장이 뛰는 동물 역시 마찬가지). 머피, 이 억세게 운 좋은 강아지 같으니!

    그들은 스위스 전체 인구에 못 미치는 작은 마을 크기 정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모델들이다. 그런데도 거만한 디바는 한 명도 없다. 여자들의 동지애를 알 수 있는 증거는 많다. “우리는 정말 가족이에요. 아이들끼린 늘 함께 논답니다”라고 24세의 브라질 모델이자 여섯 살 짜리 알렉산드르의 엄마인 라이스는 말한다. 그녀는 친구가 모델 일에 도전하라고 권하기 전까지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영어는 한마디도 몰랐지만 아드리아나와 캔디스(역시 포르투갈어를 구사한다)가 도와줬어요.” 지난 얘기와 미래의 계획을 나누는 저녁 식사 자리에선 편안함과 함께 서로 연대하는 자매애가 느껴진다. “캔디스와 저는 이달 말 아케이드 파이어 공연을 보러 갈 거예요.” 이렇게 대답한 뒤 릴리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킹스 오브 리온의 프런트맨인 케일럽 팔로윌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살 난 딸 딕시 펄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셔츠를 느슨하게 걸친 캔디스에게서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코튼 셔츠와 튤 스커트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레이스 브라는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ʼs Secret), 스웨이드 스니커즈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감히 우리와 나란히 앉을 수 없을걸!”이라고 외치는 듯 강렬한 엔젤들의 모습. 릴리가 입은 실크 뷔스티에와 풀 스커트, 알레산드라가 입은 스와로브스키 장식 톱과 실크 스커트, 라이스가 입은 실크 티셔츠와 새틴 스커트는 모두 아틀리에 베르사체(Atelier Versace).

    그들이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다. 빅토리아 시크릿과의 계약은 이 업계에선 드물게 긴 수명을 보장한다. 아드리아나의 첫 쇼는 99년. 그리고 알레산드라 앰브로시오와 열세 번 출연이라는 기록을 공유한다. “저의 미션은 무대를 걷는 가장 나이 많은 모델이 되는 거예요”라고 그녀는 농담처럼 말한다. 그녀는 34세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열릴 올해 쇼는 장소를 뉴욕에서 런던으로 옮겼다. 모델들은 모두 흥분했다. 절반은 영국인인 릴리의 경우 가족 사이에 작은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형제자매가 아주 많은데, 다들 좌석표를 원했어요. 제가 가진 건 겨우 여덟 장뿐이라 추첨할까 해요.” 가족 중 영국계는 롤링스톤스와 비틀스의 가장 멋진 아트워크를 책임졌던 그녀의 아버지 앨런, 90년대에 랄프 로렌의 모델이 된 이복자매 사프론, 그리고 패션 사진가인 이복형제 마일스, 그리고 여동생 루비(당신이 추측하듯 그녀 역시 모델이다) 등이다.

    게다가 엔젤들은 많은 일을 함께 한다. 쇼와 광고 촬영뿐 아니라 그들이 매주 여행하는 것을 보여주는 TV 출연과 매장 방문도 있다. 그리고 몸매(정말 멋진 몸매!)를 유지하는 문제가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어쨌든 란제리 브랜드다. 쇼를 앞두고 사전 준비로 여기에 꽤 집중해야 한다. 라이스는 킥복싱을 한다. 아드리아나는 헬스에 빠져 있다. 엘사는 권투를 시작했다. 그리고 릴리는 발레 뷰티풀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쇼를 앞두고 운동 시간을 일주일에 여섯 번, 1회에 1시간 반까지 늘립니다.” 그러나 오늘 촬영의 주인공은 속옷이 아니라 가운과 꾸뛰르다. 우리는 수많은 아르마니 프리베 검정 튤, 보라색 깃털들이 장식된 지암바티스타 발리, 베르사체 파워 가운들, 기발한 스키아파렐리, 그리고 컨버스와 아디다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영국인들은 절대 꾸뛰르를 만들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하면 망칠 수 있으니까요”라고 엘사는 행어에서 좋아하는 옷을 고르며 말했다. 그녀는 스웨덴에서 농구를 하며 성장했고, 주말까지 스케줄이 차기 전에는 매주 일요일마다 남자들과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에서 농구를 하곤 했다. “그들은 늘 저를 자기들 편에 넣으려고 싸웠어요!”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이 그녀를 더 그리워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라이스는 더없이 아름답다. 실크 자카드 드레스는 디올 오뜨 꾸뛰르(Dior Haute Couture).

    알레산드라의 완벽한 보디라인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튜브 드레스! 세퀸 장식 뷔스티에 드레스는 아르마니 프리베(Armani Privé).

    어깨에서 흘러내린 흰 셔츠와 볼 스커트 차림의 캔디스가 스냅사진을 찍고 있는 패트릭 드마쉴리에 맞은편 의자에 구부정하게 걸터앉아 있다. 엔젤로 보내는 시간 동안 그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런 매력은 다른 기회까지 열어줬다. “패션쇼를 위해 우리를 섭외한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엄청난 팔로워를 거느리길 바라죠”라고 아드리아나는 말한다(그녀의 인스트그램 팔로워 수는 275만5,000명에 달한다). 그녀는 루이 비통 무대에 섰고 또 다른 엔젤인 다우첸 크로스와 함께 지방시와 프라다 광고에 등장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 354만 5,000명의 팬을 거느린 캔디스도 동의한다. “우리가 양쪽을 오가며 두 가지 쇼를 모두 하게 된 건 행운이에요.” 리카르도 티시와 무대 뒤에서 찍은 셀카는? 12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것은 ‘Bottletop’과의 자선 활동과 ‘Mother Denim’과의 자선 모금 행사를 홍보하는 데 엄청난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이 모델들은 자선 활동에 열광한다. 아드리아나는 ‘Clinton Global Initiative’를 위해 도나 카란과 아이티를 찾았고 릴리는 ‘No Kid Hungry’ 캠페인과 멤피스의 세인트 주드 아동병원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받은 걸 돌려주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자극을 주기 위해 좋은 역할 모델이 되는 건 중요합니다”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과할 때 어떤 식으로 탈출할까? 릴리는 케일럽, 딕시와 함께 내슈빌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 머문다. 그리고 라이스는 브라질로 돌아간다. “집에 가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면 늘 기분이 좋아요. 제 아들이 얼마 전 뉴욕에 왔는데 몇 개월도 안 돼 벌써 영어를 배웠어요. 그 아이가 자랑스럽습니다.” 엘사는 서사적인 모험을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북극이며 조만간 쇄빙선에 머물 예정이다. 캔디스는 아프리카로 떠난다. “일 때문이 아니라 그저 가고 싶고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곳을 보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세상을 둘러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촬영이 끝났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끝없는 수다에 푹 빠져 있다. 엘사는 좋아하는 뮤지션들(밥 딜런과 패티 스미스)의 전기에 대해 얘기했고, 릴리는 ‘Beck’의 새 앨범 가사에 대해 열을 올렸으며, 캔디스는 최근 자신이 스타일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 70년대에 자동차로 여행하던 여성들에 관해 얘기했다. 이들의 밀린 얘기는 끝날 줄 몰랐다. “이제 가서 로제 와인이나 마실까?”라고 아드리아나가 제안하자 모두 즐겁게 떠났다. 아드리아나는 예쁘고 헐렁한 슬립 드레스로 갈아입었고, 스텔라 맥카트니 팬츠와 짧은 톱에 타비타 시몬스 플랫을 신은 릴리는 밖으로 걸어 나가며 라이스에게 브루클린에서 가볼 만한 곳들을 추천했다. 그들 뒤로 버려진 마네킹처럼 돌체앤가바나 알타 모다 캔디 스트라이프 스커트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에디터
      키키 게오르규(Kiki Georgiou)
      포토그래퍼
      PATRICK DEMARCHELIER
      모델
      아드리아나 리마(Adriana Lima@The Society Management), 라이스 리베이로(Lais Ribeiro@Women Management), 캔디스 스와네포엘(Candice Swanepoel@IMG), 엘사 호스크(Elsa Hosk@IMG), 알레산드라 앰브로시오(Alessandra Ambrósio@DNA Models), 릴리 앨드리지(Lily Aldridge@IMG)
      스탭
      스타일리스트 / 케이트 펠란(Kate Phelan) 헤어 / 닐 무디(Neil Moodie) 메이크업 / 딕 페이지(Dick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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