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알레 우경미의 디자인 빌리지

특별한 장식은 없지만,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의 거실. 미송 합판 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짙어진다. 흰색과 검정 래커칠을 한 통나무는 제르바소니(Gervasoni).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틈이 생겼다. 은색 펜톤 화분에는 구근류를 심었다.

특별한 장식은 없지만,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의 거실. 미송 합판 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짙어진다. 흰색과 검정 래커칠을 한 통나무는 제르바소니(Gervasoni).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틈이 생겼다. 은색 펜톤 화분에는 구근류를 심었다.

주경미 대표와 반려견 오토.

주경미 대표와 반려견 오토.

거실과 서재 공간을 분할하는 책장 겸 파티션. 파티션 옆에 인산염 부식 철판으로 큰 화분을 만들어 관엽식물을 모아뒀다.

거실과 서재 공간을 분할하는 책장 겸 파티션. 파티션 옆에 인산염 부식 철판으로 큰 화분을 만들어 관엽식물을 모아뒀다.

디자인 알레 우경미 대표는 서울 근교에 친환경적인 디자인 빌리지를 꿈꾸고 있다.
그 첫 시작으로 지은 그녀의 집은 유기적인 형태와 순수한 자유로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양재동의 끝, 아주 한적한 서울 외곽 도로에서 다시 접어든 골목길에는 큼지막한 집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다. 부식된 철판에는 ‘디자인 알레’라고 적혀 있지만, 분명치 않은 옆집과의 경계선과 간격을 두고 자리한 독특한 형태의 건물 세 채, 입구 왼쪽에서 건물과 함께 안쪽으로 깊숙이 이어지는 숲이 눈앞에 등장했을 때 단번에 현관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건물 유리문 옆에는 각각 1과 2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이름이 붙어 있다(제일 안쪽에 위치한 3번 건물은 레스토랑, 셀렉트 숍, 워크숍 장소로 구성된 ‘마이알레’다). 우경미 대표의 집은 1번 건물 3층이지만, 부엌 쪽 문을 사용하면 2번 건물 입구를 통해서도 드나들 수 있다. 외관은 단순해 보이지만 처음 이 집에 들어서면(그리고 방향감각이 둔하다면) 마치 모리스 에셔의 끝없는 계단 속을 헤매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처음 집을 설계할 때, 남편이 왜 이렇게 짓느냐고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했죠. 뭐, 이해할 수 있어요.” 우경미 대표는 기계공학과 교수인 남편이 보기엔 충분히 그럴 만했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언제 또 집을 지어보겠느냐며, 이왕 지을 거 재미있게 해보자고 설득했죠.” 아무나 이런 집을 지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그녀는 디자인 알레를 운영하며 하얏트 계열 호텔, 현대카드, 네이버 등 굴지의 기업을 위해 조경 작업을 해왔다. 이 곳 과천의 2,000평(6,611㎡) 부지는 원래 창고용이었는데, 다양한 디자인 관련 업종이 모여 있는 디자인 빌리지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2008년에 1번과 2번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이 건물에는 각각 우경미 대표와 솔리드 옴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동생 이장희 전무, 그리고 여러 디자인 관련 회사가 들어와 있다. 3번 건물인 디자인 알레는 지난 2013년에 완공했고 지금은 4번이 될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벽에 선과 면을 많이 넣었죠. 각도 전부 다 달라서 아파트처럼 90도로 딱 떨어지는 구석이 없어요.” 그 자체로 리드미컬한 형태를 보여주는 벽은 이런저런 장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직사각형 아파트의 폐쇄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구조가 창의성을 저해하고 경쟁심을 부추긴다는 게 그녀의 생각. 똑같이 네모난 아파트에, 네모난 구석에 딱 맞는 똑같은 가구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아이들은 똑같이 공부를 잘해야 하고, 남편은 똑같이 돈을 잘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경미 대표의 자매들은 어릴 적 건축가였던 아버지가 지은 독특한 구조의 집에 살았는데, 당시엔 대문도, 울타리도 다른 집과 너무 달라서 친구를 집에 초대하기가 부끄러웠다고 웃으며 고백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남과 다른 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대니까요.”

유일하게 돌 타일을 댄 주방. 긴 식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을 수 있다.

유일하게 돌 타일을 댄 주방. 긴 식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을 수 있다.

3층과 옥상 중간 층에는 부티크 호텔 같은 분위기의 게스트룸이 있다.

3층과 옥상 중간 층에는 부티크 호텔 같은 분위기의 게스트룸이 있다.

게스트룸과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서로 다른 크기의 박스로 신발장을 만들었다.

게스트룸과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서로 다른 크기의 박스로 신발장을 만들었다.

마이 알레 일대와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부부 침실.

마이 알레 일대와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부부 침실.

거실의 파티션 겸 책장 반대쪽에 마련된 서재. 책장과 책상 모두 인테리어에 맞춰 제작한 것.

거실의 파티션 겸 책장 반대쪽에 마련된 서재. 책장과 책상 모두 인테리어에 맞춰 제작한 것.

 

춤추는 듯이 굴곡진 벽은 미송 합판을 사용했다. 가장 저렴한 소재 중 하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고, 단열이 잘되며, 소리를 흡수해서 방음도 좋은 편. 전체가 마룻바닥이지만 부엌 쪽만 돌 타일을 깔았다. 가족들이 모이면 양말에 구멍 나기 십상이라고 투덜대고 걸레질하기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난방이 빨리 된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인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번 시도해보자는 실험 정신이라고나 할까요!”

 

실평수 60평(198㎡) 정도 되는 집은 부부 침실과 아들 침실 외에는 방이 없어서, 공간감이 넓고 시원하다. 대신 거실에 파티션 겸 책장을 설치해서 서재 공간을 마련했다. 가림막과 책상, 책장에도 인테리어 내장재로 반복해 사용한 나무와 철판을 써서 리듬감과 통일성을 더했다. 편하기도 하지만, 파티션을 설치하면 공간에 입체적인 깊이감이 연출된다고 대표는 설명했다. 보통 집 안에 설치하는 벽난로는 테라스에 설치했다. 실내에 있으면 재가 날리고 그을음이 생겨서 자주 사용할 수 없지만, 베란다라서 사시사철 부담 없이 벽난로를 즐긴다.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예요.” 봄날 저녁에는 청계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을 느낄 수 있고, 여름에는 빗방울이 유리 천장을 두드리는 소리에 취할 수 있다. 따스한 햇볕을 쪼이거나 하염없이 밤하늘을 바라보기에도 좋다.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벽난로를 가로로 길게 디자인했더니, 남편이 열전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더군요(전공이 그 분야거든요). 결국엔 계산하는 사이에 그냥 만들어버렸지만요.”

벽난로가 있는 베란다는 우경미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천장이 유리로 돼 있어 햇볕을 쪼이기 좋다. 작은 화분들은 실내보다 환기가 잘되고 선선한 베란다에서 훨씬 잘 자란다.

벽난로가 있는 베란다는 우경미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천장이 유리로 돼 있어 햇볕을 쪼이기 좋다. 작은 화분들은 실내보다 환기가 잘되고 선선한 베란다에서 훨씬 잘 자란다.

욕실에는 공통적으로 나뭇가지를 장식했다.

욕실에는 공통적으로 나뭇가지를 장식했다.

거실에서 옥상 계단으로 이어지는 복도의 작은 창에서도 빛이 들어온다.

거실에서 옥상 계단으로 이어지는 복도의 작은 창에서도 빛이 들어온다.

 

이 멋진 집에서 의외인 점은 화려한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경미는 살면서 편하게 지내는 공간에 유명한 가구는 한두 개로 충분하다고 했다. 값비싸고 유명한 것보다는 나만의 것을 찾는 편이라며 웃었다. “치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동네 전체가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건물 외관도 너무 튀지 않는 단순한 상자 모양으로 디자인했습니다. 대신 부분적으로 원웨이 미러를 사용해서 악센트를 줬죠. 밖에서 보면 유리가 초록색으로 반사돼 보여요.”

 

네 자매 중 두 명이 여기 살고, 주말이 되면 온 가족이 이곳으로 모인다. 반려견들까지 다 데리고 오면 총 7마리. 그녀는 두 살짜리 반려견 골든 리트리버 오토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도시 생활에 치이다 여기에 오면 마음이 편하고 여유로워지죠. 이제 겉치레에도 지치고, 점점 많은 사람이 진짜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