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아티스트 알렉 모노폴리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알렉 모노폴리가 한국을 찾았다.
게임과 만화 속 캐릭터들을 주인공 삼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그의 최근 관심사는 K-Pop이다.

60년대 뉴욕 한복판에 ‘팩토리’를 설립한 앤디 워홀이 대량 생산된 이미지에 팝아트라는 라벨을 달았다면, 그의 후예들은 빌딩 숲을 캔버스 삼아 자신의 이름을 태깅한다. 고대 동굴벽화처럼 원초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그래피티 아트는 패션을 비롯한 문화 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트 바젤 홍콩’ 전시를 앞두고 뉴욕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알렉 모노폴리(Alec Monopoly)가 한국을 찾았다. 블루마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모노폴리’에서 영감을 받아 챙 높은 검은 모자를 쓴 콧수염 신사 ‘모노폴리 맨’을 탄생시킨 그는 마치 보드게임을 하듯 세계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생동감 넘치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K-Pop의 중심 서울이다.

왜 하필 서울인가?

지드래곤의 ‘쿠데타’ 뮤직비디오 작업에 참여한 하리프 구즈만(Harif Guzman)을 비롯한 여러 친구로부터 서울은 정말 멋진 곳이라는 얘길 들었다. 개인적으로 K-Pop 문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시작된 문화가 아시아 전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은 눈부신 컬러와 에너지가 넘치는 창조적인 도시인 것 같다.

서울 거리를 둘러본 소감은?

새로운 도시를 여행할 때면 늘 거리를 유심히 살핀다. 그래피티를 통해 그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이와 같은 작품이 탄생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의 그래피티는 발전해나가는 단계지만 꽤 흥미로운 작업들을 볼 수 있었다. 압구정 한강공원 근처에서 모노폴리 맨 작업도 했다. 일정상 아쉽게도 10분 만에 끝내야 했지만.

오늘 <보그>의 스튜디오에도 캠벨 수프 통조림에서 튀어나온 모노폴리 맨이 등장했다.

앤디 워홀을 향한 존경과 애정을 담은 작품이다. 일종의 앤디 워홀과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할까? 모노폴리 맨은 어린 시절 좋아하던 모노폴리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08년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신문 경제면의 기사를 오려 캔버스에 붙여 넣고 그 위에 페인팅을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 보고 경제 문제나 정치적인 이슈를 떠올리기도 한다. 작품이 의미하는 바는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같은 디즈니 캐릭터 역시 당신의 작품 속 단골 주인공들이다.

거리 페인팅은 매우 대중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징적인 아이콘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이들 캐릭터처럼 말이다. 그건 내가 그래피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그들의 일상에 영감을 주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길 원한다.

챙 높은 검은 모자를 쓰고 다니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모노폴리 맨’을 작업하면서부터다. 알렉 모노폴리라는 이름도 그때 생긴 것이다. 거리에 그린 그림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채 신비주의 컨셉을 고수하는 이유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그래피티는 아직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물론 오늘 인터뷰하는 동안은 얼굴을 공개했다. 당신을 믿으니까.(웃음)

저스틴 비버, 마일리 사이러스 등 팝 스타들의 인스타그램에서도 종종 당신을 볼 수 있다.

저스틴 비버와는 영화 <Justin Bieber’s Believe> 프리미어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다. 레드 카펫 위에서 그래피티 라이브 쇼를 열었는데, 그의 팬들이 쉴 새 없이 소리를 지르는 통에 두통이 생길 정도였다.(웃음) 마일리 사이러스와는 마이애미의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났다. 벽화 작업 중인 나에게 “내 몸에도 페인팅을 해달라”고 외쳤다. 마일리가 원하는 대로 그녀의 다리에 페인팅을 했다. 다음 날 마일리는 엄청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미리 경고했지만 당시 내가 사용한 건 ‘퍼머넌트 마커’였기 때문이다. 지우는 데 몇 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더라.(웃음)

삼성의 후원으로 2013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열린 요트 파티 영상도 흥미로웠다. 

요트 위에서의 아트 쇼는 나도 처음이었다. 원래 큰 요트를 가진 친구가 그걸 팔 계획이라고 하기에, 아트 바젤 마이애미처럼 큰 행사가 열릴 때 같이 뭔가를 해보면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시작된 파티였다. 마침 갤럭시 노트가 출시될 때라 인스타그램 스타인 친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삼성과도 연결이 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보트의 정원은 200명 정도인데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패션을 비롯한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하우스 뮤직 디제이 아비치, 그리고 크리스 브라운과의 콜라보레이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진행한 스니커즈 브랜드 델 토로(Del Toro)와의 리미티드 에디션 작업도 큰 의미가 있다. 그 신발들은 파리의 편집 매장 꼴레뜨에서 만날 수 있는데, 그 일환으로 매장 입구에 페인팅을 할 예정이다. 꼴레뜨는 커스(Kaws)와 안드레(Andre) 등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꼴레뜨의 팬이기도 해 무척 기대가 된다.

요즘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아시아에서의 활동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일단 3월 13일엔 아트 바젤 홍콩에서 쇼가 열린다. LA 비버리힐스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을 미리 배에 실어 보냈다. 실제 모노폴리 게임에 나오는 자동차를 모델로 한 작품을 비롯해, 홍콩의 스탠리 마켓 등에서 볼 수 있는 명품 브랜드 텍스타일과 패턴 작업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당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전 세계의 도시를 여행하며 유명한 거리마다 내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래피티의 가장 큰 매력은 미술관 전시와 달리 누구나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서울을 찾아 멋진 작업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