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적인 보헤미안 감성의 텐트 드레스

대대적인 히피 유행과 함께 텐트 드레스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팔꽃처럼 활짝 펼쳐지는 플레어 라인의 텐트 드레스는 도회적인 보헤미안 감성을 드러내는 데 그만이다.

치렁치렁한 보헤미안 드레스가 전성기를 맞이한 건 70년대지만, 그동안 유행의 주기에 따라, 몇몇 디자이너들의 타고난 보헤미안 감성에 따라 여러 차례 수면 위로 떠올랐었다.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내며 가슴부터 바닥까지 A라인으로 펼쳐지는 실루엣, 세퀸이나 저지, 그래픽 프린트와 플라워 프린트, 나풀거리는 프릴과 레이스업 등으로 완성된 출렁이는 이 맥시 드레스에 패션 전문가들은 ‘텐트 드레스’란 멋진 이름을 붙여줬다. 텐트 드레스는 말 그대로 허리에 주름을 넣지 않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헴라인이 넓어지는 텐트 실루엣의 드레스. 푸치 런웨이에는 프린트와 컬러만 다른 텐트 드레스들이 매 시즌 등장하는데,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던 21세기 젯셋족의 눈에 이 드레스가 들어온 것은 당연지사. 덕분에 하우스는 옛 명성을 되찾았고, 텐트 드레스는 하우스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텐트 드레스는 무슈 로랑부터 미스터 포드, 마크 제이콥스, 피터 던다스, 크리스토프 데카르넹까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색다른 버전으로 끊임없이 변모 중이다. 그중 텐트 드레스를 아주 세련되게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디자이너는 2008년 봄 무대에 히피 룩을 내세운 발맹의 크리스토프 데카르넹. 스트리트적이면서 록적인 판탈롱 팬츠와 프린지와 스팽글 장식 인디언 드레스를 잔뜩 등장시킨 무대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역시 타이다이 프린트의 기다란 저지 드레스였다.

텐트 드레스는 로베르토 카발리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리바이벌되고 있다. 2011년 봄,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일흔 살의 카발리가 재현한 건 패션 디자이너로 첫걸음을 떼던 시절의 아이콘인 보헤미안 드레스. 섬세한 크로셰 니트부터 악어가죽 패턴이 가미된 시폰에 이르기까지, 바닥까지 끌리는 드레스는 풍성한 술 장식으로 더 리드미컬하게 춤췄다. 두말할 필요 없이 섹시하고 힙한 보헤미안 스타일의 절정! 올봄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하우스를 떠나는 카발리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사랑한 보헤미안 드레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무대에 등장한 건 중국 색채가 더없이 강렬한 새틴 플리츠 드레스!

텐트 드레스는 히피 룩을 연출하기에 더없이 좋지만, 단순하면서 몸매를 은근히 드러내는 실루엣으로 시티 룩을 연출하기에도 그만이다. 클로에의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몇 시즌째 선보이고 있는 헐렁하고 로맨틱한 맥시 드레스가 좋은 예. 올봄 클로에 런웨이에도 다양한 톤의 하늘하늘한 시폰 드레스들이 납작한 글래디에이터 샌들과 함께 등장했다. 디자이너의 설명대로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으면서 강하고 정직한” 이 드레스에 재킷을 걸쳐 입으면 데이웨어로도 손색없을 듯. 또 테일러드 재킷이나 꼭 끼는 가죽 바이커 재킷에 플랫 슈즈를 신는 것도 좋지만, 시스루 드레스 안에 스키니한 가죽 레깅스를 레이어링하면 동시대적인 룩을 연출할 수도 있다. 텐트 드레스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밀라노 하우스는 미쏘니와 에트로. 프린트와 디테일이 화려한 이 드레스들은 특히 젊은 패셔니스타들의 사랑을 꾸준하게 받고 있다. 게다가 텐트 드레스의 가느다란 스파게티 어깨 끈에는 아슬아슬한 섹시함까지 담겨 있으니, 올봄 매혹적인 히피 아가씨가 되고 싶다면 하늘거리는 텐트 드레스 한 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