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패션 광고 패러디

2016.03.16

by VOGUE

    패션 광고 패러디

    가짜가 나타났다! 가끔은 대놓고 가짜지만 진짜보다 더 그럴듯하고 때로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들 만큼 재기발랄하다. 패션 광고를 패러디 한 가짜가 유행하고 있다.

    저스틴 비버의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광고와 본디 힙스터즈와 'SNL'의 패러디 버전.

    저스틴 비버의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광고와 본디 힙스터즈와 'SNL'의 패러디 버전.

    나탈리 크로케가 패러디한 랑방과 자딕앤볼테르 광고.

    나탈리 크로케가 패러디한 랑방과 자딕앤볼테르 광고.

    'CR 패션 북' 판타지 캠페인 화보 중 유니클로와 디올을 패러디한 이미지.

    'CR 패션 북' 판타지 캠페인 화보 중 유니클로와 디올을 패러디한 이미지.

    확실히 패션계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완벽한 얼굴형, 곧고 늘씬한 팔다리의 모델이 한껏 비틀고 앉아 있는 광고 속 모습(몸이 길어 보이도록)을 따라 하며 자신과 비교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패션 광고 모델처럼 보이고 싶어서 밥을 굶는다면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다. 베일 뒤에 가려 있던 우아한 패션의 세계는 완전히 까발려졌고, 패션 이미지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침대 옆 벽을 장식하던 사진들은 모니터 위에서 요리조리 우스꽝스럽게 합성되고, TV 광고를 과장되게 흉내 낸 동영상 버전들은 유튜브에서 사람들의 배꼽을 빼놓는다.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패션 광고가 풍자와 해학의 대상이 된 시대다.

    사실 패션만이 타깃인 건 아니다. 유튜브와 병맛 코드의 확산은 점잔빼고 심각한 체하는 모든 것들을 패러디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까. 사실 패션은 유독 평균 이상을 웃돌거나 이해할 수 없는 미적 기준을 종종 제시하기 때문에 한결 놀려먹기 좋은 게 사실. 최근 가장 큰 먹잇감이 된 건 저스틴 비버와 라라 스 톤의 캘빈 클라인 진 광고다. 비호감 행태들로 하락세인 저스틴 비버를 멋진 근육질남으로 섭외한 것부터 논란거리가 되기 충분했다. 그 다음은 근육과 ‘특정 부위’의 크기를 확대하고 없는 체모까지 심었다는 포토샵 작업 의혹이 불거졌고, 그의 광적인 팬들은 라라 스톤에게 살해 협박을 가했다. 자, 준비 완료! <SNL>을 시작으로 코미디언들의 패러디 영상이 봇물 터지듯 제작됐다. 초점은 비버의 ‘허세 쩌는’ 동작과 라라 스톤의 농염한 자태를 과장하는 것. 최근 연이은 패션지 패러디(미국 <지큐>의 미란다 커 누드 화보, <페이퍼> 매거진의 킴 카다시안 누드 화보)로 주목받고 있는 코미디언 듀오 더 본디 힙스터즈도 동참했는데, 그들을 자극한 제작 동기는 다음과 같다. “저스틴 비버는 완전히 동공 풀린 눈으로 멍 때리고 있는 게 전부고 사실 그는 아직 가슴에 털도 없잖아요!”

    이 유행은 어느새 패션계 울타리 안쪽까지 흘러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이미지들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조차 자조적인 병맛 재미에 홀딱 반했다. ‘패션 광고 패러디’로 검색하면 장 폴 고티에의 포토 디렉터이자 <비바> 매거진 패션 에디터 출신인 나탈리 크로케가 스스로 모델이 돼 유명 브랜드(랑방, 소니아 리키엘, 일레븐 파리 등)의 광고를 패러디한 작업들이 첫 페이지를 도배한다. 옷, 소품은 물론 배경과 사진 톤까지 완벽하게 똑같지만, 젊고 예쁜 모델 대신 포즈를 취한 건 얼굴에 주름살이 자글자글하고 얼굴이 둥글넙적한(스머프를 닮은!) 아주머니. 25년간 스타일리스트로 일한 패션계 베테랑 크로케는 사람들이 웃을 수 있고, 자신을 반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사람들은 삶을 즐기고 생각할 여유가 필요해요. 내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기뻐요.” 그녀와 함께 작업한 사진가 다니엘 슈바이처는 “옷과 액세서리를 바꾸고, 디지털 리터칭을 하고, 피부를 닦고, 장식을 만들고, 몸을 늘리는 등의 보정 작업은 일절 하지 않았어요. 기존의 비주얼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엄청난 작업의 결과물이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이미지들은 패션계가 지적받아 온 고질적인 이슈들-나이 듦, 신체 이미지, 사진 보정- 또한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미국 <W> 매거진은 지난 2011년 이미 비슷한 컨셉을 꽤 영리하게 다룬 적 있다. 편집장 스테파노 톤치는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한 가짜 광고를 기사 사이사이에 진짜 광고처럼 한 장씩 끼워 넣은 것. 톤치는 “대중문화를 반영한 아트 프로젝트”로 “패션 광고의 단조로움과 가식을 비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모델이 머리를 감고 있는 뻔한 장면의 샴푸 광고, 몸 좋은 남자들이 홀딱 벗고 있는, 독자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속옷 광고, 연예인의 인지도에 기댄 상술을 풍자하는 향수 광고 등등. 언제나 이슈거리를 좋아하는 카린 로이펠트도 6번째 <CR> 북에서 야심찬 광고 패러디 화보를 선보였다. 마치 짝퉁 가방에 새겨진 가짜 로고처럼 브랜드명도 엇비슷하게 바꿔단 광고 비주얼은 모델들의 포즈와 상황까지 웃기기로 작정한 듯하다. 책이 발간되기 전 트위터에 올라온 “판타지 광고 캠페인에서는 펜슬 스커트도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라는 코멘트처럼 이 화보는 심오하다기 보다는 한결 명쾌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녀가 늘 말했던 대로 “순수하게 멋진 사람보다는 흥미로운 사람이 되는 쪽이 낫다”는 것과 패션은 가끔 지나치게 심각하다는 사실!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브는 “풍자는 교훈이고 패러디는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이 유행은 풍자이기도 하고 패러디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목에 힘이 들어간 패션계에 일침을 가하는 동시에 기발하게 재해석돼 재미를 느끼게 하니까. 그러니 기꺼이 이 유행에 동참하는 게 현명한 패피들의 자세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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