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편집장의 추억여행 ② – 크리스티 털링턴

1996년 10월호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Heavenly Creature’로 통하는 슈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의 서울 화보가 <보그 코리아>에 실렸다. 캘빈 클라인 홍보 사절로 96년 9월 서울에 온 그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처럼 당시 한국에 온 해외 패션 셀렙들은 자동으로 <보그 코리아>와 뭔가를 도모하던 시절이었고, 우린 얼른 그녀를 섭외해 화보 촬영을 약속했다. 뭔가 한국적인 색채를 더하기 위해 우리는 서울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를 로케이션 장소로 정했다.

과연 크리스티는 천사처럼 착하고 아름다웠다! 빡빡한 서울 일정 속에 잠시 짬을 낸 무리한 촬영이었지만, 스님과 합장하고, 북을 치고, 무릎 꿇고 향불을 피우는 등 진행팀이 ‘시키는대로’ 다 했다. 크리스티 털링턴이 누군가? 린다, 나오미와 함께 슈퍼모델 시대의 절정기를 풍부한 당대 최고의 슈퍼모델. 지금은 요가 전도사, 뷰티 브랜드 ‘순다리’를 전개하는 사업가, 사회 활동과 자선사업가 등으로 살고 있지만, 당시는 여전히 캣워크와 패션광고, 패션지 최고의 스타였다. 그런데도 그리도 순하고 착하다니! 칼 라거펠트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그렇게 고귀하게 아름다운 여인이 그렇게 순하고 착하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촬영 시간이 빠듯했고, 옷은 죄다 캘빈 클라인을 입혔다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창간호 린다 에반젤리스타 커버 화보에 이어, 3호엔 크리스티 털링턴 서울 화보라니! 독자들에겐 깜짝 선물, 편집팀에겐 뿌듯한 자랑거리가 된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