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의 할리우드 군단

마치 꿈과 같은 프론트 로였다. 케이트 블란쳇과 글렌 클로스는 하얀색 팬츠 수트를 입고 환하게 빛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수염으로 위장했고 티나 터너는 격렬하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힐러리 스웽크는 운동으로 다져진 가느다란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앞니가 벌어진 로렌 허튼과 영원한 섹스 심볼 소피아 로렌은 80세에도 여전히 인생은 아름답다는 진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곧 81세가 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패션 하우스의 40주년을 기념하며 할리우드 스타들을 밀라노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탄생한지 10년이 된 아르마니 프리베 꾸뛰르 라인을 다시 한번 선보이는 한편 어느 오래된 곡물 공장을 탈바꿈시킨 ‘사일로스(Silos)’ 건물을 소개했다. 이 건물은 과감한 유니섹스부터 꿈결 같은 우아함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 패션 작품들을 전시한 활기 넘치는 4층짜리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 와야만 했어요. 아르마니를 위해서죠.” 케이트 블란쳇이 말했다. 그녀는 끝없는 기립박수로 마무리된 이날, 아르마니를 둘러싸고 있던 따스함에 공감했다. 그 저녁엔 에스닉 풍의 울림부터 빛나는 옻칠상자와 함께 등장한 시누아즈리(Chinoiserie, 중국풍)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10가지 테마의 쇼가 이어졌다. 이 모든 테마가 런웨이 위 디지털 프로젝터를 통해 비춰져 그 배경은 강렬한 패턴과 컬러로 가득 찼다.

사일로스 바깥에 선 아르마니

사일로스 바깥에 선 아르마니

“정말 감동적이에요. 지난 40년의 자취는 내가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드는군요.”  이날 아르마니는 사일로스를 손님들에게 공개하면서 고백했다.

조르지오는 자신의 밀라노 본사를 마주한, 돌과 유리로 만들어진 새 건물 밖에서 나를 맞이했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한 모습의 조르지오는 남색 스포츠웨어를 갖춰 입었고 은빛 머리카락과 하얀 스니커즈에서는 빛이 났다.

그리고 조르지오는 그만의 특별하고 고요한 우아함을 풍기면서 나에게 건물 4개 층을 둘러볼 수 있는 영광을 선사했다. 전시는 아르마니의 초창기 시절 성차별의 유리천장을 극복하는 여성들의 팬츠 수트에 사용했던 시그니처 베이지로 시작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입은 화려한 이브닝 가운들로 이어졌다. 13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회는 연도별로 의상들을 구분해놓지는 않았지만 이 이태리 거장의 기나긴 커리어에서 탄생한 각기 다른 시기의 작품들이 섞여 있었다.

아르마니는 수지 멘키스에게 한때 식품 저장고였던 사일로스의 4개 층을 직접 데리고 다니며 소개했다.

아르마니는 수지 멘키스에게 한때 식품 저장고였던 사일로스의 4개 층을 직접 데리고 다니며 소개했다.

“난 이제 여든하나가 되요. 그리고 여기에 내 삶을 바쳤죠.” 타다오 안도가 디자인한 본래의 아르마니 빌딩을 가로질러 가면서 조르지오가 말했다. 수많은 패션쇼들이 열렸던 그곳에서 이날 저녁 우아하면서 화려한 쇼가 펼쳐질 거였다.

아르마니는 사일로스를 투박하면서도 우아한 현재의 모습으로 바꿔놓기 위해 5천만 유로를 투자했다고 말했다. 사일로스에는 패션 전시와 함께 의상들을 디테일하게 연구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은 물론 밀라노 스텝들을 위한 대규모 오피스도 마련되어 있다.

 

 

“나는 이 건물이 이전에 식품을 저장하기 위해 사용되던 곳이기 때문에 사일로스라고 부르기로 했죠. 음식은 삶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거에요. 나에게는 옷이 음식만큼이나 삶의 일부입니다.”

밀라노의 랜드마크로서 디자인된 사일로스는 올해 10월까지 식품을 중심으로 열리는 밀라노 박람회 개막 전날에 공개됐다. 사일로스 내 커피 바와 상점 덕에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거였다. 그리고 아르마니 작품들이 일시적으로 빠진 공간에서는 문화 및 예술전시를 열 것으로 밀라노 시와 협의했다.

“밀라노는 이제 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을 갖게 되었어요. 접근하기도 쉽죠.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요. 이건 대중에 대한 선물이에요. 그러나 이 옷들은 다 내 것이죠!” 아르마니가 말했다.

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리차드 기어가 입고 나온 아르마니 정장

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리차드 기어가 입고 나온 아르마니 정장

이곳엔 80년대 의상들이 그리 많이 전시되어 있진 않지만, 조르지오는 자신의 초기 작품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처음에 만들어진 의상들 중 하나는 리차드 기어가 1980년 봄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입고 나온 재킷과 바지다. 이 영화를 통해 조르지오는 할리우드의 전설로 자리하게 되었다. 심지어 1978년에는 다이안 키튼이 <애니 홀>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자리에 아르마니 재킷을 입고 나왔다. 그리고 이곳에선 1996년 샤론 스톤이 <카지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때 입은, 바닥을 다 휩쓸듯한 예리한 테일러링의 드레스도 만날 수 있다.

벽에 걸린 커다란 스크린에서는 다양한 스타들을 실물보다 크게 보여주었다. 어이전 쇼의 맨 앞줄에 앉은 스타들이 그저 조금 더 섬세한 현실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축하패션쇼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축하패션쇼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아르마니가 축하패션쇼에서 모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Giorgio Armani

아르마니가 축하패션쇼에서 모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Giorgio Armani

지아니 베르사체가 보여주는 극도의 예술적 기교, 탐 포드가 이끄는 구찌의 섹시함, 그리고 미우치아 프라다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어그러진 미학과 경쟁하며 아르마니가 보여준 언어와 스타일의 전투를 떠올리며 나는 좀더 시대적 맥락을 짚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아르마니가 자신의 방식으로 일을 이끌어가면서, 스타일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장인정신 속에서 본질을 강조하고 싶은 바람을 존중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 좋아요. 메이드 인 이태리는 특별하죠.” 아르마니는 3층에서 은은한 광택을 지닌 드레스를 보여주며 치열한 장인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르지오에게 이번 쇼에 나온 600벌 중 어떤 의상에 대해 물어도 그에 따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르마니 사일로스의 디지털 아카이브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키프로스에서 피터 린드버그가 흑백 톤으로 찍은 모델 앰버 발레타의 사진에 대한 회상에서 시작해 조디 포스터의 데뷔 시절과 로렌 허튼에 대한 추억이 이어졌다.

로렌 허튼과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사일로스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Giorgio Armani

로렌 허튼과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사일로스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Giorgio Armani

후회가 있다면? “더 이상 나와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후회죠.”

아르마니는 매일 밤 함께 식사를 하던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의 인생과 사업 파트너였던 고(故) 세르지오 갈레오티를 간접적으로 의미하며 이야기했다.

9월에는 아르마니가 패션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서전이 출간될 예정이다.

한편, 아르마니는 스타들이 결집한 이 호사스러운 밤을 고대하고 있었을까? “난 사실 내 고양이 엔젤과 함께 집에서 저녁 먹으며 쉬는 걸 좋아해요.” 밀라노의 거장이자 세계의 패션 아이콘이 대답했다.

 

 

English Ver.

 

Armani’s Hollywood Army

It was the front row of dreams: Cate Blanchett and Glenn Close gleaming in their white trouser suits; Leonardo DiCaprio hiding behind his beard; Tina Turner applauding wildly; Hilary Swank crossing her narrow, work-out legs; Lauren Hutton, gap-toothed; and eternal sex pot Sophia Loren, proving that life still sings at 80.

Giorgio Armani, nearly 81, celebrating 40 years of his fashion house, brought Hollywood to Milan to see a reprise of his 10-year-old Armani Privé couture line – and view the Silos building the designer has converted from a old grain factory. It is now transformed as a vibrant four-storey display of those years in fashion from bold androgyny to dreamy elegance.

“I had to come – for him,” said Cate Blanchett, echoing the warmth that surrounded the designer throughout an evening that ended with a prolonged standing ovation.

That was after the 10 different show themesfrom echoes of the ethnic to Chinoiserie with the shine of lacquered box, which were digitally projected on to a runway, filling the background with intense pattern and colour.

“I am very emotional,” Armani admitted earlier in the day, as he opened up the Silos building to his guests. “It’s a walk through 40 years, reminding me of all the people who have worked with me.”

Giorgio greeted me outside the spare stone-and-glass building facing his Milan headquarters, looking as we all know him so well: navy sportswear, illuminated at top and bottom by his silver hair and white sneakers.

He then gave me the privilege of a walkthrough of the four floors, showing me with his particular, quiet elegance. It started with the signature beige of his early daywear, in which trouser-clad women broke the sexist glass ceiling, and led on to the glamorous evening gowns worn by Hollywood. Thirteen separate display sections include outfits that are not done by year, but each mixing different pieces from the Italian maestro’s long career.

“I am nearly 81 years old – and I have given my life to this,” the designer said later, when we had crossed over to the original Armani building designed by Tadao Andowhere I have seen so many fashion shows – and where that evening’s elegant extravaganza would take place.

The Silos, which Armani said cost him €50 million to convert into its current brutal elegance, includes the fashion displays, a digital area where clothes can be studied in detail and also extensive offices for his Milanese staff.

“I decided to call it Silos because this building used to store food, which is, of course, essential to life,” said Armani. “For me, just as much as food, clothes are a part of life.”

Timed to open on the eve of Expo, an event focusing on food which will remain in the Milan until October, the Silos is designed to become a Milan landmark. A coffee bar and a shop make this a new local and tourist landmark. And the arrangement with the city is that the building – or a part of it – will be used for cultural and art exhibitions, as some of the Armani pieces are temporarily removed.

“Milan has a new space it did not have, with easy access,” Armani said. “Anyone can come in. It’s a gift to the public – but the clothes are mine!”

The designer seems to have planned for his heritage from early on, although there is not so much from the Eighties on display here. One of the earliest pieces is a jacket and trousers from spring 1980 worn by Richard Gere in American Gigolo, the movie which implanted Armani in Hollywood legend. Even in 1978, Diane Keaton received an Oscar for her role in Annie Hall, wearing an Armani jacket. And the show includes a sharply tailored floor-sweeping dress, as worn by Sharon Stone to the Oscars in 1996 as she was nominated for the film Casino.

Huge wall screens show the stars coming, larger than life, before the viewer, so that the appearance of the front-row line-up later at the show just seemed like a little more enhanced reality.

I would have liked to see a bit more context, as I remember the battles of words and styles as Armani faced off first the bravura of Gianni Versace, then the sexiness of Tom Ford’s Gucci and Miuccia Prada’s deliberately ugly aesthetic.

But I respect Armani’s wish to do things his way and to emphasise not just the style but the substance in the craftsmanship.

“Made in China is something – made in Italy is something else,” the designer said, as he showed the intense craftsmanship in shimmering dresses on the third floor.

Ask the designer about any single piece in this show of 600 outfits and he tells its story, recalling a photo shoot with the model Amber Valletta “shot by Peter Lindbergh in Cyprus in tones of sand and grey” held in the digital archive area in the Armani Silos. Reminiscences about Jodie Foster at the start of her career and Lauren Hutton followed.

Any regrets?

“Only for those who are no longer with me,” said Armani, referring obliquely to his dear mother, with whom he dined every night; and to Sergio Galeotti, his late partner in business and in life.

In September, there will be a book: a biography orchestrated by Armani of his life – and not just in fashion.

Meanwhile, was he looking forward to this sumptuous night of stars?

“I really like being at home having dinner with my cat, Angel,” said the maestro of Milano and world-famous fashion 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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