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올의 하이패션시대

H.O.T에 열광하던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 정은지 패션과
농장에서 밀짚모자를 눌러쓴 일꾼들 작업복의 공통점은?
바로 오버올! 하이패션 아이템으로 승격한 옛 친구와의 재회가 눈물 나게 반갑다.

비즈 장식 야상은 페이, 화이트 셔츠는 바네사브루노, 스트라이프 오버올은 그라운드 웨이브, 밀짚 페도라는 도이, 체인 목걸이는 수엘, 가죽 벨트는 마이클 코어스, 초록색 미니 크로스백과 왼손 뱅글은 에르메스, 컬러 체인 뱅글은 샤넬, 골드 플랫폼 샌들은 생로랑.

오버올로 말하자면, 오래전 어부나 광부, 혹은 농장 일꾼의 작업복으로 시작해 히피와 팝 문화를 거쳐 힙합 패션까지 고루 섭렵한 패션 히어로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에 막 들어선 내게 오버올은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이 즐겨 입던 펑퍼짐한 뽀빠이 바지일 뿐. 그걸 다시 꺼내 입고 싶은 마음은 여태 한 번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오버올에 대한 편견과 시선이 바뀌며 패션 스트리트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름하여 하이패션의 손을 거친 오버올! 덕분에 해외 패피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잇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스트리트 패션의 최강자이자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리한나가 즐겨 입는 팬츠 중 하나도 오버올. 물 빠진 멜빵 청바지에 검정 브라톱, 스틸레토 힐에다 비니를 쓴 그녀의 모습은 섹시하면서도 멋스럽다.

카고 팬츠가 밀리터리 트렌드를 등에 업고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며 등장했고, 벨바텀 팬츠가 70년대 트렌드로 입지를 확고히 다진 올봄, 오버올이 우리 여자들을 설레게 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캐주얼한 아이템이지만 또 가장 멋진 아이템이기도 하죠! 요즘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옷이에요.” 오버올이 인연이 돼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 중인 SJYP 디자이너 스티브앤요니는 올봄 가장 파워풀한 아이템으로 오버올을 꼽는다. “90년대엔 힙합 패션의 영향으로 멜빵바지 속에 브라톱만 입어 적당히 노출을 보여주는 게 공식이었죠. 하지만 요즘엔 멜빵바지의 사촌쯤 되는 다양한 디자인과 길이의 오버올로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어요. 캐주얼한 오버올이라면 끝단을 돌돌 말아 올리고 테일러드 재킷이나 트렌치코트 등의 클래식 아이템들과 믹스하고, 스틸레토 힐이나 샌들을 양말과 함께 신으면 패셔니스타가 따로 없죠!”

오버올 예찬론자는 그들뿐만이 아니다. 클럽 모나코의 오버올에 매니시한 재킷을 걸치고 촬영장에 나타난 모델 송경아는 눈을 반짝이며 오버올을 찬양했다. “중성적인 매력 때문이기도 하죠. 키가 훤칠하기 때문에 평소 남성복 스타일을 즐겨 입어요. 오버올은 입기에도 편하지만 큰 키를 커버하기도 하고, 입으면 시크해 보이거든요. 스타일링 요령요? 봄엔 오버사이즈 카디건이나 재킷, 여름엔 티셔츠나 탱크톱만 입고 날렵한 스틸레토 힐과 다양한 뱅글들을 매치하면 돼죠. 무엇보다 빈약한 가슴과 통짜 허리, 납작한 엉덩이를 커버할 수 있는 최고 아이템이죠!” 이번 시즌 오버올 유행에 힘을 실어준 디자이너 브랜드 아이템들도 눈에 띈다. 요지 야마모토의 멜빵바지를 변형시킨 블랙 드레스, 소니아 리키엘의 드레시한 크로스 스트랩 새틴 오버올, 스텔라 맥카트니의 멜빵바지 변형 원피스 등등. 이것들은 벙벙하고 캐주얼하기만 한 오버올을 뛰어넘는 세련미를 갖췄다.

카펜터 진, 살로페트 진, 던가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우리에겐 멜빵바지나 뽀빠이 바지로 익숙한 오버올. 그걸 놈코어 룩으로 멋지게 소화해낸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오버올의 매력은 개성미와 커버력, 그리고 편안함이다. 몸매의 단점은 커버해주고, 스틸레토 힐과 블레이저를 더하면 세련되고 독특한 스타일이 가능하다는 것. 게다가 오랜만에 재회한 옛 친구처럼 다정하고 편안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