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외식 보고서

현대인들의 밥상 위에 펼쳐진 일용할 양식의 대부분은 짜고 달고 기름진 음식들. 오늘도 맛집 블로그를 검색하고, 내 집 식탁에 앉아본 지는 기억조차 가물한 당신을 위한 외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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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엔 햄치즈 샌드위치 한 조각, 점심으로는 회사 앞 식당에서 참치김치찌개 백반, 저녁에는 입소문 자자한 중국집에서 짬뽕 데이트! 세 끼 모두 반절씩만먹었으니 오늘도 성공적인 칼로리 방어전을 마쳤노라 자축 중이라면 천만의 말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하는 음식별 나트륨 표에 의하면 오로지 이 세 가지 메뉴만으로도 이날 하루 섭취한나트륨 양은 무려 5,344mg.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나트륨 하루 섭취 권장량이 성인 기준 2,000mg임을 감안했을 때 무려 3배에 육박하는 지수다.

건강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는 한식이라지만, 한국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약 4,800mg으로 미국과 영국의 1.5배 이상이고, 앞서 말한 WHO 기준치에는 2배 이상에 달한다. 소금 1.0g에는 나트륨 400mg이 함유돼 있으니 계산해보면, 하루 적정 소금 섭취량은 5g 정도. 1티스푼 양으로 밥숟가락의 1/3정도밖에 안 된다. “라면 한 그릇이면 권장량을 훌쩍 넘게 되죠.” ‘담 클리닉’ 김홍두 원장은 자극적이고 맛있는 외식의 이면에는 늘 나트륨 과다 섭취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나트륨은 몸에 꼭 필요한 무기질 중 하나이지만, 물을 동반하는 성질을 지녀 필요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할 경우 지나치게 많은 수분이 몸속에 머무르게 된다. 주로 식품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맛을 더 내기 위해 나트륨을 사용하는데, 자연식품에 함유된 나트륨 함량은 조미 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생감자 100g의 나트륨 함량은 4mg. 프렌치프라이로 가공될 경우 무려 216mg, 여기에 케첩을 더하면 320mg으로 늘게 된다. 하지만 외식 메뉴 중 나트륨 제왕 자리는 짬뽕의 차지! 1인분 기준(1,000g) 4,000mg으로 국물까지 한 그릇 뚝딱 할경우 무려 2일 치를 단숨에 해치우는 나트륨 블랙홀이 되는 셈이다. 한국인의 영원한 친구 김치찌개는 400g에 1,962mg, 다이어트 메뉴로 철석같이 믿었던 열무냉면은 800g당 3,152mg에 해당하는 나트륨을 함유한다. 밥도둑 군단 역시 어마어마한 점수의 소유자들. 깻잎장아찌 30g에는 547mg, 간장게장 250g에는 무려 3,221mg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다.

“염분 과다 섭취로 인한 고혈압은 뇌졸중 원인의 무려 60~70%를 차지하며, 식이 염분이 5g 증가할 때마다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23%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의 경고는 이어졌다. “염분 섭취가 많을 경우 칼슘 배출량이 증가해 골다공증,신장과 요로에 결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점입가경으로 이 짭짤한 맛은 상당한 중독성을 지녔다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한 미각 검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8명은 이미 짠맛에만 길들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짠맛을 섭취하면 즉각적으로 뇌의 중독 중추에서 쾌락 반응이 유발되고, 이를 기억하게 된다. 부푼 기대감으로 또다시 짠 음식만 손이 가는 1일 3회의 범죄가 반복되는것. 설렁탕에 소금 간을 하는 것도 모자라, 깍두기 국물을 붓는다든가 국 없이는밥을 못 먹는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당신은 나트륨 중독자다.

두 번째 문제는 짠맛을 즐겨 먹으면 더불어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단맛음료, 디저트에 대한 식욕이 급증한다는 것. “나트륨은 빵이나 스낵, 가공식품에도 상당량 함유돼 있죠. 빵이나 케이크에 들어가는 베이킹소다, 프림에도 짠맛은없지만 나트륨이 함유돼 있어요. 짜게만 먹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단맛을 즐기는 동안 더 큰 병의 근원을 키우는 셈이죠.” 조애경 원장은 애초에자극적인 맛을 찾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경고한다. 바게트 빵 1인분(80g)에는1.25g의 소금이, 롤케이크 2조각엔 1.3g의 소금이 들어 있어 김치 1인분 1.1g보다 높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디저트는 ‘설탕’이라는 또 하나의 치명적인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 있다. 하루 설탕 권장량은 50g. 콜라 1캔에는 25g이, 식혜1캔 25g, 양갱 1개에는 47g의 설탕이 함유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미생들에게 ‘집밥을 드셔야 건강해집니다’ 만큼 허망한 조언이 또 있을까? 나트륨 섭취를 줄일수 있는 ‘그나마’ 건강한 외식 매뉴얼을 소개하자면, 식사 때 국물 양부터 줄이는것. 정 힘들다면 작은 그릇에 덜어 먹는 습관부터 들일 것을 권한다. 또 양념장이나 케첩, 소스 등의 양을 줄여보도록. 돈가스 소스나 샐러드 소스는 나트륨 함유량이 높은 음식. 성에 찰 리 없겠지만 한꺼번에 뿌리지 말고 취향에 따라 찍어 먹으면 한결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또 야식으로 인기 있는 군만두는 물만두로 대체할 경우 528kcal까지 줄일 수 있으며, 비빔냉면과 물냉면 역시 71kcal까지차이가 나니 참고하도록. 짬뽕과 우동에도 266kcal의 차이가 있으니 비 오는 저녁에는 고민 말고 우동을 선택하는 결단력을 보일 것!

그리고 바로 이 순간에도 ‘차라리 먹고 병들어!’라며 쿨한 척하는 당신을 위한 마지막 동아줄은 부디 나트륨 배출에 효과적인 음식이라도 충분히 섭취하라는 것! 주로 칼륨이 높은 음식들이 그것으로 두부가 대표적인 음식. 김치찌개의 나트륨을 배출시켜주는 훌륭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과일 중에서는 바나나, 키위, 배가 대표적. 감자와 고구마, 버섯, 토마토를 비롯해 고춧잎, 근대, 늙은 호박, 미나리, 쑥갓, 아욱 등의 채소류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입안에서 터지는 치명적인 맛 폭탄!’에 중독된 당신에게는 해독의 밥상이자, 일말의 죄책감으로부터 해방시켜줄 면죄부밥상이 돼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