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괴물

사람들이 내 삐뚤어진 코, 볼의 뾰루지, 두꺼운 팔뚝살만 보는 것 같다고?
혹시 온종일 그 흠에만 매달려 있진 않은지?
세상이 극단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이 우리는 사소한 흠에 집착하게 됐는지 모른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결점 때문에 괴로워하는 신체이형장애 환자들. 식물무늬 라운지 웨어와 뱅글은 모두 샤넬(Chanel). 거울은 토마스앤 바인스(Thomas&Vines at Boe).

탈룰라 윌리스, 라라 스톤, 르네 젤위거. 최근 세 여인들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 데는 공통적인 정신의학적 증후군이 작용했다. 그 이름도 으스스한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 줄여서 BDD).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상처나 흠, 또는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신체적 특징에 집착해 비정상적으로 거기에 매달리는 정신병을 지칭한다(‘깨진 거울 신드롬’이라고도 불린다). BDD 환자들의 증상은 피부의 점이 실제보다 더 크거나 자신의 코가 삐뚤어져 보이는 등 타인은 알아채지 못하는 자신의 신체적 외모에 대해 부정적으로 왜곡하고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

“타블로이드지를 읽으며 BDD 증상을 처음 겪기 시작했어요. 그때 저는 겨우 열세 살이었고, 늘 내 자신이 너무 추하다고 느꼈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낯선 사람들의 말을 더 믿었어요.” 탈룰라 윌리스의 BDD 증상이 시작된 곳은 얼굴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게 싫었던 그녀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가슴이나 엉덩이를 강조하는 야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몸 안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자 그 다음엔 섹시해 보이지 않도록 극도로 살을 뺐다. “마른 몸이 더 영리하고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체중이 43kg을 찍었을 땐 가슴이고 뭐고 다 사라져서 뼈와 가죽 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죠.”

최근 아이를 낳고 런웨이로 복귀한 라라 스톤은 어느 잡지 인터뷰를 통해 몸매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신체이형장애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스웨터에 팔이 들어가지 않고 청바지는 꽉 껴서 무릎 위로 도저히 올라가지 않더군요. 게다가 예전에 입던 브래지어는 하나도 맞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신체이형장애에 사로잡혔죠.” 처진 팔뚝살과 늘어진 가슴만 눈에 들어와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졌던 그녀는 자신의 몸(나이가 들고 아이를 낳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가까스로 BDD에서 벗어났다. “이젠 누가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

르네 젤위거의 경우 신체이형장애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BDD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가 만족을 모르는 성형중독 혹은 비현실적으로 드라마틱한 외모의 변화를 원하는 것이기 때문.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젤위거의 완벽한 페이스 오프(그 누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브리짓 존스였으며 <콜드 마운틴>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여배우와 동일 인물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는 눈과 입술 성형, 보톡스, 거상술 외에 창조주와 수술을 집도한 의사만이 알고 있을 크고 작은 수술들을 추측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는 신체이형장애 역시 섭식장애(거식증과 폭식증)처럼 근본적 원인은 다양하지만 패션계의 여러 이슈들이 증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지에 의하면 BDD로 고통받는 환자 수는 미디어가 쏟아 붓는 ‘이상적 이미지’의 양과 비례해 증가하는 성향을 보인다. 최근 마일라 달베시오를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언급해 문제가 됐던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광고, 컴퓨터 작업으로 킴 카다시안을 바비 인형보다 더 비정상적인 폰트 50의 볼드 S자 몸매로 변신시킨 <페이퍼> 매거진의 누드 화보도 그것. 우리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주위 분위기로 인해 이성적 확신은 점점 옅어지는 대신, 그 자리를 스스로에 대한 불안으로 채운다는 것이 문제다. 마치 머릿속에 자라나는 독버섯과 같다. “내가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던 때가 있었어요. TV를 켜면 온통 새하얗고 창백한 여자들만 눈에 들어왔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늘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내 피부색이 밝아져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곤 했어요.” 그렇게 당당해 보였던 여배우 루피타 뇽 또한 자신의 피부색 때문에 불안에 사로잡혔다는 걸 믿을 수 있을까? 다행히 그녀는 알렉 웩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이 되면서 검은 피부를 받아들이게 됐고, 증상도 사라졌다.

또한 존 갈리아노의 스트레스가 반사회적 발언으로 표출된 반면, 마크 제이콥스의 스트레스는 신체이형장애로 표출되기도 했다. “완벽함은 이상일 뿐이죠. 누구도 그걸 성취할 순 없어요. 늘 뭔가 할 게 남아 있으니까요. 제 경우엔 몸에 계속해서 문신과 피어싱을 더했어요. 글쎄요, 다음은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여전히 몸에 뭔가를 더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누가 봐도 ‘몸짱’인 보디 빌더가 자신의 근육에 만족하지 못한다거나, 눈썹이 점점 짙고 두꺼워진다며 계속해서 눈썹을 뽑고, 대수롭지 않은 작은 뾰루지를 감추기 위해 몇 시간이고 거울 앞에 매달려 메이크업하는 것 역시 신체이형장애의 신호.

최근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지나치게 자주 셀피를 찍는 것도 BDD의 증상에 추가됐다. 영국 국가 의료 서비스 기관의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빌은 셀피를 찍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자신의 외모를 체크하기 위해 셀피를 찍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DD 환자의 3분의 2가 셀피에 집착합니다. 반복적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완벽해 보이는 각을 찾는 거죠.” 영국의 한 10대 소녀는 열다섯 살 때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200장이 넘는 셀피를 매일 찍었고, 자퇴 후 6개월간 집에 처박혀 셀피만 찍었는데도 맘에 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자 결국 자살을 시도했다. “계속해서 완벽한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는 죽고 싶었어요. 내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손이 닿는 곳에 스마트폰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뿐이었죠. 그래야 언제든지 셀피를 찍을 수 있으니까요.”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신체이형장애 최악의 시나리오는 성형중독이다. <비정상 정신학(Abnormal Psychology)>을 공동 집필한 임상심리학자 로빈 로센버그에 의하면 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흠에 매달려 보내기 때문에 일상의 패턴이 매우 한정적이다. 그리고 그 흠을 개선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수술을 하고, 결국에는 반복된 수술이 외모를 더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닫고서야 길고도 불가능한 여정을 끝낸다는 것. 성형중독에 해피 엔딩이란 있을 수 없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던 마이클 잭슨의 약물 과다 복용과 무려 789번의 성형수술을 받고 수술대 위에서 생을 마친 조안 리버스의 죽음을 기억하라. 이 모든 것들이 기괴한 사이코 영화 스토리 같다고? 우리 주위에서 초기 증상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주위에 있는 어느 패션 기자는 자신의 다리가 보기 싫을 정도로 휘었다고 확신한다. “이것 봐! 무릎 뼈 안쪽이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왔고 종아리도 휘었어.” 회사에서도 시간만 나면 포털 사이트의 휜 다리 관련 카페를 들락거리고, 집에서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다른 카페 회원들이 올린 다리 사진과 자신의 다리를 집요하게 비교하는 그녀. 정작 상담을 위해 들른 휜 다리 교정 전문 병원의 진단은? 엄밀히 말하자면 약간 휜 증상이 있긴 하지만 전혀 심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것. “말도 안 돼! 길거리엔 온통 일자 다리뿐인데 내 다리가 어째서 양호하다는 거지? 내 눈엔 매년 조금씩 더 휘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라구!”

혹시 당신도 심각하게 남을 의식하며 신체적인 외모에 사로잡혀 있진 않은가? 자주 거울로 자기 자신을 확인하거나 혹은 거울 보는 걸 아예 거부하는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외모에 대해 부정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가? 타인에게 자신의 외모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 하고, 메이크업을 하거나 옷을 입는 방식이 오직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목적에만 충실하지 않은지? 그렇다면 신체이형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누군가는 지나친 허영이라고 무시할 수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다른 사람이 보는 것과 다른 뭔가를 본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유일한 치료법은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 그 부위에 더는 신경 쓰지 않게 되더라도, 다른 부위에서 또다시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으니까. 마크 제이콥스의 말처럼 완벽이란 건 불가능의 영역이니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패션계에서 일한다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