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맛집 ① – 카레의 저주

 

경리단 길의 꽤 유명한 일본 가정식 집 ㅁㅅㅇ. 간판도 하나 없이 장사하는 이곳은 ‘오늘의 메뉴’ 달랑 하나만 판다. 돈부리, 카레, 튀김 요리 등이 그날 재료 상황에 따라 백반 형식으로 나오는데 집 밥 찾아먹기 힘든 싱글 족들에게 인기다. 주말 식사 시간은 물론 평일 저녁에 가도 대기를 각오해야 하는 수준. 근데 막상 이곳은 ‘싱글 족을 위한 가정식’이란 콘셉트를 제외하면 굳이 줄 서서 먹을 이유가 없다. 가정식을 표방함에도 점원들은 시크한 척 하느라 접객에 소홀하고, 한 쟁반 차려져 나오는 요리의 구성은 중구난방이다.

나는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 저녁에 찾았는데, 고로케를 얹은 카레 라이스가 연근 튀김, 연두부, 샐러드, 그리고 생 오이와 함께 나왔다. 어느 공공 기관 지하 식당의 급식이라면 불만 없이 먹겠지만, 15000원이나 주고 먹고 싶은 한 끼는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선 메뉴에 대한 설명이 없다. 정해진 거 없이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를 제공하면서도 시크한 스태프들은 그게 뭔지 손님에게 알려주지를 않는다. 대충 일본 가정식이란 카테고리로 짐작해볼 수도 있겠지만 당최 뭐가 나올지 모른 채 테이블 위에서 대기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최악의 포인트는 카레. 카레라기보단 카레 맛 국에 가까운 이 묽은 스프는 색깔을 제외하고 카레다운 게 어느 하나 없었다. 물론 반도의 카레 맛은 오랜 역사를 가진 ‘오뚜기 카레’의 저주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순한맛’ 대신 ‘매운맛’이라도 썼어야 했다. 기본 이하의 반찬을 별 고민 없이, 대중 없이 차려낸 자취 상이 결코 이상의 가정식은 아니다. 음식점은 요리를 파는 곳이지, 콘셉트를 파는 곳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