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신데렐라, 수현

‘어벤져스’ 팀의 새로운 일원이 된 마블의 신데렐라 수현에겐 지난 1년간 엄청나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과 초특급 미드 〈마르코 폴로〉 시즌 2 촬영을 앞둔 지금,
수현은 어느 때보다 눈부시다.

금빛 롱 드레스는 림 아크라(Reem Acra at Soyoo Bridal), 크리스털 장식 목걸이는 미리암 하스켈(Miriam Haskell at The Queen Lounge), 스트랩 힐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자동차는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Ferrari F12 Berlinetta).

“1년 전 사진이에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대본이 내 손에 들어온 날!” 얼마 전 수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노란 봉투를 품에 안은 채 환한 미소를 짓던 그날은 2014년 4월 2일이었다. 같은 시각, 대서양을 건너온 정체불명의 지구 영웅들은 한강 다리 위를 날아다녔다. 교통이 통제되고 버스 노선까지 변경된 탓에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강남대로가 텅 비었다. 한국에서의 촬영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그건 영화 개봉을 코앞에 둔 지금도 마찬가지다. 디즈니 측은 여전히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수현의 캐릭터는 지난해 3월 LA에서 열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공개된 내용이 전부다. 레드 카펫 인터뷰에서 수현은 “아이언맨의 친구이자 의사, 혹은 과학자로 등장한다” 정도로만 간단히 설명했다. 이후 추가된 정보라고는 그녀의 이름이 ‘닥터 조’라는 것뿐이다. “시원하게 답해드릴 수가 없어 저도 답답해요.” 수현은 <어벤져스 2>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진심을 다하고자 애썼다. 그녀 역시 아직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했다. “저 역시 다른 분들과 똑같은 심정이에요. 설레고 기대돼요.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신인이나 다름없던 한국인 배우(한국계 미국인이 아닌!)가 할리우드의 마블 시리즈에 출연한다는 건 그야말로 일대 사건이었다. 다섯 살 때 해외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6년간 뉴저지에서 생활한 수현은 마블사의 만화 캐릭터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처음엔 어떤 영화인지도 몰랐어요. 그럼에도 대본을 받고 무척 기뻐한 기억이 나요. 뭔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정말 이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한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아, 지금은 모호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해하기 힘드실 거예요. 아무튼 제 상상력이 무한대로 펼쳐졌어요.” 블라인드 오디션 이후, 모든 게 확정되기까진 4~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여러 단계의 오디션을 거치는 동안, 수현은 한결같은 성실함과 열정을 보였다. 자신이 출연하게 될 영화가 <어벤져스 2>라는 걸 알고 난 후에도 달라질 건 없었다. 수현은 어떤 상황에서도 담대했다. 조스 웨던 감독은 그런 수현에게서 “두려움 속에서도 강인한 모습을 봤다”고 했다. “스포일러가 될까 조심스럽지만, 그게 가장 큰 캐스팅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오랜 기다림 끝에 캐스팅 소식을 들은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디즈니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들었어요. 깜짝 놀랐죠. 전 그냥 또 다른 미팅인 줄만 알았거든요. ‘누구한테 먼저 연락해야 하지?’ 그 생각부터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이 다 하나하나의 가슴 떨리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첫 번째로 전화 통화한 영광의 주인공은 훈련소에 있던 남동생이었다. 마블 영웅들의 열혈 팬이었던 동생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을 잃고 “와, 좋다”는 감탄만 반복했다. 언론에서는 어벤져스’ 팀의 새로운 일원이 된 마블의 신데렐라, 수현의 등장을 집중 조명했다. 이화여대 국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몇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긴 했지만, 아직 수현의 얼굴과 이름은 대중에게 낯선 상태였다. 마블 스튜디오의 공식 초청을 받고 LA로 떠난 지난해 3월, 인천공항엔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177cm의 늘씬한 키와 하얀 얼굴은 수많은 인파 틈에서도 돋보였다. 수수한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수현은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현에겐 엄청나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

“첫 촬영이오? 당연히 기억나죠.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모이는 장면이었어요.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해 막 두리번거렸어요. 세트도 아주 멋지더라고요. 캡틴(크리스 에반스)이 제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제대로 처음 인사를 나눈 건 마크 러팔로, 그리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어요.” 촬영 현장은 늘 화기애애했다. 긴장은 곧 풀렸다. 어벤져스’ 작전을 위해 오랜만에 다시 만난 전 세계 슈퍼스타들은 새롭게 합류한 수현을 “So, Doctor Joe”라고 장난스럽게 부르며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곤 했다. “그런 여유!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아이언맨의 친구, 제임스 로즈 역을 맡은 돈 치들은 한국 영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 영화엔 흉내낼 수 없는 특색이 있다고 하더군요.”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 헐크(마크 러팔로)도 카메라 밖에선 사이좋게 농담을 나눴다. 물론 촬영이 시작되면 모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울트론 역을 맡은 제임스 스페이더가 첫 연기를 끝냈을 땐 전부 박수를 쳤어요. 스칼렛도 입을 딱 벌릴 만큼 멋진 연기였거든요. 울트론이라는 캐릭터를 이렇게 소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다들 놀랐던 것 같아요. 게다가 목소리도 정말 근사하잖아요?”

검정 홀터넥 드레스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mo), 금색 크리스털 귀고리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수현은 조스 웨던 감독의 오랜 팬이기도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조스 웨던 감독은 온갖 영화 속 악령과 괴물, 좀비들이 총출동하는 공포영화계의 어벤져스, <캐빈 인 더 우즈>의 제작과 각본을 맡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TV에서 방영되던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를 정말 심각하게 좋아했어요.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였죠. 컴퓨터에 따로 ‘버피’ 폴더를 만들어 관련 자료를 저장해두고 대사까지 다 외울 정도였죠.” 무엇보다 그녀를 사로잡은 건 사라 미셸 겔러가 연기한 버피라는 여성 캐릭터였다. 뱀파이어를 물리치는 10대 소녀 퇴마사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다. “특히 여성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게 감독님의 장점인 것 같아요. 나중에 고백했더니, 어떻게 한국에서 그 드라마를 봤느냐며 놀라더군요. 하하.”

닥터 조가 지구를 구하려는 슈퍼히어로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동안, 10부작 어드벤처 시대극 <마르코 폴로>의 촬영도 시작됐다. 인터넷이라는 천리마를 타고 전 세계 VOD 정복에 나선 비디오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Netflix)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마르코 폴로>는 총 제작비만 해도 9,000만 달러가 넘는 대작 드라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자했다고 알려진 <왕좌의 게임>과 비교해도 편당 두 배가 넘는다. 베네치아 출신의 상인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 칸이 지배하는 13세기 대원제국에 도착해 벌어지는 모험을 담은 이 드라마에서 수현은 칭기즈칸의 고손녀 쿠툴룬으로 등장한다. 쿠빌라이 칸과 대립하는 카이두 장수(쿠툴룬의 아버지) 역은 한국계 배우 릭 윤이 맡았다. 수현은 <어벤져스 2>와 비슷한 시기에 이 드라마의 오디션을 봤다. 지난 12월 12일 시작된 시즌 1의 에피소드 3편에서부터 등장한 수현은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가진 매력적인 몽골의 여전사로 변신해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 역사 속에서도 비범하던 여성이라 전해지는 쿠툴룬은 아름다운 외모와 지략을 겸비한 개성 강한 인물이다. “특히 레슬링을 굉장히 잘한 것으로 유명해요. 많은 분들이 액션 신을 좋아해줘서 시즌 2에선 좀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마르코 폴로> 시즌 2 촬영을 앞둔 수현의 요즘 하루 일과는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끝난다. “기본적인 웨이트 훈련과 함께 승마와 주짓수를 계속 배우고 있어요. 오늘도 하고 왔죠.” 남자들도 소화하기 힘든 강행군이지만, 드라마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 강인한 여배우는 운동을 할수록 더욱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하나씩 스킬을 쌓는 게 꽤 보람 있어요. 도전 정신도 생기고요. 자기 방어를 위해 여자들도 무술을 배워둘 필요가 있어요.” 신체적으로도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식단 관리도 철저하다. 영양사는 한 번에 엄청난 힘을 쓰는 주짓수를 하는 수현을 위해 아침 메뉴를 파스타로 정했다. 물론 아무 양념도 하지 않은 파스타가 맛있을 리 없다. “안 먹는 것보다 먹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요즘 새삼 느끼고 있어요. 프로틴 셰이크도 사실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루에 두세 번씩 의무적으로 먹고요.”

시나리오 작가 존 푸스코는 전화와 이메일로 이런 수현의 상태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매 끼니를 다 사진으로 찍어 보내야 하죠. 훈련하는 모습이라든가 몸의 변화 같은 부분도요.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굉장히 신경 써요.” 뿐만 아니라 현재 심리 상태까지 꼼꼼히 체크한다. “예를 들어 제가 말을 타다 떨어졌다고 하면, 우리는 그 두려움을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얘길 나누죠.” 작가는 수백 년 전 칸의 나라였던 중국 대륙을 여행하며 수현에게 종종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올해 개봉하는 <와호장룡2>의 각본도 맡았다. “요즘은 <마르코 폴로> 생각에 완전히 빠져 있는 것 같아요. 매일 공원에서 타이치(태극권)를 하며 영감을 얻고 있다고요.” 작품을 향한 스태프들의 열정은 배우에게도 자극이 된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마르코 폴로>에는 할리우드의 유명 기획자 하비 웨인스타인, <캐리비안의 해적 5>의 연출가 요아킴 뢰닝을 비롯, 전세계 무술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그야말로 어벤져스 팀이다.

시스루 니트 슬리브리스 원피스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귀고리는 미리암 하스켈(Miriam Haskell at The Queen Lounge), 크리스털 체인 목걸이는 빈티지 할리우드(Vintage Hollywood), 반지는 수엘(Suel), 스트랩 힐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다만 몸의 변화 같은 건 좀 두려워요.” 화보 촬영 때문에 오랜만에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를 입은 수현은 근육이 생긴 팔과 전보다 살이 살짝 오른 얼굴 때문에 걱정했다. 4월 13일 LA에서 열리는 <어벤져스 2>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어떤 드레스를 입어야 할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행사다. “살을 찌우면서 뭘 입어야 할지를 고민하려니 어렵더라고요. ‘내가 과연 쿠툴룬을 하면서 다른 일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되고요.” 영화 관련 홍보 일정뿐 아니라 수현은 메이크업 브랜드 바비 브라운 최초의 아시아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아름다운 여배우와 강인한 여전사 사이에서 잠시 갈등하던 그녀는 현명하게 자신의 위치를 정했다. “수현으로서의 일상이 아니라 작품 속 역할에 더 집중하기로 했어요. 뭔가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물론 훌륭한 스턴트맨들이 계시지만 자꾸 더 욕심이 생겨요.”

수현은 얼마 전 주짓수를 하다 임시완과 마주친 얘기를 들려줬다. “저랑 같은 체육관에서 격투기를 배우더라고요.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시트콤 <스탠바이>를 통해 알게 된 임시완과는 지금도 친한 사이다. 얼마 전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는 수현과 임시완을 비롯, 하석진, 이기우 등 오랜만에 <스탠바이> 출연진이 모여 회포를 푸는 사진을 SNS에서 올리기도 했다. “보통은 시청률이 엄청 좋아야 친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끼리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그래서 우리가 가끔 보잖아.’ 하하. 다들 시트콤은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서로 도와가며 하던 작품이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지난번엔 MT도 갔어요.” 드라마는 3.9%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려 아쉬움을 남겼지만, 배우들은 나날이 성장했다.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막 연기자로 데뷔한 임시완은 어느새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로 주목받은 광희를 비롯, 드라마와 예능을 오가며 ‘뇌섹남’의 아이콘이 된 하석진 등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건 수현이다. 수현은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라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갔다.

물론 처음부터 해외 활동을 염두에 두고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꿈도 못 꾸던 일이죠.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건 알았어요. <게임의 여왕>이라는 드라마에 들어갈 때쯤, 재키 찬(성룡)과 통화를 한 적이 있거든요.” 2006년 <러시 아워 3>를 준비 중이던 성룡은 지인으로부터 이제 막 연기자로 데뷔한 수현이라는 배우를 소개받고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 길도 있구나!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당시엔 매니지먼트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을 혼자 해낼 자신이 없었죠. 오디션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몰라 기회를 흘려버리긴 했지만, 그때 마음먹었어요. 언젠가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 크게 보고 살아야겠다.”

행운의 여신은 수현을 각별히 챙겼다. “운이 좋은 건지 믿음이 좋은 건지… 하하. 뭐든지 그런 것 같아요. 이걸 내가 꼭 해야겠다고 먼저 말해 버리고 스스로 믿으면 어느 정도는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같은 소속사 선배인 다니엘 헤니와의 만남도 그랬다. “제가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상을 받을 때 같이 무대에 서고 싶은 모델을 꼽으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다니엘 헤니였어요. 그때 다니엘은 정말 핫한 모델로 우뚝 서 있었죠.” 화제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막 방영되던 시기였다. 이후 NGO에서 주최한 자선 행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드라마 <도망자 플랜 B>에서 호흡을 맞추며 더욱 친해졌다. “소피라는 극 중 이름도 둘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정한 거예요. 맨 처음 시놉시스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영어 대사를 저희끼리 만들기도 했고요.”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과 드라마 <쓰리 리버스> 등을 통해 수현보다 먼저 할리우드 현장 경험을 쌓은 다니엘 헤니는 누구보다 힘이 되는 조언자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수현은 <어벤져스 2>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유일한 한국인 배우로 출연한 그녀가 영화 속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지 모두가 궁금해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말이다. “한국에서 촬영이 진행되어 기쁜만큼 우리나라 배우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 솔직히 저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 배우들의 분량이 적을 땐 같은 아시안으로서 아쉽죠. 하지만 제가 스스로 제 분량을 걱정한다는 건 욕심인 것 같아요. 참여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의가 있죠.” 정말이지 꿈만 같은 일들이 벌어진 한 해였다. 그리고 수현의 행복한 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수현은 자신이 이뤄낸 결과에 대해 우쭐해 하지 않는다. 잔뜩 들떠 있기보단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본다. “제가 <어벤져스>에 합류하게 된 건 매우 의미 있고 저조차 믿기지 않은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가는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지금은 이 차트를 살짝 덮어두고 다음 스텝을 생각해야 할 때인 거죠.” 5월이면 수현은 또다시 13세기 몽골의 여전사가 되어 광활한 중국 대륙과 카자흐스탄 사막을 달릴 것이다. 온종일 시끄러운 몽골 음악이 울려 퍼지는 모래와 바람의 땅이다. 이 터프한 여정은 12월까지 이어진다. “아마 한국이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마블의 유리 구두를 벗어던진 이 지적이고 용감한 신데렐라가 또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 그 도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