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기타 치는 <쎄시봉> 정우

90년대 키드 정우가 통기타를 둘러메고 잊혀진 청춘들의 낭만을 노래한다.
영화 〈쎄시봉〉에서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듀엣 트윈폴리오의
제3의 멤버가 되어 그 시절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무교동 뒷골목의 음악 감상실 ‘쎄시봉’에 오랜만에 불이 켜졌다.

어깨에 걸친 체크 셔츠는 팀버랜드(Timberland), 성조기 모티브가 패치워크된 데님 셔츠는 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빈티지 데님 팬츠는 미하라 야스히로(Mihara Yasuhiro at Mue), 스니커즈는 골든구스 디럭스(Golden Goose Delu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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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오늘을 돌아보면 사적인 역사보다 아이팟의 음악 리스트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인생은 추억이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정리된다. 정우에게도 결정적 순간들을 함께한 몇 곡의 노래가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를 배우로 각인시킨 영화 <바람>에서 교내 불법 서클 몬스터의 일원이 된 ‘짱구’ 김정국(정우의 본명)은 우렁찬 목소리로 소년 만화 같은 단가를 불러젖힌다. “우리는 서면에 자리 잡은 광상(광춘상고)의 몬스터! 정의와 의리에 죽고 사는 우리는 광상의 몬스터! 나도 한때는 마음잡고 공부하려고 했지만 사회가 우리를 받지 않아 우리는 영웅이 되었다!” 실제 정우의 사춘기 시절을 담은 이 성장 영화는 그에게 대종상 남우신인상을 안겼다. 갓 제대한 예비군 1년 차의 정우를 일약 스타로 발돋움케 한 <응답하라 1994>에선 90년대 가요가 흘러나온다. 첫키스의 순간은 더 블루의 ‘너만을 느끼며’로 기록된다. 신촌 하숙집의 3인방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 해태(손호준)가 다시 부른 이 곡은 드라마 OST에도 수록됐다. 그리고 지금,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정우는 잊힌 청춘들의 낭만을 노래한다. 지금은 사라진 무교동 뒷골목의 음악 감상실 ‘쎄시봉’이 그 무대다.

“스프링 쏘나타의 멜로디와 플항카(폴 앵카)의 크레이지 러브가 뒤섞인 명동의 거리. 쇼윈도우의 LP에 눈이 끌리는 숙녀들. 몇 해째 널리 보급된 LP와 일반의 감상열은 전례 없는 음악 감상 붐을 일으켜 날마다 수많은 젊은이가 음악 감상실로 모여든다. (중략) 담배 연기 자욱한 침침한 홀 스피카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 뭇 얼굴들이 명상에 잠긴 듯이 감상실은 젊은이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1959년 5월 4일, <동아일보>

한국의 월가로 불리던 60년대 종로 일대는 젊음과 음악의 거리였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샹송, 그리고 포크 뮤직의 시대였다. 명동을 주름잡던 멋쟁이들은 당대의 핫 플레이스였던 음악 감상실에 모여 디제이에게 신청곡을 보냈다. 고전음악 감상실 ‘KY 뮤직홀’, 대중적인 클래식과 팝 뮤직의 ‘돌체’, 경음악을 들려주던 ‘은하수’… 그 중 제일 유명한 건 ‘쎄시봉’이었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은 그 시절의 쎄시봉 멤버들(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이 출연한 방송을 보고 영감을 받아 또 하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전설의 듀엣 트윈폴리오가 사실은 세 명이었다는 가정 아래 시작된 영화 <쎄시봉>은 음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정우는 음악 천재 송창식과 미성의 엘리트 윤형주, 그리고 가상의 인물 오근태로 구성된 ‘쎄시봉 트리오’ 중 근태의 20대를 연기한다. 40대의 근태 역은 김윤석이 맡았다. “MBC <놀러와> ‘쎄시봉’편은 저도 봤어요. 되게 반응 좋았잖아요. 그 시절은 진짜 대단했던 것 같아요. 직접 느껴보진 못했지만 지금과는 다른 순수함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의 부모 세대에게 60년대가 황금시대라면 81년생인 정우에겐 90년대가 그렇다. “전 지금도 옛날 음악을 MP3에 담아 듣고 있어요. 구본승, 투투,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 해바라기와 김광석, 김현식의 노래들이오.” 물론 최신 가요도 안다. 정우는 의자에 앉은 채로 두 팔을 흔들며 EXID의 ‘위아래’ 춤을 췄다. 그리고는 쑥스러운 듯 떠들썩하게 웃었다.

데님 재킷은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패치워크 팬츠는 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데님 재킷은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패치워크 팬츠는 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제작 보고회에서 꽤 멋지게 기타 치며 노래하는 걸 봤어요.
너~무 떨렸어요. 노래 부르는 걸 싫어하진 않는데, 많은 사람 앞에선 쉽지 않더라고요. 전날 밤에 긴장해서 잠을 못 이뤘어요. 기분이 업된 상태였어요. 관객들, 팬들, 기자님들, 다 너무 보고 싶었거든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막 웃어서 사진은 엉망진창이에요.

<응답하라 1994>가 종영한 게 2013년 12월이니까 1년여 만이네요. 어떻게 지냈어요?
<쎄시봉> 촬영했고요. 쉴 때는 부산에도 가고, 집에서 뒹굴뒹굴했어요. 예능 프로그램 다운받아 보고, 밀린 영화들도 봤고요. 요즘은 계속 영화 <히말라야> 찍고 있어요. 어젯 밤까지 촬영하고 오늘은 집에서 좀 자다 왔어요.

다른 배우들이 모두 차기작을 선택한 후에도 다음 작품에 대한 소식이 없어 궁금했어요.
그땐 물리적인 상황이 그랬어요. 시나리오를 읽어봐야 결정할 수 있을 텐데, 드라마 끝난 후에도 부수적인 스케줄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결국엔 다 읽어봤어요. 저한테 들어온 시나리오는 싹 다. <쎄시봉>은 일단 공감이 됐고, 되게 설렜어요. 두근두근하더라고요.

<쎄시봉> 역시 ‘응사’처럼 음악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에요.
저도 신기해요. ‘응사’ 때 OST 작업도 제가 먼저 감독님께 농담처럼 제안했거든요. 나 드라마 OST 한번 불러보고 싶다고. 그냥 막 던진 거죠. 초반엔 “상품 가치 없다”고 퇴짜 맞다가 4~5회 지나고 나서 통과됐어요. 재미 삼아 추억 삼아 한 건데 그때 녹음실을 경험한 게 이번 영화 할 때 꽤 도움이 됐죠.

제일 자신 있는 기타 연주곡이 뭐예요?
이장희 선배님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코드 안 보고 칠 수 있어요. 어쨌든 선생님께 검사받으며 배운 곡이니까 그나마 편하죠. 제 기타 실력은 영화에 나오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에요. 남들 앞에서 보여주기엔 뭐랄까? 자신이 없다고 해야 하나…

학창 시절에 기타 안 잡아봤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해변에 모여 앉아 기타 치고 하는데, 좀 ‘범생이’ 같다고 생각했어요. 통기타든 클래식 기타든 그때는 그게 너무 착해 보였어요. 부산 촌놈이다 보니 기타 튕기는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거든요. 한참 후에 처음으로 누군가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봤는데, 감동이 굉장했어요. 사람들이 기타를 작업의 정석이라고 하는 게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아쉽지만 전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어요.

대신 현진영과 와와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잖아요.
네, 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만 했어요. 춤은 독학으로 배웠죠. <무한도전> ‘토토가’ 보셨어요? 왠지 모르게 눈물 나지 않아요? 전 처음에 터보 나왔을 때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요. 제가 옛날에 그 춤을 췄거든요. 학교에서 소풍 갔을 때. ‘와’ 하며 보는데, ‘저 사람들도 나이가 드는구나. 한 시대가 가는구나’ 기분이 묘했어요.

20년쯤 후엔 90년대 가요계 이야기로 <쎄시봉> 같은 영화가 나올지도 모르죠.
그땐 제가 40대 역할을 하면 되겠네요! 하하.

회색 티셔츠는 존 화이트(John White), 밀리터리 재킷은 미하라 야스히로(Mihara Yasuhiro at Mue), 패치워크 디테일의 팬츠는 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스니커즈는 골든구스 디럭스(Golden Goose Deluxe). 패브릭 의자는 까사 알렉시스(Casa Alexis).

회색 티셔츠는 존 화이트(John White), 밀리터리 재킷은 미하라 야스히로(Mihara Yasuhiro at Mue), 패치워크 디테일의 팬츠는 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스니커즈는 골든구스 디럭스(Golden Goose Deluxe). 패브릭 의자는 까사 알렉시스(Casa Alexis).

그 시절의 쟁쟁한 스타들 중 특히 누구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음, 듀스의 이현도! 캬~! 장난 아니죠. 김성재도 정말 좋아했어요. 우열을 가릴 수가 없죠. 상상만 해도 짜릿하네요.

<쎄시봉>을 보는 관객들도 그런 기분일 것 같아요.
뭔가 치유되는 것 같아요. 아련한 추억에 젖게 되고. 그래서 ‘응사’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토토가’나 <놀러와>의 ‘쎄시봉’ 특집 같은 방송이 큰 호응을 얻은 게 아닐까 싶어요. 이번엔 우리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원조 쎄시봉 멤버들은 만나보셨어요?
단체로 쎄시봉 콘서트를 보러 갔어요. 송창식 선배님은 그 후에도 따로 한 번 뵀고요. 미사리에서 공연을 하시니까 찾아갔죠. 마침 기타리스트 함춘호 선생님도 계셨어요. 담소 나누고, 주변 분들과 기념사진 촬영하고, 공연도 봤어요. 대형 공연장이나 그곳 무대나 전율이 느껴지는 건 똑같더라고요. 과장이 아니에요. 그분은 진짜 전설이에요.

정우 씨가 맡은 역할은 트윈폴리오 제3의 인물 오근태예요. 60년대 말 결성 당시엔 실제로 듀오가 아닌 3인조였죠. 한 분이 군대 가면서 송창식과 윤형주 두 분만 남게 됐고요.
촬영 전에 그분과도 만났어요. 영화 속 근태는 가상 인물이지만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인 만큼 궁금했어요. 동물적인 느낌 같은 건데, 한 번 뵈면 연기할 때 심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게 이야기의 주인공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근태는 왜 하필 ‘통영 촌놈’으로 설정된 거예요?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통영엔 처음 내려갔는데, 덕분에 회식 잘하고 왔죠. 거기서 고깃집을 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 만난 저랑 제일 친한 친구의 친구인데, 그 친구가 크게 쐈어요. 그것도 투뿔로 쫙~! 전복도 주먹만 한 것으로만 쫙~! 감독님들 전부 쫙 ‘올 킬’! 엊그제도 조기랑 곰국거리 잔뜩 보내줘서 집에다가 푹 고아놨습니다.

혼자 사는 남자가 손수 곰국을 끓여 먹는다고요?
네, 흔치 않죠. 어제 스케줄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24시간 마트 들러서 마늘 두 상자랑 양파 큰 거 25개짜리랑 생강 사다가, 사골 다 손질해가지고 끓였어요. 그 전날에 미리 핏물을 받아놨거든요. 제가 좀 요리를 괜찮게 해요. 하하.

대단하네요. 혼자 산 지 몇 년째죠?
입시 준비 때문에 부산에서 올라온 게 열여덟 살 때였어요. 99년도. 그리고 제가 꼬리곰탕의 맛을 알게 된 건 2009년 무렵. 그렇게 곰국의 역사가 시작된 거죠. 한 솥 끓여도 진액만 뽑으면 얼마 되지도 않아요.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라 어머니도 이번 영화에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굉장히 좋아하시죠. 잘 아는 내용이니까. 저희 어머니는 서점을 해서 요즘 아이돌 가수들도 잘 아세요. 물론 지금은 서점을 그만두셨지만. 장사가 안 됐거든요.

유명한 아들 덕분에 흥한 게 아니고요?
요즘은 사람들이 책 자체를 잘 안 사는 거 같아요. 저희 가게인지 다 아시는 데도 와서 뭐랄까, 그냥 보기만 하고 가시더라고요. 책은 딴 데서 사시는지. 하하.

서점하는 집 아들이었으니 책을 많이 읽었겠어요.
책을 많이 날랐죠. 하하. 만화책조차 안 좋아해서 정말 책을 많이 나르기만 했어요.

어머니도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들락거리던 멋쟁이들 중 한 명이었을까요?
그땐 서울에 계셨으니까 옛날 사진을 보면 그랬을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어요. 제가 태어나 눈 뜨고 바라본 어머니는 동네의 평범한 아주머니, 누구의 어머니, 강한 사람. 이런 거예요. 고생하시던 모습만 기억에 많이 남아 있고.

아이스 데님 재킷은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메시 티셔츠는 랑방(Lanvin), 데님 팬츠는 헬스 벨스(Hells Bells at SNAP Store), 소파에 걸쳐놓은 카무플라주 패딩 점퍼와 바닥에 놓인 패치워크 데님 팬츠는 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3인용 가죽 소파는 까레(Kare).

아이스 데님 재킷은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메시 티셔츠는 랑방(Lanvin), 데님 팬츠는 헬스 벨스(Hells Bells at SNAP Store), 소파에 걸쳐놓은 카무플라주 패딩 점퍼와 바닥에 놓인 패치워크 데님 팬츠는 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3인용 가죽 소파는 까레(Kare).

만약 60년대를 여행할 수 있다면,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고 싶어요?
아버지 옆에 가보고 싶어요. 그런 생각이 좀 드네요.

영화 <백 투 더 퓨쳐>처럼?
네, 아버지도 한때 연극을 했대요. 공연은 어떻게 했는지, 아버지는 젊은 시절 나처럼 말썽 안 부리고 진짜 잘하셨는지 보고 싶어요. 어머니보단 돌아가신 아버지가 궁금해요.

아버지랑 많이 닮았어요?
우리 아버지니까 좀 닮은 편이죠. 얼굴도 그렇고,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옛날 음악 좋아하는 것만 해도 그래요. 예전에 아버지가 카세트테이프를 팔았거든요. 외국 팝송이라든지 일본 노래라든지, LP판도 팔고. 그래서 집에도 굉장히 많았어요. 전축으로 음악을 듣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요.

‘정우의 노래방 애창곡’은 뭐예요?
특별히 애창곡이 없어요. 가끔 휴대폰 메모장에 좋아하는 노래 목록을 적어놓긴 하는데, 최근 건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에요. 기타 배우면서 한번 ‘띵가 띵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도해봤는데,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유튜브로 영상을 봤는데, ‘띵딩딩딩딩’ 와우, 장난이 아니에요.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이크’와 느낌이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분위기는 밝은데 가사는 굉장히 슬프거든요.

둘 다 사랑하던 여자와 헤어지는 순정남의 얘기죠. 김현석 감독은 이번 영화가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이크’에서 출발해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로 완성된다고 했어요. 본인도 근태처럼 순정파예요?
애매하네요.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다른 거니까. 대체로 무난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애틋한 첫사랑의 추억 같은 걸 물어봐도 답은 뻔하겠죠?
첫사랑, 있겠죠. 저도 사람인데. 하하. 다만 첫사랑의 정의를 내리라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 <바람>에서 나온 그 친구인지, 중학교 시절인지, 아니면 ‘국민학교’ 때였는지. 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면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결국 가장 까마득한 초등학교를 선택했네요. 그럴 줄 알았어요.
아니 그게, 좀 들어보세요. 차렷, 열중쉬엇 하다 손등이 서로 부딪쳤는데 전율이 일더라고요. 그 후로 몇 년 동안 그 친구를 좋아했어요. 몸의 성장을 다 느끼고 나서 알게 된 사랑이든 그전이든 아련하던 시기가 있다면 누구나 근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쎄시봉 멤버들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특히 이장희 역할을 맡은 진구 씨랑 잘 맞았어요. 저랑 동갑인데 그 친구가 절 많이 배려해줬어요. 배우들끼린 정확히 알 거예요. 촬영 슛이 들어가고 카메라가 돌아가면 이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는지. 사회에 나와 배우라는 직업인으로 만난 친구 중엔 최고인 거 같아요. 그렇게 빨리 마음을 열어준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해요.

극 중 또 한 명의 근태, 김윤석 씨와는 부산 출신이라는 것 외에 어떤 공통점이 있던가요?
이번에 처음 뵀는데, 일단 남자고요. 하하. 둘 다 목소리 톤이 중저음이죠. 감히 제가 선배님과의 공통분모를 찾는다는 게 조심스러워요. 선배님과 한 프레임에 잡히는 신은 없지만, 같은 작품 안에서 동일한 인물로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텐 영광이죠.

붉은색 체크 셔츠는 와코 마리아(Wacko Maria at Beaker), 허리에 감은 워크 셔츠는 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데님 팬츠는 아페쎄(A.P.C.).

붉은색 체크 셔츠는 와코 마리아(Wacko Maria at Beaker), 허리에 감은 워크 셔츠는 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데님 팬츠는 아페쎄(A.P.C.).

2인 1역이라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오히려 든든했어요. 선배님이 연기한 근태를 봤는데, 확실히 무게감이 있더군요.

정우의 40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 결혼해서 애 낳고 괜찮게 살아가고 있겠죠. 네, 그렇게 살고 싶네요. 제 본명이 김정국인데, 배우 누구보단 인간 김정국으로서 괜찮게 살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물론 그 속에 배우라는 직업이 분명히 크게 자리하고 있겠지만.

불안하면 운동에 집착한다고 한 인터뷰를 봤어요. 요즘은 어때요?
그땐 1년 중에 촬영 있는 날이 한 달도 안 됐으니까요. 336일이 남는데, 운동이라도 해야죠. 체력은 안 되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꾸준히 하려고는 해요.

예전처럼 불안하진 않은가 봐요.
서른을 찍고 나서부터는 그저 하루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자는 주의예요. 전엔 굉장히 치열했거든요. 어느 순간이 되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바라는 게 뭘까?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인가? 왜? 돈도 벌고 부와 명예를 다 가질 수 있으니까? 그러면 행복할까? 그건 또 아니더라고요. 진정성이 없으면 배우는 탁해지는 것 같아요. 쉽지 않지만 지금은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해요. 열정은 유지하되 치열하기보다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러기 위해선 누수가 없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죠. 이번 영화를 100% 즐겼다고는 못하겠지만, 51%는 넘은 것 같아요.

<바람>에서 아버지께 맹세했죠? 괜찮은 어른이 되겠다고. 그런 어른이 된 것 같나요?
그러려고 노력은 합니다. 힘들어요. 이게 참 희한해요. ‘응사’ 끝나고 수많은 대본과 시나리오가 물밀듯 밀려왔지만, 감사하면서도 죄송하고 또 고통스러웠어요. 이 세 가지 마음이 공존했어요. 어떤 이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제가 뭐라고 작품을 선택하겠어요. 한 분 한 분 찾아가 전부 사과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게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그 여운이 꽤 갔어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진짜 가슴이 아파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일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때가 힘들었다니 의외네요.
전과는 또 다른 힘듦이 있더라고요.

그래도 금전적으로는 훨씬 여유로워졌잖아요. 새로 산 것 중 가장 비싼 품목은 뭐예요?
이사했어요. 전세에서 전세로 가긴 했는데, 평수가 좀 넓어지긴 했죠. 안에 있는 물건은 거의 그대로예요. 쇼핑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옷도 거의 안 사요. 지금 신은 신발이랑 양말, 안에 입은 티셔츠도 팬들에게 선물 받은 거고.

3월엔 히말라야로 떠난다고 들었어요. <히말라야>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실화를 담은 산악 영화라고요. 어때요, 산은 좀 탈 만해요?
아니요. 하하. 전 산 정상보다 산 밑의 음식점들을 좋아합니다. 정민이 형(황정민)이랑 산에 갔다가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전요, 백두대간 종주라는 게 선달산까지만 올라가면 끝일 거라 생각했어요. 쭉 내려가는 일만 남은 줄 알았죠. 그런데 아니었어!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던 거예요. 종주라는 게 산맥을 따라 봉우리 몇 개를 넘는 거더군요. 정민이 형한테 너무 죄송했어요. 제가 형의 속도를 따라가질 못하니까.

<히말라야>는 딱 제목부터 엄청 힘들 것 같잖아요.
그러니까요. 그럼에도 꼭 하고 싶었어요. 2005년 에베레스트 원정 당시 벌어진 사건인데, 정민이 형을 비롯해 많은 선배님이 출연하거든요. 제가 맡은 박무택이라는 역할은 엄홍길 대장이 가장 아끼는 후배예요.

1월 14일이 생일인데, 뭘 할 계획이에요?
그게 음력 생일이에요. 정월 대보름 전날이니까 올해는 3월 초쯤? 아, <쎄시봉>이 개봉하고 어느 정도 결과가 판가름 나 있을 때네요!

모쪼록 기쁜 생일날이 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