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인 저작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패션 법정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디자인을 활용하고 재창조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패션계에서
브랜드 고유 디자인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새로운 ‘갤럭시 엣지’ 출시와 ‘아이폰6 대란’에 이어 연말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 중 하나는? 워싱턴 DC 연방 항소법원에서 시작된 삼성과 애플 간의 소송 항소심이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두 회사의 소송은 서로를 향한 고소가 맞물려 양측 모두 원고이자 피고인 상황. 2012년 12월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는 삼성이 애플의 특허권을 고의로 침해했다며 약 10억 달러의 배상금을 부과했다. 1심에서 완패했던 삼성이 과연 이번에는 반격할 수 있을까?

삼성과 애플의 핵심 사안은 단연 스마트폰의 디자인(‘삼성이 지적재산권, 특히 디자인 특허권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이 애플 측의 주장). 얼마 전에는 팔도의 ‘불낙볶음면’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모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화제가 됐었다. 상품 디자인이 중요해질수록 디자인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디자인이 모든 걸 결정하는 패션계라면? 두말 할 것 없이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난히 디자인 권리를 인정받는 것이 어려운 곳 역시 패션계다. SPA 브랜드들은 닮은 듯 다른 디자인을 만들고, 디자이너들끼리도 오‘ 마주’라는 명목하에 당당히 모방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게 가능할까?

국내법상 몇 가지 장치가 마련돼 있다. 형체가 없는 지식재산권은 문화·예술 분야를 보호하는 저작권과 산업 영역을 보호하는 산업재산권으로 나뉜다. 산업재산권에 속하는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은 특허청에 등록함으로써 취득하게 된다. 상표법 제42조에 따르면, 상표권은 등록일로부터 10년 동안 보호되지만 갱신에 의해 권리가 무한 유지될 수 있다. 이때 ‘상표’란?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상표법 제2조). 중요한 점은 흔히 ‘상표’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브랜드 로고뿐 아니라 상품의 형태, 패턴 등도 상표등록이 가능하다는 사실. 가령, 버버리는 체크 패턴 자체를 상표로 등록했고, 루이 비통은 잉크 병을 연상시키는 가방 잠금 장치를 상표로 등록했다.

한편 디자인권은 20년간 보호된다(디자인보호법 제91조). 여기서 등록할 수 있는 ‘디자인’이란? 물품의 형상 · 모양 · 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해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디자인보호법 제2조). 물론 기존의 디자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하거나, 이미 잘 알려진 관련 물품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은 등록할 수 없다(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34조). 상표권과 달리 존속기간 이후에는 그 권리가 즉시 소멸!

그렇다면 디자인권이 소멸한 상품은 맘껏 모방해도 된다는 의미일까? 답은 NO!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에 따르면 디자인권이 소멸됐다 해도 해당 디자인 자체가 이미 널리 알려져 그 자체로 상품 출처를 표시하는 경우엔 보호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얼굴이 명함’인 셀러브리티들처럼 ‘디자인이 상표’인 경우다. 가령 1984년 탄생한 에르메스 버킨 백은 수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특별한 로고 없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가방으로 자리 잡았다. 간결한 실루엣과 삼각형을 이루는 옆모습, 가느다란 가죽 스트랩으로 구성된 독특한 잠금 장치까지 딱 보는 순간 ‘에르메스’를 연상할 수밖에. 2008년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버킨 백과 유사한 가방에 ‘Henry High Class’ 상표를 붙여 판매한 피고측에 대해 “구별되는 상표를 사용했다 해도 ‘상품 출처 혼동’의 우려가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며 에르메스의 손을 들었다(켈리 백도 마찬가지!). 또 롱샴의 쇼퍼백을 둘러싼 2013년 6월의 서울고등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품의 구매자는 모방 상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구입했어도 그 상품을 본 제3자가 출처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등록 없이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 그리고 사후 70년까지 보호되는 저작권법 역시 효력이 있다. 문화 · 예술 분야를 보호하는 저작권법을 통해 보호받기 위해서는 패션 디자인 역시 예술의 한 영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정하지 않는 게 현실. 다만 상품의 디자인 중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과 가치를 지니거나 물품과 구분돼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2조상 ‘응용미술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독자적 패턴이 들어간 아이템의 경우, 그 패턴이 응용미술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최초의 ‘디자인 저작권법’이 탄생한 것은 1839년 영국 의회에서 디자인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부터다. 그로부터 150년이 훌쩍 넘었지만 디자인 권리보호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래서 세부적인 법적 보호 장치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디자인의 소유권을 지키려는 고군분투는 전 세계 곳곳의 패션 하우스에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