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로 클렌징하기

꽉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제2의 소화제’ 탄산수가 세면대를 장악했다.
딥 클렌징의 신세계로 불리며 화장품 시장을 장악한 탄산수 열풍에 대해.

얼마 전 집으로 프랑스산 탄산수 바두아(Badoit) 한 박스가 도착했다. 평소대로라면 냉장고 안에 일렬종대로 세워졌을 투명한 유리병들이 둥지를 튼 곳은 습기 가득한 욕실 선반. 짐작했다시피 요즘 한창 화제로 떠오른 바로 그 미용법, 탄산수 세안을 위해서다. 일본에서 한창 유행하다 이제 한국과 유럽으로 전파된 탄산수 세안의 기적적인 효과는 다음과 같다. “유, 수분 균형이 맞춰지면서 피부가 건강해졌어요.” “톡톡 쏘는 기포들이 모공에 쌓인 노폐물을 말끔히 씻어줘요.” “부기 완화는 물론 미백 효과까지 봤답니다.” 안 그래도 혹했지만, 뉴욕 최대 뷰티 전문 웹사이트 ‘인투더글로스닷컴’의 기사를 읽고 미뤄뒀던 탄산수 세안을 직접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한번 경험하면 일반 수돗물로는 2% 부족한 기분마저 든다는 탄산수 세안의 체험에 앞서, 햇수로 1년째 마무리 세안은 무조건 탄산수로만 한다는 ‘스파클링 뷰티’의 산증인을 만났는데, 그 후일담이 꽤 솔깃했다. “수돗물이 ‘클린’이라면 탄산수는 ‘클리어’라 말하고 싶군요.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은 탄산수를 마실 때와 동일해요. 탄산수 특유의 톡톡 쏘는 목 넘김이 더부룩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듯 피부에도 마찬가지죠. 쉽게 말해 좀더 개운하게 씻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페리에로 시작된 그의 탄산수 사랑은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어 현재 탄산수 제조기를 집에 들여놓기에 이르렀다.

 

탄산수 베테랑의 세안법은 이러하다. 1차 세안은 탄산수가 아닌 미온수로, 천연 비누로 거품을 충분히 내 피부에 쌓인 각종 이물질을 씻어낸 다음 세면대 한 가득 탄산수를 부어 여러 번 얼굴을 두드려주며 마무리하면 끝. 준비물은 탄산수 두 병이면 충분해 따라 하긴 참 쉽다. 하지만 평소 탄산수를 즐기지 않는다면 탄산수 특유의 톡톡 쏘는 기포들이 오히려 피부에 해를 입히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 그렇지만 의외로 피부과 전문의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탄산수의 pH 농도는 대부분 4.5~5.5 사이로 약산성이라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 “탄산수는 심플하게 탄산가스가 물에 녹아 있는 형태로 이걸로 세안을 한다고 해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하지만 민감성 피부라면 탄산수를 고르는데 신중해야겠다. “물리적으로 발생하는 기포가 민감성 피부에는 다소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무색무취의 탄산수가 아닌, 향료가 첨가돼 있는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전문의 유화정 교수의 설명이다. 나 역시 평소엔 목구멍이 따가울 정도로 탄산이 센 초정탄산수를 즐겨 마시지만, 세안용으론 부드러운 바두아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탄산수 세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예 물 대신 탄산수를 넣어 화장품을 만든 브랜드들도 하나 둘씩 늘고 있다. 먼저 이니스프리는 제주도에서, 쏘내추럴은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에서 채취한 탄산수를 이용한 기초 관리 제품들을 출시하며 탄산수 뷰티에 앞장섰다. 특히 물에 섞으면 탄산수가 되는 브릴리언트사의 ‘러브하트 스파클링 파우더’는 ‘인투더글로스닷컴’에 소개되며 K-뷰티에도 한몫하고 있다. 페리에 5병 분량을 3분의 1 가격으로 즐길 수 있고, 일회용이라 휴대 또한 간편해 여러모로 유용하다.

자, 탄산수 세안의 안정성과 효능은 어느 정도 입증됐으니 이제는 피부 기적을 직접 경험해볼 차례! 무엇보다 탄산수 세안의 성패는 탄산수 브랜드의 인지도가 아닌, 철저한 1차 세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밑 작업이 완벽해야 색조 화장이 빛날 수 있듯, 메이크업 잔여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선 탄산수 세안이 빛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내 경우 클라리소닉으로 1차 세안을 끝내고 마무리 패팅을 탄산수로 한 지 일주일 만에 안색이 맑아지는 효과를 봤다. 무엇보다 여행이나 출장 기간 동안 물이 바뀌면서 피부 트러블을 겪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 2월 말 런던 컬렉션 출장 기간 동안 영국의 석회수 물로 인해 아무리 열심히 이중 세안을 해도 덜 씻긴 듯 미끈거려 영 개운치 않았는데, 호텔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탄산수를 이용하니(유럽의 경우 탄산수 가격이 생수와 비슷해 부담 없다) 이런 문제들이 한 방에 해결됐다. 탄산수의 대중화로 예전과 비교해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알뜰한 가루형 제품이 출시된 지금이야말로 트렌드를 받아들일 최적기. 무얼 더 망설이나!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다. 노는 물이 달라지면 피부도 예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