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사진가 김영준의 로프트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넓은 거실과 부엌.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넓은 거실과 부엌.

패션 사진가 김영준의 집은 전원주택처럼 차분하고 따스한 정적이 흐른다.
편안한 목재 가구와 심플한 인테리어로 완성된, 모던한 개성으로 넘쳐나는 그의 로프트로 초대한다.

패션 사진가 김영준은 늘 바쁘고 창조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가 오가며 감각적인 패션 비주얼이 만들어지는 곳. 그는 10년 가까이 패션계에서 일하는 동안 강남을 떠나본 적이 없다. 심지어 어릴 적부터 개포동에 살아온 ‘원조 강남 키즈’. 그런 그가 문득 하남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편히 쉴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일터와 좀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죠.” 한남동에 신혼집을 마련해 살던 그와 그의 아내(스타일리스트 남주희)는 지난해 마침내 서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하남 덕풍동에 위치한, 넓은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다보이는 방 세 개짜리 아파트는 김영준 부부가 꿈꾸던 드림 하우스가 완벽하게 구현된 곳이다. 항상 빛이 가득하고, 살림살이가 서로 조화롭게 배치된 조용한 공간. 부부가 가족 전부이지만 사람 냄새가 폴폴 풍기는 집. 번잡스러운 ‘도시 생활로부터의 피난처’라는 그의 바람대로 저녁이면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8개월 전 지금 집으로 이사 오면서 그가 세운 계획은 심플했다. 무조건 편안한 공간을 만들자! 먼저 미사리에서 집을 찾던 그는 지금 아파트를 보자마자 결정을 내렸다. “4층 거주자는 건물의 옥상을, 1층 거주자는 지하 창고를 맘대로, 그리고 통째로 쓸 수 있다는 말에 냉큼 결정해버렸어요. 분당만 해도 강남 한복판만큼 복잡하더군요. 이에 비해 덕풍동은 아직까지 조용해요. 마치 전원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답니다.”

컬러풀한 부엌 도구들이 눈에 띄는 기다란 싱크대. 위의 수납장을 오픈해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했다.

컬러풀한 부엌 도구들이 눈에 띄는 기다란 싱크대. 위의 수납장을 오픈해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했다.

창고와 연결된 지하 거실의 창을 세련된 블라인드와 캐비닛으로 꾸몄다. 그 옆으론 김영준이 아끼는 화보 작업이 걸려 있다.

창고와 연결된 지하 거실의 창을 세련된 블라인드와 캐비닛으로 꾸몄다. 그 옆으론 김영준이 아끼는 화보 작업이 걸려 있다.

컬러풀한 소품이나 가구, 패브릭을 적극 이용한 게 이 집의 인테리어 포인트.

컬러풀한 소품이나 가구, 패브릭을 적극 이용한 게 이 집의 인테리어 포인트.

무토(Muuto)의 더블 테이블 위엔 헤이(Hay)의 접시가 놓여 있다. 회색 벽과 잘 어울리는 제네바(Geneva)의 빨간색 스피커. 1층과 지하 거실이 연결된 계단. USM의 노란색 TV장과 빨간색 커튼이 조화를 이룬다.

무토(Muuto)의 더블 테이블 위엔 헤이(Hay)의 접시가 놓여 있다. 회색 벽과 잘 어울리는 제네바(Geneva)의 빨간색 스피커. 1층과 지하 거실이 연결된 계단. USM의 노란색 TV장과 빨간색 커튼이 조화를 이룬다.

부부의 침실과 거실, 부엌, 드레싱룸과 게스트룸으로 구성된 1층, 넓은 지하실까지 90평(297㎡) 남짓의 집은 김영준 부부의 정성 어린 손길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거창한 장식품이나 비싼 가구 대신 최소한의 오브제와 디테일만으로 심플하게 꾸몄다. 인테리어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공간 활용도가 낮아진다고 남주희는 지적한다. “늘 정리가 잘되어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것은 부부가 인테리어 팀에게 주문한 것이기도 하다. “맘에 드는 디테일이 나올 때까지 디자이너와 시공 업체를 수없이 교체해야 했지요.”

 

방 두 개를 트고 지하 창고, 베란다를 모두 확장한 아파트는 ‘릴랙싱’과 ‘평온함’에 포인트를 맞춰 꾸며졌다. 집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길게 펼쳐진 부엌의 싱크대. 마치 외국 집의 부엌을 연상시키는 넓은 싱크대는 아내 남주희가 가장 아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모든 가사 도구는 눈에 보이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널찍한 찬장을 주문 제작했다. 그 앞으론 실용적인 아일랜드 테이블과 쎄덱의 넓은 원목 식탁이, 바로 옆으로는 채광이 끝내주는 넓은 거실이 자리 잡고 있다. 눈에 띄는 건 벽지나 페인트를 바르지 않은 묵직한 회색 톤의 콘크리트 벽. “회색은 어떤 가구나 소품과도 무난하게 어울리니까요. 그런데 세련된 회색을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콘크리트 컬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낫겠다 싶어 마감 처리만 했습니다.” 말하자면 집의 전체 테마는 모노톤의 심플함. 여기에 비비드 컬러의 패브릭과 소품으로 포인트를 줬다. 집을 결정한 후 부부는 바쁜 와중에도 수많은 인테리어 잡지와 인터넷을 뒤져가며 맘에 드는 시안을 모았다. 그리고 집을 꾸미는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저나 남편이나 해외 출장이 잦은 편입니다. 출장 때마다 리빙숍은 꼭 들르는 편이에요. 남편이 얼마 전 뉴욕에서 예쁜 조명을 구입했는데, 아직 배송 전이에요. <보그> 촬영 전에 도착했음 좋았을 텐데요. 집에 필요한 것들은 충동적으로 결정하기보다 하나하나 신중히 따져 보려고 해요.” 

서재로 활용하는 지하 공간.

서재로 활용하는 지하 공간.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김영준에게 영화관 못지않은 영상을 제공하는 영화 감상실이 바로 그곳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김영준에게 영화관 못지않은 영상을 제공하는 영화 감상실이 바로 그곳이다.

부부의 침실. 안락한 휴식을 위한 최소한의 인테리어만으로 꾸며졌다.

부부의 침실. 안락한 휴식을 위한 최소한의 인테리어만으로 꾸며졌다.

거실에서 지하로 내려오자 마주치는 건 ‘ㄱ’자로 만든 바. 그 옆으로 내려가면 영화 감상실이 나온다.

거실에서 지하로 내려오자 마주치는 건 ‘ㄱ’자로 만든 바. 그 옆으로 내려가면 영화 감상실이 나온다.

스스로 ‘정리벽’이 있다고 얘기하는 남주희의 꼼꼼한 정리 실력이 드러나는 공간. 방 두 개를 터서 만든 드레싱룸이다.

스스로 ‘정리벽’이 있다고 얘기하는 남주희의 꼼꼼한 정리 실력이 드러나는 공간. 방 두 개를 터서 만든 드레싱룸이다.

 

거실과 마찬가지로 모든 방의 메인 컬러는 그레이다. 안방은 사이드 조명으로 은은한 빛을 연출한 게 인테리어의 전부. “빛이 너무 밝으면 남편이 힘들어해요. 지하 스튜디오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게 이유인 것 같아요.” 그런 남편을 위해 정성스럽게 세팅한 공간이 있으니 이 집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지하 거실. 거실 한쪽으로 낸 좁은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천고가 높고 뻥 뚫린 복층 구조의 하얀 공간이 나온다. 원래 집 밖에서 진입하는 창고였지만 입구를 막고 1층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공사를 했다. 천장의 터프한 디테일을 그대로 살려 깔끔한 화이트 톤으로 개조한 복층 구조의 로프트 같은 공간은 부부의 영화관이 되거나 아늑한 바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창작 활동을 위한 작업 공간이 되는 곳이다. 서재로 이용하는 한쪽 벽에는 다양한 패션 북과 남편이 좋아하는 작업이 걸려 있다. “지인들을 자주 초대하는 편인데, 파티를 열기에 좋아요. 다들 이 지하 공간을 무척 좋아하더군요.” 바깥세상과 완벽하게 차단된 아방궁 같은 지하 거실은 김영준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늦은 밤 스튜디오에서 돌아오면 마치 오래 살던 집처럼 아늑하고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저를 상당히 기분 좋게 해주죠.” 밝음과 고요함이 적절하게 어울린 실용적인 로프트! 현재 가장 바쁘게 살고 있는 패션 커플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담요와 쿠션, 커튼, 러그 등 컬러감 있는 패브릭을 적극 활용해 공간에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담요와 쿠션, 커튼, 러그 등 컬러감 있는 패브릭을 적극 활용해 공간에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안방과 안방 욕실 사이 위치한 파우더룸. 화장대 건너편엔 타월이나 이불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문 대신 커튼을 달아 실용성을 높였다.

안방과 안방 욕실 사이 위치한 파우더룸. 화장대 건너편엔 타월이나 이불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문 대신 커튼을 달아 실용성을 높였다.

김영준 · 남주희 커플의 아이 방으로 꾸며질 게스트룸. 연두색 커튼을 삼단으로 나눠 연출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김영준 · 남주희 커플의 아이 방으로 꾸며질 게스트룸. 연두색 커튼을 삼단으로 나눠 연출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