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서막, 삐삐밴드

삐삐밴드가 돌아왔다. 90년대 대중문화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이들의 귀환이 기대되는 건 달파란과 박현준, 그리고 이윤정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현재진행형의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이다.

이윤정의 회색 시스루 드레스는 맥앤로건(Mag&Logan), 드롭 귀고리와 와이드 뱅글은 엘리오나(Elyona). 달파란의 셔츠와 베스트는 나비 바이 이정기(Navi by Leejungki), 스트랩이 장식된 독특한 검정 재킷은 서리얼벗나이스(Surreal But Nice), 운동화는 지니 킴(Jinny Kim), 선글라스는 스테판 크리스티앙(Stephane Christian). 박현준이 입은 금색 칼라 장식의 셔츠와 재킷, 회색 팬츠는 모두 이정기 서울(Leejungki Seoul), 선글라스는 장 마릴(Jean Maryll), 레이스업 구두는 푼크트(Punkt).

이윤정의 회색 시스루 드레스는 맥앤로건(Mag&Logan), 드롭 귀고리와 와이드 뱅글은 엘리오나(Elyona). 달파란의 셔츠와 베스트는 나비 바이 이정기(Navi by Leejungki), 스트랩이 장식된 독특한 검정 재킷은 서리얼벗나이스(Surreal But Nice), 운동화는 지니 킴(Jinny Kim), 선글라스는 스테판 크리스티앙(Stephane Christian). 박현준이 입은 금색 칼라 장식의 셔츠와 재킷, 회색 팬츠는 모두 이정기 서울(Leejungki Seoul), 선글라스는 장 마릴(Jean Maryll), 레이스업 구두는 푼크트(Punkt).

‘문화혁명’. 삐삐밴드의 출현은 이들의 앨범 제목처럼 90년대 대중문화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전설적 그룹 시나위와 H2O 출신의 베이시스트 달파란(강기영)과 H2O에서 만난 기타리스트 박현준은 지금까지 그들이 해오던 어둡고 거친 하드록과는 전혀 딴판인 총천연색 펑크 밴드 삐삐밴드를 결성했다. 이들이 발굴해낸 보컬 이윤정은 뒤죽박죽 빌라에 사는 괴짜 소녀 삐삐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모와 자유분방함, 그리고 개성의 끝을 달리는 가창 솜씨로 단숨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바다 건너 일본에선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독가스를 살포해 한바탕 난리가 났던 95년의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삐삐밴드는 정신 나간 여자처럼 천연덕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식사하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괜찮으세요? 수고가 많아요.” ‘안녕하세요’로 비교적 귀여운 첫인사를 건넨 삐삐밴드는 연달아 나온 ‘딸기‘에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냥 딸기가 좋다는 게 가사 내용의 거의 전부인 이 곡에서 이윤정은 마이크 대신 메가폰을 잡고 “좋아 좋아” 악을 써댔다.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끝내주는 건 여기에 대한 삐삐밴드의 반응이었다. 이들은 이 모든 걸 이미 예상했다는 듯, 당시 PC 통신을 뒤덮었던 악플들을 콜라주해 ‘유쾌한 씨의 껌 씹는 법’이 수록된 후속 앨범의 속지를 어여쁘게 장식했다.

마지막 인사는 더욱 쇼킹했다. 이윤정이 팀을 탈퇴한 후, 고구마(권병준)와 함께 ‘삐삐롱 스타킹’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이어가던 이들은 일부러 연주를 중단하는 등의 깜짝쇼를 펼쳤고 급기야 생방송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카메라에 침을 뱉으며 무기한 출연 금지를 당했다. 그리고 “계획된 프로젝트는 이미 종결되었다”는 선언과 함께 밴드는 해체됐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의도된 바인지는 알 수 없지만 3년 남짓 지속된 이들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들의 음악적 실험은 당시의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발라드와 댄스 음악 일색이던 가요계에 펑크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했고, 인디 신이 생성됐다. 당시 소설가 김연수는 선배 장정일에게 삐삐밴드의 음악을 들어보라 권하기도 했는데, 장선우 감독은 삐삐밴드의 2집 <불완전한 작전>의 여러 곡 중 하나인 ‘나쁜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듬해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고, 달파란이 영화음악을 맡은 <나쁜 영화>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내 영화계에서 음악 감독의 역할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패션은 또 어땠나. 알록달록한 아디다스 저지를 아래위로 빼입고선 연주 같지 않은 연주를 하며 노래 같지 않은 노래를 부르던 이들의 공연 영상은 요즘 다시 봐도 ‘쿨내’가 난다.

불혹을 넘긴 삐삐는 여전히 멋지다. 20주년을 맞아 4월 30일 발표된 싱글 <ㅈㄱㅈㄱ>은 동화 속 말괄량이 삐삐가 지어낸 외계어 ‘슈풍크’를 연상시킨다. 이윤정은 그 이야기를 토대로 ‘슈풍크’라는 요상한 노래 가사를 쓰기도 했다. 원년 멤버들로 구성된 삐삐밴드의 귀환이 기대되는 건 이들이 흘러간 왕년의 스타가 아니라, 여전히 한국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이다. 삐삐밴드 이후, 전자 음악 DJ로 변신했던 달파란은 장영규와 함께 영화음악 그룹 ‘복숭아 프레젠트’ 를 만들었다. 장선우 감독의 일련의 영화를 비롯,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황해> <도둑들> 등 웬만한 한국 영화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현준은 ‘3호선 버터플라이’와 ‘원더버드’ 등을 거쳐 ‘문샤이너스’ 활동을 끝낸 차승우와 함께 지난해 ‘더 모노톤즈’라는 그룹을 만들었다. 아직 싱글 한 장 나오지 않았지만, ‘서교그룹 사운드’의 김세영까지 합류한 더 모노톤즈는 데뷔와 동시에 홍대 인디 신의 슈퍼스타로떠올랐다. 설치미술가 이현준과 결혼한 이윤정은 남편과 함께 토털 아트 퍼포먼스 팀 EE로 활약 중이다. 삐삐밴드의 불완전한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달파란이 입은 갈색 수트와 셔츠는 이정기 서울(Leejungki Seoul), 안경은 장 마릴(Jean Maryll), 구두는 푼크트(Punkt), 깃털 장식 부토니에는 엘리오나(Elyona). 박현준의 남색 수트와 셔츠는 이정기 서울, 선글라스는 알로(Alo), 시계는 폴 스미스 워치(Paul Smith Watch), 구두는 푼크트, 부토니에는 엘리오나.

달파란이 입은 갈색 수트와 셔츠는 이정기 서울(Leejungki Seoul), 안경은 장 마릴(Jean Maryll), 구두는 푼크트(Punkt), 깃털 장식 부토니에는 엘리오나(Elyona). 박현준의 남색 수트와 셔츠는 이정기 서울, 선글라스는 알로(Alo), 시계는 폴 스미스 워치(Paul Smith Watch), 구두는 푼크트, 부토니에는 엘리오나.

‘ㅈㄱㅈㄱ’은 제목부터 특이해요. 암호처럼 자음만 사용한 이유가 있겠죠?
파란 요새 문자 보낼 때 줄여서들 많이 쓰잖아요. 그런 거죠. 지긋지긋.
윤정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나 요즘 참 힘들고 좀 이상하다.’ 그런 얘기들을 막 편하게 나누다가 나온 가사예요. 지긋지긋하다고. 맨 처음엔 제가 ‘젠장’인가 ‘제기랄’인가 그렇게 말했던 거 같아요.

종종 서로 연락을 하고 지냈던 거예요?
윤정 아뇨, 오빠들끼리는 연락을 하고 지냈지만 전 삐삐밴드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서로가 20년간 뭘 했는지 소문으로만 듣고 살았죠.
현준 우리 둘은 사는 동네가 비슷해서 가끔 봤지만, 우리도 음악 작업을 같이 한 건 삐삐밴드가 마지막이었어요.
파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삐삐밴드 해체 무렵부터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져서. 전 DJ를 했고, 밴드 활동보다 다른 데 더 관심이 생겼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간 거죠.

20주년 프로젝트는 누가 먼저 제안했어요?
파란 예전에 삐삐밴드 매니저였던 진석 씨로부터 작년 여름 즈음에 전화가 왔어요. 내년이 20주년이니 기념으로 뭔가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시작된 거예요.
현준 경리단길에서 매니저까지 넷이서 만나 얘길 나눴죠. 공연보단 새로운 싱글을 먼저 만드는 게 좋겠다고 해서 올 초부터 작업에 들어간 거죠.
윤정 전 오빠들이 당연히 안 한다고 할 줄 알았어요. 매니저의 전화를 받고 “오빠들이 하겠어? 오빠들이 하면 나도 할게”라고 했는데, 다 조금씩 사는 게 재미들이 없었는지, “그러자”고 하더라고요.

무슨 바람이 분 거예요?
파란 일단은 큰 욕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한 거예요. 너무 오랜만이니까. 제가 어느 정도 큰 그림을 만들어놓으면 우리 집에 모여서 같이 작사하는 식으로. 아주 하드하게 작업하진 않았어요.
윤정 옛날엔 현준 오빠 집에서 주로 작업했는데, 그때도 그랬어요. “야, 와 봐” 하면 슬금슬금 가서 한 명은 기타 치고, 둘이 잡담하다가 또 노래 부르고. 이번에도 부담 없이 편하게 한 거예요.

오랜만에 다시 모여 작업을 하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랬을 것 같아요.
파란 예전에 같이 음악 만들 땐 서로 너무 예민했어요. 물론 이 친구랑은 H2O 때부터 같이 해왔기 때문에 연주적인 측면에서의 긴장감은 없었지만, 이제는 음악을 만드는 태도에도 좀더 여유가 생긴 거고요. 각자의 경험을 통해 성숙해진 거죠. 현준 그러니까 얘기도 빨리빨리 진행 되고.
윤정 나머진 다 그대로인 것 같아요. 그때도 저만 혼자 말하고 오빠들은 거의 말이 없었거든요. 오늘은 엄청 의욕적인 거예요.

무대 위에서도 윤정 씨만 사방을 휘젓고 다니고, 나머지 두 분은 묵묵히 연주만 했던 게 기억나요. 그땐 어떻게 만난 거예요?
현준 우리가 삐삐 스타일을 만드는 과정에서 삐삐 같은 여자아이가 필요해서 찾아다녔어요.
파란 그러다 길에서 우연히 만났죠.
윤정 아냐, 오빠들이 바에 술 마시러 왔잖아. 나 머리 삭발했을 때. 생각나?
파란 그래서 노래방을 갔었죠, 한 번.

보컬 오디션을 노래방에서?
윤정 이전에도 삐삐 같은 애들이 몇 명 있었대요. 그런데 생긴 게 진짜 삐삐 같은 애는 성격이 삐삐 같지 않거나 그 반대이거나 그랬다고 얘길 하더라고요. 노래방에서 아무거나 불러보라고 해서 그냥 노는 개념으로다가 막 소리 지르면서 노래했죠. 사실 전 그때 힙합을 너무 좋아해서 힙합 그룹으로 데뷔를 준비 중이었거든요. H2O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어떻게 설득당한 거예요?
윤정 글쎄요, 멋있어 보여서 그랬나? 아무래도 아티스트라서 더 끌렸겠죠. 제가 언니 오빠들과 같이 크다 보니 또래들보단 좀더 포괄적으로 음악을 들었거든요. 그냥 가수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2집 나오고 얼마 안 돼서 활동을 중단했을 때, ‘멤버들 간의 의식 차이’ 때문이라는 기사가 떴어요.
윤정 제가 뭘 잘 모르고 “나도 나 하고 싶은 거 할 거야!” 이런 거죠.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오빠들은 밴드 출신이니까. 아무래도 오빠들의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저 혼자 공부할 시간이 좀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뭐 지금도 똑같아요. 아무리 제가 포스를 키워봤자 오빠들의 영향력은 그만큼 더 커져 있으니, 어쩔 수 없죠.

화려한 크리스털 장식 보디수트와 깃털이 달린 시스루 스커트는 맥앤로건(Mag&Logan), 길게 내려온 금색 귀고리와 반지는 모두 엘리오나(Elyona).

화려한 크리스털 장식 보디수트와 깃털이 달린 시스루 스커트는 맥앤로건(Mag&Logan), 길게 내려온 금색 귀고리와 반지는 모두 엘리오나(Elyona).

‘ㅈㄱㅈㄱ’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꼬마 아이는 누구예요?
윤정 제 아들이랍니다. 시효랑 같이 창신동 완구 거리 구경 갔다가 옵티머스 프라임 옷이 갖고 싶다기에 하나 사줬거든요. 그걸 입더니 로봇으로 빙의해서 막 돌아다니더라고요. 처음에 제가 장난 삼아 찍은 게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진 거예요.

조용필의 ‘헬로’ 뮤직비디오 작업을 한 룸펜스가 편집을 맡았다고 들었어요.
윤정 룸펜스와는 EE 하면서 계속 같이 작업해왔어요. 실은 원래 찍기로 한 꼬마 아이가 있었는데 반정도 촬영한 상태에서 못 찍겠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급하게 바뀐 거죠. 힘없이 돌아다니는 옵티머스 프라임 시효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했고요. 영웅도 지구를 구하는 게 지긋지긋한 거죠.

6월엔 EP도 나올 예정이라고요.
현준 네 곡을 다 다른 색깔로 만들었어요.
윤정 디스코적인 것도 있고, 느린 것도 있고, 좀 아방가르드한 것도 있고 그래요. 그런데 들으면 삐삐밴드 같을 거예요.
파란 목소리가 워낙 특이하잖아요. 타이틀은 ‘Over&Over’라는 곡인데, 삐삐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의외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나오는 건 완전한 삐삐의 색깔이 아니에요. 이건 기념 앨범이고 생각하는 건 또 따로 있어요. 그건 조금 더 다른 스타일이 될 거예요.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삐삐밴드가 다시 시작되는 거군요?
파란 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인디 신도 마찬가지고,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기념 앨범을 작업하다 보니, 삐삐의 아우라라는 게 있더라고요. 이걸 살려보면 뭐 좀 재미있는 게 나오겠다 싶어요.

정체되어 있다는 건 현재의 대중문화 전반을 말하는 건가요?
파란 세대가 바뀌고 상황도 달라졌지만, 대중문화라는 게 큰 틀은 변함이 없더라고요. ‘이건 아닌데’ 하면서 시작한 게 삐삐밴드인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기업화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겉으로만 더 화려해졌을 뿐, 부익부 빈익빈이죠. 아마 다들 방법을 모색 중일 거예요.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구체적인 전략은 세웠나요?
파란 그건 작업을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아무튼 이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제 페이스북에도 썼어요. ‘지금 나오는 앨범은 그냥 가볍게 즐겨주세요. 음악 듣고 싶으면 그냥 유튜브 같은 데서 들어도 됩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우리 매니저가 울겠지만.

말하자면 애피타이저로군요?
파란 네, 전식 같은 거죠. 이걸로 끝낼 수도 있었지만, 요걸 이렇게 탁 놓고 맛을 보니까 뭘 또 해야겠단 생각이 든 거죠. 아이디어가 생겼어요.

삐삐밴드로 방송 활동을 시작할 계획도 있나요?
파란 없어요, 안 하겠다는 게 아니고 아직 계획이 없어요.
윤정 다들 TV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이 우리랑 맞을지 몰라서이기도 하고요. 스타일리스트 일 때문에 방송국을 다녀보면 음악 방송이라도 음향 시설이 썩 훌륭한 상태는 아니더라고요.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 수도 있지만 오빠들한테는 추천하고 싶지가 않아요. 그리고 일단, TV는 말을 좀 잘해야 할 텐데, 지금 딱 봐도 너무 힘들 것 같지 않아요?

공연하는 모습은 보고 싶어요. 90년대엔 요즘 같은 대형 뮤직 페스티벌이 없었잖아요. 대학 축제 정도가 고작이었지.
파란 해야죠. 다만 할 거면 잘해야 하니까 준비가 필요할 텐데, 각자의 일정을 조율하는 게 관건이에요.
윤정 옛날부터 우리가 다른 가수들처럼 계획을 짜서 연습실에서 막 열심히 연습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잖아요. 원래 삐삐밴드의 성향이 그랬던 것처럼, 중요한 건 아이디어니까. 오빠들만 괜찮으면 전 공연은 많이 하고 싶어요.

삐삐밴드 외에 요즘 하고 있는 다른 일은 어떻게 진행 중이에요?
윤정 전 EE 작업하면서 스타일리스트 일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육아. 아이를 안고 다니다 보니까 팔뚝 근육이 장난 아니에요.
파란 최동훈 감독의 <암살> 음악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장선우 감독과는 원래 친분이 있었나요?
파란 아뇨, 제가 배에서 지낼 때였는데, 거기로 찾아오셨어요. 한강에 빈 바지선이 있는데 잠깐 쓸 수 있다고 해서 녹음 장비를 차려놓고 먹고 자고 했거든요. 우리 노래 중에 ‘나쁜 영화’라는 게 있는데, 그걸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당시만 해도 전문적인 영화음악 감독이 없었어요. 어떻게 한번 하니까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한국의 영화음악이 점점 발전하기 시작했고, 저도 같이 성장해나간 거죠.

뭍에서 작업할 때랑 뭐가 좀 다르던가요?
윤정 멀미 나지, 뭐. 파란 좀 다르죠. 물 위에서 하는 건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놀러 온 기분 나요. 꼭 캠핑하면서 작업하는 것처럼. ‘삐삐롱스타킹’의 앨범을 거기서 작업했어요.
현준 가을부터 겨울까지 한 넉 달 정도 거기서 지냈을 거예요. 더 모노톤즈랑 삐삐밴드 활동을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현준 더 모노톤즈 앨범은 뭐 가을 즈음에 나올 거예요. 원래는 그걸 먼저 시작했는데, 노래할 사람을 구하는 사이에 삐삐밴드 얘기가 나왔어요. 계획대로라면 날짜가 겹치지 않게 잘 흘러갈 수 있었는데, 자꾸 지연되다 보니까 한꺼번에 이렇게 됐어요.

영화 미술 감독인 아내와 함께 운영 중인 상수동 바 <라바>는 홍대 뮤지션들과 문인들의 놀이터더군요.
현준 다 아는 친구들이니까 그렇게 앉아서 노는 거죠. 저도 매일 나가요. 그런데 어젠 안 갔어요. 오늘 촬영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또 술 마실까 봐.

최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젊은 뮤지션이 있다면?
파란 ‘실리카겔’이라는 밴드의 공연을 우연히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재밌더라고요.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해요.

‘아스트랄한’ 인디 밴드 ‘무키무키만만수’의 음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죠.
파란 만수라는 애를 먼저 만났는데, 음악 한다고 해서 얘길 들어보니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친구더군요. 그런데 돈이 없으니까 음반을 어떻게 내야 할지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들어주겠다고 했어요, 공짜로.

불혹을 넘긴 삐삐가 보는 요즘 음악은 어때요?
파란 요즘은 사람들이 음악을 공기처럼 생각해요. 항상 옆에 있긴 한데, 공기를 돈 주고는 안 사잖아요. 그런 거죠. 그런데 뭐 재미있어요. 이렇게 돌아가는 것도. 여기서 우리가 뭘 해볼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니까.
윤정 우리 1집이 ‘문화혁명’이었잖아요. 비슷한 얘기죠. 현준 우리가 또 한 번 작전을 짜봐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