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붙이거나 바짝 자르거나

여자에게 손톱은 개성을 표현하는 절대적 수단이다. 그러니 ‘적당히’란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올봄 당신이 기억해야 하는 네일 트렌드는 단 두 가지. 길게 붙이거나 바짝 자르거나!

미니스커트와 롱스커트, 긴 생머리와 짧은 단발, 하이힐과 플랫 슈즈에 이은 절체절명의 고민거리가 올봄 여자들을 찾아왔다. 완전 짧거나, 혹은 제대로 길거나! 이번엔 손톱 이야기다. 뷰티 트렌드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백스테이지만 봐도 길고 짧음의 대결이 팽팽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쇼에 선 모델들의 손톱 길이는 족히 10cm를 넘길 정도로 길었지만 프린 쇼에선 손톱 밑에 살이 보일 정도로 짧아도 너무 짧았다. 하긴 짧은 손톱을 고수해온 나조차도 리한나를 보면 잠깐씩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나. 몰래 찍힌 사진들만 봐도 잘 관리된 긴 손톱 덕분에 후줄근한 추리닝 차림에도 초라해 보이기는커녕 예뻐 보이는 그녀다. 반면 짧은 손톱은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그만이다. 새빨간 색을 발라도 손톱이 짧다면 충분히 깜찍할 수 있다. 우리 여자들을 고민의 늪에 빠뜨린 길고 짧은 손톱의 팽팽한 신경전!

 

Longer Better Stronger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여성 래퍼 제시. 버스 손잡이처럼 커다란 실버 링 귀고리와 길고 새빨간 손톱은 ‘제시 스타일’이란 유행을 만들어냈다. 인형처럼 예쁜 건 아니지만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에 있어서는 긴 손톱이 제대로 한몫했다. 긴 손톱으로 말하면 슈퍼스타 리한나를 빼놓을 수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는 힘껏 꾸민 공식석상에서는 물론 집 앞에서 찍힌 파파라치 사진 속 노 메이크업 상태에서도 그녀의 긴 손톱은 화려하게 반짝인다. 독창적인 패션 센스만큼이나 손끝을 챙겨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한데 어찌나 독특하고 화려한지. 리한나의 네일피(Nailfie)만 모아놓은 인스타그램 계정이 따로 있을 정도다. 미국에 리한나가 있다면 한국엔 씨엘이 있다. 데뷔 때부터 줄곧 긴 손톱을 고집해온 씨엘에게 손톱은 액세서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제시, 리한나, 씨엘. 긴 손톱을 즐기는 그녀들을 떠올려보면 명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물론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기 센 언니’이겠지만, 작은 손짓에도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며 할리우드 여배우처럼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풍긴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여자들의 긴 손톱은 대체 언제부터 유행한 걸까? “인조 손톱의 주요 소재인 아크릴 산업이 번창한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손톱 길이는 2.5~5cm 정도로 각진 스퀘어 형태가 유행했죠.” 네일 아티스트 데보라 립만의 설명이다. 90년대 초반 손톱 끝 부분을 하얗게 칠하는 프렌치 네일이 유행하면서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중간 길이에 머물렀던 손톱 길이가 2000년대 와서 재조명된 데에는 레이디 가가와 리한나처럼 개성 강한 여성 뮤지션들의 역할이 컸다. “긴 손톱을 선호하는 여성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꾸미는 걸 좋아하는 자기 투자형 타입과 손가락이 짧거나 통통해 가늘고 길게 보이길 원하는 워너비 타입이죠.” 씨엘의 손끝을 담당하는 네일 아티스트 박윤정 실장의 설명에 뉴욕에서 활동하는 네일 아티스트 진순은 “패션에 관심이 많고 개성이 강한 자유분방한 타입일수록 긴 손톱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나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길고 화려한 손톱만큼 강력한 한 방도 없다.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긴 손톱의 최고 수혜자는 역시 레이디 가가! 재능만으로 살아남기 힘든 냉정한 음악 세계에서 그녀는 길고 뾰족한 손톱과 그 속을 채워 넣은 과감한 네일 아트를 패션 스타일링의 일부로 적극 활용했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하지만 리얼리티 세계에선 무작정 길기만 한 손톱은 환영받지 못한다. 긴 손톱 초보자라면 자신의 손톱 크기보다 3분의 1 정도 늘린 길이에서 출발하자. 어떤 형태로 다듬고 무슨 색을 칠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는 만큼 사전 조사는 필수다. 일반적으로 양쪽 모서리를 둥글게 갈아낸 라운드나 끝을 살짝 뾰족하게 마무리한 아몬드 형태는 손가락을 길고 가늘어 보이게 한다. 여성스럽고 모던한 이미지는 보너스! 끝이 네모로 각진 스퀘어는 딱 떨어지는 모양에서 알 수 있듯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에 알맞다. 형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컬러 선정! 잘못 발랐다간 마녀 손톱으로 둔갑하니 무모한 도전은 금물이다.

그렇다면 네일 구루들은 긴 손톱에 어떤 색을 추천할까? 데보라 립만과 진순은 입을 맞춘 듯 누드 베이지, 연회색, 빨강 세 컬러를 제안했다. “긴 손톱의 클래식한 매력을 나타내기엔 누드 베이지만 한 선택이 없습니다. 연회색은 하이패션과 잘 어울리며, 레드는 섹시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죠.” 셀프 네일이 유행하면서 인조 손톱을 구입해 직접 칠하고 붙이는 손재주 좋은 여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도쿄에 위치한 우카네일 살롱의 와타나베 기호는 인조 손톱을 붙일 때 접착제 사용은 절대 피하라고 조언한다. “손톱에 팁을 접착제로 고정하면 그 사이에 물이 들어갈 경우 세균 번식의 원인이 됩니다.” 대신 양면 테이프를 이용해 매일 붙였다 떼어주면 손톱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예뻐질 수 있다.

 

Gimme Shorter!

“이거 완전 xxs 사이즈잖아!”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 절반도 못 미치는 내 새끼 손톱은 ‘투엑스 스몰’이란 애칭으로 불렸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손톱을 기른다거나 팁을 붙이고 다닐 법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네일 살롱에서의 요구 사항은 한결같다. “흰 부분 없이 바짝 잘라주세요!” 손톱 밑에 살이 보일 정도로 바짝 자른 손끝엔 남자들이 질색한다는 검정과 빨강 매니큐어를 발라도 무서워 보이기는커녕 귀여울 뿐이다. 진순은 짧은 손톱의 매력을 ‘모던 시크’라 정의한다. 길고 화려한 손톱이 오뜨 꾸뛰르라면, 짧은 손톱은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프레타 포르테인 셈이다. 멀리서 찾아볼 필요 없이 지난달 <보그>만 넘겨봐도 패션계에 불어닥친 짧은 손톱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커버 걸 애비 리, 펜디 캠페인 걸 린지 윅슨, 샤넬 레이디로 변신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손톱은 하나같이 짧고 둥글다. “깔끔하게 정돈된 짧은 손톱은 뜻밖에 우아한 이미지를 선사합니다. 과하지 않은 절제미와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죠.”

실제로 짧은 손톱을 즐긴다는 데보라 립만의 쇼트 네일 예찬에 진순 역시 맞장구를 쳤다. “저희 매장을 찾는 고객 중 열에 아홉은 짧은 손톱을 선호해요. 건강해 보이고 활동이 자유롭다는 게 이유죠.” 이런 짧은 손톱 열풍은 네일 살롱 밀집지로 불리는 청담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예쁜 손톱의 기준은 면적이 크고 길쭉한 보디였는데 이젠 아니에요. 모든 여자들이 매니큐어 바르는 면적이 최대한 작아지길 바라죠.” 브러쉬라운지 최지숙 실장의 말처럼 ‘xxs 손톱’은 2015 네일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짧은 손톱만의 최고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컬러 선택의 다양성! 스타일링에 따라 매니큐어 색을 기가 막히게 매치하는, 그래서 네티즌 사이에선 ‘네일 신’으로 불리는 배우 신민아의 경우, 스퀘어 형태로 짧게 자른 손톱 덕분에 어떤 색을 발라도 단정해 보인다. “컬러 선택의 다양성은 짧은 손톱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죠. 샛노란 색부터 새까만 색까지 무얼 선택하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요.” 하긴 긴 손톱에 검정을 발랐을 때와 짧은 손톱에 검정을 발랐을 때의 느낌은 천지 차이다. 전자는 오싹할 정도로 무섭지만 후자는 왠지 세련돼 보이지 않나! 원래 네일 보디가 긴 제니퍼 가너도 어두운 색을 바르고 싶을 때마다 손톱을 최대한 짧게 자른다.

한편 짧은 손톱은 긴 손톱에 비해 라운드, 스퀘어, 아몬드 등 형태의 다양성을 즐길 순 없지만, 라운드로 할 경우에 여성스럽고, 스퀘어로 할 경우엔 모던해 보인다. 단, 손톱 모양은 무조건 하나로 통일하자. 집에서 직접 관리하다 보면 이런 부분을 놓칠 수 있는데 손톱 모양이 제각각이면 매니큐어를 발랐을 때 단정한 맛이 사라진다. 사람마다 피부 톤이 다르듯 손톱 크기도 제각각이다. 데보라 립만은 “손톱을 자를 때 손가락을 펼쳐 열 개 손톱 중 면적이 가장 작은 새끼손톱을 기준으로 다른 네 손톱의 길이를 줄여나가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마음만 앞서 너무 바짝 잘랐다간 종이에 베인 듯 따끔한 고통이 뒤따르니 손바닥을 펼쳤을 때 손톱이 튀어나오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누드, 레드, 그린 중 한 가지 색을 바르면 실패는 없다. 그래픽적인 라인을 그리고 눈동자 모양 스티커를 붙이는 등 최근 다채로운 아트 요소들이 네일 시장을 빛내고 있지만 짧은 손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짧은 손톱에 과도한 네일 아트는 ‘테러’예요. 최대한 욕심을 버리고 한 색으로 깔끔하게 바르는 게 짧은 손톱의 정석입니다.”

하루를 통틀어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길어야 30분이다. 하지만 손톱엔 늘 시선이 머문다. 그런 의미에서 손톱 관리는 자기만족을 위한 가치 있는 투자다. ‘적당히’란 타협 대신 길고 짧음을 명확히 할수록 매력 지수는 높아지는 법.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바짝 자를래요? 아니면 길게 붙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