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구두 리포트: 공작, 날개를 펼치다

올해 각 패션위크에서는 유리처럼 매끄러운 가방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깔끔한 표면 위를 뒤덮은 비늘이라든지 요철, 혹은 금속장식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오직 70년대 스타일의 스웨이드 프린지만이 이번 시즌 핸드백이 보여주는 어여쁜 엄숙함을 깨부수곤 했다.

그러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마치 한 마리 공작과 같은 구두가 수수한 가방들을 제치고 날개를 활짝 펼쳤다.

AQUAZZURA

아쿠아주라에서 눈에 들어오던 구두는 글자 그대로 한 마리의 ‘공작’이었다. 녹색부터 회색, 혹은 푸시아 핑크와 하늘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상의 커다란 깃털들이 긴 부츠를 감싸고 있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구두들은 핸드백의 팬시한 느낌을 어떤 방법으로 가져왔는지 뽐내듯 보여주고 있었다.

아쿠아주라는 콜롬비아 출신의 디자이너 에드가르도 오소리오가 이끄는 피렌체 브랜드다. 오소리오의 구두는 대부분 높고 스트랩이 달렸으며 장식이 과감하다. 그러나 최근 트렌드인 ‘비대칭’에 맞춰 매듭과 프린지가 달린 옅은 갈색의 스웨이드 스노부츠를 내놓았다. 그 대조군으로 쇼킹한 핑크색 스웨이드 덮개로 발목을 감싼 스틸레토 힐도 아무렇지 않게 제시됐다.

피렌체 아르노 강이 내려다보이는 역사적인 건물인 팔라조 코르시니(Palazzo Corsini)에 매장을 둔 아쿠아주라는 콜롬비아의 거친 에너지와 이태리 인들의 열정적인 기술을 결합했다. 공작은 아쿠아주라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상징이라 할 수 있겠다.

ⓒ Roger Vivier

ROGER VIVIER

“전 남성미 넘치는 구두들을 만들고 있어요.” 브루노 프리소니는 플랫슈즈들과 함께 매니시 룩을 바탕으로 접근한 크고 작은 흑백체크의 앵클 부츠들을 내보이며 말했다.

현실과 분리된 기 부르댕이 찍은 사진처럼 크리스털 샹들리에에 매달린 싸이하이 부츠를 올려다보며, 나는 남성성으로 여성성을 억누른다는 비비에의 아이디어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었다. 그 절충안으로 나온 것이 생생한 별 패턴이나 컬러블록이 들어간 여성스러운 플랫슈즈였다.

ⓒ Roger Vivier

관건은 장식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뿐 아니라 기존의 비비에와 프리소니의 3차원 “프리스믹(Prismick)” 커팅을 대체할 새로운 시그니처 디자인을 고안해내는 것이었다. 답은 그 유명한 “사선형 굽”이나 쉼표, 형태 등이 아니라 새로운 트럼펫 힐에 있었다. 70년대 스타일의 바지 재단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곡선을 그리며 만들어진 높은 굽이었다.

ⓒ Paul Andrew

PAUL ANDREW

뉴욕에서 일하는 영국 디자이너이자 2014년도 CFDA/보그 패션펀드의 수상자이며 2015년도 CFDA/스와로브스키 상 후보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기도 한 폴 앤드류는 자신의 시그니처인 스트레치 부츠를 니하이나 싸이하이로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디자인은 어두운 색상에서든 밝은 색상에서든 언제나 관능적이다.

ⓒ Paul Andrew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앤드류는 알렉산더 맥퀸으로부터 구두 디자인에 대해 배운 후 뉴욕으로 건너와 도나 카란, 캘빈 클라인, 그리고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밑에서 일했다.

ⓒ Paul Andrew

마음의 고향인 뉴욕에서 앤드류는 뉴욕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인 하이라인(High Line) 파크에서 영감을 얻어 하이힐을 디자인했다. 물론 앤드류의 스틸레토 힐을 신고 하이라인을 걸으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 Paul Andrew

금박 스터드로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표현한 스트레치 부츠는 순식간에 뉴욕을 파리로 불러오는 드라마틱한 방법을 연출했다.

ⓒ Nicholas Kirkwood

NICHOLAS KIRKWOOD

니콜라스 커크우드는 흥청망청한 60년대로 돌아가 카나비 스트리트와 매리 퀀트의 시대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레트로 룩을 내놓은 건 아니었다.

ⓒ Nicholas Kirkwood

커크우드는 흑백의 모더니즘적 효과를 제시한 예술가 브리짓 라일리의 옵 아트(op art, 기하학적 구성을 중심으로 한 추상미술) 또는 착시현상과 함께 60년대의 퓨처리즘에 포커스를 두었다.

ⓒ Nicholas Kirkwood

플렉시 유리로 된 둥근 투명 굽과 흑연으로 칠한 듯 메탈릭한 느낌을 가미한 실버 플래티넘 스타일이 카나비 패션에 딸려왔다.

ⓒ Nicholas Kirkwood

커크우드는 2015년 겨울을 겨냥해서는 우리가 60년대에 ‘펀 퍼(Fun Fur)’라 부르던 토끼털을 덧댄 오픈 토의 올리 부츠를 내놓았다.

ⓒ Hermès

HERMES

에르메스에서 나온 벨벳 스니커즈 신으실 분? 라이딩 부츠의 명가가 내놓은 운동화라니, 정말? 실크만큼 부드러운 검은색 고급가죽으로 만들고 이질적인 빨강과 파랑 선으로 전통적인 디자인에 재미를 더한 승마부츠도 등장했다. 에르메스가 이번 시즌 제안하는 신발들은 특별히 거울로 만들어진 케이스 안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고, 이는 수많은 구두 디자인이 존재하는 듯한 환상을 자아냈다.

물론 마구에서 시작한 브랜드답게 대부분의 구두는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메탈 끈으로 터프함을 더한 발레슈즈 같은 클래식이 있는가 하면, 터키·스칼렛·핑크의 세 가지 색상으로 된 미디엄힐의 펌프스와 메탈 스터드 라인으로 장식한 앵클 부츠 같은 과감한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에르메스가 조심스럽게 내놓은 궁극의 럭셔리는 바로 밍크 트리밍을 두른 연두 빛 악어가죽 로퍼였다.

 

English Ver.

 

The peacock shoe pecks out the plain handbag 
But guess what: the peacock shoe has picked at the plain bag – and spread its wings.

AQUAZZURA  
The prize piece from Aquazzura was literally peacock footwear. A feather-covered high boot, in plumes of many colours from green shading to grey or fuchsia pink and sky blue, was the strutting example of how decorative shoes have borrowed  fancy effects from handbags.
Aquazzura is the name of a Florence-based brand from Colombian designer Edgardo Osorio. His shoes are wildly decorative and mostly high and strappy. But responding to the trend for high-lo, there were also suede snow boots, in ginger with a knotted fringe; by contrast, a shocking pink suede shoe with turned-back flaps at the ankle was unashamedly a stiletto.
With a store in Florence’s Palazzo Corsini, the historic building looking over the river Arno, Aquazzura teams the intense hand skills of the Italians with the wild energy of Columbia. A peacock is its perfect symbol.

ROGER VIVIER

“I am making masculine shoes,’’ said Bruno Frisoni, as he showed me flat shoes and a mannish approach in the low boots in graphic black-and-white checks – large or small.
Looking up at a crystal chandelier with a pair of thigh-high boots swinging, disembodied, like a photograph by Guy Bourdin, I was not totally convinced by this idea of masculine defeating feminine at Vivier. The compromise: feminine flats with graphic star patterns or colour blocks.
The skill was to find not just a decorative approach, but also to invent a new signature for Vivier and Frisoni’s three-dimensional “Prismick” cutting. The answer was not the established “virgule” or comma, shape, but the new trumpet heel – high but curved, and inspired by the cut of 1970s trousers.

PAUL ANDREW
As a British designer working out of New York, winner of the 2014 CFDA/Vogue Fashion Fund, and newly nominated for the CFDA/Swarovski 2015 award, Paul Andrew’s variations on his signature stretch boots might be knee- or thigh-high, but are always seductive in their dark or bright colours.
British-born, US-based Andrew cut his teeth designing shoes for Alexander McQueen before moving to New York to work under Donna Karan, Calvin Klein and Narciso Rodriguez.
In a New York state of mind, Andrew created high heels inspired by the High Line – New York’s raised downtown walkway. Although it would be a brave woman who walked the path in the designer’s stilettos.
A stretch boot with New York’s skyline in gilded studs offered a dramatic way of bringing the Big Apple to Paris.

NICHOLAS KIRKWOOD 
The era of Carnaby Street and Mary Quant back in the swinging Sixties was the inspiration for Nicholas Kirkwood – but not as a retro look. The designer focused on the futurism of that era, with the op art, or optical illusions, of artist Bridget Riley appearing as modernist effects in black and white.
The Carnaby story included Plexiglass heels in a concave shape and silver platinum-style, with graphite adding metallic cool. For winter 2015, Kirkwood envisaged the Olly boot mixing a peep-toe with rabbit clasps to add what was called fun fur back in the Sixties.

HERMES
A pair of cotton velvet sneakers from Hermès, anyone? Sports gear from the purveyors of riding boots? Really? But you can get cavalry boots, too, smooth as silk in fine black leather but with streaking lines of red and blue to enliven the classic shape.
The breadth of the Hermès shoe offering was shown for the first time in a specially constructed display of mirrored cases, to give the illusion of the reality: a vast number of different offerings.
Most footwear was, of course, in leather, from the company that started off with the saddle. But among classics such as ballet pumps – given a touch of toughness with metal ties – were some bold pieces: a medium-heeled pump in a “tricolour”
of turquoise, scarlet and pink; ankle boots with rows of metallic studs.
The ultimate in Hermès’s discreet luxury: a leafy green loafer in alligator trimmed with m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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