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탈출

‟여자가 아무리 평범하더라도, 그녀의 얼굴에 진실과 정직이 살아 있다면, 그녀는 아름다울 것이다.”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이다. 성형 미인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자연스러움이 각광받는 ‘진정성’의 시대다.

레드 원피스와 부츠는 구찌.

세계 성형수술 시장 규모는 약 21조원, 그중 국내 시장이 5조원대로 추산될 정도로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대생의 52.5%가 미용성형을 경험했으며, 82.1%가 한 가지 이상의 미용성형을 희망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윤대현 교수는 “처음엔 ‘저렇게 되고 싶어’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늘 변하거든요. 그리고 인간이 참 이중적이어서 막상 그렇게 되고 나면 차별성이 없다고 느끼고, 그럼 다시 ‘달라지고 싶어’ 하며 재수술을 하죠. 다 비슷해지면 자신의 정체성이 흩어지면서 만족감이 떨어지거든요.”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왜 이토록 성형수술을 당연시하게 된 걸까. <비너스의 유혹>의 저자 엘리자베스 하이켄은 개인 중심의 도시 문화를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문화는 외모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 ‘열등감 해소’란 심리학적 근거가 미용성형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자부심’이란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수술로 얼굴과 몸매를 바꾸는 것이 심약한 결정이 아닌, 이 시대의 또 다른 강인함으로 추앙받기 시작했다는 것.

물론 성형외과의 자극적인 마케팅도 한몫을 담당했다. 현대인은 그렇게 성형수술을 통해 즉각적으로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드림>의 저자 김수신 의학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한순간 자신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지팡이’로 오해하지만 성형의 완성은 성형 이후의 생활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설령 성형을 하더라도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성형외과계에서는 ‘상담을 시작한 후 5분 동안 한 번도 웃지 않는 사람에게는 수술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웃음이 없는 사람은 성형을 아무리 잘해도 예뻐지지 않기 때문이죠.”

그는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 성형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하길 조언했다. 수능이 끝난 지금 많은 성형외과가 각종 할인 행사와 이벤트를 내걸고 억눌려온 수험생들의 외모 관리 욕구에 불을 지피려고 야단법석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우려를 표한다. 특히 뼈를 자르거나 보형물을 넣는 수술의 경우 얼굴뼈 성장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하면 결과가 계획대로 나오지 않거나 얼굴 모양이 변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입을 제대로 벌리지 못하거나 절개한 얼굴근육이 잘 아물지 않기도 한다. 보통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으면 뼈 성장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얼굴뼈는 다른 뼈보다 1~2년 더 성장한다. 코뼈는 특히 늦게 자라는 부위다. 그리고 높은 비율의 성형수술이 재수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야 한다.

외모가 취직, 이성 교제에서 이득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몸에 칼을 대는 과정이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스타일링, 아름다운 메이크업, 유머와 센스, 내적 성장을 통해 특별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완벽한 성형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얼굴을 사랑할 수 있도록 스스로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