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유행과 함께 찾아온 필드 워치

카키색 아노락, 파카와 함께 올겨울 우리를 찾아온 밀리터리 트렌드.
손목을 편하게 감싸는 필드워치는 터프하고 세련된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왼쪽부터)비행기 계기판에서 영감받은 42mm의 시계는 벨앤로스(Bell&Ross), 야광 침이 특징인 클래식한 디자인의 시계는 볼 워치(Ball Watch), 카무플라주 패턴 다이얼 시계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워치(Emporio Armani Watch), 오토매틱 무브먼트의 41mm 스틸 케이스 시계는 해밀턴(Hamilton), 캔버스 스트랩의 세라믹 케이스 시계는 IWC.

B-3, MA-1, M-65, USN, N-3b… 알파벳과 아라비아 숫자를 조립한 암호의 정체는? 에비에이터 무스탕, 항공 점퍼, 필드 재킷, 파카 등 요즘 유행하는 밀리터리 재킷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군대 암호처럼 들리는 패션용어가 최근 패션 거리 곳곳에서 들리는 이유는 밀리터리 룩의 유행 때문이다. 얼마 전 론칭한 ‘알파 인더스트리’ 역시 수많은 남자 셀럽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리지널 공군 유니폼 브랜드다. 지난달 <보그>에 실린 ‘Khaki Invasion’ 화보에서도 스타일링했듯 야상과 항공 점퍼 등 밀리터리 룩에서 영감받은 아이템과 색깔이 요즘 대세다(군복을 그대로 재현한 레플리카 아이템도 대인기!). 그 가운데 밀리터리 스타일의 기본이 되는 카키색은 올겨울뿐 아니라 내년 봄까지 이어질 전망.

이와 함께 잽싸게 퍼지고 있는 유행이 밀리터리 손목시계다. 지난봄에 열린 바젤 페어에 서는 60년대 스타일이 반향을 일으켰다. 신기술과 신소재로 재탄생한 빈티지 손목시계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던 것이 군용 시계에서 비롯된 아이템들. 여기에 카키 그린을 더한 채 세라믹이나 티타늄 혹은 알루미늄 케이스에 다양한 그린 계열의 가죽이나 캔버스 스트랩을 매치한 시계가 대거 등장했다. 사실 옐로 골드나 다이아몬드처럼 시선을 끌진 않지만 요즘 유행하는 카키색 시계는 차면 찰수록 특유의 투박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일품이다. 카키 톤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화이트 혹은 야광 인덱스, 다양한 기능의 크로노그래프, 물과 사막, 폭염, 추위 등 특수 환경에 최적화된 기능과 가볍고 튼튼한 스트랩 등등.

시계 하우스 ‘벨앤로스’ 매장에선 요즘 카키색 캔버스 스트랩을 장착한 세라믹 시계 ‘BR 03-92 Military Ceramic’을 찾는 멋쟁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지상은 물론 모든 극한의 상황에도 견딜 수 있게 제작된 손목시계입니다. 비행기 조종사, 다이버, 우주비행사에게 최적화되도록 만들어졌고 실제로도 착용되고 있죠.” 큼지막한 42mm의 다이얼은 제트기 계기판을 연상시키는 세라믹 케이스에 담색의 발광하는 침들과 반사 방지 글래스가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밀리터리라는 영역에 익숙한 남자 고객들이 많이 찾습니다. 특히 ‘BR 03-92’의 디자인과 컬러에 매료된 고객이 많죠.” 그런가 하면 카키색 필드워치를 즐기는 여자 고객들도 전에 없이 늘었다고 벨앤로스 담당자는 전한다. “무엇보다 편안함을 꼽습니다. 가벼운데다 체온에 곧바로 적응하거든요.”

‘해밀턴’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등 다이얼 소재에 변화를 준 카키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60만~300만원대의 ‘파일럿 파이오니어’는 육ㆍ해ㆍ공을 아우르는 군용 시계 디자인과 기능을 두루 갖춘 컬렉션(모든 라인에 카키, 그레이 톤의 나토 스트랩을 추가한 게 특징이다). 나토 스트랩은 대표적인 시계 트렌드 중 하나다. “나일론으로 제작된 나토 스트랩은 메탈이나 가죽 스트랩에 비해 가볍고 땀과 물에 강해 군용으로 사용된 재질입니다. 경제적이기도 하지만 기존 가죽이나 메탈에 비해 무척 패셔너블하죠.”

한편 미국 해군성 천문대원 출신 웹스터 클레이 볼이 만든 브랜드 ‘볼’의 ‘엔지니어 마스터 Ⅱ’는 뛰어난 야간 시안성을 과시한다. 게다가 충격 흡수는 물론 항자성 역시 ‘엔지니어 마스터 Ⅱ’의 특징. 세라믹 케이스와 티타늄 크라운을 장착한 검정 다이얼과 연한 카키색 스트랩이 어울린 디자인 덕분에 클래식한 느낌까지. 2012년 출시된 ‘IWC’의 파일럿 워치 컬렉션의 ‘탑건 미라마’ (46mm)는 정통 파일럿 손목시계의 진녹색 계기판과 스포티한 디자인을 뽐낸다. “‘파일럿 워치’는 조종사들을 위해 만든 시계입니다. 비행 중에도 시간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아라비아 숫자가 특징이죠. 조종사뿐 아니라 미라마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젊고 역동적인 느낌을 첫 번째로 꼽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엔드로겐으로 차고 넘치며, 급격한 온도 변화와 대지 위에서 직면하게 되는 어떤 어려움에도 대응할 수 있으니 익스트림 스포츠 워치로 그만! “클래식 시계를 갖춘 분들이 요즘은 다이버 워치보다 항공 워치를 더 많이 찾아요.”

하지만 여전히 카키색 필드워치의 남성적인 느낌이 부담스럽다면? 간결한 기능으로 무장한 중저가 시계에 도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20만~30만원대). 카무플라주 패턴을 다이얼에 입힌 엠포리오 아르마니, 혹은 빨간 초침이 돋보이는 타이멕스의 스웨이드 스트랩 시계는 밀리터리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카키 트렌드가 한창인 이번 시즌뿐 아니라 다가올 여름에 땀이나 물에도 끄떡없다. 뭐니 뭐니 해도 지방시를 위해 리카르도 티시가 만든 첫 번째 손목시계가 밀리터리 워치였다는 걸 떠올린다면 이 손목시계를 누가 포기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