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서울의 매력적인 걸 디자이너들

2016.03.17

by VOGUE

    서울의 매력적인 걸 디자이너들

    젊은 여자 디자이너 전성시대가 뉴욕과 유럽 얘기만은 아니다.
    서울에도 재능 넘치고 매력적인 ‘걸’들이 일제히 몰려와 패션 진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같은 도시의 친구이자 또래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며 일할까?

    서울이 사랑하게 된 서울의 젊은 여자 디자이너들! 왼쪽부터, 서리얼벗나이스 이은경, 카이 계한희, 솔트 이예진, 로우클래식 이명신, 래비티 최은경, 고엔제이 정고운, 프리마돈나 김지은, 렉토 정지연. 아름답고 매력적인 디자이너들이 일으킬 프레시한 바람을 기대하시라!

    지난 1월 30일 이태원의 오후. 젊은 서울 디자이너들의 옷이 걸린 ‘프로덕트 서울’은 오늘 전혀 다른 공간으로 손님을 맞는 중이다. 키 170cm 쯤 되는 늘씬한 아가씨가 검은 아이라인을 가느다랗게 눈웃음치며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을 만큼의 공손함과 사교적인 태도로 인사를 건넸다. 사실 며칠 전 ‘프로덕트 서울’발 이 메일 한 통이 패션 기자들에게 배달됐다. ‘렉토’라는 단호한 이름의 새 여성복 론칭 소식이었다. 낙낙한 화이트 셔츠, 그리고 핑크와 오렌지 조합 옷차림의 모델 사진엔 ‘렉토(Recto)’가 종이의 앞면이자 책의 오른쪽 페이지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라고 표기돼 있었다. 프로덕트 서울을 운영하며 렉토를 공개한 그녀는 30대 초반의 정지연이다. 감각적인 편집매장을 운영하던 중 자기만의 상표에 호기심이 생겨 ‘렉토’를 냈다.

    <보그>는 시대를 정의하는 한국 젊은 디자이너들을 여러 각도에서 취재해왔다. 그들의 취향과 가능성으로 당대 서울 패션 ‘씬’이 완성되곤 했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정지연의 프로덕트 서울은 말 그대로 잠재력이 손대면 톡 하고 터질 듯한 서울 디자이너들의 온상. 그런 가운데 최근 여자 디자이너들이 만든 여성복이 많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거야말로 패션 기자로 사는 즐거움! 기자들은 그 옷을 셀린, 맥카트니, 끌로에, 사카이 등과 혼합해 잡지 출연 비중을 늘렸다. 덕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난다 긴다 하는 여배우나 아이돌 여가수들이 지면을 통해 습득한 신선한 상표를 재빨리 입어 패션 센스가 뛰어난 척 과시하느라 바빴다. 아닌 게 아니라 ‘카이(Kye)’ 계한희, ‘로우클래식(Low Classic)’ 이명신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스타덤을 거쳐 자기만의 상표로 재등장할 무렵, 서울 패션 위크엔 ‘프레시’한 바람이 부는 듯했다. ‘프리마돈나Fleamadonna)’ 김지은의 경우 서울에서 런웨이 쇼를 공개하진 않지만 국내외를 넘나들며 바람을 날리는 중이다.

    이들과 함께 4세대 여류 디자이너로 분류될 아가씨들이 서울 곳곳에서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워 홀씨를 날리고 있다(1세대 노라노, 2세대 지춘희, 3세대 김재현). ‘서리얼벗나이스 (Surreal But Nice)’ 이은경은 한상혁의 엠비오 시절, 현재 브랜드를 함께 전개하는 남편 이수형과 만났다. 특별한 프린트를 첨가한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보기 위해 서울 멋쟁이들은 이 인물 좋은 부부의 패션쇼를 꼭 찾는다. 한때 ‘철동’이라는 상표를 이철동과 함께해온 이예진은 ‘솔트(Sort)’로 독립했다(90년대에 서울에 반향을 일으킨 ‘구호’의 21세기 버전을 보는 듯해 인기를 누렸다). 곱상하고 단정하며 새침한 옷은 디자이너의 캐릭터를 그대로 옷으로 묘사한 듯하다. 또 최근 발표된 데뷔작 가운데 패션 기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긴 브랜드는 단연 ‘래비티(Rabbitti)’다. 싸구려로 인식되던 인조 모피에 하이패션 감도를 주입한 시도가 까다롭기 짝이 없는 패션 피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보그>는 2015년판 서울 패션을 기록 중인 젊은 여자들을 소집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기념비적인 단체 사진 촬영을 기획했다. 그들 가운데 막내는 29세 계한희. 펑키한 외모답지 않은 털털한 성격이야말로 냉소적인 패션 피플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다. 사진가 표기식의 한남동 스튜디오에 들러 다가올 가을 시즌 룩북 촬영을 마친 그녀는 가을 옷을 바리바리 싸 들고 뉴욕 패션 위크에 출전해 단독 쇼를 발표한다. 처음 <보그> 스튜디오에 모였을 땐 다들 ‘데면데면’한 분위기였지만, 막내가 스마트폰에 저장된 가을 컬렉션 사진을 보여주자 36세의 언니 두 명은 친구의 숙제를 점검하듯 호의적인 시선으로 칭찬하고 격려했다(숙녀의 나이를 밝히는 건 예의가 아닐 테니, 언니들의 이름은 생략! 힌트라면 8명 중 이름이 같다는 것). 물론 다들 익숙한 사람 곁에 착 달라붙어 조곤조곤 수다를 떨었지만 시선이 대각선으로 교차할 때쯤 “그때 이태원 ATM에서 봤죠, 우리?” “한남동 카페에서 마주친 것 같아요!” 등의 다분히 일상적 내용으로 말을 텄다. 비로소 이 시대 여자 디자이너들 간의 연대가 일상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 것.

    며칠 후 ‘고엔제이(Goen.J)’ 정고운은 사진 한 장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왔다. LVMH 프라이즈 후보에 오른 사진이었다(계한희가 작년에 후보였던 패션계 최대의 신인 후원 프로젝트). “<보그>에서 응원해주실 거죠?”라는 귀여운 홍보 문구도 곁들인 채. 얼마 전 그녀는 가로수길에 난생처음 단독 매장을 냈다. 대리석과 황동의 이국적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매장과 이웃사촌은 로우클래식 플래그십 스토어다. 현대적인 실내엔 가로수길을 지나는 여자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옷이 질서 정연하게 진열돼 있다.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있을 것 같았어요. 스물세 살짜리 친구 다섯 명이 카페에 죽치고 앉아 컨셉과 이름을 의논해 브랜드를 내기로 의기투합했죠.” 고엔제이 건물 1층 카페에 앉아 꼭 먹고 싶었다던 케이크를 포크로 콕 집어 입에 넣으며 이명신이 얘기했다. “감성은 하이패션, 가격은 툭 떨어뜨리는 게 목표였어요.” 80년대 청춘스타 조용원을 닮은 그녀에게선 상대가 부담을 느낄 만한 도가 지나친 친화력이나 경계하는 태도 따윈 없었다. “결국 친구 세 명이 남았고, 우리 세 명의 취향이 일치한다면 또래 100명의 취향쯤은 거뜬히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꽉 차 있었죠.”

    보시다시피 2936세대 여자 디자이너들은 <보그>가 지금껏 만난 서울의 여류 디자이너들과는 다른 유전자를 지닌 게 분명하다. 그런 차이에 대해 <보그> 패션뉴스 팀 손기호 기자는 피비 파일로, 스텔라 맥카트니 등이 그들의 롤모델이었기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그는 또래의 몇몇 디자이너에게 친구 겸 기자의 자격으로 이런 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전 세대 디자이너들이 갈리아노, 맥퀸, 마르지엘라 등 비현실적인 패션을 보고 동경했다면, 이젠 ‘현실적인 멋’이 패션 철학이 됐습니다. 형이상학적 컨셉과 절충하지 않는 고집불통 디자이너 시대는 간 거죠.” 이제 기자들조차 이 디자이너들에게 ‘이번 시즌 컨셉이 뭐예요?’라고 묻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인다. “내가 뭘 입고 싶은지, 친구들이 또 뭘 입고 싶으냐가 중요할 뿐이죠. 게다가 예전 디자이너들이 패션쇼와 서울 패션 위크 등에 집중했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만나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요. 대신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이나 SNS 등 보다 친밀한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합니다.”

    바야흐로 젊은 여자 디자이너들의 바뀐 생각과 언어가 서울 패션의 현재를 규정한다. 바람만 잔뜩 들어간 상표가 남발되는 시기에, 좋은 취향과 적절한 교양, 글로벌한 태도로 단련된 젊은 여자들이 당대 패션의 중차대한 목적인 현실감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비주류적 태도로 타인과 거리를 둔 채 공식 인터뷰에서도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거나, 필요 이상의 혈기 왕성한 친화력으로 주위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나운 기를 갖고 있지도 않다.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고 친구들로 둘러싸이길 좋아하는 것도 요즘 여자 디자이너들만의 기질이다. 일이든(디자인 팀과의 의사소통) 일상이든(친구나 고객과의 관계) 마찬가지다(그녀들의 공감 능력 하나는 정말 뛰어나다!). 강한 존재감의 ‘쎈’ 디자이너가 인기를 끌고 고객이 그 인물처럼 되고 싶어 옷을 사 입던 시대는 지났다. 대신 학교나 동네친구, 클럽에서 만나 인사를 튼 지인처럼 맘 편한 디자이너가 존중받는 분위기다. 이 젊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8명의 서울 아가씨들이 <보그> 질문에 보낸 답변을 보면 각각의 성향이 그대로 느껴진다(그들의 최신 컬렉션을 본 뒤 답변을 다시 읽으면 무릎을 탁칠 듯). 진지하고 심각하거나, 소신 있게 할 말 다 하거나, 기자가 원할 만한 어휘 위주로 쏙쏙 고르거나, 아직은 언론 플레이에 서툴거나. 여러분이 각각의 팬을 자처해왔다면, 이 기사를 읽은 후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맘을 뺏길지 모르겠다. 그러니 오늘의 패션 스타들은 지금부터 슬슬 팬 관리에 돌입하시길!

    Fleamadonna

    <보그> 독자들에게 최대한 멋지고 정중하게 자신의 브랜드를 소개한다면?
    Fleamadonna ‘Vogue’라는 수식 앞에서 ‘최대한 멋지게’까지는 무리다. 그저 처음 ‘프리마돈나’를 시작할 때의 마음처럼 서울 여성을 위한, 여자에게만 어필하고 싶은 디자이너 브랜드다.

    Rabbitti 인조 모피와 실크를 기반으로 하며 상반되고 이질적인 것의 불협화음을 추구한다. 실크가 고급스럽고 인조 모피가 키치하듯, 아주 우아한 여자가 어딘지 엉뚱한 면모를 지녔다면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겠나? ‘래비티’는 그런 브랜드다. 우아함과 소녀다움, 클래식과 약간의 펑키함을 다양한 컬러 팔레트와 함께 보여주고 싶다.

    Sort 통통 튀는 듯 세련된 요즘 젊은 여성들의 태도와 취향을 반영한다. 디테일이 많이 없어도 옷감과 색감, 아이템 자체가 지닌 힘을 적절히 활용해 ‘솔트’ 스타일을 구현한다. 옷 한 벌이 지닌 힘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스타일리시하다고 생각하니까.

    Goen.J ‘자유롭지만 세심하고 매력적인 주의(注意)가 깃든 옷’이라는 철학. 상반된 것이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분위기와 룩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브랜드가 ‘고엔제이’다.

    Kye 하이엔드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개인적 취향과 스토리가 많이 반영된 브랜드가 ‘카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 컬렉션마다 옷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10명 중에 8~9명이 입을 순 없어도 다들 멋지다고 말할 수 있는 컬렉션. 또 나머지 2~3명이 마니아가 될 수 있는 브랜드다.

    Surreal But Nice 2012 S/S 시즌부터 다가올 2015 F/W 시즌까지 8시즌이 된 디자이너 브랜드. 남편 이수형과 함께 전개하고 있으며 여성복으로 시작해 유니섹스, 또는 남성복 론칭도 앞뒀다.

    Low Classic ‘로우클래식’은 서울에서 자라고 공부한 3명의 친구들이 함께 만든 브랜드다.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지키면서 젊고 재치 있는 개성을 담기 위해 노력하며, 서울 여자들에게 멋진 이상을 제안하고 싶다.

    Recto ‘렉토’ 옷 한 벌과 심벌만 보더라도 명확한 분위기가 연상되는 브랜드. 그저 단순히 제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여자들이 렉토를 입었을 때의 어떤 무드를 정확히 제안하고 그에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과 태도까지 균형을 이루도록 돕는다.

    <보그> 의해 선별된 다른 디자이너들과 당신의 차이점이자 경쟁력은 뭔가?
    Fleamadonna 차이점보다 비슷한 게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프리마돈나는 여성스럽지만 ‘귀여움’이 깃든 브랜드다. 다들 멋진 브랜드이다. 굳이 차이점을 찾아 다른 브랜드를 찬찬히 기억하고 비교해본다면, 프리마돈나는 귀여움이 ‘더’ 있다는 게 느껴질 것이다.

    Rabbitti 컬러! 나는 그동안 서울 패션에서 볼 수 없었던 밝고 긍정적이며 고급스러운 컬러 매치를 추구한다.

    Sort 솔트는 <보그>에 의해 모인 브랜드 가운데 가장 어린 감성을 지녔다. 다른 브랜드가 어딘지 멋있고 성숙한 여성이라면 솔트는 그녀의 여동생 같은 느낌?

    Goen.J 나는 홍보 팀이 따로 없다. 연예인 협찬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 매체에만 촬영 의상을 협찬하고 있는데, 워낙 소수로 운영되다 보니 이마저 빈도가 높지 않다. 패션쇼나 프레젠테이션도 아직 한 적 없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데 꽤 시간이 더뎠다. 그로 인해 ‘고엔제이’를 해외 브랜드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갑자기 해외 수출 규모가 커지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이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Kye 민감할 수 있겠지만, 나는 늘 새로운 룩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레퍼런스를 보고 만든 옷보다는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룩을 제안하려고 한다.

    Surreal But Nice 글쎄, 여러 차이가 있을 듯한데, 어떤 면에서는 공통분모도 많을 것 같다. 운영 면에서 볼 때 내 브랜드는 위탁판매를 하지 않는다.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비교적 적은 아이템을 고가에 판매하기에 홀세일을 지향한다. 참, 우리는 두 명의 주인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Low Classic 촬영할 때 보니 정말이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자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자만의 개성이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그들과 내 브랜드의 차이라면, 로우클래식은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라는 것. 내 취향이 반영될 뿐 아니라 나만의 히스토리가 브랜드 분위기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다른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Recto 첫 컬렉션이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론칭 브랜드이기에 같이 참여한 베테랑 디자이너들과 비교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브랜드 론칭 과정을 겪어보니 모두가 존경스럽다.

    Low Classic

    어떤 여자들이 당신이 만든 옷을 입나?   정도며 어떤 일상을 즐기나?
    Fleamadonna 나는 20대 초반에 프리마돈나를 시작했고 이제 30대 초반이다.그런 나에게 빗대자면, 나는 20대에 대학 진학을 위해 처음 서울에 왔고 사람들이 혹시 미용실에서 일하는 게 아니냐고 궁금해할 정도로 반삭발부터 핑크색 머리, 현재의 기본형 헤어스타일 등에 어울리는 패션까지 안 해본 스타일이 없다. 그러다 점점 여성스럽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내 스타일을 찾게 됐다. 남이 알아봐주길 원하던 튀는 스타일보다, 어떤 무리 안에서 조용히, 크게 말하지 않아도 내가 있다는 게 알려지길 바라는 지금의 나 같은 내 브랜드. 20대 초반의 내 브랜드를 좋아해주던 또래들과 함께 30대 초반이 됐다. 솔직히 그때의 열정으로 완성된 패션보다 조금 꾀가 생기고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하지만 개성 있는 컬렉션을 전개하고 싶다. 내 브랜드의 장점은 나 같은 또래 여성들의 마음과 함께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

    Rabbitti 래비티를 입는 여자들은 세련된 워킹 우먼일 수 있고 슈퍼맘일 수 있다. 그녀들은 젊었을 땐 다양한 스타일을 섭렵하며 ‘끝내주게 멋진 젊은 날’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패션을 대하는 마음만큼은 늙지 않는다. 무작정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우아하지만 유머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 여자들이 내 옷을 입었으면 한다. 좋은 생각과 맑은 얼굴, 예쁜 말투를 지닌 여자들! 굳이 나이를 정하고 싶진 않다.

    Sort 20대 초반에서 중반의 고객이 많다.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즐기고 그것을 공유하는 아가씨들이 많다. 그중엔 각자가 패션 디자이너처럼 자신의 레이블을 만들기도 한다. 나 역시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

    Goen.J 해외 스트리트 사진에서 가끔 내 옷을 입은 여자들이 목격된다. 패션 위크 동안 에디터나 셀러브리티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일본 브랜드 ‘G.V.G.V.’의 디자이너도 내 옷을 입은 모습이 자주 보인다. 또 꾸준히 내 인스타그램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패션 기자나 모델, 디자이너들 중에 고엔제이 고객이 많다.

    Kye 카이는 남성복과 여성복이 나뉘기도 하지만, 유니섹스 브랜드다. 그래서 절반 이상의 아이템이 유니섹스로 입히곤 한다. 주로 20~30대 위주의 고객이 많지만, 요즘엔 나이로 교집합을 이루기보다 취향으로 구분 짓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도회적 감각을 지닌 채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 여성들이다.

    Surreal But Nice 옷을 좋아해서 패션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20대 중·후반의 세련된 전문직 여성. 물론 패션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도 호기심이 가득해 라이프스타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

    Low Classic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SNS를 통해 로우클래식을 입거나 태그한 친구들의 옷과 일상을 자주 보게 된다. 실제로 매장에서 쇼핑하는 여자들은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SNS에는 상대적으로 어린 고객이 많다. 로우클래식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동의하는 것 같다. 정말 예쁜 고객이 많다. 유행 아이템에도 민감하고 개성을 표현하는 데 자신감이 넘친다.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에서 ‘#lowclassic’을 검색해보시길!

    Recto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친한 지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렉토 옷을 많이 구입했다. 평소 주위 사람들을 떠올리며 많은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같이 어울리는 또래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옷이다. 여러 영역에서 자신만의 경력을 쌓으며 맹렬하게 일하고, 또 그만큼 신나게 즐기는 20~30대 여자들을 위한 옷!

    Rabbitti

    주위에 친구나 도움을 주고받는 패션 피플이 많을 텐데, 그들로부터 어떤 아이디어를 얻나?
    Fleamadonna 예전엔 친구들이 입은 옷이나 좋아하는 스타일이 나와는 달라,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찾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와 같은 부분을 찾게 됐고, 올가을 컬렉션의 영감이 됐다! 친구들의 바로 그런 취향에서 동의를 얻어 이번 컬렉션이 완성됐다고 보면 된다.

    Rabbitti 이제 세 살 난 딸에게 많은 영감을 얻는다. 딸아이의 장난감 색깔, 아동복, 색칠 공부, 물감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과 형태가 힌트를 준다. 또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패션 컨설턴트 오선희와 함께 일해왔다. 스타일링, 마케팅, 브랜딩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우리 둘 다 패션과 스타일,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한 영국인들의 ‘험블’하고 엉뚱한 접근을 사랑한다. 물론 그들처럼 우리의 바탕은 늘 ‘클래식’이다.

    Sort 또래 친구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는다. 다들 아주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사는 것 같아 매번 자극을 받고 반성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아이디어가 간추려지고 정리되는 것 같다.

    Goen.J ‘99%IS-’의 디자이너 바조우(박종우)와 친하다. 나이도 같고 동시대 디자이너로 살고 있기에 만나면 서로의 고민과 미래에 대해 편하게 수다를 떤다. 다음 시즌 컨셉에 대해 무작정 털어놓을 때도 많다. 또 서로 여행을 좋아해 후일담을 털어놓으며, 함께 놀이공원에서 하루 종일 놀 때도 있다. 그 친구랑 대화하다 보면 순수하던 학창시절이 자주 떠오른다.

    Kye 사실 영화나 책에서 영감을 얻지만, 그보단 좀더 ‘날것’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나 관심사 등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에디터나 스타일리스트 같은 패션 전문가들과도 많이 얘기한다. 특히 아티스트 박민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녀의 작품보다 그녀가 특정 주제를 해석하는 관점이 아주 신선하다. 패션 전문가들은 내가 이번 시즌 도전하거나 표현하고 싶은 걸 마구 던지면 정리해주곤 한다.

    Surreal But Nice 브랜드 운영에 대한 전반적 조언을 많이 듣는다. 직원 관리, 자금 운용, 마케팅 정보 등등 현실에서 일하다 보면 ‘그닥’ 멋진 내용이 오가진 않는다. 이런저런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의지가 되거나 정신적으로 해소되는 부분은 있다. 주위의 멋진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며 웃고 즐기다 보면 그 자체가 영감이 되고, 트렌드를 느낄 수 있는 작은 동력이 된다.

    Low Classic 디자인하다 보면 디자이너가 만드는 분위기나 이미지 구현을 위해 실행할 일이 너무 많다.좋은 옷을 디자인해도 그 옷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방법이나 비주얼이 근사하지 않다면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전문 영역에서 프로페셔널한 친구들의 도움이 늘 절실하다. 가령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해 의뢰하거나 더욱 돋보이는 스타일링을 위해 듣는 조언은 언제나 디자인 이상의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그들은 모두 내 취향을 이해하고 돕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친구들이다. 그들의 취향만 만족시켜도 팬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

    Recto 큰 그림으로 보면 다들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들 제각각이라서 더 재미있다. 특별히 지정한 누군가에게 영감을 얻기보다는 각자의 특징을 보며 순간순간 힌트를 얻는다.

    Sort

    그들에게 당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히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나?

    Fleamadonna 특별히 노력하는 건 없다. 정말 멋지고 뭔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결코 먼저 연락하거나 행동을 취하진 않는다. ‘그저 언젠가 때가 되면’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늘 생각한다. 내 컬렉션 안에서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게 있으면 그가 원하는 대로 적절히 스타일링할 테고 알아봐주기를 기다린다.

    Rabbitti 노력보다 그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멋쟁이 친구들이 요즘 좋아하는 그림이 뭔지, 최근에 뭘 쇼핑했는지, 여름휴가는 어디에서 보냈는지, 또 어디서 저녁 식사를 자주 하는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교류도 잊지 않는다. 친구들 역시 예쁜 아들딸들의 엄마다. 그들의 아이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너무 애쓰고 노력하는 건 성격상 맞지 않는다. 늘 자연스럽게, 친절하고 싶다.

    Sort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고민한다. 무엇이 정직하고 나다운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깊이 생각한다.

    Goen.J 매 시즌 그들에게 좀더 흥미롭고 신선한 옷을 보여주기 위해 디자인하는 게 전부다.

    Kye 패션 비즈니스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해외 단독 컬렉션을 발표하는 것도 그런 의미다. 재미있는 협업이나 기획도 많이 하려고 한다. 아울러 카이 디자이너로서 대외 활동도 적절히 하려고 노력 중!

    Surreal But Nice 일차적으로는 우리가 만족하는 옷을 만들어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 우리 부부는 마케팅에 약한 편이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이 거의 다 하는 SNS를 썩 즐기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데, 요즘은 SNS 마케팅이 아주 중요한 수단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노력하는 중이다.

    Low Classic 특정 아이템을 선택하거나 취향을 만들어가는 일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삶의 여유를 찾고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꾸리며 그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취향을 잘 알아야 디자인할 때 좋은 디자인에 대한 정의가 분명해지니까.

    Recto 친구들의 취향과 체형을 잘 알기에 그들에게 딱 어울릴 만한 제품을 권하는 편이다. 물론 거의 적중한다! 더욱이 다들 알아서 잘 입어주는 듯해 고마울 뿐.

    Goen. J

    젊은 여자들을 위해 옷을 만드는 선배 세대와 당신 세대의 다른 점은 뭘까?

    Fleamadonna 전부라곤 말할 수 없겠지만 온라인상의 풍요로움이 다른 듯싶다. 사실 이제 우리는 해외 컬렉션이나 스트리트 패션, 여러 매거진과 매체, 그 외에 다른 곳에서 이뤄지는 것을 현지에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또 그런 데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다(서울 디자이너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고 서울에서만 영감과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 선배 세대에게 존경스럽고 부러운 점이 있다면, 모두에게 공유되는 그런 아이디어나 영감 없이도 자신만의 컬렉션을 구성할 수 있었다는 점. 꽤 부럽기도 하다. 그것은 진짜 고수들만 할 수 있는 거니까.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것에서 영감을 받거나 재포장하는 일은 젊은 디자이너의 센스로 웬만큼 가능하다. 그러나 그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피팅 감각이나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은 존경한다.

    Rabbitti 선배들은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닌 채 일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또래 집단에서 느낄 수 있는 친근함과 쿨함 등이 무기다. 나는 ‘나와 세련된 내 친구들’이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제 옷을 만들면 늘 ‘How to’를 생각해야 한다. 뭘 만드는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어떻게 입는지’도 보여줘야 하는 게 우리 세대의 숙제다. 그리고 선배들과 달리 ‘비주얼’이 중요하다. 옷을 사진, 영상, 일러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길 좋아한다. 그런 작업을 하는 인물들이 모두 ‘친구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Sort 우리는 좀더 현실적인 것을 추구한다. 사람들은 더 많이 원하지만 더 적게 필요로 하고, 또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를 생각하는 것.

    Goen.J “우리는 구세대를 이해하려고 첫 반평생을 보내고,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나머지 반평생을 보낸다”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는 기준은 세대별로 다르다. 그런 기준과 방향이 디자인에서 드러나고 고객들은 그걸 판단할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관점을 통해 여러 옷이 나올 수 있다.

    Kye 선배들은 적절히 상업성을 갖춘 동시에 디자이너 브랜드로서의 느낌을 잘 유지하는 듯하다. 그 점은 배우고 싶다. 반면 내 세대는 하나로 묶기엔 각자의 개성이 아주 강하고 다양하다.

    Surreal But Nice 사실 잘 모르겠다. 선배 디자이너들은 아주 존경스럽다. 독립 디자이너로서 브랜드를 운영해보니 힘든 부분이 많다. 그 과정을 겪고 현 위치에 도달한 것 자체가 존경스러울 뿐이다. 과연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Low Classic 패션 학도 시절, 해외 디자이너에게 관심이 많았지만 서울 패션 위크나 서울에서 활동하는 선배 디자이너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늘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들의 변화와 다양한 성과가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 기존 패션의 질서나 해외 패션과 다른 서울만의 패션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기에 우리 세대가 있다.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선생님’보다 그냥 ‘언니’로 불리는 게 편한 세대라는 것!

    Recto 온라인으로 메인 플랫폼이 이동하면서 패션에 접근하는 방식도 많이 변화했다. 무한한 정보가 쏟아지고 신속하게 피드백을 받으며 또 그 안에서 얼마나 순발력 있게 대처하느냐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된다. 선배 세대에 비해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더 빨리 오고 방법도 다양해진 건 사실이다. 또 이미지적인 것에 너무 집중할 우려도 있기에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Recto

    오늘 <보그> 스튜디오에 모인 디자이너들 가운데 친하게 지내는 디자이너가 있나?

    Fleamadonna ‘딸기’라는 별명을 지닌 렉토의 정지연은 나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 서로에게 판도라 상자일 만큼 일과 개인적인 얘기를 나눈다. 4~5년 전 그녀의 셀렉트 숍 ‘프로덕트 서울’ 오픈을 앞두고 친구를 통해 디자이너와 오너의 관계로 만났다. 당시 그녀가 급히 도쿄에서 바잉해야 했다. 나 역시 프리마돈나가 일본에서 론칭해 한창 바쁘던 시기인데도 우리는 도쿄에서 만나 몇 날 며칠 동안 내가 아는 일본의 셀렉트 숍 바이어, 홍보 회사, 디자이너 등 패션계 친구들을 소개하고 둘이서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친해졌다. 이후 파리, 도쿄, 홍콩 등 일과 휴식을 위해 1년에 한두 번씩 함께 여행 다닐 만큼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됐다.

    Rabbitti 최근에 론칭한 렉토의 정지연과는 예전에 계 모임으로 친분을 다진 사이다. 그 모임의 이름이 ‘계이쁨’이었는데(‘개이쁨’이 아니다!) 패션을 사랑하는 10명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맛있게 먹고 마시는 모임이었다. 다른 디자이너들 가운데 몇 명은 이태원의 ‘ATM’ 같은 패션 피플들의 아지트에서 스쳐 지나가며 본 적 있다.

    Sort 일하면서 한두 번 얼굴을 본 적이 있지만 친하게 지내는디자이너는 많지 않다. 렉토의 정지연은 프로덕트 서울에서 내 옷을 바잉한 덕분에 알고있다.

    Goen.J 로우클래식의 이명신은 베를린과 런던을 함께 여행한 적 있다. 평소 나는 부지런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짧은 일정 때문에 아침 7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다니는 반면, 그녀는 오후 4시쯤 나와 천천히 여행하곤 했다. 숙소에 도착하면 저녁 8시에 바로 잠드는 나 때문에 그녀는 할머니와 여행 왔다며 불평 아닌 불평을 하기도 했다.

    Kye 이상하게 패션계 친구들은 누구보다 많은 편인데, 이상하게도 디자이너 친구들은 별로 없다. 명신 언니의 경우는 벌써 7년 전에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만나 그 후로도 쭉연락하고 서로 응원하며 잘 지낸다.

    Surreal But Nice 내 이름이 거론되지 않을 수 있어서 다른 누구를 거론하기 어렵다. ‘합’이 맞아야 하니까. 하하! 나는 <보그>에 의해 선별된 디자이너 중 나이가 있는 편이다. 물론 거의 얼굴은 다 알고 있다. 그중 사석에서 술을 한잔씩 마시는 프리마돈나의 김지은과 친분이 있다. 또 프로덕트 서울의 딸기(정지연)는 편집매장 오너로 만났는데, 이번 촬영장에서 디자이너 대 디자이너로 만난 것이 새롭다. 다들 각자 영역에서 진짜 잘하고 있다. 모두 잘됐으면!

    Low Classic <보그>촬영 후 오랜만에 디자이너 정고운, 계한희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이라 디자인이든 일이든 어떤 주제가 올라와도 결국 우리의 수다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수다로 끝났다. 결론은? 우리 셋 모두 너무 바쁜 데다, 결혼은 먼 미래의 이야기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 걸로!

    Recto 서울 디자이너 브랜드로 구성된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기에 <보그> 스튜디오에 모인 디자이너들과 각각 조금씩 친분은 있다. 특히 프리마돈나의 김지은은 절친한 동생이다. 재미있고 잘 놀고 잘 먹고, 그러면서 일도 잘한다 옆집에 살고 있어서 깨알 같은 에피소드가 정말 많다.

    Surreal But Nice

    서울의 젊은 여자 디자이너로서서울 여자들을 위해 옷을 만든다는  어떤 의미인가?

    Fleamadonna 서울, 한국 여자들만의 특별함이 분명 있다. 중국이나 일본 여성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라이프스타일이나 패션에서 느낄 수 있는 ‘똑똑한’ 매력! 그런 면에서 볼 때 서울을 베이스로 한 여성복 디자이너로서 그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Rabbitti 나는 나와 동떨어진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예술적이고 드라마틱한 아이디어도 사랑하지만, 그건 내가 추구하는 패션과 맞지 않는다. 억지스러운 건 별로다. 옷을 만들면 내가 맨 먼저 입어본다. 그래야 어디가 불편하고 또 어디가 어색한지 알 수 있으니까. 동시대에 같은 곳에서 또 같은 옷을 입는 여자로서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

    Sort 같은 세대로서 동시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패션을 통해 뭔가 제안한 뒤 그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직업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다.

    Goen.J 나는 20대를 파리에서 보내고 그동안 자주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다. 서울로 돌아와 디자이너로서 처음 옷을 선보였을 때를 잊지 못한다. 서울이 전체적으로 다양함과 참신함보다 다소 보수적이고 획일화된 느낌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바뀌고 있지만 나는 고엔제이를 통해 서울에 사는 여자들에게 좀더 옷을 입는 자유와 재미를 선물하고 싶다.

    Kye 솔직히 서울 여자들을 위해 옷을 만든다고 하기엔 내 비지니스의 80% 이상이 수출이다. 그런데도 서울 컬렉션이나 서울 베이스라는 수식을 늘 갖고 있는 것이야말로 나에겐 큰 의미다. 서울 디자이너가 패션 비즈니스를 하기엔 한국이라는 곳은 많은 핸디캡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또 이만큼 역동적이고 빠른 곳도 없다. 예전부터 서울 디자이너로 ‘인터내셔널 네임 밸류’를 얻어 국위 선양하고픈 소소한 꿈이 있다.

    Surreal But Nice 서울이 이제 ‘핫’한 도시가 된 듯해 자부심이 생긴다. 여기에 살고 입고 먹고 있는 서울 여성이 패션의 핵심이 됐다. 난 그들을 위해 옷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한다.

    Low Classic 처음 브랜드 소개에 관해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여자, 그리고 서울’이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공부한, 누구보다 평범한 서울 여자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눈높이로 여자들의 취향을 공유하고 같은 여자로서 공감할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한 아름다움만 좇는 게 아닌, 옷이 일상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나의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적절히 반영하고 이해하는 것이 여자 디자이너로서의 강점이다.

    Recto 서울이라는 도시가 밝고 예뻐지는 것에 동참하고 싶다. 단순히 내가 만든 티셔츠 하나를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그 옷을 입었을 때 어울리는 감성까지 전달할 수 있기를. 이 아름다운 분위기가 서로 어우러져 서울 분위기가 보다 화사해졌으면!

    Kye

    당신과 동시대를 사는 서울 여자들의 패션 감각과 스타일이 어떻게 진일보하면 좋겠나?
    Fleamadonna 모든 면에서 서울과 한국의 장점은 빠르고 정확하다는 거다. 그만큼 패션에 있어 서울은 유행이 빠른 동시에 빨리 질리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유행조차 아시아에서는 따라 하고 싶을 만큼 예쁘고 매력적이지만. 이 역시 장점으로 여기는 건, 그만큼 많은 것을 자주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어서다. 그 안에서 자기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찾았으면.

    Rabbitti 서울 여자들은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지만 눈에 띄는 걸 꺼리는 경향이 있다. 런던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오면 맨 먼저 칙칙한 톤이 눈에 띄었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옷감과 색감에 신경을 좀더 썼으면. 평생 심플한 카멜 코트나 검정 단화만 신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 하하!

    Sort 스스로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게 뭔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기를! 내가 누군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다운 것이 가장 스타일리시하니까.

    Goen.J 누구나 개성이 있다, 너무 한 가지 미의 기준으로 해석된 유행에 맞춰 스스로를 재미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기를! 자신의 단점도 사랑할 줄 알고 포용하면서 그걸 오히려 쿨하게 드러낼 때 더 스타일리시하고 멋지다.

    Kye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이미 시작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유행의 중심이 서서히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서울은 유행에 매우 민감한 곳이고, 각자의 개성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다양성이 정말 중요하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Surreal But Nice 옷을 잘 입는 여성은 이미 너무 많다. 삶의 여유가 생길수록 패션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다. 유행보다 자유로운 스타일링을 통해 자신만의 옷 입는 방식을 찾기를! 아울러 몸매에 자신감을 지니면 더 좋겠다. 적당히 세련된 노출도 괜찮고, 드레스 문화가 더 발전했으면 한다.

    Low Classic 서울 여자들은 바쁘다. 주말엔 서울 곳곳의 맛집을 찾아다녀야 하고, TV에 나온 패션 아이템도 알아야 하며, 자기 발전을 위해 운동과 취미 같은 여가 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느 도시 여자들보다 만능 재주꾼이며 부지런하다. 그런 여자들에게 또 하나 권하자면, 자신만의 패션 취향과 소비 가치를 가지라는 것.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트렌드나 아이템도 좋지만 쇼핑하며 얻은 경험과 가치에 대한 의미다. 평소 환경이나 경제에 관심이 많다면 쇼핑할 때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개성과 자신감을 가진다면 더 콧대 높은 서울 여자가 될 수 있을 듯!

    Recto 몇몇 여성들이 천편일률적인 외모로 성형수술하듯 옷의 유행도 유난히 빠르게 반응한다. 각기 다른 멋을 즐기고 또 외모와 체형에 맞게 패션을 다채롭게 표현한다면? 어떻게 고치고 어떻게 가리느냐보다, 내 모습 안에서 자신을 얼마나 잘 묘사할지 연구한다면 좀더 개성 넘치고 자연스러운 서울 여자들을 보게 될 듯하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신광호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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