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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컴피티션의 여왕, 제시

2016.03.17

by VOGUE

    거친 컴피티션의 여왕, 제시

    탱크톱은 G.V.G.V(G.V.G.V at Koon), 화려한 프린트의 흰색 재킷과 쇼트 팬츠는 오프 화이트(Off-White at Koon), 언더웨어는 수프림(Supreme at Soul Lights), 힐은 스티브 매든(Steve Madden), 목걸이와 반지는 엠주(Mzuu).

    랩 배틀이 말싸움의 무대라면 제시는 초반부터 주어 자리를 꿰차고 들어서는 선수다. 그녀는 으름장을 놓으며 무대를 장악하고, 공격의 추임새만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수차례 회자되며 유행어가 돼버린 ‘디스 이즈 컴피티션’이란 말은 얼마나 명확한 공격선언인가. 그녀는 온갖 전략과 기 싸움이 난무하는 맹수들의 싸움에서 유일하게 강타의 전략만 고수했고, 잔꾀나 꼼수 없이 스트레이트 펀치 하나로 파이널 무대까지 올라갔다. 거칠고, 강하며, 게다가 차진 제시의 랩은 확실히 타율 좋은 기선 제압의 묘수였다.

    여자 래퍼들이 모여 서로 겨루고, 싸우며, 실력을 뽐내는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제시는 줄곧 화제의 중심이었다. ‘기 센 언니’의 포스, 에두르는 말 없이 내뱉는 강력한 대화법, 하지만 유쾌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는 새로운 거친 스타의 탄생을 알렸고, 시청자들은 금세 환호를 질렀다. 눈치 보며 춤추고 노래하기 바쁜 연예계에서 이 얼마나 호쾌한 한 방인가. 제시는 이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소속사 선배 가수 휘성과 <나는 가수다 3> 무대에 섰고, 최근엔 박진영의 새 싱글 <어머님이 누구니>를 피처링했으며, 자동차 CF도 한 편 찍었다. “2005년 데뷔해서 이제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아요. 예전엔 나 같은 캐릭터가 한국에서 사랑받긴 좀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결과가 좋아서 행복하죠. 이 년(年)이내 년(年)인 것 같고.(웃음) 진짜 고맙고, 재미있어요.” 확실히 제시는 지금 2015년의 무대를 쟁취했다.

    검정 재킷은 모스키노(Moschino), 안에 입은 톱은 스타일난다(Style Nanda), 검정 미니스커트는 곽현주 컬렉션(Kwak Hyun Joo Collection), 이어링은 엠주.

    남 앞에서 위축된 적 한번 없을 것 같은 ‘기 센 언니’의 포스지만, 사실 제시는 꽤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5년  <Get up>이란 앨범으로 솔로로 데뷔했지만 이후 일이 쉬이 풀리지 않았다. 고향인 미국과 한국을 오가길 수차례, 음악의 길을 포기할까 고민도 수십 번 했다. 한때 업타운의 객원 멤버로 활동했지만 계속 이어지지 못했고, 이효리, 이은주와 함께 준비하던 프로젝트는 도중에 무산됐다. “엄청 힘들었어요. 확신이 희미해지니 완전 멘붕이 됐죠. 나 자신을 몰랐어요. 내가 누군지도, 아이덴티티도 모르겠고,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녀는 음악을 포기할 팔자가 되지 못했나 보다. 음악을 단념하고 미국에 머물던 당시 제시는 한국으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했어요. 이제 포기한 거 다시 들추고 싶지 않았고요. 근데 주변에서 계속 제안하니 내가 음악을 정말 하고 싶어 했다는 게 새삼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마음먹고, 이번엔 진짜, 이전 마음 다 잊고 새롭게 해보자 생각했죠.” 로린 힐, 제이지의 음악을 들으며 자란 힙합 걸이다. 친오빠 둘과 서로 라임을 주고받으며 음악을 몸에 익혀온 여자다. 그리고 하나 건너 친구 엄마인 심수봉에게 “노래를 해라. 잠재력이 있다”는 조언을 들은 뮤지션이다. 그런 제시에게 <언프리티 랩스타>는 맞춤형 멍석이 돼줬고, 그녀는 강력한 승부수를 보여줬다. 지각생 스타의 무서운 후반 피치다.

    파이널 무대에서 준우승에 머물며 우승의 영광은 치타에게 양보했지만, 사실 <언프리티 랩스타>는 제시의 캐릭터 드라마기도 했다. 방송 초반 그녀는 그저 막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것 같은 무서운 언니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의리 있는 동료, 고집 센 뮤지션, 동생을 위하는 여린 언니의 마음도 보여줬다. 특히나 함께 경쟁한 동료 육지담의 발전을 칭찬하고, 우승을 앗아간 치타의 장점을 인정하는 대목은 솔직 담백해서 감동을 줬다. “어느 정도는 방송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기도 했어요. 나이가 많으니까 기 센 언니 캐릭터가 달라붙은 거죠. 나는 그냥 이래요. 무서울 땐 무섭기도 하지만 착할 땐 착하고 기본적으로 활발하고 정신없어요. 이게 제시예요. TV 나가는 거든 아니든 그냥 내 성격을 보여줘요. 일부러 꾸미거나 척하지를 않고요.” 실제로 방송에서 제시가 디스전에 휘말린 적은 없다. 강한 인상 탓에 분명 욕설의 주인공이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싸움으로 화제가 된 건 타이미와 졸리브이였다. 제시는 그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무대 위에서든 아래서든 솔직하게 내뱉었다. “힙합의 디스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정말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겐 디스하겠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데 왜 쇼를 위해 디스를 하나요?” 제시는 현재 럭키제이란 그룹의 멤버기도 하다. 그 그룹에서 그녀는 노래를 한다. 강력한 랩 못지않은 깊은 그루브의 매력적인 보컬이다. “랩, 보컬 둘 다 가능한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이제 목표가 확실해졌죠. 어차피 프로그램이야 한때 주목받다 말겠지만 나는 계속 음악을 할 거고, 내 컬러를 확실히 보여줄 거예요.” 실패와 좌절, 그리고 눈물로 단련시킨 제시의 10년. 이제 그녀는 컴피티션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았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재혁(JUNG, JAE HYUK)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스탭
      스타일리스트 / 박진아 헤어 / 임종수 메이크업 / 서하
      장소 협찬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작품 제공
      빠키 VAKKI : 불완전한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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