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편집장의 추억여행 ③ – 이사벨라 로셀리니

영화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딸. <백야>의 신비로운 헤로인. 랑콤의 오랜 뮤즈. 그 이사벨라 로셀리니도 창간 즈음 <보그 코리아> 커버 모델로 초대됐다. 1996년 12월호다. 촬영팀은 이 아름다운 세계적 스타에게도 한국 디자이너 옷을 입히기로 했고, 이신우, 설윤형, 케이 킴의 오뜨 꾸뛰르 드레스를 준비했다.

브루스 웨버가 바로 옆에서 촬영하고 있던 그 날의 촬영 현장은 모든 것이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이사벨라는 한국판 <보그>가 언제 창간됐는지, 창간호 표지 모델 린다의 드레스는 누구 옷인지를 물어봤고, 간단히 아침식사를 끝내자마자 자신이 입을 옷부터 보고 싶어했다. 너무 한국적인 색채와 디자인이었기에 약간 긴장된 순간, 그녀가 흥분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색상이 너무 환상적이고 아름답네요. 모두 한국 디자이너 옷인가요? 린다 드레스를 디자인 한 진태옥도 있나요?” 과연, 스타는 스타였다. 모델보다 훨씬 통통하고 키도 작았지만, 고혹적인 표정과 여성스러운 몸짓이 그걸 커버하고도 남았다. 보라색 드레스 차림으로 스튜디오 바닥에 앉았을 때 우리가 아름답다고 외치자,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이렇게 대꾸했다. “오, 그건 드레스 색상이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하하”

잠시 후엔 야외 촬영이 이어졌다. 마침 비가 내려 카페 처마 밑에서 찍기도 하고 남자 모델이 재킷을 벗어 우산처럼 씌워주기도 했는데, 덕분에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촬영이 끝나자 스태프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그 고혹적인 미소를 다시한번 날리며 떠난 그녀. 귀족 영화가문의 헐리웃 톱 스타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