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패션 디자이너 8인

경제 붕괴 시대의 아이들이 현재 패션 지형을 바꾸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과 현실감으로 무장한 채 패션 지층에 뿌리내리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8인을 <보그>가 만났다.



패션계 새싹들이 자기 세대 포트레이트 사진 촬영을 위해 타는 듯 더운 뉴저지 옥수수밭에 모였다. 조셉 알투자라(Joseph Altuzarra)와 이든(Edu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셔먼(Danielle Sherman)은 뉴욕에 있는 자신들의 스튜디오에서 차를 몰고왔다. 런던에서 날아온 시몬 로샤(Simone Rocha), 피터 필로토(Peter Pilotto), 그리고 그의 디자인 파트너 크리스토퍼 드 보스(Christopher De Vos)는 눈부신 햇살 속에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들의 런던 동료인 J.W. 앤더슨의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은 로에베(그의 새로운 직장)의 새 매장 오프닝 행사를 마치고 도쿄에서 직접 날아왔다.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는 파리에서 도착했고 마르코 드 빈첸초(Marco de Vincenzo)는 로마에서 날아왔다.

옥수수밭의 기온은 33도까지 올라갔지만 누구도 지쳐하거나 불평하는 기색이 없었다. 로케이션 트럭의 그늘에 모인 그들은 또래 집단답게 행동했다. 사교적인 모습으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 잘 어울렸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그들은 이곳에 온 것이 행복했다. 그들은 안티 디바이자 현실에 뿌리를 둔 디바들이다. 경제 붕괴 시대의 아이들! 그들의 성장 스토리를 들으면 경제 전문가도 주춤할 것이다. 8명 모두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대학살의 한가운데서 따분하고 보수적으로 바뀐 패션계에 멋진 옷(컬러풀하고, 개성 있고, 잘 만들어지고, 타깃이 분명하다)을 선보이며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라고 알투자라는 모든 것이 어떻게 잘 풀렸는지 설명하려고 애썼다. “우리는 정말로 그 옷을 팔아야 했어요. 경제 위기 때 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옷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지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린 각자 독특해야 하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브랜드가 돼야 했죠.”
 





그것은 스타일 운동이라기보다 막후에서, 그리고 뉴욕, 런던, 파리, 로마의 자그마한 스튜디오에서 시작된 신선하고, 창의적이고, 비즈니스에 밝은 사람들의 조심스러운 침투였다. 알투자라는 2008년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첫 시동을 걸던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지방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시장이 붕괴된 다음 날 옷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굉장했죠”라고 그는 웃으며 말한다. 두려움 없는 대담함이야말로 큰 역할을 했다. 바카렐로는 펜디를 떠난 후 2009년 파리에서 다섯 벌의 재킷과 다섯 벌의 수영복으로 구성된 작은 컬렉션에 자신의 생계를 걸 때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완벽한 타이밍이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저는 꾸준히 돈을 모았어요. 과거 디자이너들처럼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싶진 않았으니까요. 제 고객들이 기다려줄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고객층에게 어필하고 싶은지를 아는 날카로운 본능이었다. 그것은 바카렐로와 섹시하게 재단된 테일러링에 대한 그의 재능을 의미할 수도 있고 정반대로 더 로우에서 애슐리와 메리 케이트 올슨과 함께 티셔츠의 완벽주의자로 커리어를 쌓은 셔먼 같은 사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제가 만드는 모든 제품은 기능적이어야 하고 진실성과 정직함이 담겨 있어야 해요”라고 셔먼은 말한다. 패브릭 괴짜인 셔먼은 지역 공장과 긴밀하게 작업하는 법을 배웠고, 그 후 알렉산더 왕과 함께 아시아로 갔다. “그의 열두 번째 직원이었어요!”라고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현재 그녀는 뉴욕 패션 위크를 통해 빠른 속도로 이든을 세련된 디자이너 브랜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컬렉션을 아프리카에서 85% 정도 제작하는 윤리적 생산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29세(로샤)에서 38세(필로토) 사이인 경제 붕괴 시대 아기들은 재정적 후원, 멘토십, 그리고 2000년대 중반 젊은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기 시작한 상이 급증한 가운데 패션계의 온갖 관심을 받는 프로들로 성숙했다. 알투자라는 뉴욕에서 CFDA/Vogue 패션 펀드를 받았고 피터 필로토, 앤더슨, 로샤는 런던의 NewGen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한편 피터 필로토는 런던에서 BFC/Vogue 패션 펀드도 받았다. 프랑스에서 바카렐로는 Hyères 상(프랑스의 패션 페스티벌)과 파리 ANDAM 상을 모두 수상했고, 빈첸초는 이태리 <보그>의 ‘Who Is On Next?’ 대회를 통해 등장했다. 이런 환경은 그들에게 과거 디자이너들에 비해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더 마음을 열도록 만들었다. 독립 디자이너인 이들은 홍보 효과가 있는 콜라보 문화에 적합하다. 최근의 예로 ‘안토니 바카렐로×베르수스 베르사체’, ‘J Brand×시몬 로샤’, ‘알투자라 포 타겟’을 들 수 있다. 또 인스타그램과 웹 비디오를 통해 이들은 훨씬 더 빠르게 움직여왔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선머슴 같은 드레스와 루사이트 힐 브로그를 선보인 로샤, 그리고 매혹적인 질감의 색채를 선보인 피터 필로토는 조용히 전 세계 고객들을 확보해왔다. 90년대에 나 홀로 방식을 고수하던 런던의 인디 디자이너들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밖으로 나가 여행하면서 각기 다른 기후와 문화에 맞게 자신의 컬렉션을 조정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자신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절대 자랑하지 않는다. 필로토는 실제로 누군가 그의 팔을 비튼 후에야 겨우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우리는 여섯 개 대륙, 200개 매장에 옷을 팔고 있어요. 옷을 팔지 않는 유일한 곳은 남극대륙뿐입니다.”





이렇게 진지하고 세상 물정에 밝은 세대는 주류 럭셔리 패션 대기업의 태도까지 바꿔놓았다. 그들은 갑자기 이 젊은 디자이너들과 계약하기 위해 허둥지둥 경쟁하고 있다. 알투자라는 프랑스 케어링 그룹과의 소수 주주 지분 협상 후 리노베이션된 사무실을 디자인하며 확장 모드에 들어갔다. “자신들의 제조 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케어링 같은 파트너를 갖는 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죠”라고 그는 말한다. LVMH의 새로운 소수 주주 지분 덕분에 앤더슨은 자신의 스타일리스트 벤자민 브루노와 함께 겨울이면 추위에 떨던, 난방이 안 되는 셰클웰 레인의 지하실에서 벗어나 현재 전자 상거래 스튜디오가 있는 3층짜리 건물로 이사했다. 로마에서 드 빈첸초는 LVMH로부터 다른 종류의 후원을 받아 정교하고 간결한 옷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10년간 고액의 보수를 받으며 펜디 가방 디자이너로 활약한 후 자신의 기성복 컬렉션을 시작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회사 측에 설명했다. “실비아 펜디는 정말 멋졌어요”라고 드 빈첸초는 말한다. “그녀는 그곳에 계속 머물면서 저의 스튜디오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어요. 저는 그것이 독특한 합의라고 생각해요.” 펜디의 모회사인 LVMH는 영리하게도 자사의 스타 백 디자이너를 계속 머물게 만들었고 밀라노 컬렉션을 통해 그의 미래에 투자했다.

현재 그들의 재능과 지식은 패션 기득권층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로 치면 거의 프리미어리그 축구 선수들이다. 이런 비유는 30세의 앤더슨에게 딱 들어맞는다. 자신의 브랜드 경영과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책임지는 그는 그것을 스포츠 용어로 설명했다. “아빠는 아일랜드 국가 대표 럭비 선수였어요. 늘 ‘중요한 건 네 팀이야!’라고 아빠는 제게 주입시키셨죠.”

그러나 이 세대의 다른 점은 그들 주변에 가족, 친구들, 충성스러운 스타일리스트들이 있다는 것. “저는 저를 잘 알고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라고 바카렐로는 말한다. 로샤의 엄마 오데트는 그녀의 사업 파트너다. 앤더슨의 형 토마스는 그의 인사 총괄 임원이다. 알투자라의 엄마 캐런은 대표이사다. 그리고 알투자라의 말은 이 젊은 디자이너들 전체를 대변한다. “저는 제 회사 구성원을 모두 가족처럼 만들고 싶어요. 그들은 처음부터 함께 일해온 가족입니다. 저는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재주꾼들 사이에 공통분모(그들 모두를 생존 수준을 뛰어넘어 성공으로 이끈)가 있다면 바로 정상적인 사고방식과 충성심일 것이다. 그들은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