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푸’의 허와 실

샴푸 없이 머리 감는 ‘노 푸’가 화제다. 기적을 맛봤다는 네티즌들의 예찬은 진실일까? 하루라도 감지 않으면 찝찝해서 못 견디는 지성 두피 에디터가 직접 체험한 노 푸의 허와 실!

끝내주는 성량의 영국 싱어송 라이터 아델, 눈부신 금발이 트레이드마크인 가수 겸 배우 제시카 심슨, 엘레강스 뷰티의 대명사 기네스 팰트로. 오목조목 잘 주차된 이목구비만큼이나 풍성한 머리 숱이 시선을 사로잡는 그녀들은 대체 어떤 샴푸로 머리를 감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정답은 ‘No’. 이들은 ‘노 푸’ 마니아니까! 여기서 노 푸는 ‘No Shampoo’의 줄임말로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독특한 샴푸 방식을 일컫는다.

조간신문, 모닝커피와 더불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기분 좋은 알람이던 샴푸가 한순간 욕실에서 사라져버린 사연은 이러하다. 인간의 두피는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기름기가 도는데 세정력이 강한 샴푸로 이것들을 모두 씻어낼 경우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욱 많은 윤활유를 만들어내 결과적으로 머리카락이 더욱 기름져 보일 뿐만 아니라, 샴푸에 들어 있는 각종 유해 성분들이 두피와 모발 손상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평생 몸 속에 남아 떠돌아다닌다는 것.

이 모두는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출처가 불분명한 연구 결과지만 적어도 ‘샴푸는 우리 몸을 해치는 악의 축’이라는 공식을 만들기엔 충분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동영상 전문 사이트와 유명 뷰티 블로그엔 미온수, 베이킹 소다, 사과 식초를 이용한 샴푸 대용 레시피가 떠돌고 있으며, ‘클렌징 컨디셔너’라는 이름의 샴푸 대체품이 헤어&보디 섹션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극찬! 전문가들은 혹평?

‘언빌리버블! 하루가 다르게 머리 숱이 풍성해지고 있어요!’ ‘헐, 대박! 끔찍했던 정수리 악취와 작별했어요!’ 이렇듯 포털 검색 사이트에 ‘노 푸’를 검색해보면 별 생각 없던 사람도 당장 따라 하고 싶을 만큼 솔깃한 후기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노 푸에 대한 전문가들의 소견은 섣불리 시도했다간 큰 코 다치는, 위험한 도전에 가깝단다. 이번 취재를 위해 만난 한국 최초 국제공인 탈모 전문가 이영희 원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 푸 트렌드에 불신을 내비쳤다.

“미국엔 아예 베이킹 소다를 주원료로 만든 베이킹 소다 샴푸가 있어요. 이게 두피와 모발 건강에 좋았다면 우리나라에도 수입이 됐겠죠?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흔히 냉장고 잡내 제거나 프라이팬에 눌어붙은 기름때 제거에 사용돼온 베이킹 소다는 세정력 면에선 굉장하다고 볼 수 있죠. 철수세미를 쓰지 않고도 일정 시간이 흐르면 기름때가 상당히 제거되니까요. 이런 측면에서 베이킹 소다가 두피 기름기 제거에 효과가 있을진 몰라도 각질은 또 다른 문제랍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전문의 유화정 교수도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샴푸의 주된 역할은 두피에 쌓인 피지와 먼지 제거입니다. 더불어 모발에 윤기와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컨디셔닝 효과도 있기에(덕분에 빗질도 용이하다!) 샴푸는 욕실을 지키는 생활필수품으로 분류되죠. 그런데 샴푸를 쓰지 않는 노 푸의 유행으로 오히려 두피 모공에 피지와 먼지가 뒤엉켜 염증을 일으키고 각질층이 두꺼워지는 과각화 현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없던 비듬이 생겨버리니 쉽게 말해 혹 떼려다 혹 붙인 셈이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컨디셔닝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해 모발이 뻣뻣해지고 뒤엉키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어요.”

최근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한 건강 기사도 욕실에 올라온 샴푸를 외면하는데 한몫했다. 내용인즉슨 우리 몸을 통틀어 제품 흡수력이 가장 뛰어난 부위는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두피이며, 자궁암이나 유방암 등 여성 암 수술 이후 제거된 암 덩어리에서 샴푸 냄새가 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과연 이토록 끔찍한 속설들은 전부 진실일까? 다행히도 전문가들은 샴푸에 관한 루머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금시초문입니다. 샴푸에 들어 있는 향료들이 화장품에 사용되는 향들과 특별히 차별화되지 않으므로 이해하기 힘든 낭설로 들리는군요. 샴푸는 대체로 입자가 커 모낭 입구에서 피지와 각질을 걷어내는 정도만 가능할 뿐 모낭에 연결된 모세혈관을 타고 내려갈 수 없거든요.”

 

말 많고 탈 많은 노 푸, 직접 해보니…

이영희 원장의 두피모발전문센터 리치앤영에서 진행한 비교 체험 결과는 노 푸에 대한 전문가들의 쓴소리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가장 일반적인 노 푸 레시피의 준비물은 분무기, 베이킹 소다, 미온수가 전부. 분무기에 한 티스푼의 베이킹 소다와 약 200ml의 미온수를 섞은 다음 두피와 모발을 충분히 적셔준 다음 손끝으로 조물조물 마사지하고 물로 헹궈내면 끝!

듣던 대로 참 쉽고 간단한데다 무엇보다 머리카락이 보송보송해져 노 푸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슬쩍 사라지려던 찰나, 60배 확대경으로 두피 구석구석을 근접 촬영한 화면은 두 눈을 감고 싶을 만큼 참혹했다. “이것 좀 보세요. 허연 각질이 그대로 붙어 있죠? 두피에 고여 있는 피지는 어느 정도 씻겨 나갔지만 각질은 처음 그대로 아니, 오히려 처음보다 들떠 있네요.” 제아무리 베이킹 소다가 유분기 제거에 탁월하다 하더라도 일반 샴푸와 비교해 세정력이 떨어져 샴푸를 대신하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으며, 이마 저도 제대로 헹궈내지 않는다면 어깨 위에 눈처럼 소복이 비듬이 쌓이는 건 시간문제란 말씀!

베이킹 소다 없이 물로만 헹구고 사과 식초로 마무리하는 레시피 역시 믿을 게 못 된다. “식초의 산성 성분이 오히려 두피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특별히 두피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노 푸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계면활성제야 충분히 헹궈내 두피에 남아 있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는데 말이죠. 두피나 모발 상태가 안 좋다면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나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SLES) 대신 비이온화된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제품이 두피와 모발 건강에 훨씬 유용하겠네요.” 유화정 교수의 설명이다.

 

건강한 두피와 모발은 완벽한 헹굼에서!

하루 삼세 번의 세안이 피부 관리의 기본인 건 맞지만 해답일 순 없듯이, 노 푸를 통해 두피 상태가 좋아졌다면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유명 배우들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면 두피 곳곳에 크고 작은 뾰루지가 생기거나 비듬으로 인한 가려움증,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반응들은 각자의 두피에서 생성되는 피지와 각질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니 ‘못해도 한 달은 해봐야지’란 고집은 그만 꺾고 샴푸와 재회하도록!

현재 쓰고 있는 샴푸의 성분표에 SLS나 SLES가 쓰여 있다 해도 법적으로 화장품에 쓸 수 있는 최대 사용량을 정해 놓았기에 내 몸에 해를 끼칠 거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굳이 베이킹 소다나 사과 식초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지 않는 친환경 샴푸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 “두피와 모발에 쌓인 노폐물은 체내로부터 나오는 분비물, 두발 전용 화장품의 잔여물, 대기 오염에 의한 먼지들로 나뉘는데, 먼지 같은 친수성 오염의 경우 물에 의해 씻겨 내려가지만 피지처럼 물에 잘 녹지 않는 소수성 오염의 경우 계면활성제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고로 머리에 기름이 잘 끼는 지성 두피라면 오히려 샴푸 사용이 필수적이며, 여기에 시클로피록스올아민이나 케토코나졸 등 지루성 피부염에 효과적인 성분을 함유한 약용 샴푸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실제로 탈모두피 전문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은 샴푸에 들어 있는 유해 성분으로 피해를 본 사례보다는 두피 타입을 간과해 오랜 시간 맞지 않은 샴푸를 써왔다거나, 제품을 꼼꼼하게 헹궈내지 않는 생활 습관, 잦은 염색과 펌 시술로 약품이 두피에 남아 있어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건강한 두피와 모발은 나에게 맞는 샴푸 선택과 완벽한 세정에서 비롯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간과하기 쉬운 두피와 모발 건강, 그렇기에 뜬소문에 현혹되기도 쉽다. 유행에 뒤처질 새라 따라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 둘씩 늘어나는 노 푸의 부작용은 뒤늦게라도 알아차리면 천만다행!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토너 한 병도 피부 타입에 맞춰 구입하듯 샴푸도 두피 타입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불필요한 각질과 피지가 쌓이기 전에 제때 씻어내는 것이야말로 20대 건강한 머리카락을 80대까지 사수하는 불변의 진리임을 명심 또 명심하자.

 

노 푸보다 효과적인 두피 모발 관리법 4

하나 탈모 예방의 첫걸음은 철저한 세정이다. 구석구석 철저히 잘 감는 것은 기본, 거품은 바로 씻어내지 말고 몸을 닦을 동안 각질이나 피지가 잘 녹아 나오도록 3~4분 가량 올려둔 다음 깨끗이 비벼서 씻어낸다.

두피도 엄연히 피부의 한 부분이다. 자신의 두피 타입, 스트레스 지수를 점검해서 현재 두피 상태에 가장 적절한 샴푸를 선택하자.

퇴근 후 두피 마사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 평소보다 일이 많아 신경 쓰였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엔 잠들기 전에 손끝을 이용해 단단하게 뭉쳐 있는 두피를 부드럽게 풀어주자.

외부 활동이 많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저녁엔 정수리의 피지 분비량을 체크해보자. 정수리를 누른 손가락 지문에 미끌미끌한 피지가 묻어난다면 귀찮더라도 반드시 감고 잠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