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이 시대의 슈퍼우먼, 지젤 번천

2016.03.16

by VOGUE

    이 시대의 슈퍼우먼, 지젤 번천

    “모든 엄마들은 약간의 슈퍼우먼 기질을 지니고 있죠”라 말하는 지젤 번천.
    하지만 영원한 슈퍼모델, 패션계 최고의 셀러브리티,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그녀야말로 이 시대의 상징적 슈퍼우먼이다.

    카키색 스웨이드 셔츠와 수영복은 샤넬(Chanel), 캔버스 벨트는 갭(Gap), 갈색 스웨이드 부츠는 구찌(Gucci), 모자는 저스트포레더(Just4leather).

    카키색 스웨이드 셔츠와 수영복은 샤넬(Chanel), 캔버스 벨트는 갭(Gap), 갈색 스웨이드 부츠는 구찌(Gucci), 모자는 저스트포레더(Just4leather).

    180cm의 지젤 번천(Gisele Bündchen)이 뉴욕 허드슨 강가에 위치한 사진작가의 스튜디오로 조용히 들어왔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 슈퍼모델은 도대체 어떻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커다란 울 코트로 몸을 감싼 채 신분을 숨긴 그녀는 대충 포니테일로 묶은 꿀색 머리에 부드러운 회색 플랫 부츠 차림으로 스튜디오를 소리 나지 않게 걸어 다니고 있다. 흥분한 스태프들이 그녀에게 차 한 잔을 만들어주기도 전에 지젤-혹은 그녀가 부드러운 브라질 악센트로 발음하는 ‘지젤리(Jizelly)’-은 스튜디오 안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포옹을 하고 음료 주문을 받았다. 그녀는 허브차가 든 뜨거운 머그잔을 손에 들고 두 살 난 딸 비비안과 페이스타임에 몰두한 채 아기 말투로 포르투갈어를 속삭이며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2시간 후 완전히 다른 생명체가 나타났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만큼이나 인상적인 지젤은 세트장에서 당당하게 포즈를 취했다. 그녀의 감탄할 만한 몸매는 올리브 그린색 비키니를 멋지게 소화했다. 그녀는 “제가 왔어요! 당신을 위해 준비됐어요, 마~리오”라고 외치고는 과장되게 포즈를 취하며 마리오 테스티노의 렌즈를 향해 도발적으로 몸을 숙였다.

    그는 포르투갈어로 그녀를 구슬리며 촬영을 시작했다. “어떤 포즈를 원하세요?” 지젤은 추파를 던지듯 머리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 “69번 포즈와 29번 포즈?” 노련한 슈퍼모델의 레퍼토리임에 틀림없다. 지젤은 사파리에서의 섹스를 연상시키는 의상들을 갈아입기 위해 세트장을 나갔다 다시 들어오며 매 촬영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마~리오, 메우 아모르(meu amor, 내 사랑)!”라고 교태를 부리며 체조 선수의 기교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는 촬영 내내 재잘거렸다. “오, 비가 오네요! 비가 오면 나무들이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라고 그녀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얘기했다. “저에겐 작은 햇살 같은 존재들이죠.” 파파라치들에 대해선 한탄했다. “존중할 가치도 없고 무례해요.” 그리고 환경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뉴욕에 어떤 여성이 있는데 그녀는 2년 동안 어떤 쓰레기도 배출하지 않았대요.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지젤은 브라질에 대해서도 수다를 떨었다. “점심은 뭐죠? 배가 너무 고파요”라고 그녀는 세 번째 물었다. 2시가 지나고 있었다. 그녀는 목욕 가운과 슬리퍼 차림으로 세트 뒤쪽 부엌으로 달려가 치킨과 샐러드를 접시 가장자리까지 가득 채워서 요리사들을 놀라게 했다.

    허리가 잘록한 울 소재 재킷은 막스마라(Max Mara), 비키니 톱과 하의는 에레스(Eres), 레이스업 부티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선글라스는 커틀러앤그로스(Cutler&Gross).

    허리가 잘록한 울 소재 재킷은 막스마라(Max Mara), 비키니 톱과 하의는 에레스(Eres), 레이스업 부티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선글라스는 커틀러앤그로스(Cutler&Gross).

    서른네 살인 지젤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슈퍼모델이다. 그런 그녀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작년은 아주 성공적인 한 해였다. <포브스>에 따르면 작년에 그녀는 4,70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매일 12만8,000달러씩을 벌었다는 의미다. 모델 생활을 하는 동안 지젤은 H&M과 팬틴과 거액의 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 푸치에서 프라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패션쇼에 서면서 수백 개의 브랜드를 대변해왔다. 최근 샤넬 No.5의 새 시즌 모델로 블록버스터급 계약을 맺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바즈 루어만이 감독한 단편영화가 이 광고 캠페인을 지원한다. 그리고 지젤은 흑백 샤넬 서핑보드 위에서 샤넬 잠수복을 입고 거대한 파도를 탄다. 그런 다음 영화는 그녀가 아이와 함께 있는 장면으로 바뀌고, 그다음엔 멋진 이브닝 가운을 입은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것은 현대 여성의 여러 가지 면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그 누가 단순히 예쁜 얼굴 그 이상인 지젤보다 그 역할을 더 잘 소화할 수 있겠는가!

    2007년 미국 달러의 가치가 급락했을 때 그녀는 몇몇 클라이언트로부터 유로화로 보수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능숙한 사업적 결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장 규모가 큰 라이선스 계약의 경우 지젤은 판매 수익의 일부를 받기로 협상했다. 예를 들어 브라질 플립플랍 브랜드 이파네마(Ipanema)를 위한 홍보 계약 같은 것 말이다. 이 계약은 2년 전에 끝났지만 2010년에만 약 2,500만 켤레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다음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그녀의 란제리 사업인 지젤 번천 인티메이츠(Gisele Bündchen Intimates)가 있다. 그녀는 2011년 이 브랜드를 론칭했다. 지젤이 무언가를 팔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속옷이다. 그녀는 7년간 빅토리아 시크릿의 스타 엔젤로 활동했다. 한편 지젤은 자연을 옹호하는 패션계의 파워 우먼이다. 타고난 사업 수완과 완벽한 몸매는 그녀를 다른 많은 모델과 구별해준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은 지루합니다”라고 테스티노는 그녀의 성공에 대해 말한다. 두 사람은 15년 이상 함께 일했다. “아무도 그녀처럼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그녀는 생기가 넘쳐요. 활력 그 자체죠.”

    그녀가 세트로 돌아왔을 때의 시각은 오후 4시였다. 자연광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지젤은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포즈를 취한 다음 몸을 일으켜 무릎을 바닥에 댔다. “맙소사! 이거 운동이 되는걸요. 당신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마리오, 난 느낄 수 있어요”라고 그녀는 말한 후 차차차를 추며 탈의실로 향했다.

    저지 민소매 톱은 스플렌디드(Splendid), 스웨이드 쇼츠는 폴앤조(Paul&Joe), 검정 비키니 하의는 에레스(Eres), 레이스업 부티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모자는 빌리지 햇츠(Village Hats), 목걸이로 활용한 스트랩은 브이브이 루로우(VV Rouleaux).

    저지 민소매 톱은 스플렌디드(Splendid), 스웨이드 쇼츠는 폴앤조(Paul&Joe), 검정 비키니 하의는 에레스(Eres), 레이스업 부티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모자는 빌리지 햇츠(Village Hats), 목걸이로 활용한 스트랩은 브이브이 루로우(VV Rouleaux).

    촬영이 끝났다. 그리고 지젤은 하루 종일 지휘를 했다. 그녀는 아이라인을 미세하게 고쳐 그리기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아이 펜슬을 요구했고, 포즈를 제안했고, 옷을 수정했다. 한번은 재킷의 지퍼를 채우지 않고 “이게 더 낫지 않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의 궤도 안에 있으면 강렬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날카로운 광대뼈와 그 기분 좋고 눈부신 초승달 같은 미소가 있다. 그러나 당신을 가장 매료시키는 건 그녀의 생기 넘치는 에너지다. 주변의 세트를 치우자 지젤은 아주 심플한 의상을 입고 빨강 안락의자에 앉았다. 카멜색 이자벨 마랑 점퍼, 주시(Juicy) 블루진, 그리고 그 회색 부츠. 촬영 때 연출한 가짜 태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녀의 피부는 아직도 반짝이는 마로니에 열매 색이었고, 머리는 다시 부스스한 포니테일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도 있나요?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늘 감사할 일이 있으니까요”라고 그녀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우리의 현실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입니다(눈은 여전히 감은 채였다).” “저도 기분이 나쁠 수 있어요. 그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심호흡을 합니다(눈은 아직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으로 잠시 그곳에 앉아 있습니다. 그것은 불안함일 수도 있고 불편함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기다립니다.”

    지젤은 실제로 명상에 잠겼다. 어색한 30초가 흐른 후 그녀는 숨을 내쉬었고, 밝은 푸른색 눈을 반짝거리며 떴다. “세 번 호흡하는 동안 기다립니다. 그러면 그런 기분은 사라지죠”라고 그녀는 말했다. 자기 계발 문구와 자유분방한 말투가 가미된 그녀의 대화는 다시 활력을 찾았다. 지젤은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올랐고, 340만 명의 팔로워가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그녀는 매일 명상을 한다. 쿵후 운동도 그녀에겐 영적인 경험이다. “아무도 저를 찾을 수 없고 아무도 제게 말을 붙일 수 없습니다. 그것이 저 자신을 성장시키는 순간이지요. 무엇이 제게 도움이 되는지 제가 챙기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요? 저는 제 아이들을 위해 그것을 합니다. 아무도 제게 지젤, 넌 그걸 할 수 없어, 라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원하는 삶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지젤은 종종 스스로를 3인칭으로 불렀다. 아주 특별하고 멋진 사진을 찍은 후 그녀는 마리오의 카메라로 다가가며 이렇게 말했다. “머리를 약간 바꾸는 것으로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 있는지. 지금 그녀는 머리를 잘 손질한 것처럼 보여요.” 그리고 하루 종일 그녀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 니로가 거울 속 자신에게 “지금 내게 말하는 거야?”라고 대사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가 촬영 모드로 빠져들기 위해 사용하는 캐릭터 놀이의 일환이다.

    코튼 셔츠는 제이크루(J Crew), 비키니 톱은 하이디 클라인(Heidi Klein), 리넨 쇼츠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레이스업 부티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코튼 셔츠는 제이크루(J Crew), 비키니 톱은 하이디 클라인(Heidi Klein), 리넨 쇼츠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레이스업 부티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지젤은 브라질 남부의 오리존치나(Horizontina)라 불리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독일어를 사용하는 작은 마을에서 성장했다. 그녀와 이란성쌍둥이인 파트리시아를 포함해 다섯 명의 자매들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지젤은 우리 자매 중에서 가장 겁이 없었어요. 그녀는 가장 말랐지만 아주 강했죠”라고 파트리시아는 말한다. 그녀는 2004년부터 지젤의 비즈니스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저는 그녀가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리고 다른 모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극복한 후에 그녀와 일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지젤과 일하기 위해 가족 팀을 꾸렸어요. 자매들답게 그녀를 보호하고 있죠. 한번은 누군가 우리를 보고 그녀 주변을 감시하는 투견 같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저는 그것이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이 가족으로 말하자면 유대가 긴밀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녀의 아버지 발디르는 건설업 쪽에서 일했고, 어머니 바니아는 은행원이었다. “어머니는 저의 영웅입니다. 그녀는 제가 평생 만나본 여성 중 가장 강하고 근면한 분이에요”라고 지젤은 말한다. “저 자신이 엄마가 될 때까지 그걸 깨닫지 못했어요. 그녀는 우리를 위해 살았어요. 우리는 검소한 생활을 했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젤과 남편 톰 브래디(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스타 쿼터백)는 3년간의 연애 끝에 2010년 결혼했다. “보자마자 톰이 제 운명의 남자라는 걸 알았어요. 그의 눈을 보고 저와 같은 것을 믿는 진실한 남자라는 걸 알았죠.” 두 사람이 공유한 가치에는 엄격한 직업윤리도 포함돼 있다. 번천과 브래디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그리고 비욘세와 제이지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칭송받는 유명인 커플로 꼽힌다. 그들은 두 아이(다섯 살인 벤자민(베니)과 두 살인 비비안)를 낳았다. 그리고 브래디와 그의 전 여자 친구인 브리지트 모나한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살 난 의붓아들 존도 있다.

    그날 일찍 세트장에서 무릎 위로 올라오는 부츠의 끈을 묶으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라면 이런 부츠는 절대 신지 않을 거예요. 아름답지만 전혀 적절하지 않거든요. 유감스럽게도 그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 사자 같은 숱 많은 머리와 요염한 이목구비와 달리 지젤은 맹렬한 타이거 맘 같은 태도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가족의 일과는 시계처럼 정확하게 진행된다. 그녀는 몇 달 앞서 약속을 정하는 꼼꼼한 사람이다.

    “저는 육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는 대가족 출신이고 부모님은 아주 다정하셨어요. 하지만 엄마로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약속을 지키는 겁니다. 제가 안 된다고 말하면 그건 안 되는 겁니다”라고 그녀는 열정적으로 말했다. “아이들은 늘 주저앉아 ‘그거 갖고 싶어, 그거 갖고 싶어’라고 떼를 씁니다. 하지만 그들은 영리해요. 그래서 제가 그들에게 굴복하면 그것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죠.” 번천·브래디 커플은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의 보스턴 집에서의 아침은 그린 스무디로 시작된다. 그녀의 레시피에는 생강, 강황, 케일, 오이, 시금치, 사과가 들어간다. 그리고 주말엔 특별식으로 톰이 만든 글루텐이 들어가지 않은 홈메이드 팬케이크를 제공한다. “솔직히 저는 우리 몸이 성전처럼 느껴져요. 그것은 우리의 우주입니다.”

    시간이 점점 흐르고 있다. 그녀는 15분 후에 자신의 뉴욕 아파트에서 여자 친구들을 만날 계획이지만 아직 이곳에 앉아 행복하게 수다를 떨고 있다. “저의 어린 시절 기억은 할머니 집에서 젖소의 젖을 짜고 달걀을 모으던 거예요”라고 그녀는 회상했다. “선택할 수 있다면 맨발로 다니고 동물들을 잔뜩 키우면서 컨트리 하우스에서 살고 싶어요. 타잔과 제인처럼. 그것이 제 꿈이에요. 저는 주변에 자연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해요.” 그녀는 세계적인 슈퍼스타일지 모르지만 별 다섯 개짜리 호텔보다 캠핑을 좋아한다. 그런데 갑자기 지젤의 삶의 기쁨이 사라졌다. 지난 12년 동안 그녀는 코스타리카의 정글 깊숙이 숨어 있는 에코-럭셔리 집을 소유해왔다. 열렬한 환경 운동가인 지젤은 UN 환경 프로그램 친선대사이다. 그런데 우리의 촬영 이틀 전에 그녀는 집 근처에 숨어 있던 파파라치들을 발견했다. “파파라치들이 우리를 찾아냈어요. 저는 직업 모델이에요. 저는 발디르와 바니아의 딸인 지젤입니다. 저는 여자이고 모델입니다”라고 그녀는 열을 내며 말했다. 그녀의 파란 눈은 불만으로 이글거렸다. “집에 가서 문을 닫으면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어요. 제가 무언가 노출하고 싶다면 그건 제 선택이어야 해요. 파파라치들도 그런 걸 즐기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울 것 같아요.”

    그녀는 나쁜 기분을 떨치며 숨을 내쉬었다. 패션계는 담배, 스테이크, 감자칩이 그녀의 단골 식단이던 10대 신인 시절(파리에서 알렉산더 맥퀸을 위해 무대에 서던 때)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지젤은 일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내년엔 일을 쉬면서 속도를 늦출 계획이다. “그렇다고 다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삶에는 특정 시기가 있고 우선순위는 바뀌죠. 저는 열네 살 때 일을 시작했어요. 예전엔 그냥 저 혼자였지만 지금은 가족이 있습니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족이 가장 우선이에요. 아름다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돼요.” 자, 친구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스튜디오가 갑자기 어두워지며 조용해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작별 포옹을 했다. “기억하세요. 우린 좋은 일에 우리의 힘을 사용해야 해요. 우리의 마음속에는 슈퍼우먼이 살고 있어요.” 그 말과 함께 이 특별한 슈퍼우먼은 조용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루신다 챔버스(Lucinda Chambers), 글 / 로라 와이어(Laura Weir)
    포토그래퍼
    Mario Testino
    모델
    지젤 번천(Gisele Bündchen@IMG)
    스탭
    헤어 / 크리스티앙(Christiaan), 메이크업 / 루치아 피카(Lucia Pica), 네일 / 지나 비비아노(Gina Viv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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