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올봄 초강력 트렌드, 레트로

2016.03.17

by VOGUE

    올봄 초강력 트렌드, 레트로

    당신의 새 시즌 위시 리스트는?
    나팔바지, 눈썹 위까지 내려오는 앞머리, 스튜디오 54의 글래머러스한 느낌…
    이것은 단순한 향수, 그 이상이다.

    패트릭 리치필드가 찍은 69년 보그 10월호에서는 넉넉한 실루엣과 고급 소재의 유행을 예고했다.

    패션계가 가장 잘하는 것 아닌가? 과거에 본 적 없는 아이디어들을 탐닉하는 것 말이다. 아니면 그 반대일까? 2015년 봄여름 컬렉션들이 아카이브를 배회하며 향수에 젖어 있는 걸로 판단해 보건대 이번 시즌 패션은 70년대로 돌아가 추억을 맹렬히 팔아치울 준비가 되어 있다. 한 달간 계속된 컬렉션의 시작을 장식한 데릭 램의 무대에 조니 미첼의 1974년 곡인 ‘Help Me’가 울려 퍼진 것은 복고로의 180도 변화’가 이슈라는 것을 암시하는 단서였다. 런던, 밀라노, 파리로 이어진 쇼들(특히 톰 포드를 비롯해 프라다, 푸치, 구찌에 이르기까지)이 70년대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기 때문에 시즌 전체가 빛바랜 향수를 느끼게 했다.

    물론 우리가 복고의 부활을 목격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는 2011년에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크리스토퍼 케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크로셰 룩을 선보였고, 마크 제이콥스는 70년대에서 영감을 얻은 퇴폐적인 롱 드레스들을 무대에 등장시켰다. 그 후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이 열렸다. 그리고 여기서 루이 비통의 플레어 A라인 코트들과 노출이 심한 헴라인은 70년대 초 분위기를 형성했다. 한편 생로랑은 우리로 하여금 빈티지에서 영감을 얻은 날카로운 의상에 기성복 가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친숙해졌다. 시간을 건너뛰어 최근 열린 리조트 컬렉션을 살펴보자. 미우미우는 니트 배꼽티를 선보였고,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벨 보텀은 한발 앞서 70년대 도장을 찍었다. 복고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또 다른 증거가 필요한가. 지금은 코스튬 느낌이 나지 않는 플레어와 프린지를 갈망하고, 또 그것을 입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것이 아주 적절하게 느껴진다. 이번 시즌엔 복고 감성이 궤도에 올랐고, 그것이 판매에 전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디자이너들은 이전에 존재하던 패션, 경우에 따라선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옷들(비록 먼지 가득하고, 좀이 슬고, 옷장 뒤쪽에 처박혀 있지만)에서 그렇게 큰 영감을 얻는 걸까? “우리는 수많은 노스탤지어를 목격하는 패션 세대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은 말한다. “그리고 그건 지금이 근본적으로 아무도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모든 사람이 자신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과거에 연연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고 싶다면 스마트폰만 보면 된다. #throwbackthursday 해시태그들이 우리의 인스타그램을 장식하고 있고 ‘타임합(Timehop)’-작년 이맘때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상기시켜주는 앱-은 다운로드 차트에서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 기준점이 그런 회상 분위기에 빠져 있는데 디자이너들이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게 놀라운 일일까? “그것은 패션은 30~40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제임스 레이버의 이론을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패션 역사가이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의 패션 저널리즘 석사과정 책임자인 주디스 와트는 말한다. “루이비통 쇼에서 우리는 아르누보 빈티지 리버티 프린트에서 영감을 얻은 재미있는 프린트와 크러시트 벨벳(Crushed Velvet)을 목격했습니다.”

    표면상으로 70년대에 대한 우리의 정의에는 데이비드 보위와 지기 스타더스트(20세기 들어 가장 무더웠던 76년 여름), 그리고 스튜디오 54에서의 섹시한 춤 장면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당시 현실은 더러운 동시에 매혹적이었다. 70년대는 혼돈과 혁명의 시대였다. 위기와 대격변이 창의력을 자극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스태그플레이션과 펑크 운동의 출현, 혹은 베트남전쟁과 존 레논의 ‘Give Peace a Chance’를 생각해보라!). 격렬한 파업 때문에 여성들이 오피엄 향수를 흠뻑 뿌리고 다니는 동안 거리에선 썩어가는 쓰레기 악취가 진동했다. 그리고 에너지 위기가 전세계를 휩쓸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이트클럽의 디스코 조명 아래에서 글램 록에 맞춰 춤을 추는 동안 그들의 집은 어둠에 잠겼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스팽글 느낌이 나는 톰 포드의 나팔바지에 정신을 빼앗기는 동시에 과거에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공상에 잠겨 있는 걸까?

    “물론 좋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노스탤지어를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요”라고 코톨드 미술 학교(Courtauld Institute of Art)의 패션 역사학자인 레베카 아놀드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이 단순히 한 시대를 모방하기 위한 것이라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런웨이에서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당신은 우주 시대의 은색이 가미된 기교적이고 독창적인 약간 스포티한 디자인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대신 패션의 미래는 완전히 새로운 프리즘을 통해 과거에 존재하던 것을 전달하는 것으로 정의될 것이다. 프라다는 18세기에서 영감을 얻은 패브릭으로 70년대 실루엣을 만들었을 때 과거에서 새로움을 발견했다. “그런 조합을 통해 여러분은 무언가 새로운 것, 제3의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아놀드는 추측했다. “그것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호랑이 도약 이론’과 같아요. 그 이론에서처럼 패션은 한쪽 눈으로는 과거를 바라보면서 미래로 도약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패션이 늘 해야 하는 일이죠.”

    High Voltage

    70년대 나이트타임 글래머가 부활했다. 만세! 70년대의 핀업 걸은 반짝이 패브릭, 테일러링, 그리고 넉넉한 나팔바지를 입고 유혹적인 프린지 헤어를 통해 세상을 보았다. 그녀는 디스코 댄스 플로어를 어슬렁거리기 위해 살았다. 그리고 그녀의 전성기는 40년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톰 포드를 비롯해 타미 힐피거 같은 디자이너들 덕분에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73년 마리사 베렌슨은 미러볼 실버로 장식된 검정 클로에 브이넥 드레스 차림으로 <보그> 커버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안토니 바카렐로의 지난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점프수트는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어깨와 가슴을 드러낸 네크라인으로 관능미를 뽐내거나 플랫폼 슈즈를 신고 남자보다 한 뼘 정도 커지길 원치 않는 여성이 있을까? 지금은 화려함을 즐길 때다.

    Hair Trends

    우리는 리조트 컬렉션에서 70년대 샴푸 브랜드 티모테이 광고에 나오는 편안하고 경쾌한 헤어를 처음 봤다. 예를 들어 미우미우와 스텔라 맥카트니에서는 뿌리를 세우지 않고 가운데 가르마를 탄, 끝이 웃자란 헤어가 등장했다(맥카트니가 영감을 받은 건 ‘자유롭고, 편안하고, 엄격하지 않은 그 시대’였다).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자연스럽게 마르도록 둔, 몇 가닥 뻗친 헤어를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땋은 머리나 곱슬머리 역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너무 신경 쓴 것처럼 연출하지 않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듯 보였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는 레드켄의 ‘필로우 프루프’ 스프레이를 사용해 이 헤어를 연출했다.

    Seventies Scents

    레브론의 향수 찰리(Charlie)는 새로운 독립적인 여성들을 위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반면, YSL의 리브 고쉬는 비순응적인 좌안의 파리지엔들에 대한 오마주였다. 한마디로 정치적인 것을 비롯해 자유로운 영혼(아나이스 아나이스, 니나 리치의 레르 뒤 땅), 대담한 것(YSL의 오피엄)에 이르기까지 70년대는 향수의 황금기였다. 그로 인해 이 향수들은 이번 시즌 눈여겨볼 만한 대상이 됐다.

    Seasoned Essentials

    이번 시즌 위시 리스트엔 메탈릭 플랫폼, 파라 포셋 선글라스, 바람에 날리는 스카프, 그리고 탠 컬러 가죽 백이 올라 있을 것이다.

    에디터
    로라 위어(Laura Wier)
    포토그래퍼
    PATRICK LICHFIELD, InDigital, JASON LLOYD-EVANS, MITCHELL S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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