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패션계 뉴 페이스

2016.03.16

by VOGUE

    패션계 뉴 페이스

    켄달 제너와 지지 하디드의 뒤를 이을 만한 다음 셀러브리티 패셔니스타는 누가 될까? 태생부터 남다른 세 명의 패션계 뉴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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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트 모스의 여동생 로티 모스, 크리스틴 맥미나미의 딸 릴리 맥미나미, 킴 카다시안의 여동생 켄달 제너, 리얼리티 스타 욜란다 하디드의 딸 지지 하디드… 요즘 잘나가는 모델들을 보면 이름 앞에 가족을 내건 수식어 하나쯤은 필수인 것 같다(카라 델레빈조차 처음엔 포피 델레빈의 동생으로 출발했다). 우월한 유전자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패션 감각, 그리고 원하든 원치 않든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 덕분에 이들이 패션계에 입문하는 건 당연한 수순. 하지만 이들이 꾸준히 패션계의 러브콜을 받고 진정한 패셔니스타로 성장해나가는 건, 각자가 지닌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이 세 사람처럼!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걸까? 릴리-로즈 멜로디 뎁(Lily-Rose Melody Depp)은 태어나 보니 아빠가 조니 뎁, 엄마가 바네사 파라디다. 때론 아빠 품에 안겨, 때론 엄마 손을 잡고 가족 여행을 다니던 꼬마 시절부터 수많은 눈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세기의 커플이 헤어지고 각자 다른 연인이 생기는 동안에도 이 꼬마는 늘 덤덤한 표정으로 포착됐다. 그런데 지난 3월 말, 샤넬 잘츠부르크 컬렉션 쇼장에 등장한 그녀의 모습은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만 열다섯 살이 된 릴리-로즈는 바네사 파라디의 하트 모양 얼굴형과 도톰한 입술, 조니 뎁의 깊은 눈매와 광대뼈를 쏙 빼닮은 매력적인 아가씨로 성장했다(샤넬 봄 오뜨 꾸뛰르 룩을 차려입은 그녀는 그야말로 광고 캠페인 속에서 튀어나온 모습!).

    인스타그램(@lilyrose_depp)을 시작한 지 아직 9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32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녀가 온라인에 공유하는 건 주로 친구들과 함께한 소소한 일상, 새로 산 귀여운 고양이무늬 양말, 혹은 셀피. 에어캡(일명 뽁뽁이)을 터뜨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소녀지만, 개봉을 앞둔 케빈 스미스 감독의 영화 <Yoga Hosers>에선 아빠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고 <Oyster> 최신호에선 모델로서 첫 화보를 찍었다. 부모 양쪽의 재능을 골고루 물려받은 게 아닐까? 초능력이 생긴다면 오프닝 세레모니 매장에 몰래 숨어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패션을 좋아하는 이 해맑은 소녀의 이름이 앞으로 패션계에서 자주 오르내릴 것은 분명하다.


    한편, 지난 2월 뉴욕 가을 패션 위크에서 가장 눈에 띈 인물 중 한 명은 라이오넬 리치의 막내딸이자 니콜 리치의 여동생 소피아 리치(Sofia Richie)다. MBMJ, DKNY,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타미 힐피거 등 뉴욕의 빅 쇼를 찾은 그녀의 모습에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음은 물론(전례 없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맨다리 투혼!). 아빠를 닮은 굵직굵직한 이목구비와 플래티넘 금발, 그리고 요가와 복
    싱으로 다진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소피아가 올해 열여섯 살이 되자, 셀렉트 모델 에이전시에서 재빠르게 그녀를 낚아챘다. 모델로서 그녀의 첫 표지 작업은 <나일론>의 전 편집장 마빈 스캇 자렛이 새롭게 준비한 패션지 <Popular> 창간호. 며칠 전엔 스텔라 맥카트니, 카라 델레빈과 함께 나란히 MET 갈라의 레드 카펫을 밟기도 했다(파티 시작 몇 시간 전, 맥카트니와 다정하게 헤어, 메이크업을 받는 ‘인증 샷’을 65만 명의 팔로워가 지켜보는 인스타그램(@sofiarichie)에 올렸다).

    열일곱 살 차이 나는 이복 언니 니콜의 옷장 속에서 뭐든 꺼내 입을 수 있지만, 열 살 때부터 갭 남성복 코너에서 직접 쇼핑을 했다는 소피아는 ‘할리우드 파티 걸’ 스타일의 언니보다는 좀더 록 스프릿(Rock Spirit)이 충만한 룩을 즐긴다. 절친인 켄달 제너와 카일리 제너, 그리고 남자 친구인 기타리스트 제이크 앤드류스와 쇼핑하는 모습이 하루가 멀다고 목격되는 이 멋쟁이를 패션계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 번째는 전설적인 패션 에디터 다이애나 브릴랜드(Diana Vreeland)의 증손녀 캐롤라인 브릴랜드(Caroline Vreeland). <하퍼스 바자>에서 27년, <보그>에서 8년을 보낸 다이애나는 세실 비통, 리처드 아베돈 같은 거장들과 함께 창의적인 비주얼을 만들고, 로렌 바콜, 에디 세즈윅 등 아이코닉한 뮤즈를 발굴한 패션 전설이다. 캐롤라인이 증조 할머니와 직접적인 시간을 보낸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은 묘하게 닮은 점이 많다(증조할머니의 장례식 때 캐롤라인은 고작 두 살이었다). 살짝 처진 눈매부터 과감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까지! 지난 연말, 독특한 음색의 몽환적인 데뷔곡 ‘The Mauling’으로 뮤지션으로서 첫걸음을 뗀 캐롤라인은 ‘Wasteland’의 뮤직비디오에서는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전라 연기를 선보였다(“증조할머니는 패션지에 처음으로 비키니 화보를 찍으신 분이죠. 그분이라면 제 뮤직비디오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고 믿어요!”).

    다이애나가 남긴 모든 흔적을 사랑했던 패션계가 그녀의 등장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건 당연지사. 지난 2월, 뉴욕부터 파리까지 가을 컬렉션 프런트 로에서 그녀의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로피시엘> <러브> <CR> 등에 모델로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겼고, 여러 매체에선 뮤지션으로서 그녀의 실력을 FKA 트위그스와 견주었다(카린 로이펠트가 ‘뉴 아이콘’이라 부른다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알버 엘바즈, 데이비드 코마 등 디자이너들과 함께한 일상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그녀의 인스타그램(@carolinevreeland) 역시 82만 명 이상의 팔로워들이 함께한다. 배우인 남자 친구 카메론 클립스텐(Cameron Klippsten)의 데님(그야말로 ‘보이프렌드 진’)과 헬무트 랭 재킷의 매치를 좋아한다는 이 쿨한 뮤지션이 증조할머니에게 물려받은 패션성과 예술성을 앞으로 어떻게 펼쳐 보일지 지켜보시길!

    에디터
    임승은
    포토그래퍼
    GETTYIMAGES / MULTIBITS, COURTES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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