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디지털 세상의 패러디 아티스트들

2016.03.17

by VOGUE

    디지털 세상의 패러디 아티스트들

    인류 역사상 예술가라는 직업이 탄생한 지 700여 년 만에 새로운 부류가 등장했다.
    다른 예술가의 작품을 괴상하게 비비 꼬아서 새것을 창조하는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
    지금 디지털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4인방을 <보그>가 만났다.

    QUESTIONS

    1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는 이유
    2 당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어휘들
    3 패러디의 매력
    4 독특한 아이디어의 원천
    5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6 가장 많이 ‘좋아요’를 받은 작품
    7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드는 시간
    8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
    9 열광하는 패션 아이템
    10 인스타그램이 끼친 영향

    KALEN HOLLOMON

    @KALEN_HOLLOMON

    사진과 순수 미술을 공부했지만 좀더 재미있는 작업을 원했던 케일런 홀로몬은 하이패션 광고 비주얼과 화보를 잘라 70년대 포르노 잡지에 합성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는 ‘컷아웃의 황제’로 불리게 됐다. 이 순간에도 8만여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그의 작품을 지켜본다.

    1 아주 어릴 때부터 예술적 감성은 지니고 있었다. 꽤 여러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공부했지만 어떤 곳도 졸업하지 못했다. 억지로 시킨다면 할 일이 꽤 많겠지만, 지금 하는 일 외엔 모두 부자연스럽다.

    2 노출, 혹은 유혹?

    3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좋다. 특히 전혀 다른 두 가지가 만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4 근본적 아이디어는 인간의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내면을 표현하는 것. 물론 작업하기 전 ‘독특한 아이디어’라고 구글에 검색하는 건 기본이다. 하하!

    5 아이러니하게도 별다른 노력 없이 탄생한 작업이 더 마음에 들곤 한다. 과정이 편안하고 리듬감 있게 흘러가면 결과물도 괜찮게 나오기 마련이다. 딱 하나를 꼽을 순 없지만 즉흥적이고 로맨틱한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

    6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과 먹시 보그스의 콜라주 작업. 보그스가 여자 속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조던의 엉덩이를 만지는 모습이다. 순식간에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좋아’했다.

    7 단 5초와 무한대 사이! 물론 매체나 타깃에 따라 다르지만, 유난히 빠르고 유려하게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제작 과정이 오래 걸릴수록 점점 용기와 확신이 없어지고 결국 작품을 망치는 것 같다. 망설임 없는 용기가 관건!
    8 모든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작품 세계를 존중한다.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최근 런던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열린 폴 맥카트니의 회화 전시가 인상 깊었다. MoMA의 로버트 하이네켄 특집도 흥미로웠고, LA 아티스트 에릭 얀커(Eric Yahnker)의 작업들도 재미있다.

    9 하이패션 광고와 패션지를 활용하는 건 좋아하지만, 내가 패셔너블한 사람은 아니다.

    10 원래 예술이란 사회를 반영하기 마련이라 인스타그램의 등장이 예술계에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이 바뀌진 않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영감을 얻거나, 인스타그램을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갤러리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 즉 예술가의 진심이 담긴 작품만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DOUG ABRAHAM

    @BESSNYC4

    교통사고 현장의 다리아 워보이부터 ‘쩍벌녀’ 카라 델레빈까지, 톱모델들을 기상천외한 상황 속에 던져 넣는 더그 에이브라함식 유머는 이미 7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델 에이전시의 프로필부터 패션지 표지 디자인까지, 지금 패션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한 사람이 그다.

    1 어린 시절 주위에서 내 꿈에 대해 물어보면 늘 아티스트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예술학교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처음 뉴욕에 왔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미래는 생각지도 못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어서 시작한 작업이 엄청난 이슈가 되어 놀라울 뿐.

    2 ‘악플러’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나를 비난하기 위해 쓰는 표현 가운데 내 맘에 쏙 드는 게 있다. 바로 ‘예술 도둑’!

    3 익숙한 것들을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흥미로운 작업이다.

    4 소셜 미디어 세계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건 한순간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줘야 흥미를 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때로 아이디어란 노력에 의해 나오는 듯하다.

    5 과거의 작업들보다 앞으로 해야 할 작업에 더 관심이 많다. 과거의 작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일 뿐이다. 최근의 작업으로는 질 스튜어트 액세서리 광고가 기억에 남는다. 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하!

    6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단연 카라 델레빈이 다리를 쫙 벌린 멀버리 광고 패러디 시리즈다. 카라 자신도 ‘좋아요’를 눌렀으니까.

    7 늘 같은 이미지를 세 가지 다른 버전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첫 번째 작업을 20분 만에 끝낸 뒤 나머지 두 가지는 몇 시간씩 끌 때가 있다. 일단 빠져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성격이라 가끔 훌쩍 지난 시간에 놀라곤 한다. 

    8 뭔가 새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을 존경한다. 그런 움직임들이 모여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9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노트북! 이만큼 패셔너블한 아이템이 또 있을까?

    10 디지털 세상, 인터넷, 인스타그램, 혹은 그 뭐라 부르든 이 세상을 100% 변화시키고 있는 건 분명하다. 속도와 깊이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득력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

    BLAIR BREITENSTEIN

    @BLAIRZ

    패션계에는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지만 블레어 브라이텐스타인은 특별하다. 하이패션 브랜드의 최신 컬렉션이 그녀의 손에서 ‘배드걸’ 룩으로 탈바꿈하니까. 지난달 <보그 코리아> 표지 속 안드레아 디아코누를 서스펜스 영화 여주인공으로 변신시킨 것처럼. 5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이 ‘배드걸’의 일상에 열광 중이다.

    1 대학 시절 다른 여러 분야의 예술 수업을 모조리 들었다. 기술적으로 모든 것을 접해보고 싶었으니까. 그중에서 드로잉이 가장 잘 맞아 하루에 하나씩 새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만의 스타일이 생겼다. 지금도 여전히 매일 새로운 결과물을 하나씩 만든다.

    2 즉흥적이고 에너제틱하며 강렬한 작품!

    3 작업 과정은 항상 즐겁다. 특별히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또 특별히 의미심장한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 덕분에 누구나 편하게 보고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닐까? 인터넷을 비롯, 수많은 매체를 통해 뛰어난 재능을 지닌 아티스트들을 접할 때마다 위축되기도 하지만, 내 작품엔 특유의 매력이 있다고 믿는다.

    패션지를 정말 많이 구독한다. 웬만한 패션지는 모두 챙겨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을 쏙 빼놓는 화보들을 보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5 라틴아메리카판 <하퍼스 바자>를 위해 3페이지짜리 일러스트를 그리던 첫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엔 <보그>를 비롯해 여러 하이패션지와 작업을 하지만, 여전히 데뷔 때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
    6 최근 벽을 한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작품을 그리고 있는 내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적이 있다. 팔로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평소엔 작은 스케치 위주로 작업하는데 그런 대규모 작업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7 물론 작품마다 다르다. 20분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흘을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8 몇 명만 꼽자면, 리처드 헤인즈, 타냐 링, 빌 도나반, 데이비드 다운톤 등 주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도날드 로버트슨의 작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9 청바지와 부츠의 매치를 무척 좋아해 거의 1년 365일 그 룩을 유지한다.

    10 인스타그램 덕분에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발굴되고 사랑받고 있다. 갤러리를 직접 찾아가야만 새로운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클릭 몇 번만으로 세계 곳곳의 재능 넘치는 예술가들을 모두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물론 그 이유 때문에 남들과 다른 것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뭔가를 완벽하게 그리는 것보다 새롭고 다르게 그리는 게 관건이다.

    JEANETTE HAYES

    @JEANETTEHAYES

    도나텔라 베르사체, 이반카 트럼프, 혹은 하이디 몬테그로 착각할 수 있다고 자기를 소개한 자넷 헤이즈. 하지만 그녀의 화려한 외모 때문에 2만여 명이 팔로잉하는 건 아니다. 잘 알려진 명화와 일본 만화 캐릭터, 셀러브리티, 혹은 자기 사진을 합성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그 특별한 재주에 감탄이 절로 나올 뿐.

    1 열네 살부터 예술을 진지하게 여겼다. 시카고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프랫(Pratt)에 진학하면서 다른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 돼 있었다. 운이 좋았고 운명 같기도 하다.

    2 전통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것! 보는 순간 소름이 쫙 돋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3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들을 모아 작업하기에 늘 즐겁다. 미술사와 팝 문화에 관심이 무척 많아 이 둘을 믹서에 넣고 마구 뒤섞은 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해 얘기하는 거라 일이라기보단 즐거운 놀이다.

    사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작업 과정에서 가장 쉬운 부분이다. 모든 순간 새 아이디어가 떠오르니까. 다만 이를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이 힘들 뿐. 그래도 이 세상에서 할 일들 가운데 가장 힘든 건 아니라 큰 불만 없이 열심히 하는 편이다. 

    5 최근에 완성한 작품이 늘 가장 마음에 든다. 매번 더 잘하려고 노력하기에 마지막 작품이 가장 뛰어난 작품이기를 바란다.

    6 잘 모르겠다. 솔직히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하하!

    7 몇 달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 꽤 있다. 큰 작품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가끔 영상 작업도 하는데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선보이는 소규모 작품은 하루면 완성된다.

    8 예술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을 보는 것이다. 코라크릿 아룬나론차이(Korakrit Arunanondchai), 마이클 매닝, 페트라 코트라이트, 샌디 킴, 제이슨 뮈송, 아우렐 슈미트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아티스트들을 좋아한다.

    9 요즘 나이키 러닝화에 푹 빠졌다. 무척 편해서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신는다. 그러다 보니 아무 생각없이 그 차림대로 신고 외출하는 경우도 많다.

    10 이전 시대에 살아보지 못했기에 나는 이미 인스타그램 시대의 예술계에 익숙하다. 예술가에게 훨씬 더 재미있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게 무척 행복하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임승은
    사진
    COURTESY PHOTO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