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 신세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쇼루밍이나 웹루밍을 따지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디지털 신기술과 만나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지갑을 열게 만드는 쇼핑 신세계!

(왼쪽부터)카키색 가죽 원피스와 벨트, 앵클 스트랩힐은 모두 구찌(Gucci), 골드 뱅글은 디스퀘어드2(DSquared²). 검정 톱은 세컨스킨(2nd Skin), 베스트와 쇼츠는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플랫폼 슈즈는 캘빈 클라인 컬렉션(Calvin Klein Collection). 흰색 크롭트 셔츠와 스트랩힐은 디스퀘어드2, 와이드 팬츠는 캘빈 클라인 컬렉션.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신은 예쁜 구두가 마음에 들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찰칵 찍으면 즉시 어느 브랜드 상품인지 찾아낼 수 있는 데다 심지어 바로 구입이 가능하다. 인형 놀이 하듯 가상의 나에게 이것저것 입혀보고 어떤 것이 잘 어울리는지 판단한 후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다음 날 집 앞에 도착한다. 22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한 장면? 천만에! 지금 이 순간 신속히 변화하는 쇼핑의 방식이다.

얼마 전 디지털 광고 기술 회사 크리테오(Criteo)에서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미래를 예측한 ‘2015년 e 커머스 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할 거라는 것. 특히 한국은 이미 스마트폰이 44%를 차지해 세계 1위. 모든 건 페이팔(PayPal), 혹은 애플페이(Apple Pay) 같은 디지털 결제 기술, 그리고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인 결제 어플 덕분이다. 게다가 최근 구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의 경우 연간 10만원(95달러) 정도의 회비를 내면 횟수에 상관없이 어느 웹사이트, 어느 어플에서 구입한 아이템이든 당일, 혹은 익일 배송해준다.

하루에도 수만 개씩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같은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뷰티 웹사이트 ‘Preen.Me’에서 시작한 ‘Shop Your Instagram’은 회원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뷰티 아이템에 ‘좋아요’를 누르면 그것을 구입할 수 있는 링크를 즉시 이메일로 보내준다. 이미 판매로 이어지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프린미’에서 추가로 준비 중인 것은 블로거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을 곧장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인기 블로거들은 그야말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편집숍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니만 마커스의 새로운 쇼핑 어플 역시 눈길을 끈다. ‘Snap, Find, Shop’이란 홍보 문구처럼 사진을 찍고 어떤 제품인지 찾고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 언제 어디서든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하거나 스트리트 패션 사진에서 괜찮은 아이템을 보면 어플을 통해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도 있다. 게다가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제품은 또 뭐가 있는지 추천하고 온라인 숍으로 연동되어 즉시 구입까지 가능하다. 아직은 가방과 구두에만 한정된 서비스지만 차차 늘릴 계획이란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쇼핑은 모바일로 하게 되는 걸까?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물로 확인하고 입어본 후 온라인에서 최저가를 찾아 구입하는 ‘쇼루밍(Showrooming)’, 그리고 온라인상의 모든 정보를 수집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웹루밍(Webrooming)’이 모두 혼재된 것이 최근의 소비 형태임을 고려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프라인 매장 역시 변화하고 있다. 선두 주자는 니만 마커스 백화점이다. 3년 전 ‘iLab’ 부서를 신설한 백화점은 앞서가는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사활을 건 듯 보인다. 우선 텍사스, 캘리포니아, 시카고 등 몇몇 매장에만 설치해 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는 ‘판매 테이블’이 대표적인 예. 터치스크린 개발 업체 ‘T1Visions’와 합작으로 탄생된 이것은 겉은 모던한 가구처럼 보이지만 놀라운 기능을 숨기고 있다. 미국의 모든 니만 마커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하는 제품의 재고와 다른 컬러, 혹은 사이즈를 확인하는 단순한 검색 기능은 기본. 여기에 자신의 계정에 매장에서 본 상품을 등록하면 이와 비슷한 제품이나 어울릴 만한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매장 밖에서도 언제든 온라인상으로 계정에 로그인할 수 있고 해당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매장에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구입하지 않았더라도 그날 밤 계속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 즉시 다시 구입 버튼을 눌러 결제를 진행하고 집으로 배송 받으면 된다.

‘메모리 거울’ 역시 획기적 시도다. 샌프란시스코와 댈러스의 니만 마커스 지점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 거울은 매장에서 옷을 입어본 뒤 거울 앞에 서서 사진을 촬영하면, 또 다른 옷을 입어봤을 때 먼저 찍은 이미지를 거울 위로 불러와 나란히 두고 비교해볼 수 있다. 뒷모습과 옆모습을 찍어두면 360°에서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거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꼭대기에 카메라를 숨기고 있는 것이 원리. 사진 저장 횟수에 제한이 없기에 매장에 있는 옷 가운데 내 맘에 드는 옷을 모두 입어보고 거울에 한 번에 띄워도 된다. 게다가 거울 앞에서 찍은 사진을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친구들에게 보내 의견을 묻거나 SNS에 공유할 수 있다. 현재 추가로 개발 중인 기술은 한 벌의 옷을 입고 촬영하면, 같은 옷의 다른 컬러나 패턴도 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 그야말로 쇼핑 신세계가 아닌가!

평소 고고한 척하기 바쁜 하이패션 브랜드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2011년 홀로그램 패션쇼를 선보이면서 누구보다 민첩하게 디지털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버버리 프로섬은 전 세계 매장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스위트 박스’ 프로그램. 버버리 뷰티 제품, 가령 네일이나 립스틱 컬러가 내 피부톤에 잘 맞는지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또 타미 힐피거는 전 세계 곳곳의 바이어들이 모여 새 컬렉션 아이템을 보고 주문을 넣던 쇼룸을 일대 혁신시켰다. 컬렉션 룩이 줄줄이 걸린 행어 대신 커다란 터치스크린 테이블과 벽면 한가득 고해상 스크린을 배치한 것(무려 4,000픽셀!). 룩을 하나하나 실제로 보는 대신 터치스크린에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해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가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이다. 360° 돌려가며 볼 수 있음은 물론, 스마트폰처럼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확대해 디테일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또 다양한 컬러와 사이즈까지. 소재를 직접 만지고 싶은 바이어들을 위해서라면? 작은 패브릭 스워치 북을 따로 준비했으니 걱정 마시길(타미 힐피거 하우스는 2~3년 내에 전 세계 모든 쇼룸을 이런 방식으로 디지털화할 거라고 발표했다)!

보시다시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래서 부각되고 있는 것이 ‘크로스 디바이스 솔루션(Cross-Device Solution)’의 중요성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 중인 소비자를 정확히 한 명의 고객으로 인식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나저나 이런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쇼핑 패턴을 보다 정확히 분석한다면 또 얼마나 정교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등장하게 될까. 2015년 버전의 쇼핑 신세계가 지금 당신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