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의 바스키아, 이찬오

 

요리사들의 신성한 주방에 호기심 가득한 말괄량이 아가씨들이 나타났다.
요리 실력은 기본, 맛깔스러운 입담과 개성적인 스타일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스타 셰프 이찬오의 음식 너머의 이야기들.

가슴 슬릿이 돋보이는 민소매 톱은 매리 카트란주(Mary Katrantzou at Boon The Shop), 반짝이는 자카드 소재 블루 스커트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스웨이드 소재 남색 하이힐은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at La Collection), 이어링은 에디 보르고(Eddie Borgo at Boon The Shop), 골드 와이드 뱅글은 유리베(Uribe at Boon The Shop). 이찬오 셰프가 입은 가느다란 줄무늬의 파랑 셔츠는 비슬로우(Beslow), 심플한 블랙 스니커즈는 라코스테(Lacoste at Platform). 조리 도구는 모두 휘슬러(Fissler), 꽃 장식은 그로브(Grove).

가슴 슬릿이 돋보이는 민소매 톱은 매리 카트란주(Mary Katrantzou at Boon The Shop), 반짝이는 자카드 소재 블루 스커트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스웨이드 소재 남색 하이힐은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at La Collection), 이어링은 에디 보르고(Eddie Borgo at Boon The Shop), 골드 와이드 뱅글은 유리베(Uribe at Boon The Shop). 이찬오 셰프가 입은 가느다란 줄무늬의 파랑 셔츠는 비슬로우(Beslow), 심플한 블랙 스니커즈는 라코스테(Lacoste at Platform). 조리 도구는 모두 휘슬러(Fissler), 꽃 장식은 그로브(Grove).

이찬오(Lee Chan Oh)

<올리브쇼 2015>의 르네상스 맨 이찬오는 요즘 요리 프로그램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이 우아한 남자의 필살기는 그림 같은 프랑스 요리다. 접시 위에 담긴 그 음식들은 퐁피두 센터에 걸린 현대 미술 작품들처럼 아름답다. 선명하면서도 은은한 색채의 이 요리들은 먹기 아까울 정도다. 실제로 그는 현대 미술 작품에서 플레이팅에 대한 많은 영감을 받는 편이다. 분당의 ‘로네펠트 티하우스 부티크’에서 총괄 셰프로 일할 땐 아예 레스토랑 1층 작업실에 이젤을 놓고 요리하는 틈틈이 그림을 그리곤 했다. “예전에 유화를 했는데, 요즘은 오일 파스텔을 주로 써요. 바스키아의 영향이 컸죠. 그 외에도 잭슨 폴락이랑 데미언 허스트, 한국 작가 중에선 이우환과 김환기의 철학적인 작품들을 좋아해요.”

방송에서는 다소 낯선 얼굴이지만 요리사로서 그의 이력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호주의 프렌치 레스토랑 ‘펠로’의 최연소 총괄 셰프를 달았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스물세 살이었다. <시드니 모닝>에는 드레드 헤어를 한 이 야심만만한 어린 셰프의 얼굴이 ‘룰 브레이커’라는 타이틀과 함께 실렸다. 극단적일 만큼 파격적인 스타일에 심취했던 그는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싶은 욕심에 파리로 건너갔다. 지금은 미슐랭 2스타가 된 ‘를레 루이 13(Relais Louis XIII)’이었다. “나이나 출신의 제한이 없는 호주가 기회의 땅이라면, 프랑스는 전혀 달랐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어요. 그래도 지금 제 요리 색깔이 대부분 거기서 나온 거예요.” 1년 후, 레스토랑 측은 그에게 수셰프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지만 이미 원한 바를 이룬 그는 미련 없이 프랑스를 떠나 네덜란드로 향했다. 북유럽 요리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중에 헤이그의 한 레스토랑으로부터 총괄 셰프 제안을 받은 그는 6개월 만에 무명의 작은 레스토랑을 ‘톱 20’까지 올려놓았다. “거기선 불고기 소스와 간장을 이용한 코리안 프렌치를 했어요. 당시만 해도 네덜란드에선 한식이 생소하던 때라 꽤 반응이 좋았죠.”

다시 한국에 들어온 건 군대 문제 때문이었다. 장군의 전담 조리사로 군 생활을 하고, 임피리얼 팰리스와 로네펠트 티하우스를 거치며 5년여의 시간을 보낸 그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다. 3월엔 ‘마누(Manu)’라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을 딴 뉴 프렌치 레스토랑이 청담동에 문을 연다. 마누는 그의 세례명이자 외국에서 쓰던 이름이다. “그곳에서도 미학적인 요리를 만들겠지만 가격적으로는 좀더 편안함을 주려고 해요.” 메뉴 카테고리는 이미 완성된 상태다. 오색 현미 리조토와 팝콘 오골계 같은 이색적인 요리들도 선보인다. “오골계를 쓰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디엄으로 조리된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바짝 구웠을 때 그래도 좀 재미있는 게 오골계죠. 치킨은 너무 지루하잖아요?” 그것도 연산 오골계다. 다른 요리들 역시 제주 광어, 횡성 한우, 고성 가리비처럼 특정 지역의 이름이 적혀 있다. “원산지에 신경을 좀 많이 쓰는 편이죠. 고성은 물이 엄청 깨끗하거든요. 개인적으로 고성 가리비를 좋아해요. 거긴 성게알도 참 맛있어요.” 그는 즉석에서 가리비를 손질해 금세 먹음직한 요리를 만들어 접시에 담았다. 로즈잎을 곁들인 구운 가리비 위에 추상화처럼 그려진 초록색 소스는 가리비 내장과 생크림, 그리고 시금치 소스를 함께 졸여 만든 것이다.

“열여덟 살에 호주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할 줄 아는 요리라곤 라면밖에 없었어요. 국제전화로 어머니께 일단 닭볶음탕과 부침개 만드는 법만 가르쳐달라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찬오의 지난 시간은 드라마틱한 그의 요리만큼 극적이다.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기 위해 호주에 간 소년은 그곳에서 요리사라는 꿈을 만났다. “결정적인 계기는 집세가 밀려 어쩔 수 없이 접시닦이를 하던 레스토랑 헤드 셰프의 집에서 신세를 질 때였어요. 거기서 우연히 찰리 트로터라는 전설적인 셰프의 창작 프렌치 요리 책 를 집어 들었는데, 페이지를 딱 넘기는 순간, 정말 예쁜 거예요. 이것이야말로 진짜 신세계라는 걸 알았죠. 그때부터 진짜 노력했어요. 세계 최고의 셰프가 되고 싶었거든요. 수영을 할 때도 전 꿈이 없었는데, 요리는 달랐어요. 몹시 재미있었죠. 지금도 그래요.” 그는 들뜬 마음으로 곧 오픈할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품격 있는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이찬오의 야심 찬 꿈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