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날아라, 드론!

2016.03.17

by VOGUE

    날아라, 드론!

    군사작전에서나 쓸 법한 드론이 요즘 최첨단 취미 활동 도구로 떠올랐다.
    어린아이부터 키덜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론의 힘찬 비행이 하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윙윙! 반짝이는 작은 비행체 무리가 거친 소리를 내며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뒤이어 좀더 큰 흰색 비행체도 사방의 프로펠러를 가동하며 우아하게 비행을 시작한다. 별안간 겨울 하늘을 점령한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설마 UFO? 과학 경진 대회에 나온 물로켓? 전부 아니다. 하루가 멀다고 뉴스에 나온다는 드론(Drone)이다. 지난 1월 31일 서울대학교 글로벌 컨벤션 플라자에서는 제1회 드론봇 콘서트가 열렸다. 50명만 초대된 소규모 행사였지만 1만6,000명이라는 수많은 신청자가 몰렸다. 이날 행사는 전문가들의 토크쇼부터 최첨단 음성인식 드론 시연까지 드론의 모든 것이 소개됐다. 연령층은 어린아이부터 키덜트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까지 다양했다. 곳곳에 여성 유저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 새롭게 등장한 하늘의 왕자였다.

    “1인 2드론 시대가 올 겁니다.” 콘서트를 개최한 아이드론의 정동일 대표는 드론이 휴대폰을 잇는 생활필수품이 될 거라 전망한다. 드론 전문가이자 공식 딜러로 활동하는 그의 사무실에는 타란튤라를 연상케 하는 전문가용 옥토콥터 드론(프로펠러가 여덟 개 달린 드론)부터 기본형 쿼드콥터까지 다양한 드론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작년 7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매달 수백 대가 팔리고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과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드론은 대부분 취미용, 혹은 놀이용이다. 드론의 개념은 1차 대전부터 있었지만 취미용이 등장한 것은 최근 일이다. 기능이 대폭 개선되고 가격이 내려간 덕분이다. 취미용 드론이 널리 보급된 데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 세계 최대 드론 회사인 중국의 DJI사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수백만 원에 달하던 가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작년 이베이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취미용 드론이 13만 대 정도 팔렸고 아이들을 위한 선물 목록 리스트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드론이 취미 검색어 리스트에서 요괴워치와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그러나 손쉬운 구매만큼 사용이 쉬운 건 아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제약이 많다. 12kg 이하라면 따로 등록 신고를 하거나 자격증이 필요 없지만 현행법상 아무데서나 띄울 순 없다. 단순 취미라 하더라도 청와대가 있는 서울 강북 지역은 사실상 비행이 불가능하다. 타 지역도 높이 150m 미만에서만 비행이 가능하고 금지 구역도 많다. 야간 비행도 힘들다. 법을 완화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드론이었다. 행사에는 방송 촬영을 위한 전문가용부터 어린 아이들도 가지고 놀 수 있는 토이 드론까지 소개됐다. ‘셀카 드론’으로 화제를 모았던 닉시랩스사의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손목시계형 드론은 군사용, 상업용, 연구용으로만 생각되던 드론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모든 드론은 카메라 장착이 필수입니다. 그런 면에서 드론이야말로 최고의 셀카 도구죠.” 정동일 대표는 말한다. 그의 말처럼 카메라가 달린 드론은 여행과 캠핑이 트렌드로 떠오른 요즘 새로운 삶의 동반자가 됐다. 해외에서는 고프로 카메라를 장착해 험준한 산악이나 해안 절경을 찍은 항공사진과 영상 촬영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무인기답게 혼자서도 촬영이 가능하며 원한다면 직접 조종도 할 수 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로 연결돼 리모트컨트롤 기기나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설치된 드론 전용 앱을 사용하면 된다. 고글 장치까지 낀다면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의 시점으로 촬영과 관찰이 가능하다. 몸은 지상에 있지만 제3의 눈으로 놀라운 감상을 즐길 수 있다.

    규제 때문에 야외에서 드론을 띄울 수 없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미니 드론으로 실내에서 게임을 접목한 비행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드론 생산 업체 바이로봇사의 드론파이터는 세계 최초로 배틀 개념을 도입했다. 룰은 닭싸움과 비슷하다. 드론끼리 밀어내는 공중전에서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승리한다. 크기가 성인 손바닥만 하고 무게도 32g이라 파손 염려는 매우 적다. “5월에는 국내 대회도 계획 중입니다. 언젠가 세계 대회도 가능할 겁니다.” 바이로봇사의 홍세화 전략 이사는 드론파이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다봤다. “지난해 참여한 페어만 해도 31곳입니다. 행사가 잘 안 돼도 저희 부스만큼은 늘 사람들로 붐볐죠. 대회가 가능한 것도 그만큼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초보자를 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연습이 가능한 드론파이터는 오락실에서 즐기던 자동차 게임을 연상시킨다. 드론이 좀더 일상화된다면 E-Sports의 새 종목으로 드론 파이팅이나 드론 레이싱이 탄생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작년 7월, 주방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는 드론으로 찍은 농장 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렸다. <타임>지에는 ‘내가 드론을 사랑하는 이유(Why I Love My Drone)’라는 글을 기고해 누구나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그녀는 요즘도 DJI사의 팬텀 2 비전 플러스와 패롯사의 AR 드론 2.0을 이용해 농장 관리를 겸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편 레이디 가가는 세계 최초로 기상천외한 ‘드론 드레스’를 입고 저공비행을 마쳤다. 그녀만의 초현실 패션 스타일을 위한 특별 액세서리로 이용하긴 했지만 이 정도 퍼포먼스가 나왔다는 건 드론이 일상으로 다가왔다는 증거 아닐까? 비록 국내에 드론 옷이 나올 정도는 아니겠지만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본다면 한반도의 하늘 어디서든 수벌(드론)의 시끄러운 비행 소리가 들릴 날이 머지않았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 김지훈
    포토그래퍼
    HWANG 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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