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파리에서 눈에 띈 10개의 패션 순간들

2016.03.17

by VOGUE

    파리에서 눈에 띈 10개의 패션 순간들

    Brasserie Coco 루이 비통과 디올이 ‘맨땅’에 쇼장을 짓는다면, 샤넬은 그랑 팔레 안에 건물을 세운다. 아트페어, 대형마트, 샤넬대로에 이어 이번엔 일명 ‘가브리엘 식당’이 개업했다. 노련한 웨이터들이 서빙하는 가운데 사샤, 카라, 수주 등의 슈퍼 모델들이 프랑스 숙녀를 연기하며 ‘브라세리 가브리엘’에 들러 브런치를 즐겼던 파리의 아침! 

    Kim et Kanye 발맹 쇼가 열리는 그랜드 호텔 인근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는 건 기본. 하지만 지방시 쇼장에서는 관객들과 친절하게 셀피 촬영에 응해주는 건 물론, 루이 비통 재단의 로비에서는 휴지통 위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세기의 커플. 킴 카다시안과 칸예 웨스트는 화면이나 지면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아주 아담하고 상냥했음은 물론이다. 

    LV Dome 블로뉴 숲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프랭크 게리의 루이 비통 재단 건물.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지난 컬렉션을 여기서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엔 그 옆에 세 개의 돔을 건축했다. 런던 올림픽 폐막식을 총감독했던 에스 데블린의 작품으로 그녀는 이번 쇼를 연출했다. 니콜라의 미래주의가 작열했던 쇼장은 패션쇼 이후 미련 없이 철거됐다.

    Man to Man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오붓한 홀에서 소수 정예 패션쇼를 기획한 꼼데가르쏭. 채 1m도 안 되는 무대 폭은 부피와 양감이 어마어마한 옷에 비해 턱없이 좁았다. 모델 두 명이 무대에서 어떻게 교차할지 궁금할 정도. 그러나 레이 카와쿠보는 심오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두 명의 모델이 잠시 마주 보며 서로에게 자리를 내준 것.

    Kenzo Maze초록, 파랑, 하양, 실버의 길쭉길쭉한 면 분할이 전부였던 겐조 무대의 백드롭. 하지만 모델이 나오자 느닷없이 초대형 벽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여섯 개로 분리된 채 자유자재로 회전하는가 하면 군무를 추듯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 영화 <메이즈 러너>부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는 듯 장관의 연속.

    Jeanne Forever잔느 랑방의 125년이 넘는 역사 속으로! 루브르의 장식 미술관 전시처럼 대단한 연출은 없었으나, 의상 박물관은 아제딘 알라이아 전시처럼 잔느 랑방의 옷 자체에 충실했다. <알라이아전>을 위해 투명 보디스를 제작했다면 이번엔 거울을 활용해 옷의 뒷모습은 물론 같은 작품을 다양한 각도로 감상하는 효과까지. 

    Rick Faces황금과 은빛 조각들을 얼굴에 덕지덕지 바른 모델들이 이번 시즌 릭 오웬스의 뮤즈들. 사실 골드&실버 페이퍼는 모델들의 눈꺼풀에 메이크업의 일부로 쓰였을 뿐이다. 하지만 얼굴 전체에 바른 골드&실버 페이퍼 덕분에 14명의 모델은 마야인과 스핑크스의 교배로 태어난 듯 괴상하고 섬뜩한 이미지를 발산했다. 

    Stage Laurent 이제 생로랑 무대에서 조명과 철제 구조물의 행위 예술을 구경하는 건 익숙하다. 이 모든 것을 능가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무대의 공중 부양! 관객석을 제외한 넓고 긴 무대가 천천히 위로 뜨자 아래에는 새로운 빛의 세상처럼 조명이 반짝였다. 무대 위에선 ‘더 펠린스’의 ‘프리티 보이’에 맞춰 건방진 소녀들의 행진이 언제나처럼 이어졌다.

    Sonia Library 파리의 낭만과 예술의 성지인 생제르맹 거리. 이곳의 ‘안채’쯤 되는 소니아 리키엘 매장이 대대적 혁신을 끝냈다. 그 가운데 무려 5만 권의 책을 빼곡히 채운 빨간 책장 인테리어는 최고의 볼거리. 이를 배경으로 매장 동선에 맞춰 런웨이가 마련됐고, 관객들은 옷보다 책꽂이에 대체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지 구경하느라 바빴다. 

    Zoolander in Valentino 무려 82벌은 최근 발렌티노 옷들이 아무리 곱다고 해도 막판엔 하품이 나올 수밖에. 하지만 잠이 확 깨는 순간이 왔으니, 바로 영화 <쥬랜더>의 벤 스틸러와 오웬 윌슨의 깜짝 캣워킹! 특히 벤 스틸러는 어찌나 끼를 부리던지. ‘어코’를 벗어 젖히고 관객의 스마트폰을 뺏어 셀피 캣워킹도 연기했다. 내년 2월에 개봉할 <쥬랜더 2>에 과연 이 장면이 나올까?

    IS 테러 후유증인지 전에 없이 잠잠했던 파리 패션 위크.

    그 가운데 정각에 반짝이는 에펠탑 불빛처럼 눈에 띈 10개의 패션 순간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신광호
      사진
      Gettyimages / Multib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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