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업타운 걸’ 강희재의 즐거운 갤러리

2017.01.11

by VOGUE

    ‘업타운 걸’ 강희재의 즐거운 갤러리

    천장을 높게 개조해 탁 트인 느낌이 드는 거실. 통창으로 환한 햇살이 들어온다. 깔끔한 디자인의 원목 가구는 모두 60년대 이전 건축가들의 작품.

    천장을 높게 개조해 탁 트인 느낌이 드는 거실. 통창으로 환한 햇살이 들어온다. 깔끔한 디자인의 원목 가구는 모두 60년대 이전 건축가들의 작품.

    박미나의 ‘Various Drawings’ 시리즈로 채운 거실. 중간중간 색칠 공부 책을 끼워 넣은 것이 노하우.

    박미나의 ‘Various Drawings’ 시리즈로 채운 거실. 중간중간 색칠 공부 책을 끼워 넣은 것이 노하우.

    요르그 오베르그펠(Jörg Obergfel)의 입체 작품을 거실에 장식했다.

    요르그 오베르그펠(Jörg Obergfel)의 입체 작품을 거실에 장식했다.

    세계 그 어떤 여행지를 가도 하루만 지나면 집이 그리워진다는 ‘업타운 걸’ 강희재 대표.
    한남동에 위치한 집은 그녀만을 위한 즐거운 갤러리다.

    한남대교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5층 빌라 꼭대기 층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갤러리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거실로 향하는 복도에 걸린, 집주인을 꼭 닮은 아키라 이시구로의 인물화를 시작으로 알록달록한 예술 작품이 흰색 벽면을 따라 빼곡히 걸려 있다. “이사를 결정하기 전, 가장 고려한 점이 바로 그림을 전시하고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7년 전, 이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집주인이 말했다. 입체적인 디자인의 높은 천장, 개방된 구조와 채광이 좋은 통유리창, 흰색으로 덮인 벽면까지, 그야말로 한적한 갤러리 같은 느낌이다. 조명조차 직접조명이 아닌, 그림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간접조명으로 선택했다.

    디자인이 눈에 띄는 가구 대신, 아르네 야콥센이 58년 선보인 에그 체어를 비롯해 60년대 이전 건축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가구로 집 안을 채운 이유도 마찬가지. “그림은 기분에 따라 다른 것으로 바꾸고, 위치도 바꾸곤 합니다. 하지만 가구는 이사 온 이후 늘 같은 것을 같은 자리에 두고 있죠. 유행 타지 않는 좋은 가구를 오래 쓰자는 것이 저의 원칙이에요! 오래된 가구는 손때 묻은 그대로의 맛이 또 있으니까요.” 그녀가 다른 모든 인테리어를 포기하면서까지 애지중지하는 그림은 어떤 것일까?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고전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패러디한 일본 작가 마키 호소카와의 작품부터, 거친 붓 터치가 돋보이는 베네수엘라 작가 에나이 페레르(Enay Ferrer,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린 조카의 그림을 걸어놓은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유쾌한 강아지 사진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윌리엄 웨그먼, 그리고 박민준, 성낙희, 장형선, 박미나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까지. 장르를 망라한 다채로운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얼마나 유명한 작가인지, 앞으로 투자 가치가 얼마나 있는 지는 별로 고려하지 않아요.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유쾌한 작품 위주로 고르고 있죠. 가령 거실에 걸린 성낙희 작가 그림의 경우에는 제가 좋아하는 초록색이어서 산 거예요.” 그녀가 자신만의 ‘큐레이팅’ 비법에 대해 설명했다. “인물화의 경우에는 저와 닮았다고 여겨지는 것만 구입하고 있습니다. 하하!”

    벽과 천장이 만나는 부분을 장식한 건 줄리안 오피의 ‘Christine Swimming’ 시리즈.

    벽과 천장이 만나는 부분을 장식한 건 줄리안 오피의 ‘Christine Swimming’ 시리즈.

    창틀 위에 나란히 서 있는 바비 인형들과 예쁜 아트 북들이 놓인 작업실에서 그녀의 아기자기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창틀 위에 나란히 서 있는 바비 인형들과 예쁜 아트 북들이 놓인 작업실에서 그녀의 아기자기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다시 복도를 지나 거실 반대편으로 가면, 작업실과 침실, 그리고 드레싱룸이 나타난다. 벽면 한쪽에는 천장에 닿을 듯 가득 그림을 걸어놓고, 또다른 쪽 이번 시즌 런웨이 룩을 빼곡히 붙여놓은 작업실에서는 예술과 패션을 향한 그녀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집 안의 다른 곳과 달리 단출한 공간은 바로 침실. 커다란 원목 침대와 베네수엘라 작가 스타스키 브리네스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장식이 없다. “이곳에서만큼은 다른 어떤 것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편안하게 늘어질 수 있는 공간이죠!” 침대에 누워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는 것이 그녀만의 ‘힐링’ 방법이다. 드레싱룸은 모든 여자가 꿈의 공간으로 여길 만한 곳. 3면의 벽장에는 옷을 가득 채웠고, 나머지 공간에는 운동화와 구두를 분리해 진열한 신발장을 마련해뒀다. 가운데 선반은 주얼리와 선글라스의 자리. 무엇이든 분류해서 차곡차곡 정리하길 좋아하는 집주인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샤넬부터 올림피아 르 탱까지 망라한 그녀의 컬렉션에서는 쇼핑 역시 그림을 고를 때와 같은 기준으로 즐기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드레싱룸은 저의 보물 창고예요! 예쁘고 독특한 패션 아이템을 좋아하죠. 그림을 살 때와 마찬가지로 남들의 시선, 혹은 투자 가치보다는 지금 이 순간 제 마음에 드는 유쾌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편입니다. 아베 치토세의 사카이처럼 반전 매력이 있는 것을 좋아해요.”

    복도에 걸린 아키라 이시구로의 작품은 집주인을 꼭 닮았다.

    복도에 걸린 아키라 이시구로의 작품은 집주인을 꼭 닮았다.

    마키 호소카와, 윌리엄 웨그먼의 그림부터 포르나세티 장식,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가득 채운 작업실.

    마키 호소카와, 윌리엄 웨그먼의 그림부터 포르나세티 장식,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가득 채운 작업실.

    색색의 슈즈와 귀여운 클러치백을 가지런히 정리해둔 드레싱룸은 모든 여자들의 꿈의 공간.

    색색의 슈즈와 귀여운 클러치백을 가지런히 정리해둔 드레싱룸은 모든 여자들의 꿈의 공간.

    집 안 곳곳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있다. 액자 위에 작은 베어브릭을 올려두거나, 천장과 벽이 만나는 코너에 꼭 맞는 작품을 걸어두고, 값비싼 예술 작품 틈에 어린이용 색칠 공부 책을 액자에 끼워 버젓이 진열해두는 식이다. “꼭 비싸다고 좋은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린이용 색칠 공부 책, 혹은 마음에 쏙 드는 아트 북을 한 장씩 뜯어 예쁜 액자 안에 넣으면 그야말로 각자의 입맛에 꼭 맞는 예술 작품이 탄생하죠!” 집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소품은 주로 여행을 다니거나, 혹은 가로수길의 인테리어 숍 ‘스토어 앤스토리지’에서 구입한 것들.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는 아이템을 구입하는 편이지만, 가로수길의 이곳은 정말 ‘취향 저격’하는 아이템이 한가득입니다.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신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퇴근하는 길, 한남대교를 건너면서 N서울타워가 보이는 순간부터 곧 포근한 집에 도착할 생각에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는 그녀. 한남동이 진짜 좋아서 ‘Itaewon Drinking Club’이라 적힌 스웨트셔츠까지 샀다는 그녀에게 지금의 집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공간이다. “유일한 단점은 집 안에서는 N서울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화창한 봄날 야외 테라스에서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는 순간, 이보다 좋을 수는 없죠!” 5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계정에 집 안에서 찍은 사진을 올릴 때 늘 ‘Home Sweet Home’이라고 위치를 태그하는 그녀에게 집이란, 그야말로 달콤한 행복이 넘치는 공간이다.

    침실에는 스타스키 브리네스의 유쾌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침실에는 스타스키 브리네스의 유쾌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깔끔한 타일로 장식한 욕실은 호텔을 연상시킨다.

    깔끔한 타일로 장식한 욕실은 호텔을 연상시킨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임승은
    포토그래퍼
    JEON TAEG 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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