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목걸이 레이어링 비법

2016.03.17

by VOGUE

    목걸이 레이어링 비법

    히피 룩의 유행을 타고 돌아온 스타일 공식 중 하나는 액세서리 레이어링이다.
    겹치면 겹칠수록 멋이 나는 목걸이 스타일링 비법.

    MINIMAL MIND (위부터)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더한 부채꼴 목걸이는 불가리, 막대 장식과 두 개의 원 장식 목걸이는 넘버링, 잿빛 원석 참 목걸이는 젬앤페블스, 진주 장식 목걸이는 타사키.

    BOHEMIAN RHAPSODY (위부터)십자가 장식 목걸이는 젬앤페블스, 푸른색 스톤 장식 목걸이와 커다란 펜던트 목걸이는 사만타 윌리스(at 옵티컬 W), 청록색 펜던트 목걸이는 포에버 21.

    패션계는 단체로 타임머신에 올라타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쯤으로 돌아갔다. 구찌부터 에트로, 타미 힐피거, 발렌티노, 셀린까지 저마다 70년대 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우리는 2015년에 히피와 집시 스타일이 전성기를 누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반전과 평화의 목소리가 드높던 당시 패션을 다시 경험하게 되었다. 이쯤 되면 어디선가 밥 딜런과 조니 미첼의 기타 선율이 들려올 법도 하다(아닌 게 아니라 에디 슬리만은 이번 시즌 생로랑 광고 캠페인에 조니 미첼을 섭외해 촬영했다).

    실용적인 유행의 발원지인 미국 <보그>는 재빨리 그 시절을 회고했다. 지난해 12월 화보 ‘Paint it Wild’ 속 브루스 웨버의 렌즈에 포착된 모델 캐롤라인 트렌티니와 안나 이버스는 화려한 페이즐리와 꽃무늬 차림으로 배우 찰리 허냄과 함께 풀밭을 뛰놀았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릴 때쯤 북부 캘리포니아 어느 코뮨(히피 공동체)의 자유 여인을 연기한 그들의 룩에는 스타일링 공식이 숨어 있다. 화보를 진행한 베테랑 패션 에디터인 카밀라 니커슨은 그 시절 히피들이 그랬듯 모든 룩에 목걸이들을 치렁치렁 레이어링한 것.

    니커슨은 생로랑의 2015 리조트 컬렉션을 보며 목걸이 레이어링 힌트를 얻었을 법하다. 남성복 사이사이에 등장한 여자 모델들 모두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개 정도의 목걸이를 건 채 런웨이에 등장했다. 금속 구슬로 엮은 듯한 짧은 초커부터 아메리칸 인디언이 만들었을 법한 ‘드림 캐처’ 스타일의 펜던트, 그리고 가죽과 루렉스 소재의 술 장식 목걸이까지. 여러 겹의 시폰으로 만든 드레스에 스웨이드 재킷을 입고 여러 개의 목걸이를 걸친 모델 그레이스 하첼은 첼시 호텔을 드나들던 전성기 시절 제니스 조플린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목걸이를 레이어링하기만 하면 히피 룩을 시도했다고 할 수 있을까? 당시 패션 아이콘들의 스타일을 유심히 살펴보면 목걸이를 얼마나 예쁘게 겹치느냐가 깨알 같은 스타일링 포인트였다. 길고 짧은 목걸이를 항상 두 개씩 걸고 다녔던 제인 버킨부터 화려한 목걸이를 즐겼던 마리사 베렌슨까지. 당대 슈퍼 패션 아이콘으로 손꼽히던 아니타 팔렌버그 스타일은 목걸이로 더 유명해졌다. 롤링 스톤스의 키스 리처드와 연인 사이였던 그녀는 꽃무늬 시폰 드레스에 목걸이 여러 개를 걸치고 파파라치의 시선을 독점했다. 심지어 제인 폰다가 팔렌버그에게서 패션을 배웠다고 고백할 정도. 믹 재거와 함께 영화 에 출연하며 그에게 여러 겹의 목걸이를 걸쳐준 것도 팔렌버그의 패션 센스다.

    아니타 팔렌버그를 추종해왔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패션 아이콘이 또 있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성들의 스타일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케이트 모스 역시 팔렌버그의 열혈 신도를 자처한다. 스승 못지않은 센스를 자랑하는 그녀 역시 목걸이 레이어링 비법을 터득했다. 2013년 남편인 제이미 힌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을 찾은 케이트의 옷차림을 한번 보자. 검정 티셔츠와 카키색 톱 위로 금빛 목걸이를 걸친 그녀는 동시대적인 목걸이 레이어링의 정답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모든 목걸이 레이어링이 히피 스타일을 부르짖는 건 아니다. 랑방 주얼리를 담당하는 디자이너 엘리 탑은 크고 대담한 목걸이들을 더해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마르니의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는 조형적인 목걸이를 세트로 마련해 전형적인 마르니 룩을 완성했다. 미니멀한 목걸이를 겹치는 것 역시 이번 시즌의 매력적인 대안이다. “평소 세 개 이상의 목걸이를 레이어링합니다.” ‘넘버링’의 디자이너 김누리는 리얼리티에서 돋보일 보다 현실적인 목걸이 스타일링에 대해 조언한다. “목걸이를 겹칠 때 가장 신경쓸 부분은 서로 얽히지 않게 하는 거예요.” 그녀는 굵은 체인 줄과 진주를 섞거나 가느다란 체인에 네모난 체인을 더하는 식으로 ‘불상사’를 피한다. “가는 체인 목걸이를 여러 개 걸쳤다가 머리카락에 엉키면 그야말로 재앙이에요.”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목걸이 길이도 중요하다. 초커처럼 짧은 목걸이, 가늘게 떨어지는 펜던트나 참 목걸이, 그리고 아주 길고 굵은 버전 등등. 특히 디자인이 대담한 목걸이는 베이식한 스웨터나 셔츠 위로 꺼내 존재감을 과시해도 좋다. “한국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목걸이는 진주가 장식된 목걸이에요. 작은 진주 목걸이에 가느다란 금 목걸이를 겹치면 얌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완성됩니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손기호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사진
      INDIGITAL,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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