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깡패 정창욱의 진짜 손맛

요리사들의 신성한 주방에 호기심 가득한 말괄량이 아가씨들이 나타났다.
요리 실력은 기본, 맛깔스러운 입담과 개성적인 스타일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스타 셰프 정창욱의 음식 너머의 이야기들.

격자무늬가 돋보이는 볼륨 소매 장식 원피스는 푸시버튼(Pushbutton), 장미 모티브의 크리스털 네크리스와 이어링, 링은 모두 마위(Mawi at Bbanzzac), 붉은색 지브라 패턴 하이힐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정창욱이 입은 면 소재 블루 셔츠는 비슬로우(Beslow). 물 주전자와 불가사리 장식은 에스갤러리(S Gallery).

격자무늬가 돋보이는 볼륨 소매 장식 원피스는 푸시버튼(Pushbutton), 장미 모티브의 크리스털 네크리스와 이어링, 링은 모두 마위(Mawi at Bbanzzac), 붉은색 지브라 패턴 하이힐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정창욱이 입은 면 소재 블루 셔츠는 비슬로우(Beslow). 물 주전자와 불가사리 장식은 에스갤러리(S Gallery).

정창욱(Chaugi)

정창욱은 ‘월간 윤종신’의 1월호 ‘쿠바 샌드위치’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촬영 장소는 그의 운니동 레스토랑 ‘비스트로 차우기’. 알고 보면 그는 이 노래의 숨은 작사가이기도 하다. “하루는 종신이 형으로부터 문자가 왔어요. 혹시 쿠바 샌드위치 만들 줄 아느냐고. 실제로 만들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레시피를 보냈는데 그대로 노래 가사가 됐어요.” 쿠바 샌드위치 트럭을 소재로 한 군침 도는 로드 무비 <아메리칸 셰프>의 주인공은 어쩐지 정창욱과 닮은 구석이 많다. 요리사라는 직업뿐 아니라 거침없는 말투도 비슷하다. 그리고 남다른 자기만의 길을 걸어왔다. 정창욱은 요리학교를 다닌 적도 없다. 만약 우리 인생이 하나의 요리로 표현될 수 있다면 이 까까머리 요리사는 어떤 요리책에도 쓰이지 않은 새로운 레시피다.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동경에서 자란 정창욱의 첫 번째 직업은 NHK의 동시통역사였다. 하와이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지만 요리에 더 열심이던 그는 학교 대신 주방을 배움터 삼았다. 셰프라는 이름표를 달기 전엔 각종 식당과 카페 컨설팅도 했다. 요리사를 업으로 삼은 건 2007년부터였다. “이건 칼을 쥐고 100원 한 푼이라도 벌어본 시점을 말하는 거예요. 사실 요리는 열한 살 때부터 했죠. 외삼촌들이 전부 식당을 하는데, 요리사 형들이랑 놀려면 주방에 들어가 뭐라도 해야 했거든요. 대걸레를 손으로 빨고 생선 내장을 치우고, 제법 한다 싶으니 칼질도 가르쳐줬어요.” 그는 주방에서 어깨너머로 배워온 지식과 남달리 예민한 후각을 무기로 빠른 시간 안에 요리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가로수길 열풍이 불어올 무렵, 이색적인 분위기로 눈길을 끌던 ‘가로수길 프로젝트’가 그의 솜씨며, CF 감독 백종열과 사진가 안성진, 홍장현 등이 논현동 스튜디오 자리에 만들었던 모던 이자카야 ‘스미스 선생’의 주방을 맡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헤어스타일이 탄생한 건 그즈음이다. “샤워하면서 한번 면도기로 밀어봤는데, 아주 편하더라고요.” 모자 대신 이슬람 ‘왓치’를 쓰는 건 다만 가격이 너무도 저렴해서일 뿐, 종교적인 뜻은 없다.

본격적으로 정창욱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2010년 재동의 한적한 골목길에 ‘차우기’를 차리면서부터다. ‘젓가락으로 먹는 양식’이라는 독특한 컨셉의 이 정갈한 한옥 식당은 양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어버렸다. “그냥 제가 평소 먹고 싶어 하던 걸 팔아야겠단 생각이었어요. 한옥이다 보니 한식집이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죠. 거기에 민머리 요리사가 있으니 사찰 음식 하냐고 묻기도 하고.” 날마다 장에 나온 좋은 식재료를 보고 메뉴를 정한 탓에 딱히 정해진 요리도 없었다. 그럼에도 여섯 개 남짓한 2인용 테이블이 전부인 이 조그마한 식당은 늘 손님들로 북적댔다.

지난해엔 운니동으로 둥지를 옮겨 ‘비스트로 차우기’의 문을 열었다. 전보다 규모는 커졌지만 분위기는 여전하다. 하얀 벽엔 그가 찍은 따뜻한 사진들이 걸려 있고, 손 글씨 메뉴판은 날마다 내용이 달라진다. 대로변을 벗어난 골목에 위치했단 점도 마찬가지다. “어린 왕자의 장미도 오랜 시간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특별해진 거잖아요. 찾기 어려운 탓에 더 의미가 있고, 저 역시 일부러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정창욱은 고운 빛깔의 작약과 수국이 부드러운 향기를 풍기는 테이블 위에 차가운 로스트 비프가 담긴 접시를 놓았다. 암소 우둔살을 오븐에 구운 다음 다시 알루미늄 포일에 싸서 오랜 시간 익힌 정성이 담긴 요리다. 뵈프 부르기뇽, 닭간 파테 등 다른 메뉴들처럼 매일 아침 그가 직접 장을 봐 만든 것이다. 예약 전화를 받는 일부터 요리와 서빙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 녹화가 있는 날은 아예 가게 문을 닫는다. “요리사의 매력은 제 직장을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여기서 만든 모든 규칙은 제가 만든 거고, 지금은 제가 만든 그 룰 안에 제가 갇혀 있는 상태죠. 이걸 지속해나가는 게 제 목표예요.” 정창욱은 자신의 요리처럼 인생을 산다. ‘비스트로 차우기’도 마찬가지다. 소박한 쿠바 샌드위치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자꾸자꾸 찾게 되는 건 바로 그 안에 숨겨진 진심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