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글래디에이터 샌들 4단계 노하우

2016.03.17

by VOGUE

    글래디에이터 샌들 4단계 노하우

    늘 ‘머스트 해브’ 리스트에 오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 까다로웠던 글래디에이터 샌들.
    이번 시즌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폼 나게 신기 위해 미리미리 챙겨야 할 4단계!

    STEP 1. TRACING TREND

    언제부턴가 여름 슈즈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글래디에이터 샌들이다. 러셀 크로우의 <글래디에이터>는 알아도 패션에 눈곱만큼도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이름조차 생소한 이 신발이 언제부터 패션 슈즈가 됐는지 궁금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글래디에이터란 이름은 고대 로마 검투사 ‘글라디아토르(Gladiator, 검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가 신던 신발에서 비롯됐다. 폼페이 유적 벽화의 검투사 모습을 보면 요즘 글래디에이터 샌들과 꼭 닮은 신발을 확인할 수 있다. 얇은 가죽 스트랩으로 발등부터 무릎까지 칭칭 감아 올린 모습. 그런 검투사 신발을 여자들이 신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후반부터다. 깡마른 다리가 미의 기준이었던 그 시절 마이크로 미니스커트와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그야말로 찰떡궁합! 이것은 70년대 히피 무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젊은 제인 버킨이 보헤미안 드레스 아래 납작한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신은 모습을 떠올려보라. 1차 전성기를 누린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80년대 워킹 우먼들의 기세에 밀려 한동안 패션계에서 자취를 감췄다(93년 지아니 베르사체의 S&M적인 가을 컬렉션, 2006년 돌체앤가바나 봄 컬렉션에서 흔적이 나타나긴 했다). 심지어 2007년 여름 ‘people.com’에서 진행한 투표에서는 ‘가장 보기 싫은 여름 아이템’으로 글래디에이터 샌들이 뽑힐 정도. 하지만 다음 해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 무대에서 비로소 2차 전성기가 시작됐다. 얼핏 다족류처럼 보이는 디자인의 무릎까지 올라오는 샌들은 순식간에 패션지 화보 속에 등장하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자 마크 제이콥스, 헬무트 랭, 장 폴 고티에, 알렉산더 맥퀸 등이 글래디에이터 샌들에서 영감을 얻어 경쟁적으로 슈즈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우리 시대 영원한 보헤미안 안나 수이는 글래디에이터 샌들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특별히 노력한 듯 보이지 않지만 세련되고 편하죠. 눈이 오기 직전까지 신고 싶어요.” 그 결과 딸과 함께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맞춰 신은 케이트 모스부터 기네스 팰트로, 케이티 홈즈, 카메론 디아즈, 캐롤리나 쿠르코바 등 패션 셀러브리티들이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신고 레드 카펫을 밟는 모습을 흔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매 시즌 글래디에이터 샌들의 인기는 늘 ‘To be continued’!

    STEP 2. GETTING SHAPED

    아무리 패션계에서 입을 모아 찬양한들 일상에서 글래디에이터 샌들에 도전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웬만큼 길고 늘씬하게 뻗은 다리가 아니라면 이것은 신는 순간 짧고 굵어 보일 수 있으니까. 스트랩 사이로 살이 튀어나오진 않을지, 벗은 후에도 여전히 다리에 자국이 남는 굴욕이 연출되진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글래디에이터 샌들에 어울리는 다리를 만들 수 있을까? 먼저 꼬이고 비틀린 종아리 근육을 펴서 부기와 군살을 빼는 운동에 돌입해야 한다.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오른발은 앞으로, 왼발은 뒤로 길게 뻗은 뒤, 앞쪽 다리를 90도로 구부린 채 3초간 유지한다. 이 동작을 다리를 바꿔 똑같이 20회 반복. 또 줄넘기할때 PT 체조하듯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붙이며 뛰면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자극해 탄력 있는 다리선을 만들 수 있다. 운동만으론 매끈하게 만들기가 힘들기에 고주파로 근육신경을 섬세하게 차단하는 ‘종아리 퇴축술’ 역시 화제다(근육의 수축·이완 운동을 차단해 종아리를 자연스럽게 퇴화시키는 게 원리). 흔히 ‘걸 그룹 시술’이라 부르는 그것이다. 운동과 시술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노출의 계절이 찾아왔다면? 그렇다고 포기하긴 이르다. 착시 현상을 잘 활용하면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멋지게 신을 수 있다. 다리가 짧고 굵은 편이라면 절대 발목을 넘기는 디자인을 선택하지 말 것. 종아리 끝에서 딱 끊는 시각적 효과로 인해 더 짧고 굵어 보일 수 있다. 완전히 짧거나 긴 디자인을 선택하는 게 비법. 가로 스트랩이 규칙적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X자로 교차하거나 사선으로 나란히 올라가는 디자인을 고르는 것 역시 노하우다. 자신의 피부톤과 같은 컬러라면 금상첨화! 최근에는 샌들 밖으로 보이는 발가락과 발뒤꿈치 모양을 예쁘게 해주는 시술까지 등장했지만, 그런 극단적인 선택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네일 편집숍 ‘유니스텔라’의 박은경 실장은 이미 복잡한 글래디에이터 슈즈에는 화려한 페디큐어보다 단색 네일 컬러가 적절하다고 권한다. “네일 컬러로 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어요. 정리가 잘된 깨끗한 발은 기본이죠.” 일자로 정리된 스퀘어 발톱에 또렷한 색상의 네일 컬러를 바르면 끝이다.

    STEP 3 CHOOSING BRAND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한 매끈한 다리와 예쁜 발톱이 준비됐다면 본격적으로 샌들을 고를 차례. 이번 런웨이는 그야말로 ‘검투사’들의 낙원! 디자이너들은 길이, 소재, 디자인이 다른 각양각색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무대에 올렸다. 그 가운데 단연 최고는 발렌티노! 얇디얇은 가죽 스트랩을 무릎까지 감은 디자인은 고대 검투사 신발을 제대로 복각한 듯하다. 네타포르테의 바이어는 이번 시즌이 전에 없던 글래디에이터 샌들 전성기라고 설명하며 발렌티노 샌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주 적당한 장식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완벽한 샌들! 여름에 입을 만한 선 드레스부터 데님 쇼츠, 이브닝 드레스까지 모두 잘 어울린다.” 이처럼 원조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고스란히 재현한 샌들은 휴고 보스, 어덤, 알베르타 페레티 매장에서도 볼 수 있다.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긴 디자인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면? 발렌티노, 스텔라 맥카트니, 이자벨 마랑, 발맹 등의 짧은 버전을 선택하시길! 발등과 발목만 살짝 감싸는 샌들은 누구라도 편히 신을 수 있다. 폼페이 유적에서 꺼내온 듯한 샌들이 아닌, 좀더 동시대적 디자인을 원한다면? 끌로에의 스웨이드 샌들은 낮은 웨지힐과 ‘여릿여릿’한 파스텔 톤을 더해 투박한 검투사 신발이라기보다는 사랑스러운 소녀의 발레 슈즈처럼 보인다. 또 특유의 힐리스(Heelless) 스타일 알렉산더 맥퀸 샌들은 더없이 아찔하고, 스터드 장식을 잔뜩 박은 파우스토 푸글리시는 유난히 강렬하다. 또 온갖 컬러의 이그조틱 가죽을 패치워크해 완성한 로다테는 관능의 여전사를 연상시킨다. 대부분 디자이너 브랜드 샌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코트니 카다시안, 셀레나 고메즈, 메리 케이트 올슨 등 셀러브리티들의 무한 애정을 받는 스튜어트 와이츠만부터 이름부터 고대 그리스 느낌인 ‘에이션트 그릭(Ancient Greek)’, 온갖 종류의 신발을 죄다 만날 수 있는 스티브 매든 등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도 있다. 물론 SPA 브랜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신용카드만 준비하면 오케이!

    STEP 4 WEARING SMART

    마음에 쏙 드는 제품까지 찾았다면, 이제 직접 신어볼 차례. 어떤 옷에 어떻게 매치하는 게 좋을까? 가장 기본적 접근은 길이에 따라 다르게 스타일링하는 것. 먼저 발목까지 오는 짧은 샌들의 경우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팬츠나 롱스커트와 매치할 때 잘 어울린다. 화사한 패턴의 크롭트 팬츠와 연출한 이자벨 마랑, 데님 점프수트 아래 사랑스러운 연분홍색 샌들을 더한 끌로에, 깃털로 만든 화려한 꽃무늬 스커트 아래 신은 어덤 등이 예다. 긴 옷자락 아래 글래디에이터 샌들이 살짝 보이는 순간 더없이 멋스럽다는 사실! 그렇다면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샌들은? 반드시 짧은 옷과 함께 매치하시길! 발렌티노 모델들처럼 하늘하늘한 미니 드레스를 골랐다면 특별히 신경 쓸 필요 없이 수월하게 스타일링이 완성된다. 미니 드레스, 미니스커트, 혹은 쇼츠를 입어 어느 정도 다리를 노출한 뒤 다시 샌들이 시작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가령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미디 스커트와 무릎까지 올라오는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짝짓는 경우, 다리가 딱 절반으로 잘려 보이는 데다가 빽빽이 채워져 보이기에 ‘패션 테러리스트’란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모델 뺨치는 몸매라면 이마저도 멋지게 소화할 수 있겠지만). 리한나, 니키 미나즈, 리타 오라 등 팝스타들과 유난히 단신인 애슐리 올슨이 무릎까지 오는 글래디에이터를 신고도 멋져 보일 수 있었던 건? 마이크로 미니 드레스와 함께했기 때문. 벌써 몇 년째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향한 절대적 사랑을 보여주는 제니퍼 로페즈는 무릎까지 오는 H라인 스커트에 긴 샌들을 신을 때가 있다. 대신 깊은 슬릿의 스커트를 선택해 답답함을 피했다. 글래디에이터 마니아다운 노하우! 좀더 특별하게 스타일링하고 싶다면 로다테를 참고하자. 멀리비 자매는 몸매가 드러나는 흰색 스키니진에 검정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매치했다. 독특한 스타일은 물론, 다리에 스트랩 자국을 남길 염려가 없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임승은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사진
      MONTROSE / WWD
      일러스트레이션
      KIM SEUNG 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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