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 랑방 전시

드레스는 종잇장처럼 얇고 하늘거린다. 반짝이가 빗방울처럼 뒤덮고 있다. 그랜드 피아노 덮개처럼 기울어진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데, 그 덮개는 아랫면이 거울로 되어있다. 잔느 랑방이 디자인한 재기 넘치는 드레스의 모습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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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디바(La Diva)’, 이브닝 가운, 미드나잇 블루 벨벳에 은색 시퀸으로 장식, 1935-36년 겨울

‘라 디바(La Diva)’, 이브닝 가운, 미드나잇 블루 벨벳에 은색 시퀸으로 장식, 1935-36년 겨울

나는 이미 이 디자이너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그는 1920년대에 클로시 모자와 고상한 드레스, 프라 안젤리코의 프레스코 화에서 영감을 얻은 푸른색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다. 예쁘고 올곧은 딸인 마르그리트도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 잔느와 마르그리트는 랑방 로고에 새겨져 영원한 삶을 얻기도 했다.

랑방은 아동복과 혼수복, 일상복, 이브닝 드레스 그리고 남녀 운동복까지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시초였다.

잔느 랑방이 모델에게 천을 둘러보고 있다

잔느 랑방이 모델에게 천을 둘러보고 있다

8월 23일까지 파리 의상장식박물관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에서 열리는 잔느 랑방 전시는 올리비에 사이야르(Olivier Saillard)가 랑방의 현 아트 디렉터이자 또 다른 자아인 알베르 엘바즈와 함께 기획했다. 그 결과 5월의 어느 날 골짜기에 핀 백합과도 같이 경쾌하고 싱그러우며 매혹적인 전시가 완성됐다.

드레스들은 여성적인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존중을 담은 보디스는 부드러운 재질에 허리선은 깔끔했다. 스커트는 엉덩이께에서 부풀어올랐다. 아마도 20년대 여성들은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코르셋에 굿바이 키스를 보내고 이 산들바람처럼 가벼운 드레스를 입지 않았을까? 어떤 드레스들은 트렁크 안에서 100년 가까이 묵는 바람에 곧 찢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왼쪽부터) 랑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베르 엘바즈, 수지 멘키스, 그리고 전시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일라르

(왼쪽부터) 랑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베르 엘바즈, 수지 멘키스, 그리고 전시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일라르

하늘빛부터 청자빛, 청금색부터 남색까지 이 드레스들은 마담 랑방이 가장 사랑하는 색의 범주를 보여준다.

공원에서 딸들과 산책을 할 때 입기에 제격인 드레스들도 있었다. 동틀녘 같은 핑크색과 구름 같은 회색으로 되어 있었다. 짧은 연 노랑빛 드레스도 있었는데 마치 봄비에 흠뻑 젖은 듯 반짝이들이 흘러내렸다.

알베르 엘바즈는 2001년 랑방에 합류한 후 아뜰리에 다락에서 나온 트렁크들을 처음 열어보던 순간을 기억한다. 드레스 500벌 이상과 드로잉· 구아슈 일러스트가 담긴 앨범 300권은 80년대 초 발견됐다. 1946년 마담 랑방이 사망한 후 보관되어 있던 것들이었다.

‘반짝임’, 자수가 놓아진 튤과 크레이프 천으로 만든 이브닝 가운, 1939년 여름

‘반짝임’, 자수가 놓아진 튤과 크레이프 천으로 만든 이브닝 가운, 1939년 여름

“제가 가장 처음 본 건 바로 이 드레스들이었고 ‘아 정말 섬세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드레스들은 마치 속에 받쳐 입는 안감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감이라는 게 거의 잠옷 같았어요. 우리 살에 직접 닿기 때문에 옷장 깊숙이 숨겨놓는 그런 옷들 말입니다. 외양은 상관없어 보였어요. 랑방은 다이아몬드라기보단 진주 같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게 아니라 내면이 빛나는 거죠.” 엘바즈가 말했다.

‘레스보스 섬’, 금속 실, 유리구슬, 은빛 튜브로 장식된 압생트 그린의 실크와 새틴 드레스, 1925년

‘레스보스 섬’, 금속 실, 유리구슬, 은빛 튜브로 장식된 압생트 그린의 실크와 새틴 드레스, 1925년

랑방은 1889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프랑스 패션하우스이면서 여전히 패션계에서 건재하는 브랜드다. 1920년대 풍 단발머리에 납작한 가슴을 가진 여성이 푸른 리본과 꽃다발로 장식된 핑크색 스커트의 어린 소녀와 함께 있는 일러스트야말로 랑방을 규정짓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알크메네’, 핑크색 실크 크레이프 소재에 튜브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자수를 놓은 이브닝 앙상블(드레스, 슬립, 재킷), 1929년

‘알크메네’, 핑크색 실크 크레이프 소재에 튜브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자수를 놓은 이브닝 앙상블(드레스, 슬립, 재킷), 1929년

이번 쇼는 검은 드레스들로 시작된다. 이 드레스들은 모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에 반사되는 빛을 통해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드러냈다. 혹은 실크 프린지가 사선으로 재단한 검은 새틴 위로 떨어지는 등 서로 다른 텍스처로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전시회장 풍경

전시회장 풍경

연 노랑색과 이끼색, 연갈색 등 봄의 색을 띤 드레스들도 있었다. 그리고 산들바람이 어루만지듯 일렁이는 얇디 얇은 소재도 있었다. 1920년대의 부드럽고 얇은 크레프 드 쉰(crêpe de chine), 타프타, 튤이 있는가 하면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주 살짝 무게가 더해진 실크 벨벳이나 금속실 등이 쓰이기도 했다.

‘콜롱뱅(Colombine, 비둘기)’ 로브 드레스, 진주와 금속사로 자수를 놓은 벨벳과 실크 타프타 소재, 1924-25년 겨울

‘콜롱뱅(Colombine, 비둘기)’ 로브 드레스, 진주와 금속사로 자수를 놓은 벨벳과 실크 타프타 소재, 1924-25년 겨울

패션 브랜드들이 홍보를 위해 미술관을 활용하는 이 시대에 랑방의 현재는 분명 이 연약하면서도 강렬한 수공예로 만들어진 드레스들 사이에 설 자리가 없었다.

“잔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잔느 랑방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어요. 마담 그레(Madame Grès)는 테크닉의 여왕이었고, 비오네(Vionnet)는 패턴과 볼륨의 여왕이었으며 샤넬은 그 모든 것의 여왕이었죠! 잔느 랑방은 최초의 라이프 스타일 디자이너이고 이 가운데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어요. 잔느 랑방은 꾸뛰르와 남성복, 가구, 아동복, 향수, 메이크업, 파우더까지 섭렵했죠. 잔느는 정말 처음이자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하나일 거에요.” 엘바즈가 말했다.

이브닝 가운 일러스트 ‘예쁜 새(Bel oiseau)’, 1928년

이브닝 가운 일러스트 ‘예쁜 새(Bel oiseau)’, 1928년

이번 전시는 랑방의 손길이 닿은 모든 것 – 웨딩드레스와 란제리, 퍼, 혁명적인 컨셉의 남녀 스포츠웨어, 그리고 비아리츠와 도빌, 르 투켈, 저 멀리 바르셀로나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매장 등 -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나 별 모양 스팽글이 반짝이는 1924년도 수영복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섹션에는 민속적인 것과 이국적인 것, 중세와 동양이 끼친 영향을 만나볼 수 있다. 잔느 랑방은 그 시절 아르데코와 일본 기모노를 포함해 문화를 어루만졌고 형식적인 파리 꾸뛰르보다 더 넓은 세상을 포용했다.

‘보그’ 수영복, 튜브와 유리·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수놓은 실크 벨벳 소재, 1924년 여름

‘보그’ 수영복, 튜브와 유리·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수놓은 실크 벨벳 소재, 1924년 여름

이 극도로 섬세한 드레스들과 특히 1927년에 딸의 서른 번째 생일선물로 출시된 그 유명한 ‘아르페주(Arpège)’ 향수 너머로 강철처럼 일하는 열혈 여성이 떠오른다. 아르페주 두 병은 검고 둥근 병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다. 이 향수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마르그리트에게 헌정된 것으로, 잔느는 향수에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마르그리트의 느낌을 담고 싶어했다.

어린이용 드레스(‘Les petites filles modes’), 1925년

어린이용 드레스(‘Les petites filles modes’), 1925년

올리비에 사이야르는 랑방의 전통을 이어가는 엘바즈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엘바즈의 비전을 펜에 비유했다. “엘바즈의 삶에 대한 책은 대문자로 된 스커트와 소문자로 된 주름으로 쓰여있고 오버코트와 긴 숄에는 괄호가 쳐있죠.” 사이야르가 말했다.

큐레이터는 전시에서 알베르의 부재가 알베르의 존재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전시회장 풍경

전시회장 풍경

“알베르 엘바즈는 자신이 만들어낸 패션이 설립자에 대한 역사적이고 시적인 헌사가 되길 원치 않았어요. 그리고 엘바즈는 과묵하기에 명예로워졌지요. 그러나 엘바즈의 존재는 저와 함께 드레스를 고르고 어떻게 묘사할지 결정하면서, 그리고 모델들 간의 대화와 모델들을 문맥에 맞게 배치하면서 드러납니다.”

잔느 랑방 전시는 내가 본 중 가장 조용한 전시회다. 이 전시는 런던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에서 진행중인 알렉산더 맥퀸에 대한 드라마틱한 ‘새비지 뷰티(Savage Beauty)’ 전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2011년 몬트리올에서 처음 시작된 후 세계를 순회하고 마지막으로 올 4월 파리 그랑팔레에서 전시되는 장 폴 고티에의 ‘프롬 사이드워크 투 캣워크(From the Sidewalk to the Catwalk)’와도 다르다.

그러나 사이야르와 엘바즈는 평평하게 눕혀진 드레스를 가지고도 패션의 자유, 평등, 우애라는 잔느 랑방의 본질을 고스란히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다.

 

 

English Ver.

 

Jeanne Lanvin: the Power of Quiet Fashion

A new exhibition in Paris

The dress is paper thin but malleable, raindrops of sparkle drenching the cream surface. It is laid out on a table whose top, like a grand piano, lifts up to reveal a mirrored underside.

Two visions of this scintillating Jeanne Lanvin dress were therefore in front of me. Yet already I had learned a lot about this designer, famous in the 1920s for her cloche hats, her genteel dresses, a particular shade of blue inspired by the frescoes of Fra Angelico, and her daughter – pretty, perfectly behaved Marguerite, who was immortalised with her mother on the Lanvin logo.

That signalled the first lifestyle brand – children’s clothes, a trousseau, daywear, evening dresses and men’s and women’s sports clothes.

Jeanne Lanvin (at the Palais Galliera, Paris, until August 23) is an exhibition curated by Olivier Saillard with Alber Elbaz, Lanvin’s current artistic director, as an alter ego. The result is as light, fresh and charming as lilies of the valley on a May day.

The dresses – some so fragile after nearly 100 years spent sleeping in a trunk – are a female joy: respectful of the body, with their soft bodices, neat waists and skirts swelling from the hips. You can imagine the “oufff!” of joy as these Twenties women kissed goodbye to bones and corsets, wearing instead these light-as-a-breeze dresses.

They came in Jeanne’s favourite colour, blue – from azure to Delft china, lapis lazuli to indigo, showing the range of Madame Lanvin’s favourite shades.

From azure to Delft china, lapis lazuli to indigo, they show the range of Madame Lanvin’s favourite shades.
They also came in dawn-pink and cloud-grey, designed for taking a walk in the park with your daughter; or a short, primrose yellow dress, its streams of sparkles  as though caught in the spring rain.

Alber Elbaz remembers his first encounter with the trunks from the atelier’s attic when he joined Lanvin in 2001. The collection of more than 500 dresses had been found in the early Eighties along with 300 albums of drawings and gouaches – all stored away since Madame Lanvin’s death in 1946.

“The first thing I saw was all these gowns that they showed me, and I thought: how fragile!” says Elbaz. “It looked almost like the lining of the dresses and not the dresses themselves. And lining is almost like pyjamas – the most intimate piece we have in our wardrobe – because it touches us. It is not about the exterior. Lanvin is more like a pearl than a diamond – it doesn’t shine out, it shines in.”

As the oldest French house, founded in 1889, that is still functioning in fashion, the image that defines the house of Lanvin is a gouache of a woman, cropped 1920s hair above a flat bust line, with a little girl plucking at the pink skirt decorated with bunches of flowers and a flat blue bow.

The show opens with black dresses, but always showing the expertise of the designer in the illumination with Swarovski crystals; or the light and shade of different textures as silken fringes fall over bias-cut black satin.

Other dresses are in spring colours: primrose yellow, moss green, taupe. And in airy fabrics that move as if caressed by a breeze: crêpe de chine, taffeta, tulle in the 1920s; slightly heavier silk velvet or lamé as the work enters the 1930s.

Significantly, in an era where museums are so often used for promoting fashion brands, the Lanvin of today has no role among these fragile, yet intensely hand-decorated dresses.

“I want to give her space,” Elbaz told me. “For so long she was not on the radar of anyone, because Madame Grès was the queen of technique, Vionnet the queen of pattern and volume – and Chanel the queen of everything! I realised that Jeanne Lanvin was the first lifestyle designer, she was the smartest of them all. She did couture, menswear, furniture, children’s clothes, perfume, make-up, powder. She was really the first one, and maybe one of the most intelligent.’’

The exhibition does not quite suggest the reach of Lanvin – the bridal gowns, lingerie, fur and the revolutionary concept of sportswear for men and women; and the stores at Biarritz, Deauville, Cannes, Le Touquet and beyond in Barcelona and Buenos Aires.

However, there is a swimming costume from 1924, glittering with star spangles. And a section showing influences of the ethnic and the exotic, medieval and oriental. Jeanne Lanvin’s cultural sweep included the art deco of her own time and Japanese kimonos, proving that she embraced a wider world than formal Paris couture.

You get the sense of a steely working woman behind these hyper-delicate clothes – not least in the famous fragrance Arpège, launched in 1927 as a thirtieth birthday present. The two of them are enshrined on the round black bottle. It was a tribute to Marguerite’s skills as a pianist; Jeanne wanted the perfume to capture the sense of Marguerite playing an arpeggio.

In the discreet tribute that Olivier Saillard gives to Elbaz, and his continuation of the Lanvin heritage, the curator discusses the current designer’s vision with the analogy of a pen.

“The book of his life is one of upper-case skirts, lower-case flounces, brackets in overcoats and stoles,” Saillard says.

The curator feels in the exhibition Alber’s presence in his absence.

“Alber Elbaz did not want his own fashion creations to become the historical and poetic tribute to the founding creator and his reticence does him great credit,’’ Saillard says. “But his presence is felt in the shared decisions about dresses and descriptions, in the dialogue between the models and in placing them in context.’’

This is one of the quietest fashion exhibitions I have seen. It could not be more different to the dramatic Alexander McQueen Savage Beauty show at London’s Victoria & Albert museum; nor the Jean Paul Gaultier From the Sidewalk to the Catwalk exhibition which, after opening in Montreal in 2011 and then touring the world, will finally open at the Paris Grand Palais this April.

Yet Saillard and Elbaz have succeeded, even with the dresses laid flat, to catch the essence of Jeanne Lanvin then and now: fashion liberty, equality, frater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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