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주얼리

어디까지, 얼마나 장식해야 만족하는 걸까? 아름다움을 향한 끝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기상천외한 주얼리에 관한 보고서.

FKA Twigs

FKA Twigs

Rihanna

Rihanna

Givenchy 2015 F/W

Givenchy 2015 F/W

Rodarte 2015 S/S

Rodarte 2015 S/S

“20년 내에 사람들이 얼굴 전체를 주얼리로 장식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올가을 컬렉션에서 귀, 코, 볼, 턱 등 얼굴의 모든 부위에 주얼리를 장식한 지방시 리카르도 티시는 이렇게 말했다. 2012년 봄 꾸뛰르 컬렉션의 고딕풍 노즈 링, 2013년 가을 남성복 컬렉션의 남녀 모두를 위한 노즈 링에 이어 이번 컬렉션은 그야말로 주얼리의 ‘끝판왕’! 그러고 보면, 반지는 열 손가락 모두, 귀에는 귀고리와 이어 커프를 한 가득, 여기에 노즈 링과 초커까지, 지금이야말로 주얼리의 전성시대 같다. 네안데르탈인의 유물에서도 동물 뼈로 만든 장신구가 나온 것을 보면, 인류의 역사는 늘 주얼리와 함께했지만, 요즘처럼 온갖 부위에 수많은 액세서리를 착용했던 적은 없다.

2012년 여배우 루니 마라가 귀, 눈썹, 코, 입술에 피어싱을 한 채 <밀레니엄> 시리즈를 통해 충격적인 변신을 했을 때만 해도, 피어싱은 반항의 상징이었다. 영화 속 그녀의 역할 역시 천재 해커였으니까. 하지만 로다테의 2015년 봄 컬렉션 런웨이에는 한쪽 눈썹에 무려 7개의 링을 장식한 모델들이 등장했고, 거대한 바벨 피어싱처럼 보이는 디올의 ‘미장 디올(Mise en Dior)’ 귀고리의 인기는 여전하며, 주얼리와 에스닉한 페이스 페인팅으로 얼굴을 빈틈없이 장식하는 FKA 트위그스의 스타일 또한 관심을 끌고 있다(유튜브에는 이미 그녀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노하우에 대한 영상이 한 가득!). 또 리한나, 레이디 가가 등의 팝스타들이 진작에 노즈 링에 도전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 몇 달간 각국 오프라인과 온라인 <보그>엔 패션 에디터들의 피어싱 체험기가 쏟아져 나왔다. 명실상부 하이패션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

이런 흐름과 더불어 최근 뉴욕 패션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바로 콜비 스미스(J. Colby Smith). 엠마 스톤, 스칼렛 요한슨, 줄리안 무어, 로지 헌팅턴-휘틀리 등의 피어서로 알려진 그는 피어싱 위치를 조화롭게 디자인해주는 것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그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들은 아름답고 우아하다. 1999년부터 활약해온 그는 최근 트렌드가 과거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피어싱은 늘 거칠고 반항적인 것으로 여겨졌어요. 기성 사회에 대한 반발의 일종이었죠. 하지만 이제 달라졌습니다. 좀더 섬세하고 우아하며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어요.” 이제 피어싱은 로큰롤, 혹은 펑크 스피릿 충만한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전히 모델, 뮤지션, 여배우가 단골손님들이지만, 최근에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패션 마니아들부터 오페라 가수까지, 또 16세 소녀부터 60대 숙녀까지!”

피어싱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콜비가 제안하는 방법은? 귀의 여러 부위에 다수의 구멍을 뚫는 것. “귀는 익명성이 넘치는 부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색 있는 피어싱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필요가 있죠.” 그러고 보면, 스스로는 바라볼 수 없는 곳인 귀를 장식한다는 것이야말로 남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인류의 오랜 욕망의 1차원적 표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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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특별한 것을 원한다면, 지난 3월 <페이퍼> 표지를 장식한 마릴린 맨슨의 손가락을 장식했던 ‘팡고필리아(Fangophilia)’의 맞춤형 실버 주얼리를 참고하시길! 도쿄의 치과 의사로 환자들의 치아를 본뜨던 타로 하나부사(Taro Hanabusa)는 3년 전, 이 정교한 기술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했다. 몸의 곳곳을 본떠서 주얼리를 제작해주는 것. 치아는 물론, 코, 귀, 손가락, 손톱, 무릎, 심지어 광대까지, 타로의 실버 주얼리가 장식될 수 있는 부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각각의 주얼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만들어집니다.” 타로는 반드시 고객을 직접 만나야만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완성품에 대한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부위를 정해 본을 뜨고 석고 틀을 만든 후 은을 녹여 주얼리를 완성하기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단 하나의 주얼리죠.”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본뜬 주얼리라니, 상상만 해도 아찔하게 심미적이다. 늘 개성 넘치는 아이템을 찾는 팝스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이다(2NE1과 빅뱅의 최근 앨범 뮤직비디오 속에서 CL과 지드래곤이 착용한 독특한 실버 주얼리들 역시 그의 작품!).

그런가 하면,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장신구는 ‘신체 개조 (Body Modification)’다. 말 그대로 몸 자체를 변형시키는 것인데, 넓은 의미에서는 타투와 피어싱도 포함된다. 한 동안 패션계에서 화제가 된 ‘좀비 보이’ 릭 제네스트가 대표적인 예. 전신에 타투를 해서 해골이 걸어 다니는 듯한 비현실적 느낌을 주는 그는 ‘신체 개조’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타투와 피어싱이 꽤 대중화된 최근에는 ‘신체 개조’라 하면 절개, 절단, 이물질 삽입 등 좀더 과격한 시술을 통한 변형을 의미한다(뱀처럼 혀를 절개하거나 엘프처럼 귀를 뾰족하게 만드는 등 무시무시한 시술들이 존재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시도하고 있고 하이 패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은 적다.

극한의 아름다움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의 주얼리 유행을 도대체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10년 전부터 피어싱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고, 몸 이곳 저곳 타투가 하나씩 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팡고필리아의 하트 모양 그릴즈 (치아를 감싸는 주얼리)가 꽤 귀엽다고 느껴져 이걸 맞추기 위해 도쿄 행 비행기를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동료 기자, 사진가, 헤어 아티스트, 모델 등 패션계 친구들에게 이 그릴즈 사진을 보여주자 놀랍게도 다들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각각 플래티넘 블론드 탈색, 타투, 피어싱을 즐기는 친구들이라는 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결국 각자의 유행 마지노선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 스스로가 그걸 자신감 있게 소화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 그런 의미에서 콜비의 조언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주얼리든 당신의 얼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도 같아요. 주얼리가 당신 자신에게 완벽하게 녹아들어 가장 마지막에 눈에 띄도록 해야죠!”