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규칙 다종 천재, 천재노창

천재노창은 프로듀싱으로 먼저 이름을 날린 래퍼다. 저스트 뮤직에 합류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파급효과>가 좋은 평가를 얻고, 문자 그대로 파급효과를 일으키면서 그 이미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마법의 양념처럼 ‘훅’을 톡톡 뿌린 그의 음악은 확실히 중독적이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비교할 대상이 없는 완벽히 새로운 비트와 플로우라서 잘한다, 못한다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평한다. 천재노창은 세상에 없던 음악을 만들어내는 뮤지션이다. <쇼 미 더 머니 3>, <노머시(NO.MERCY)> 등을 통해 힙합 프로듀서로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그는 힙합 리스너들 사이에선 ‘세계ILL주’라는 명곡을 남긴 전설적인 래퍼로 통한다. 고등학생 때 습작처럼 올린 ‘세계ILL주’ 영상은 일본, 프랑스, 중국, 북한, 자메이카 등 세계 곳곳을 랩으로 보여주는데, 분명 한국어인데 외국어로 들리는 기묘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천…재… 아…냐…?’라는 반응을 보였으니, 천재노창의 역사는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다 입시 공부가 너무 지겨워 음악으로 진로를 정했다는 그는 처음엔 혼자 음악을 가지고 놀았다. 이런저런 믹스테이프를 만들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며 음원을 무료로 발표했다. EP 앨범 <기억시옷>에서 프로듀싱, 작사, 보컬, 랩, 엔지니어링은 물론 앨범 재킷 디자인을 혼자 해냈고, 믹스테이프 <이런 날 이뻐해>에서는 38개의 모든 곡에 그림을 그려 곡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당시 그의 음악은 그로테스크하고 몽환적이며 전위적인 비트를 뿜어냈고, 리스너들이 따로 해석본을 만들어 사이트에 올릴 정도로 가사는 난해한 구석이 있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요. 지금도 그때 감정을 느낄 수는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해석을 필요로 하는 음악에 대해 지금은 회의가 들어요.” 그는 이를 두고 ‘불행해야 행복하다’고 말했다. 불행한 감성을 이겨내야 결과적으로 행복해진다고 말이다.

믹스테이프는 차곡차곡 쌓여 스윙스가 이끄는 저스트 뮤직에 합류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동료들을 만났고, 다른 사람의 음악을 솜씨 좋게 만지는 프로듀서이자 감성을 제대로 쏟아내는 래퍼가 됐다. 저스트 뮤직 음악의 8할은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이젠 프로 대열에 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 음악을 휴대폰에 넣고 듣지 못했어요.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저도 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제 음악을 같이 플레이해놓고 들을 수 있게 됐어요.”

데님 상의와 데님 팬츠는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 나머지는 천재노창 개인 소장품.

<쇼 미 더 머니 3>에 그가 직접 얼굴을 비친 건 한 번뿐이었지만, 방송 두 달 내내 바스코, 기리보이, 씨잼의 출전곡을 도맡아 프로듀싱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20여 곡에 편곡, 피처링 등으로 빼곡히 이름을 올리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저 무한한 창작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천재노예’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프로듀싱 실력에 비해 못하다는 평을 듣는 랩에 대해서는 마음을 좀 비웠다. “처음에는 저만의 방식이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다른 동료들의 랩 실력이 점점 늘어가는걸 보면서 나 랩 ‘개’못하는구나 알게 됐어요.(웃음) 그 생각에 8개월 동안 랩을 한 글자도 못 썼어요. 랩 빼고 프로듀싱만 할까 고민도 정말 많이 했는데 멤버들이 독특하다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응원해줘서 계속 해나가려고요.”

올해 그는 자기 음악에 좀더 집중해보려고 한다. 요즘 주요 힙합 사이트 대문에는 그가 곧 발표할 것이라고 전해진 싱글 앨범의 재킷 이미지가 걸려 있다. 피처링은 타블로다. 예상치 못한 조합에 궁금증만 더해가는 중이다. 살고 있는 매 순간이 영감이 되고, 언젠가부터 음악은 숨쉬듯 당연해졌기에 이번 싱글은 그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힌트가 될 것이다.

노창으로 활동하던 그는 몇년 전 천재노창으로 예명을 바꿨다. 자신감을 얻기 위함이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사실은 자기 감정에 빠져 있던 때였다. “그때 이후 하락세예요.(웃음) 물론 궁극적으로 천재라고 불리는 위치에 도달하고 싶다는 점에선 같아요. 음악가뿐 아니라 화가나 디자이너, 사업가일 수도 있고요. 이름 덕분에 스스로를 더 압박하며 성장해가고 있어요. ‘아직도 날 욕해? 더 보여주겠어’ 하는 거죠.” 천재노창은 이번 촬영 의상을 직접 준비했다. 언젠가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그가 꾸는 꿈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이 표현해내고 싶은 감정을 전방위적으로 쏟아내는 힙합 신의 아티스트다. 그 방식은 놀랍도록 새롭고 매력적이다. “전 숨도 못 쉴 정도로 ‘빡세게’ 살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장르는 모두 다 할 겁니다. 오로지 그것만 꿈꾸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