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따끈한 초콜릿 한 잔

밸런타인데이가 돌아왔다.
올해는 제발 잔뜩 치장한 초콜릿 바구니만큼은 사양해주길!
차라리 따끈한 초콜릿 한 잔은 어떨까?
초콜릿 카페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달콤한 하루를 선물할 것이다.

꽃다발과 초콜릿 바구니를 든 사람들로 북적대는 밸런타인데이의 진풍경을 소소한 일상의 이벤트로 즐겨줄 여유쯤은 있지만, 제과업계의 상술로 포장만 부풀린 형식적인 초콜릿 상자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차라리 가까운 초콜릿 카페를 찾는 게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 따끈한 초콜릿 음료야말로 사랑 고백을 앞둔 당신의 심장을 진정시켜주는 동시에 남자 친구의 에너지를 호로록 불어넣는 ‘사랑의 묘약’이 되어줄 테니까! 초콜릿에는 심장에 좋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물론 관능적 화학물질 페닐에틸아민까지 충만하다. 쇼콜라티에가 한 땀 한 땀 만드는 수제 초콜릿만큼이나 분위기도 달달한 초콜릿 카페는 꽃샘추위로 언 몸을 녹이고 두 사람만의 달콤한 시간을 완성하는 데 제격일 것이다. 굳이 밸런타인데이가 아니더라도 또 찾고 싶어질지 모른다.

청담동 드보브 에 갈레(Debauve et Gallais)는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샹젤리제 거리의 후미진, 하지만 전통 있는 초콜릿 부티크를 찾은 기분에 휩싸인다.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안락한 가죽 소파, 정갈한 탁자 등 빈티지한 가구 인테리어는 부단히 고급스러우면서도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다. 1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는 할머니 직원의 자부심 어린 명품 초콜릿 가이드를 듣고 나면, 그녀의 흰 단발머리와 주름진 미소마저 카페 분위기를 이루는 소품같다. 유리 쇼케이스에 가지런히 놓인 봉봉 초콜릿은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파리의 장인들이 만들어 보낸 수제 초콜릿인데, 이보다 이곳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는 직원이 정성껏 조리해내는 초콜릿 음료들(물론 원재료는 같은 프랑스 왕실 초콜릿!). 단맛보다 진하고 깊은 풍미를 앞세우는 핫초콜릿 ‘D&G 쇼콜라’를 한 모금 입에 대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화이트 초코 민트티’ 등 잔 세팅까지 각별해 보이는 라인업이 카페 한구석 오붓한 밀실에 주저앉게 만든다. 테이크아웃은 하지 않는다.

사직동에 자리한 레더라(Läderach) 경희궁점은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산 초콜릿 부티크. 커다란 판 형태로 진열된 초콜릿 덩이를 조금씩 잘라주는 ‘후레쉬 초콜릿’이 이곳의 대표 초콜릿 아이템인데, 카페 메뉴 역시 고급스러운 입맛을 끌어당긴다. 우유까지 알프스의 맑은 기운을 실어온 재료로 만들어내는 오리지널 핫초콜릿 ‘스위스 클래식’을 비롯해 단맛이 거의 없이 진한 카카오 맛이 돋보이는 ‘다크 인텐스’ 등 초콜릿을 베이스로 한 음료는 매우 다채로워 카운터 앞에서 얼마간 망설이게 만든다.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다른 지점과 달리 사직공원 건너편에 자리한 경희궁점은 2층에 넓고 쾌적한 카페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어 밸런타인데이 시즌만 아니라면 늘 한가로움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데이트 명소기도 하다.

초콜릿 공방도 함께 운영하는 에이미초코(Amychoco)는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이미 소문 자자한 초콜릿 카페로 평일 낮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댄다. 다크 초콜릿을 우유에 녹여 만든 시그니처 핫초콜릿 ‘에이미 초코’ 등 10여 가지 드링크는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초콜릿 음료의 진수를 선보인다. 바나나와 함께 갈아 만든 ‘몽키초코’, 생강을 넣은 ‘진저초코’를 필두로 그 어느 카페에서도 목격한 바 없는 초코피자와 초코쌈 등 도전적 메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맛도 제법 괜찮으니!). 맥도날드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아쉽기는 한데, 목소리 죽이지 않으면서 수다 떨고픈 친구와 연인이라면 오히려 반길 만한 초콜릿 카페다. 물론 테이크아웃도 반긴다.

4개월 전 연남동에 문을 연 초콜릿 카페 17도씨(17℃)는 테이블이 다섯 개 남짓한 작은 가게로 봉봉 초콜릿이 가장 맛있는 온도가 섭씨 17도여서 착안한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었다. 요즘 가장 핫한 동네 연남동의 신상 초콜릿 카페답게 트렌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로 벌써 단골손님을 붙들어 모은 상태. 명함부터 수제 봉봉 초콜릿까지 정사각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젊고 훤칠한 쇼콜라티에가 만드는 초콜릿과 케이크도 유혹적이지만 초콜릿 농도에 따라 그저 ‘달콤한 초콜릿’부터 ‘진짜 진한 초콜릿’까지 4단계로 나뉜 핫초콜릿과 커피를 믹스매치한 초콜릿 드링크가 누구나 기분 좋게 만든다. 제법 모양새를 갖춰가는 경의선 숲길 공원을 통유리창 너머 바라보며 느긋하게 달콤한 핫초콜릿 한 잔 곁들인다면 이곳에선 가끔 혼자라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