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올겨울을 휩쓸 스노 부츠

2016.03.17

by VOGUE

    올겨울을 휩쓸 스노 부츠

    지난봄엔 테바와 버켄스톡, 가을엔 클래식 스니커즈가 패션 거리를 휩쓸었다. 그렇다면 엄동설한엔?
    아웃도어 슈즈의 편안함에다 보온성과 방수력까지 장착한 스노 부츠!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착화가 편리한 지퍼 장식 부츠는 파잘(Pajar), 보온 충전재와 플리스 안감을 사용한 스웨이드 부츠는 쏘렐(Sorell), 보드화를 닮은 캐주얼한 패딩 부츠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양털 안감과 방수 기능 겉감을 사용해 보온성이 뛰어난 부츠는 카믹(Kamik), 방수 스웨이드는 물론 조절 가능한 조임 장치가 달린 양털 부츠는 어그(Ugg).

    지난 2월, 뉴욕 패션 위크를 취재하러 갔던 나는 뜻밖의 폭설에 크게 당황했다. 트렁크 한 가득 담아간 구두와 가죽 부츠는 꽁꽁 얼어붙은 눈길에 미끄러지기 일쑤. 게다가 그 눈이 녹아 만들어낸 흙탕물 도랑엔 더더욱 속수무책이었으니까. 매년 귀에 인이 박힐 만큼 듣는 보도지만, 기상청은 엘리뇨 영향으로 올겨울에 많은 눈이 내릴 거라고 예보했다(한번 내리면 엄청난 폭설로 이어진다). 한때 유행했던 어그 부츠는 이런 날씨에 저항하긴 역부족. 심지어 2년 전쯤 나는 눈이 쌓인 청계산 산책로에서 심하게 미끄러진 후 겨울 슈즈 선택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겨울 촬영장은 물론, 스키장에서도 맘 편하게 신을 만한 신발에 대해 틈틈이 고민할 무렵, 하나가 포착됐다. 올겨울 슈즈의 대세는 장식이 별로 없고 양털 안감과 방수 가죽, 두툼한 고무창으로 만든 스노 부츠라는 사실! 겨울까지 이어진 실용적인 슈즈의 인기가 패딩과 아웃도어 시장의 팽창과 맞물려 방한 부츠의 유행으로 이어진 것. 사실 다소 투박한 방한 부츠로 멋지게 스타일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보다는 추운 계절 보온을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선택. 심지어 신고 벗기에 편할 뿐 아니라 스키 리프트는 물론, 한파가 불어닥칠 도시에서도 더없이 실용적이다. 특히 거위털 파카와 패딩처럼 스노 부츠에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사실!

    이번 시즌 스노 부츠는 스노보드화와 에스키모 부츠인 아크틱 슈즈, 트레킹 슈즈에서 골고루 영감받은 디자인에 모피나 패딩 등 대표적인 겨울 소재를 이용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보온성을 유지하면서도 아웃도어 슈즈의 트렌디한 멋까지 더해 도시에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스노 부츠를 즐길 수 있다. 슈콤마보니 같은 구두 전문 브랜드에서도 트레킹화와 스노 부츠를 패셔너블하게 해석해 선보였다. 게다가 전문 방한 부츠 브랜드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하나둘씩 론칭하는 추세다. 얼마 전 론칭한 캐나다 브랜드 ‘카믹’은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충분히 즐길 만한 패셔너블한 부츠를 보여주고 있다. “스노 부츠의 특징인 두툼한 고무 밑창 때문에 종종 무겁게 느껴졌습니다”라고 카믹 담당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초경량 보온 충전재, 플리스 안감 등을 사용해 무게를 줄였습니다. 또 날씬한 레이스업 디자인이 기존의 단조롭고 스포티하다는 편견을 바꿔주죠.” 또 합성 러버 소재는 천연 고무 제품에 비해 50% 이상 가벼워 장시간 착용해도 편안하다는 것. 카믹보다 먼저 론칭한 캐나다 브랜드 ‘쏘렐’의 레이스업 롱부츠도 요즘 인기다. “날렵한 부츠 라인은 여성미를 살려줍니다. 그래서 팬츠뿐 아니라 스커트와도 잘 어울려요.” 캐나다 같은 극지방 추위에 노출돼 있진 않지만, 양털 부츠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어그 역시 방한 부츠를 기획했다. 방수 스웨이드로 완성된 앵클부츠는 눈비가 올 때 유용하다. 게다가 슈즈 안쪽 구석구석까지 장식된 천연 양털이 발을 안락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다른 방한 부츠에 비해 가벼운 것이 특징.

    하지만 그 어떤 극한에도 맞설 수 있는 힘과 능력에다 외모까지 갖췄다 한들, 관리가 까다롭다면 자주 신기에는 부담스럽다. 물과 습기에 노출된 채 신발장에 처박히기 일쑤니까. 건조한 날씨, 눈과 빗물 같은 오염에 노출되기 쉬운 겨울일수록 적절한 슈즈 관리가 필요하다. “요즘 선보이는 방한 슈즈의 경우, 아웃솔은 스노 부츠 스타일에 가까운 솔을 쓰지만 어퍼(밑창의 윗부분)는 스웨이드, 카프, 고어텍스, 고무(합성비닐, 나일론) 등 아주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기에 관리가 까다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고급 슈즈 전문 수선 매장 ‘릿슈’의 매니저 신재훈은 소재에 따른 관리가 따라야 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통풍이 최우선. “외출 시 방수 스프레이를 뿌리는 게 좋죠. 외출에서 돌아오면 먼지를 털고 물기를 꽉 짜낸 타월로 전체를 닦은 후 선선한 곳에 하루 이상 보관하는 게 좋습니다.” 발 앞부분에 통기가 원활하도록 신문지를 돌돌 말아 넣으면 더 좋다.

    그렇다면 방한 부츠가 필요 없는 봄부터 가을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충분히 건조시켜야 합니다. 습기가 없는 곳에 보관하되 1~2개월에 한 번은 꺼내 상태를 확인하고 통풍시키는 게 중요해요.” 이때 비닐 보관은 금물! “특히 안감이 모피인 경우, 청소기로 내부 먼지를 제거하다 털이 심하게 뽑힐 수 있어요. 에어 건으로 내부 먼지를 털어내는 게 적절한데, 자동차 세차 시설이나 차량용 청소기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섬세한 관리보다는 빨리 스노 부츠를 신고 눈밭으로 달려가는 게 먼저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손은영
    포토그래퍼
    HWANG 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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