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이미테이션 게임

SNS에 올라간 게시물은 RT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며 변태를 거듭한다.
그사이 주인도 몇 명 추가된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
저작권은 SNS 미로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SNS 시대가 열린 뒤, 저작권 문제는 좀더 복잡해졌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즉시 퍼져나간다. 5분에 한 번씩 ‘새로 고침’을 해도 수십 개씩 쌓이는 게시물 사이에서 다른 사람의 눈길을 잠시라도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새롭거나’, ‘재미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서 본 김범수 닮은 강아지 사진을 저장해두었다가 인스타에 올린다. 웹툰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한 화면을 캡처해 페북 프로필로 등록한다. 어제 봤던 <삼시세끼> 장면들을 모아 ‘짤’을 만들어 트위터에 올린다. 캡처, 복사, 저장,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하루를 시작하고 즐기고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거, 이렇게 올려도 아무 문제 없는 걸까?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이들 이미지에 저작권이 없는 게 아니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은 모두 저작물이다. SNS 사이트의 배포 기능 외에 따로 저장해서 올리는 것은 저작권법에 어긋난다. 출처를 밝혀도 마찬가지다. 움짤, 짤방 등 제2의 저작물도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이상 모두 저작권법 위반이다. SNS 시대의 문제점은 저작권법을 침해한 게시물이 천리만리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심지어 게시자에게 아무런 고지 없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콘텐츠는 게시와 동시에 나만의 콘텐츠가 아니다. 게시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자기들도 갖는다고 아무도 읽지 않는 약관에 분명히 명시해두고 있다. 쉽게 말해 내가 올린 김범수 닮은 강아지 사진을 인터넷 언론사에서 보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트위터가 허락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쯤 되면 강아지도 주인을 못 알아본다. 강아지 사진의 원래 주인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 상황에서 사진 주인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건 개인에게 해당 저작물을 내려달라고, 혹은 출처를 밝혀달라고 요청하는 것. 그리고 SNS 사이트에서 지적 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신고 버튼을 누르는 것. 신고한 콘텐츠는 대체로 삭제된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위키트리, 허핑턴 포스트, 인사이트 같은 애그리게이션 매체는 SNS 저작권 논쟁을 확실히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은 클릭될 여지만 있다 싶으면 일상적인 감정을 적은 내용까지도 뉴스로 둔갑시킨다. 연예인, 유명인, 일반인 구분도 없다. 펌‘ 질’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은 저작권법을 위배하지 않았다.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트위터 셀카가 늘 보도될 수 있는 이유다. ‘보도를 위한 인용’으로 인정받는 것이고, ‘출처 표시 의무’만 지키면 된다. 따라서 이들 매체는 그대로 옮겨놓고, 야무지게 출처를 달아놓는다. 얼마나 그대로 갖다 썼든 기사 마지막에는 무‘ 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멘트도 잊지 않는다. 아무리 법이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어도, 곰이 넘은 재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데, 얼마 전 위키트리 공훈의 대표는 “SNS를 통해 수많은 콘텐츠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저작권 개념은 앞으로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라고 발언해 또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의 주장대로 개인이 뉴스인 시대라 개인에게 저작권은 여전히 책임으로 남는다. 법무법인 청신 최중영 변호사는 SNS상에서 흔히 저지르는 저작권 침해 행위를 들며, 언론 기사, 유튜브 동영상 임베디드 링크, 방송 프로그램 동영상, 웹툰, 만화, 소설 등 캡처 이미지는 물론 폰트도 허락받고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대로 하자면,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인 양 올리면 무조건 걸린다는 거다. 저작권에 무지한 이들을 찾아 헤매는 ‘저작권 사냥꾼’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작년에 이른바 ‘저작권 사냥꾼 방지법’이라 불리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청소년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사례는 줄었지만, 점점 더 많은 콘텐츠 회사들이 로펌 및 불법 콘텐츠 유통 모니터 업체와 연계해 자체 콘텐츠를 보호하고 있다. 법이 있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고 운 나쁜 사람만 벌을 받는 현 사태에 대해 최중영 변호사는 이용에 대한 동의를 사전에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이용자들은 누구한테 허락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요. 하지만 조금만 수고하면 얼마든지 저작자를 찾을 수 있어요. 특히 저작권 신탁 관리 단체가 있는데 여기를 통해 비용을 내고 이용 허락을 받을 수 있어요. 단체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자를 찾아봐야 하고, 노력해도 저작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엔 번거롭기는 하나 법정 허락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공유 사이트나 구글에서 조건 검색으로 저작권이 개방되어 있는 자료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쌀밥을 먹고 싶으면 볍씨부터 심으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이런 수고를 들일 정도로 중요한 콘텐츠는 SNS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을 허락해준 콘텐츠는 있을지언정 저절로 존재하는 콘텐츠는 없다. 봉만대 감독도 <떡국열차>를 만들기 전 봉준호 감독에게 허락을 받았다. 내 창작물이 귀하듯 남의 것도 그렇다. SNS 시대,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없다. 도둑을 막기 위해 담을 높일 것인가, 담을 없앨 것인가.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