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완더랜드

사치 갤러리에서 열리는 에르메스 완더랜드 전시

사치 갤러리에서 열리는 에르메스 완더랜드 전시

‘플라네르(flâneur)’란 무엇인가. 완벽하게 옷을 갖춰 입고 지팡이를 흔들며 대로변을 느긋하게 걸어 내려가는 그런 인물을 말하는 걸까? 수집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지팡이에는 헐떡이며 혀를 내밀고 있는 말의 머리가 붙어있을 터였다.

기상천외한 것들만 모아놓은 컬렉션이 에밀 에르메스(Emile Hermès)가 수집한 것들 만큼 우아할 수 있을까? 프랑스에서 가족 기업을 이끌어가는 수많은 기업인 중 한 사람처럼 말이다.

모던아트 전시로 유명한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매혹적인 전시는 에밀 에르메스가 모은 아티팩트 중 일부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5월 2일까지 <완더랜드(Wanderland)>가 열리는 사치 갤러리 위층은 기품 있고 흥미롭고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잘 꾸며졌다. 그리고 에르메스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기벽과 장인정신을 독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에르메스 뉴본스트리트 메종의 모습

에르메스 뉴본스트리트 메종의 모습

에르메스 뉴본 스트리트 매장 테라스 밖에 놓여있는 헨리 무어 작품 

에르메스 뉴본 스트리트 매장 테라스 밖에 놓여있는 헨리 무어 작품

“에르메스와 함께 하려면 약간 제정신이 아니어야 하죠.” 에르메스의 CEO 악셀 뒤마(Axel Dumas)가 아트디렉터이자 사촌인 피에르 알렉시스 뒤마와 함께 이야기했다. 이 둘은 런던 뉴본스트리트에 새로이 문을 연 에르메스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런던에 머무르고 있었다. 예전에 사무실로 쓰였던 이 매장은 높은 천장에 시그니처인 오렌지 가죽으로 된 가구들 위주로 꾸며졌다. 테라스 밖에는 헨리 무어의 작품이 나무 화분들 사이에 놓여있었다.

에르메스 뉴본 스트리트 매장 2층으로 가는 계단 

에르메스 뉴본 스트리트 매장 2층으로 가는 계단

두 사촌은 ‘플라네르’라는 단어를 영어로 옮기기에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달았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찬 느긋한 걸음걸이의 우아한 남성을 뜻하는, 19세기 프루스트 시기에 만들어진 너무나 프랑스적인 단어였다.

“도시여행자가 보여주는 놀랍도록 자유로운 예술은 에르메스가 지닌 두 번째 본성이죠.” 피에르 알렉시스가 말했다.

악셀 뒤마는 런던을 ‘예술적인’ 장소라고 칭송했다. 한때 과묵했던 앵글로 색슨 특유의 애티튜드가 변화하는 코스모폴리탄 도시에 맞는 우아한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에밀이 12살의 나이에 처음 구입한 우산

에밀이 12살의 나이에 처음 구입한 우산

사치 갤러리를 둘러보며 피에르 알렉시스는 자신의 괴짜 증조부 에밀에 대해 차츰 감상에 젖어 들었다. 12살의 나이에 첫 우산을 구입한 에밀은 수집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그 컬렉션은 <완더랜드> 전시를 통해 공개됐다.

지팡이로 가득한 방 

지팡이로 가득한 방

3만 점의 아티팩트 가운데 선정된 수집품들은 악셀 뒤마가 ‘몰입적인 전시’라고 부르는 결과를 탄생시켰다. 전시회는 지팡이로 가득한 방으로 시작됐다. 벽은 마치 그래픽으로 된 창문처럼 비디오로 가득 채워져 전시품에 생명을 입혔다. 지팡이(Cane, 케인)로 저글링하는 한 댄서는 ‘프랑스 캉캉’을 연상시키는 ‘댄싱 케인 케인(Dancing the cane-cane)’으로 명명됐다.

그래픽으로 된 창문처럼 비디오로 가득 채워진 벽

그래픽으로 된 창문처럼 비디오로 가득 채워진 벽

전시품에 부쳐진 아주 작은 우표부터 관람객들이 걸어갈 때마다 ‘말을 거는’ 마룻바닥에 이르기까지 비디오그래피는 벨 에포크 시절 플라네르의 이야기를 21세기로 빠르게 끌어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리 명소를 그려낸 벽과 거꾸로 서있는 가로등 

파리 명소를 그려낸 벽과 거꾸로 서있는 가로등

큐레이터 브루노 고디숑(Bruno Gaudichon)과 무대디자이너 위베르 르 갈(Hubert Le Gall)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괴팍함을 더하기 위해 아티스트 8명과 함께 작업했다. 그리하여 가로등은 전등을 아래쪽으로 하여 거꾸로 서있게 되었다. 유명한 파리 명소를 그려낸 벽에는 자동차가 마차를 뒤로 한 채 쌩하니 달려가고 실크해트를 쓴 신사가 세기를 뛰어넘어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던걸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에르메스 가방들이 걸린 신사와 숙녀의 살롱 

에르메스 가방들이 걸린 신사와 숙녀의 살롱

지팡이의 방에서 한 발자국 나서면 대조적인 신사와 숙녀의 살롱이 나온다. 숙녀의 방은 벽에 걸린 에르메스 가방들 위로 빨간 혀를 가진 말 머리가 달려있다. 신사의 방에도 비슷한 말 머리가 달려있지만 좀더 확실한 수집품들로 채워졌다. 에르메스 설립자의 보물들은 판매가 저조했던 물건들 곁에 나란히 놓여졌다. 그리하여 너무나 프랑스적인 카페인 <Cafe des Objets Oubliés>, 즉 ‘잊혀진 물건들’ 바깥쪽에 놓인 빈병들 속에 그 보석들이 씻겨져 담겼다.

아티스트 Cept의 팝아트 그래피티로 꾸며진 도시 부문의 벽들

아티스트 Cept의 팝아트 그래피티로 꾸며진 도시 부문의 벽들

아티스트 Cept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Cept의 그래피티

이번 전시가 매혹적인 이유는 역사와 디지털이 적절히 믹스되어 있다는 점이다. 샴페인 잔으로 만들어진 칸델라브라 촛대가 있고 작은 에펠탑이 갑자기 거울 밖으로 튀어나오는 방처럼 말이다.

나는 마르셀 프루스트와 버지니아 울프 앞으로 부친 편지들이 들어있는 우체통에 반했다. 그리고 움직이는 물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사각형 비디오를 만들어내기 위해 디지털적으로 처리된 몇 가지 그림물감 상자에 넋이 나갔다. 도시 부문의 벽들은 Cept로 알려진 전설적인 예술가가 그린 팝아트 그래피티로 과감하게 꾸며졌다.

마르셀 프루스트 앞으로 부친 편지

마르셀 프루스트 앞으로 부친 편지

어마어마한 코끼리와 청자로 연출한 클래식한 쇼윈도 

어마어마한 코끼리와 청자로 연출한 클래식한 쇼윈도

가장 갈리아적인 도시, 파리의 전경으로는 바로 쇼핑 갤러리, 즉 오늘날 쇼핑몰의 19세기 경 모습이 만들어졌다. 클래식한 쇼윈도 안에는 ‘도자기 가게 안 황소’라는 영국식 표현을 프랑스식으로 해석해낸 결과로, 어마어마한 코끼리가 앙증맞은 청자 찻주전자 위에 묵직한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꾸며진 에르메스 완더랜드 전시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꾸며진 에르메스 완더랜드 전시

아마도 개인이 소유한 럭셔리 기업만이 이토록 스스로를 비웃으면서 괴짜스러운 가족사를 축복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당하는 매혹적인 전시회를 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환상극장은 마지막 장에 이르면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즉, 문은 소용돌이 무늬와 장식으로 꾸며져 3차원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평평한 면에 21세기 디지털 기술로 깊이를 준 것이다.

“미래는 디지털이에요.” 악셀 뒤마가 말했다. 그리고 디지털은 완더랜드를 원더랜드로 바꾸어놓았다.

 

English Ver.

 

Hermès in Wanderland

Who exactly is the flâneur – the figure who saunters down the boulevards, impeccably dressed, swinging his cane? In the case of one collector’s item, the cane has a horse’s head with a tongue poking out under pressure.

Can a collection of whimsical pieces ever have seemed so elegant as those brought together by Emile Hermès, one of the French company’s long list of family entrepreneurs.

A small portion of his artefacts form the core of the charming exhibition at London’s Saatchi gallery, known for its modern-art exhibitions. On the upper level that hosts Wanderland (until May 2), the display is modest, intriguing, digitally savvy – and an original way of suggesting both the quirkiness and the craftsmanship behind this famous name.

“When you join Hermès, you need to be a bit crazy,” said Axel Dumas, the company’s CEO, who was with his cousin Pierre-Alexis Dumas, artistic director. They were in town to show off the refurbished Hermès store on London’s New Bond Street, which has opened up its former offices to let light in on a high-ceilinged area devoted to furnishings, especially the signature orange leather. Outside on the terrace, a Henry Moore statue is displayed among potted trees.

Both cousins realise how difficult it is to anglicise the word /flâneur/, so quintessentially French, invented in the nineteenth-century Proustian era with a suggestion of a self-aware, male elegance shown off at a leisurely pace.

“A wonderfully liberating art of urban wandering is second nature to Hermès,” claimed Pierre-Alexis.

Axel Dumas, praising London as a “happening” spot, seemed to suggest that the once buttoned up Anglo Saxon attitude had changed, making the elegant offerings in the store appropriate for the cosmopolitan city.

Over at the Saatchi gallery, Pierre-Alexis waxed lyrical about his eccentric great grandfather Emile, who bought his first umbrella at the age of 12, setting off an obsession with collecting that is in view throughout the Wanderland exhibition.

Out of a selection of the 30,000 artefacts has come what Axel Dumas called an “immersive exhibition” that starts with a room of canes. The walls are inserted with videos, like graphic windows, bringing the objects to life. A dancer juggling with his cane is described as “dancing the cane-cane”, as a riff on the French can-can.

Throughout, from tiny postage-stamp inserts in objects to floor panels that speak as you walk across them, videography plays an important role in moving the story of a Belle Epoque flâneur fast forward into the twenty-first century.

Curator Bruno Gaudichon and scenographer Hubert Le Gall used eight artists to give a touch of Alice in Wonderland zany-ness: hence street lamps turned upside down to stand on their heads. A wall of drawings of famous Parisian places includes motor cars zooming behind a horse-drawn carriage and top-hatted gentlemen from the turn of the century chatting up modern, miniskirted girls.

The first step from the room of canes is into competing ladies’ and gentlemen’s salons, hers with a red-tounged horse’s head above Hermès bags hung on the wall. The men’s version has a similar horse’s head but with more obviously collectable objects. The treasures of the Hermès founder are placed alongside objects that failed to sell successfully and are therefore washed up in empty bottles outside the oh-so-French café, named: Cafe des Objets Oubliés or “forgotten objects”.

The fascinating part of the displays is the mix of historical and digital, as in a room where the candelabra is made of champagne glasses and where a mini Eiffel Tower suddenly swings out of a mirror.

I was charmed by an open post-box with envelopes addressed to Marcel Proust and Virginia Woolf. And I was mesmerised by a paint box with some colours digitally treated to create miniature squares of video, showing moving water. The urban areas include walls boldly splattered with pop-art graffiti by the legendary artist known as Cept.

The most Gallic city scenery is the creation of a shopping galerie – the nineteenth-century genus of today’s shopping mall. The classic shop windows included the French version of the British “bull in the china shop” – a hefty elephant stepping its vast feet on a dainty blue tea pot.

Perhaps only a privately owned luxury company could produce such an engaging exhibition that spends a fair amount of time laughing at itself and celebrates the quirkiness of its family history. But this theatre of illusions has a clear message when it reaches the final curtain. That is, in fact, a door, which appears to be three dimensional with curlicues and decoration. In reality, it is a flat surface given twenty-first-century digital depth.

“The future is digital,” announces Axel Dumas. And that turns Wanderland into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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