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고의 재발견, 킴 카다시안

패션은 사람을 새로 태어나게 한다. 요정 남편 칸예를 만나 일약 패션 아이콘으로 변신한 킴 카다시안은 21세기 패션계 최고의 재발견이다.

패션계의 진정한 신데렐라 스토리는 패션계에 꼬여드는 날파리에서 최고의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것. 파리 패션 위크 주요 쇼의 단골손님으로 늘 첫째 줄에 착석하고 <CR>, <페이퍼>, 미국 <보그>, <러브> 매거진의 커버 모델 4관왕을 이룬 킴 카다시안은 21세기 최고의 성공 신화를 쓰는 중이다. 할리우드 사고뭉치(패리스 힐튼, 린제이 로한)의 똘마니였던 과거? 엉덩이 지방 이식 논란? 칸예의 로비 의혹(그녀를 패션지 커버 모델로 데뷔시키기 위한)? 이제는 전부 질투 어린 쑥덕공론에 불과하지만 그녀가 하이패션계에 막 입성했을 무렵만 해도 그녀의 입지는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하이엔드 브랜드에 샘플 의상을 요청하는 건 하나의 ‘도전’이었죠. 아무도 옷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2012년 말 니콜라 포미체티는 킴의 <엘르> 화보 스타일링을 담당했다. 여기저기 샘플 룩을 요청했지만 콧대 높은 디자이너들은 “모델보다 신체 비율이 좋지 않은” 여자가 자신들의 옷을 입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냉대에도 그녀의 패션 메이크오버를 꾸준히 밀어붙여 오늘에 이르게 한 주인공 겸 전담 스타일리스트가 칸예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 “칸예는 훌륭한 디자이너고 적절한 스타일링 팁을 줘요. 지난 2년간 따로 스타일리스트를 두지 않았죠.” 그는 킴을 런던, 파리로 데리고 다니며 꼬박꼬박 스타일리스트를 불러 그녀의 룩을 최신 스타일로 업데이트했다. “그들은 내가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뱀피 같은 것들을 가지고 오더라고요.”

 

칸예가 킴을 바비 인형처럼 다룬다는 비난의 소리도 있지만 그녀는 이 변신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기념비적인 패션 순간들을 세워나가고 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누드 톤의 마르탱 마르지엘라와 월포드 보디수트는 그녀의 유니폼이고, 유치한 미니 드레스 위로 한껏 모아 올렸던 가슴은 이제 지방시의 검정 턱시도 재킷의 깊게 파인 브이 네크라인 사이로 자연스럽고 글래머러스하게 드러난다. 베이비 노스를 낳은 후 TV 토크쇼에 입고 나온 연핑크색 미드리프 톱과 펜슬 스커트 앙상블은 원래 한 벌이었던 디올 드레스를 잘라 리폼한 것(온라인 매체들은 그녀가 디올 드레스를 ‘잘랐다’며 난리법석). 범상치 않은 하체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기 위해서 상시 대기하는 전문 재단사도 고용했다. “킴의 허리는 4 사이즈지만 하체는 10사이즈예요. 큰 사이즈를 사서 허리를 줄이죠. 게다가 키가 157.5cm밖에 안 돼 종종 길이도 줄여야 해요.”

킴은 당당히 패션 아이콘의 자리를 꿰찼다. 지난 파리 패션 위크 때 깜짝 공개한 플래티넘 블론드 헤어는 이미 올해의 유행 염색 컬러가 됐고 검은색과 흰색, 누드 톤의 구조적인 룩들은 그녀의 취향이 한 단계 더 상향됐음을 증명했다. “킴은 여자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엉덩이 임플란트를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생겼을 정도죠.” 디자이너 줄리안 맥도날드의 말처럼 이제 패션계 누구도 감히 그녀의 큰 가슴과 엉덩이를 거북해 하거나 샘플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킴은 볼륨 있는 몸매도 미니멀하거나 아방가르드한 룩을 입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신데렐라 스토리를 넘어서 패션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패션으로 ‘재발견’ 됐고 새로 태어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