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인조 모피 트렌드의 중심, ‘쉬림프’

2016.03.17

by VOGUE

    인조 모피 트렌드의 중심, ‘쉬림프’

    아직도 인조 모피를 싸구려로 취급하는 사람이 있을까?
    패션 생태계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감각적이며 유쾌하고 착한 인조 모피 트렌드의 중심에 바로 ‘쉬림프’가 있다.

    25세의 매력적인 외모에 괴짜 기질을 지닌 디자이너 하나 웨일랜드. ‘쉬림프’라는 귀여운 이름의 인조 모피 컬렉션은 배우 로라 베일리, 패셔니스타 알렉사 청 등이 입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을 시작하며 <보그>는 가장 주목할 만한 경향으로 인조 모피를 꼽았다. ‘Call Me Real Fake’라는 기사에서 맨 먼저 언급된 상표를 기억하시는지? “스튜디오 메이크업룸 안쪽의 드레싱룸에서 모델 정호연이 미우미우 70년대풍 실크 미니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그 위에 ‘쉬림프(Shrimps)’ 2015 S/S 컬렉션의 하늘색 인조 모피 코트와 머플러를 두르자 그녀가 입가에 살짝 어색한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 물론 처음은 ‘미우미우’의 실크 드레스지만, 패션 팬들이라면(최신 경향과 새 소식 접수하는 속도가 민첩한!) 그 뒤에 이어진 ‘새우’가 반가워(물론 자신은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나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을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패션계에 색색의 인조 모피(Faux Fur) 열풍을 몰고 온 ‘쉬림프’는 디자이너 하나 웨일랜드(Hannah Weiland)가 전개하는 영국 패션 브랜드다. 사실 <보그>는 몇 년 전부터 패션이 어떤 시대정신을 지닌 채 일종의 사명감을 갖는 분위기를 간파했다. 그래서 2013년에 서울 톱 디자이너 14명에게 인조 모피를 제공해 인조 모피 팝업 프로젝트를 기획한 바 있다. 푸시버튼, 송자인, 스티브앤요니 등은 누구보다 먼저 이런 ‘착한 사명’을 지닌 채 즐겁고 명랑하게 인조 모피를 패션으로 표현해왔다(그런 젊고 건전한 패션 의식은 얼마 전 론칭 하자마자 인기를 끌고 있는 ‘래비티’까지 이어지는 중). 이런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인조 모피가 일으키는 가볍고 즐거운 패션 신드롬의 중앙에 바로 쉬림프가 있다. 자그마한 체구에 긴 블론드 머리가 더없이 아름다운 스물다섯 살짜리 ‘새우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보그>는 런던 소호에 마련된 쉬림프 작업실을 방문했다. 발음마저 매력적인 이 브랜드가 입소문에 입소문을 거쳐 알려지기 시작한 지 고작 1년 6개월(2월 런던 패션 위크에서 두 번째 프레젠테이션 겸 네 번째 컬렉션을 발표할 예정). 전 세계 젊은 멋쟁이들의 옷장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그녀와의 유쾌한 대화 속으로!

    Vogue Korea(이하 Vogue) 쉬림프의 인기가 한국에까지 퍼졌다. 어떻게 해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나?

    Hannah Weiland(이하 Hannah)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하던 중 나와 친구들을 위해 인조 모피 코트를 만들었다. 일렉트릭 블루와 브레톤 스트라이프(네이비&화이트 세일러 스트라이프)를 변형한 몇 개의 줄무늬를 넣어 10벌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배우 로라 베일리(우리 가족과 오랜 친분이 있다)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 뒤 몇 개를 사갔다. 그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뒤 런던 패션 위크에 입고 오자마자 순식간에 퍼졌다. 곧장 애비뉴 32에서 연락이 오고 네타포르테의 나탈리 메세네로부터 바잉하고 싶다는 이메일이 왔다. 한 개가 10개, 다시 300개가 되더니 삽시간에 엄청난 숫자로 늘었다!

    Vogue 그나저나 쉬림프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였나?

    Hannah 사실 반응을 보고 이름을 짓겠다고 생각했다. ‘하나’, 혹은 ‘웨일랜드’보다 내 별명인 ‘쉬림프’가 좋았다. 곧장 일러스트 작업을 했는데 그게 로고가 됐다. 이렇듯 단시간에 브랜드로 자리 잡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옷을 입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Vogue 2015 S/S 컬렉션이 곧 매장에 진열될 시기다. 이 컬렉션은 지난해 9월 런던 패션 위크에서 봤다.

    Hannah 2월에 매장과 온라인 숍에서 판매되고, 지난 성탄 시즌에 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잠옷 브랜드 ‘포플린(Poplin)’과 협업한 실크 일러스트 잠옷과 쉬림프의 시그니처가 된 인조 모피 외투, 액세서리 등등. 신발은 소피아 웹스터와의 협업이다. 소피아 역시 한국에 잘 알려진 디자이너인가?

    Vogue 물론이다! 한국 패션계는 소식이면 소식, 트렌드면 트렌드, 뭐든 무척 빨리 전파된다. 실크 잠옷에 그린 일러스트는 모두 당신 솜씨인가?

    Hannah 수업 시간에 노트에 ‘두들링(Doodling, 낙서)’하던 캐릭터들이다. 모두 상상 속 인물들이다. 정말 맘에 드는 캐릭터에는 이름을 붙이거나, 특별하다 싶으면 색깔을 칠하기도 한다.

    Vogue 당신의 두들링 스케치는 꽤 영국적이다. 낙서처럼 끄적거린 일러스트에 대해 좀더 설명한다면?

    Hannah 학창 시절 수업 중에 늘 끄적거리던 거다. 요즘도 미팅 중에 수없이 두들링을 한다. 물론 지금처럼 인터뷰 때는 못한다. 시간이 없어서, 하하! 그중 맘에 드는 것으로 뭘 만든다. 잠옷도 그중 하나다. 쉬림프 웹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고객들에겐 감사의 마음으로 두들링 스케치가 프린트된 박스에 포장해 배송한다. 친구들이 내 ‘괴상망측’한 낙서들이 옷으로 진화했다며 놀리는 바람에 한바탕 웃기도 했다.

    Vogue 웹사이트가 다분히 ‘쉬림프’답다. 컬렉션을 소개하는 패션 필름, 룩북, 그리고 이커머스 스토어까지. 젊은 브랜드치곤 꽤 치밀하게 구성된 느낌이다.

    Hannah 온라인 숍은 2014년 8월에 론칭했다. 전 세계 곳곳에 내 옷을 사는 고객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떻게 알고 사는지 모르겠다. 하하! 잠옷 중 몇 스타일은 이메일로 공개한 뒤 단 2초 만에 팔리기 시작해 바로 솔드아웃 됐다! 내가 좋아하고 내게 영감을 주는 쉬림프 월드를 웹사이트에 담고 싶었다. 필름에도 카라반과 내 강아지, 미니어처 피규어, 오이 피클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담았다.

    Vogue 아주 영국적이다!

    Hannah 나에겐 칭찬이나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서 나는 뼛속까지 영국 사람이다. 쉬림프를 전개하면서 내가 얼마나 영국적인지 새삼 깨닫고 배우는 중이다. 영국 패션과 그에 담긴 유머가 정말 좋다.

    Vogue 이제 당신은 젊은 디자이너로서 비즈니스를 잘 성장시켜야 할 중요한 과정에 있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진지한 모습이 느껴진다.

    Hannah 많은 사람들의 지원 덕분에 든든하다. 특히 리테일이 아주 흥미롭다. 아빠와 오빠가 영화 쪽에서 일하고 있어서 영상 한 편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세밀한 작업에 대해 잘 알게 됐다. 매장 역시 마찬가지다. 가구, 디스플레이, 그리고 제품 하나하나에 들어간 정교함과 정성이 더없이 흥미롭다. 참 놀랍고 감사한 게 많은 요즘이다.

    Vogue 가을 컬렉션엔 또 뭘 준비 중인지 <보그>에 알려줄 수 있나?

    Hannah 비밀이다. 외투와 소품에 좀더 힘을 실었다. 프레젠테이션 깜짝 아이템도 마련했다. 포니테일 헤어(당연히 인조!) 바이커 재킷과 모피 칼라에 좀더 가벼운 색감을 입혔다.

    Vogue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단시간에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Hannah 심플한 게 좋다. 너무 깊게 파고들거나 복잡한 건 별로다. 당신 말대로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싶다. 갑자기 신발 컬렉션을 소개할 순 없다. 물론 언젠가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소피아와의 협업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Vogue 당신 말대로 쉬림프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신에게 인스타그램이란 어떤 의미인가?

    Hannah 이젠 인스타그램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건설’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컬렉션은 물론 나에게 영감을 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이를테면 나의 강아지에 대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인스타그램이다. 무엇보다 아주 재밌다. 나는 인스타를 사랑한다!

    Vogue 젊은 디자이너답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영국이란?

    Hannah 내 삶의 전부! 나는 영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영국의 창의성을 몹시 사랑한다. 영국인에겐 절제되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은 동시에 별나고(Quirky) 괴짜(Wacky)다운 면이 있다. 난 그게 참 좋다. 지극히 영국적인 정체성과 유머를 쉬림프에서 느낄 수 있기를!

      에디터
      취재 / 여인해(패션 칼럼니스트), 패션 에디터 / 신광호
      포토그래퍼
      LEE SEU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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