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뒤를 이을 차세대 SNS가 등장했다. 손에 잡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메시지와 이미지로 가득한 ‘스냅챗’이 그것이다. 과연 스냅챗 이 ‘넥스트 인스타그램’이 될 수 있을까?

“혹시 ‘스냅챗(SnapChat)’ 하세요?” 1년 전 어느 이태리 브랜드 홍보 담당자가 내게 물었다. 스냅챗? 미국과 유럽 10대들이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바로 그 SNS? 한 번 본 이미지와 영상은 다시 볼 수 없는, 이른바 자기 파괴 앱(Self Destructing App)? 나이 든 사람들은 대관절 이해하기 힘들 만큼 까다로운 메시지 서비스? “나는 페이스북도 안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답변을 피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이미 스냅챗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던 2013년부터 내 아이폰 한 구석에는 노란색 유령 아이콘이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밝히지 않았던 이유? 당최 이 어플 사용법을 이해하지 못한 채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실버 타운이라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는 학부모회, 그리고 스냅챗은 고등학교 구내 식당이다.” 어느 미국 매체는 신종 SNS 서비스인 스냅챗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좀더 쉽게 풀이하자면, 스냅챗이야말로 지금 ‘쿨’한 아이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는 얘기다. 바비 인형 대신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인터넷이 공기처럼 익숙한 세대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라는 것. 매일 접속하는 유저 숫자만 1억 명이 넘고, 그들이 하루에 주고받는 ‘스냅’은 7억 개가 넘는다. 최근 알리바바로부터 거대 투자금을 받은 어플의 가치는 무려 17조원을 넘어섰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다.

스냅챗이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비밀스러운 방식에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친구가 내게 보낸 이미지와 영상은 한 번 보면 자동 삭제된다는 점. 만약 24시간 안에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그 메시지는 영원히 볼 수 없다. 한순간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10대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프라이버시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채팅 내용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기록에서도 깨끗이 사라지니 말이다. 다른 특징은 철저히 ‘라이브’라는 점. 저장한 사진이나 영상은 친구들에게 보낼 수 없다. 실시간으로 내 눈앞에 벌어지는 풍경을 그대로 담아야만 전송 가능하다. 내가 찍은 이미지와 영상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자신만의 ‘스토리’로 편집 가능하지만,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을 찍은 후 편집 어플로 완벽하게 ‘에디팅’할 순 없다. 어플 내 편집 기능은 글자를 그려 넣거나 이모티콘을 추가하는 정도가 끝. 그러니 ‘리얼’ 비주얼들로 가득할 수밖에.

이런 ‘리얼’ 때문일까. 최근 패션계에서도 스냅챗 이야기가 빈번하게 오가고 있다. 지난 4월 LA에서 대규모 패션쇼를 선보인 버버리는 스냅챗을 통해 이벤트를 공개했다. 5월 초 팜스프링스에서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인 루이 비통 역시 스냅챗을 통해 쇼의 숨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미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합해 2,5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마이클 코어스도 지난 2월 처음 스냅챗을 통해 뉴욕 패션쇼 후일담을 ‘스냅’했다. 1년 전 나에게 스냅챗 하느냐고 물었던 홍보 담당자의 의도 역시 스냅챗이 마케팅 도구로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브랜드 본사에서 다양한 SNS의 효용성에 대해 궁금해 했어요. 인스타그램 시대 이후엔 어떤 채널이 뜨는지 조사하기 위해서죠.” 늘 한두 걸음 앞서가야 하는 패션의 속성으로 인해 패션의 중심에서는 이미 새로운 SNS 도구가 활용되는 중이다.

한반도의 패션 기자들에겐 아직 스냅챗이 낯설지만, 민첩한 해외 패션 기자들은 스냅챗 열풍에 이미 동참했다. 뉴욕에서 랑방, 소니아 리키엘, 스텔라 맥카트니 등의 리조트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이 한꺼번에 열렸던 6월 9일. <뉴욕 타임스>의 점잖은 패션 평론가 바네사 프리드먼은 신문사 공식 계정(@TheNYTImes)을 통해 자신의 하루 일정을 공개했다. 그녀는 랑방 프레젠테이션의 현장 영상을 스냅챗을 통해 보도하는가 하면, TV 리포터처럼 소니아 리키엘의 디자이너를 간단히 인터뷰했다. 또 스텔라 맥카트니 이벤트에서 춤추는 모델들을 몰래 찍기도 했다. 다시 보고 싶다고? 안타깝게도 영원히 사이버 세상 어딘가로 사라졌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이 각자의 스타들을 탄생시켰듯, 스냅챗의 스타로 떠오른 건 역시 블로거들이다. <럭키> 매거진의 전 편집장이었던 에바 첸, ‘맨리펠러’의 린드라 메딘 등이 대표적인 스냅챗 스타들. 또 리한나와 자레드 레토 등도 스냅챗을 통해 여과 없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중이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SNS 패션 스타 아이린 역시 재빨리 스냅챗 유행에 올라탔다. “요즘 어린 모델들 사이에선 인스타그램보다 스냅챗이 더 인기에요. 팬들도 더 반갑게 반응합니다.” 패션계가 스냅챗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지닌 최신 소통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의도는 따로 있다. 대부분의 유저가 18~24세 사이의 젊은 잠재 고객층이라는 사실 때문. 젊은 고객층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스냅챗 세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패션 전문가들은 전한다. “사람들을 함께 데리고 가는 새로운 방식이죠.” 패션 웹진이자 쇼핑몰 ‘Refinery29’ 부사장인 니하 간디는 <블룸버그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다들 패션계를 둘러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짜 모습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냅챗에는 투명성이 존재합니다.” 포토샵으로 세련되게 다듬어진 이미지 대신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 ‘날것’의 생생한 패션 세계가 지금 스냅챗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 신세계를 탐험하기 위해선 ‘사용법 터득’이라는 난관을 극복하는 게 우선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